회사 측이 안건을 상정하면 '회사 측 관계자'로 보이는 주주들이 "동의합니다"라고 크게 외칩니다.
박수로 화답하고 재빨리 끝내던 것이 전통적인 국내 주주총회장 풍경입니다. 요식행위에 불과하던 주주총회가 최근 사뭇 달라지고 있습니다.
■ "주가 왜 내리느냐" 질문 공세…"주총에 적극 참여하자"
기업 IR 부서들은 총회를 앞두고 "주가가 왜 내리느냐"는 소액 주주의 전화 공세에 시달립니다. 소액 주주들은 온라인 등을 통해 진행되는 주주총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의견을 개진합니다.
LG화학 주주총회에서는 코나 전기차 리콜을 거론하며 CEO에게 품질 문제를 물어보기도 합니다. 적극적인 주주총회 참석을 권유하는 증권사 보고서도 나왔습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LG(주)에 대한 보고서에서 "외국인 주주의 대부분이 의결권 자문 기관의 반대 의견을 따르고 국민연금까지 반대 의사를 결정한다면 인적 분할 안건의 주주총회 통과는 불가능하다"면서 "소수 주주의 적극적인 주주총회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해외 투자자들과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추세와 전자투표제에 힘입어 '스마트 개미'들의 표심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것입니다.
■ 첫 결투…양대 자문사가 반대한 LG그룹 계열분리, 성공할까?
26일 열릴 LG그룹 지주사 LG(주)에서는 LG의 인적 분할 안건이 핵심입니다. LG는 구광모 회장의 삼촌인 구본준 고문이 이끄는 가칭 LX그룹(LG상사, LG하우시스, 실리콘웍스, 판토스 등)을 계열분리 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LG 분할에 반대를 권고했습니다. ISS는 "사업상 정당성이 부족하고 가족 간 승계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한다"는 이유에서 반대했고, 글래스루이스는 "근거가 불충분하다"면서 반대했습니다.
LG(주) 주주구성과 특별결의 필요 지분
LG의 주주구성을 보면 총수 측 지분이 46.1%나 되지만 회사 분할은 참석 주주 3분의 2가 찬성하는 특별 결의 사안입니다. 만약 80%의 주주가 출석한다면 총수 지분 이외에 7.2%의 우호지분이 더 있어야 분할이 가능합니다.
35%에 이르는 외국인 지분 중 상당수가 ISS와 글래스루이스 자문에 따르고, ISS의 자문을 받는 국민연금도 분할에 반대한다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다만 모든 투자자가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를 따르지는 않는다는 점과 국민연금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 금호석화 '조카의 난' 에는 자문사 의견 엇갈려
같은 날 주총이 벌어질 금호석유화학의 경우는 더 복잡합니다. 작은아버지인 박찬구 회장 측과 조카인 박철완 상무의 표 대결이 예상됩니다.
금호석유 주주 구성과 보통 결의 필요 지분
박철완 상무는 주주총회에 배당을 늘릴 것을 제안하고 이사와 감사위원 후보들을 추천했습니다. 박 회장 측 지분은 14.8%로 10%를 가진 박 상무에 우위이지만, 과반수와는 큰 거리가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27.4%를 가진 외국인들과 21.1%를 가진 국내 기관과 소액주주들의 판단이 중요해집니다.
세계 1위 자문사인 ISS는 박 상무 측 제안에 반대했는데 2위인 글래스루이스는 찬성했습니다. 8.2%를 가진 국민연금은 박 상무 제안에 대부분 반대하면서도 경영진 견제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박 상무를 사내이사로 하는 안에는 찬성했습니다.
사내이사 후보인 박철완 상무와 박 상무 측이 제안한 감사위원이 각각 선임되는지가 일차적인 관심사인데 역시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숨은 표 이변 가능할까…"비전 제시하고 대결 벌이는 것은 긍정적"
재계에서는 일단 노련한 LG와 금호석화 '회사 측'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와 있을 것이란 말들이 많습니다.그만큼 우호 지분 확보에 공을 들였을 거란 추측입니다.
하지만 숨은 표에 의한 '이변'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끝까지 봐야 알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런 표 대결이 단순한 호사가의 관심에 그치지 않고,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에 도움이 되는 면도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집안 내에서 결정되던 경영권 문제에 대해, 여전히 집안 사람간 경쟁이긴 하지만 서로 비전을 제시하고 대결을 벌이는 것은 진일보한 것이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의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계열 분리를 따져보는 것도 의미있다"고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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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열풍 속 입심 세진 ‘개미들’… LG·금호석화 앞날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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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03-25 16:54:14
회사 측이 안건을 상정하면 '회사 측 관계자'로 보이는 주주들이 "동의합니다"라고 크게 외칩니다.
박수로 화답하고 재빨리 끝내던 것이 전통적인 국내 주주총회장 풍경입니다. 요식행위에 불과하던 주주총회가 최근 사뭇 달라지고 있습니다.
■ "주가 왜 내리느냐" 질문 공세…"주총에 적극 참여하자"
기업 IR 부서들은 총회를 앞두고 "주가가 왜 내리느냐"는 소액 주주의 전화 공세에 시달립니다. 소액 주주들은 온라인 등을 통해 진행되는 주주총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의견을 개진합니다.
LG화학 주주총회에서는 코나 전기차 리콜을 거론하며 CEO에게 품질 문제를 물어보기도 합니다. 적극적인 주주총회 참석을 권유하는 증권사 보고서도 나왔습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LG(주)에 대한 보고서에서 "외국인 주주의 대부분이 의결권 자문 기관의 반대 의견을 따르고 국민연금까지 반대 의사를 결정한다면 인적 분할 안건의 주주총회 통과는 불가능하다"면서 "소수 주주의 적극적인 주주총회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해외 투자자들과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추세와 전자투표제에 힘입어 '스마트 개미'들의 표심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것입니다.
■ 첫 결투…양대 자문사가 반대한 LG그룹 계열분리, 성공할까?
26일 열릴 LG그룹 지주사 LG(주)에서는 LG의 인적 분할 안건이 핵심입니다. LG는 구광모 회장의 삼촌인 구본준 고문이 이끄는 가칭 LX그룹(LG상사, LG하우시스, 실리콘웍스, 판토스 등)을 계열분리 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LG 분할에 반대를 권고했습니다. ISS는 "사업상 정당성이 부족하고 가족 간 승계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한다"는 이유에서 반대했고, 글래스루이스는 "근거가 불충분하다"면서 반대했습니다.
LG의 주주구성을 보면 총수 측 지분이 46.1%나 되지만 회사 분할은 참석 주주 3분의 2가 찬성하는 특별 결의 사안입니다. 만약 80%의 주주가 출석한다면 총수 지분 이외에 7.2%의 우호지분이 더 있어야 분할이 가능합니다.
35%에 이르는 외국인 지분 중 상당수가 ISS와 글래스루이스 자문에 따르고, ISS의 자문을 받는 국민연금도 분할에 반대한다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다만 모든 투자자가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를 따르지는 않는다는 점과 국민연금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 금호석화 '조카의 난' 에는 자문사 의견 엇갈려
같은 날 주총이 벌어질 금호석유화학의 경우는 더 복잡합니다. 작은아버지인 박찬구 회장 측과 조카인 박철완 상무의 표 대결이 예상됩니다.
박철완 상무는 주주총회에 배당을 늘릴 것을 제안하고 이사와 감사위원 후보들을 추천했습니다. 박 회장 측 지분은 14.8%로 10%를 가진 박 상무에 우위이지만, 과반수와는 큰 거리가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27.4%를 가진 외국인들과 21.1%를 가진 국내 기관과 소액주주들의 판단이 중요해집니다.
세계 1위 자문사인 ISS는 박 상무 측 제안에 반대했는데 2위인 글래스루이스는 찬성했습니다. 8.2%를 가진 국민연금은 박 상무 제안에 대부분 반대하면서도 경영진 견제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박 상무를 사내이사로 하는 안에는 찬성했습니다.
사내이사 후보인 박철완 상무와 박 상무 측이 제안한 감사위원이 각각 선임되는지가 일차적인 관심사인데 역시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숨은 표 이변 가능할까…"비전 제시하고 대결 벌이는 것은 긍정적"
재계에서는 일단 노련한 LG와 금호석화 '회사 측'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와 있을 것이란 말들이 많습니다.그만큼 우호 지분 확보에 공을 들였을 거란 추측입니다.
하지만 숨은 표에 의한 '이변'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끝까지 봐야 알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런 표 대결이 단순한 호사가의 관심에 그치지 않고,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에 도움이 되는 면도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집안 내에서 결정되던 경영권 문제에 대해, 여전히 집안 사람간 경쟁이긴 하지만 서로 비전을 제시하고 대결을 벌이는 것은 진일보한 것이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의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계열 분리를 따져보는 것도 의미있다"고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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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기 기자 waiti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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