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어머니, 그이가 교통사고를 냈어요”…독일도 보이스피싱 기승

입력 2021.03.26 (07:00) 수정 2021.03.26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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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피해자의 가장 약한 부분을 공략해 금품을 뜯어내는 범죄, 어떤 게 생각나십니까? 많은 범죄가 그렇겠지만 보이스피싱이 그런 유형의 범죄에 가장 가까울 듯 합니다.

자녀의 사고, 납치 등을 가장하는 유형이 많은데, 피해자도 많고 피해액도 큰 이유입니다.

금감원 등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 6월까지 4년 반 동안 우리나라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17만 8천여 명이었고, 피해액은 1조 7천억 원에 달했습니다. 수많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와 피해 금액은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보이스피싱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범죄인데요, 독일도 예외는 아닙니다.

우리나라 보이스피싱 범죄 주요 유형. 자녀 문제 등 피해자의 가장 약한 부분을 공략하는 유형이 제일 많다. (출처=금감원 홈페이지)우리나라 보이스피싱 범죄 주요 유형. 자녀 문제 등 피해자의 가장 약한 부분을 공략하는 유형이 제일 많다. (출처=금감원 홈페이지)


■ "어머니 그이가 교통사고를 냈어요. 보석금이 필요해요."

위 사진에서 보듯이 우리나라 보이스피싱 범죄에서 제일 많은 유형은 자녀와 관련된 것입니다. 독일도 비슷합니다.

독일에서는 Enkeltrick이라고 불리는 범죄가 있습니다. '손자 트릭'이라는 뜻인데, 자녀나 손자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며 돈을 요구하는 범죄입니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사례를 소개합니다.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에 사는 81세 할머니는 갑자기 걸려온 '며느리'의 전화에 혼비백산했습니다.

남편(할머니의 아들)이 교통사고를 냈는데, 사고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겁니다. '며느리'는 당신 아들이 구속될 것 같은데 보석금을 내면 나올 수 있다고 '시어머니'에게 돈을 마련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아들을 감옥에 보내지 않기 위해 할머니는 은행에서 1만6,000유로(약 2,100만 원)를 찾았는데, 그만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며느리'에게 돈을 입금해줘야 하는데 자신이 경찰서를 직접 찾아가 보석금을 내민 겁니다. 직접 아들을 석방시키고 싶어서 은행 근처 경찰서로 갔다고 합니다.

결과는 해피엔딩입니다. 경찰은 할머니가 보이스피싱에 당했다고 설명했고, 진짜 아들을 불러줘 피해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 "은행 보안센터입니다. 고객님 돈을 누가 인출하려 하는데요."

토요일 오후 바이에른에 사는 여성 하이케에게 거래 은행 직원이라며 한 남성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자신은 쾰른에 있는 은행 보안센터 직원인데 누군가가 계좌에서 7,000유로(약 937만 원)를 인출하려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남성은 허위송금일 가능성이 있다며 즉시 휴대전화로 발송되는 인증번호가 필요하다고 요청했습니다. 깜짝 놀란 하이케는 인증번호를 알려줬고, 보안센터 직원이라는 남성은 처리 후 바로 전화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하이케는 바로 계좌를 차단했고, 다행히 피싱 사기를 모면했습니다.

하이케는 운이 좋은 편이었습니다. 한 노인은 비슷한 수법에 당해 연금 수천 유로를 뜯겼습니다. 돈은 리투아니아에 있는 계좌로 바로 흘러 들어갔습니다.


■ "더 이상 온라인 뱅킹을 할 수 없습니다. 새 시스템으로 옮기셔야 합니다."

이메일을 이용한 피싱범죄도 독일 사회에서 널리 퍼져있습니다.

최근엔 코로나 사태를 악용한 피싱 메일이 뿌려지고 있는데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은행 지점에 방문하는 게 불가능해서 은행들이 새로운 온라인 통합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거짓 이메일을 고객들에게 보내는 겁니다. 또 며칠 후면 더 이상 해당 은행의 온라인 뱅킹에 접속할 수 없으니 자신들이 만든 새 시스템으로 옮겨야 한다고 고객들을 속이는 거죠.

독일에서 은행과 관련된 사기가 최근 크게 증가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입니다.

당국이 시민들에게 당부하는 대응은 우리나라랑 다르지 않습니다.
의심하고 확인하라는 겁니다.

이메일 피싱의 경우 일반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웹 사이트 주소를 모방하지만 다른 점이 있기 때문에 이메일, 게시물 또는 웹 사이트의 링크를 클릭하기 전에 링크의 URL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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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어머니, 그이가 교통사고를 냈어요”…독일도 보이스피싱 기승
    • 입력 2021-03-26 07:00:34
    • 수정2021-03-26 15:28:50
    특파원 리포트
피해자의 가장 약한 부분을 공략해 금품을 뜯어내는 범죄, 어떤 게 생각나십니까? 많은 범죄가 그렇겠지만 보이스피싱이 그런 유형의 범죄에 가장 가까울 듯 합니다.<br /><br />자녀의 사고, 납치 등을 가장하는 유형이 많은데, 피해자도 많고 피해액도 큰 이유입니다.<br /><br />금감원 등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 6월까지 4년 반 동안 우리나라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17만 8천여 명이었고, 피해액은 1조 7천억 원에 달했습니다. 수많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와 피해 금액은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br /><br />보이스피싱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범죄인데요, 독일도 예외는 아닙니다.<br />
우리나라 보이스피싱 범죄 주요 유형. 자녀 문제 등 피해자의 가장 약한 부분을 공략하는 유형이 제일 많다. (출처=금감원 홈페이지)

■ "어머니 그이가 교통사고를 냈어요. 보석금이 필요해요."

위 사진에서 보듯이 우리나라 보이스피싱 범죄에서 제일 많은 유형은 자녀와 관련된 것입니다. 독일도 비슷합니다.

독일에서는 Enkeltrick이라고 불리는 범죄가 있습니다. '손자 트릭'이라는 뜻인데, 자녀나 손자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며 돈을 요구하는 범죄입니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사례를 소개합니다.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에 사는 81세 할머니는 갑자기 걸려온 '며느리'의 전화에 혼비백산했습니다.

남편(할머니의 아들)이 교통사고를 냈는데, 사고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겁니다. '며느리'는 당신 아들이 구속될 것 같은데 보석금을 내면 나올 수 있다고 '시어머니'에게 돈을 마련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아들을 감옥에 보내지 않기 위해 할머니는 은행에서 1만6,000유로(약 2,100만 원)를 찾았는데, 그만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며느리'에게 돈을 입금해줘야 하는데 자신이 경찰서를 직접 찾아가 보석금을 내민 겁니다. 직접 아들을 석방시키고 싶어서 은행 근처 경찰서로 갔다고 합니다.

결과는 해피엔딩입니다. 경찰은 할머니가 보이스피싱에 당했다고 설명했고, 진짜 아들을 불러줘 피해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 "은행 보안센터입니다. 고객님 돈을 누가 인출하려 하는데요."

토요일 오후 바이에른에 사는 여성 하이케에게 거래 은행 직원이라며 한 남성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자신은 쾰른에 있는 은행 보안센터 직원인데 누군가가 계좌에서 7,000유로(약 937만 원)를 인출하려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남성은 허위송금일 가능성이 있다며 즉시 휴대전화로 발송되는 인증번호가 필요하다고 요청했습니다. 깜짝 놀란 하이케는 인증번호를 알려줬고, 보안센터 직원이라는 남성은 처리 후 바로 전화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하이케는 바로 계좌를 차단했고, 다행히 피싱 사기를 모면했습니다.

하이케는 운이 좋은 편이었습니다. 한 노인은 비슷한 수법에 당해 연금 수천 유로를 뜯겼습니다. 돈은 리투아니아에 있는 계좌로 바로 흘러 들어갔습니다.


■ "더 이상 온라인 뱅킹을 할 수 없습니다. 새 시스템으로 옮기셔야 합니다."

이메일을 이용한 피싱범죄도 독일 사회에서 널리 퍼져있습니다.

최근엔 코로나 사태를 악용한 피싱 메일이 뿌려지고 있는데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은행 지점에 방문하는 게 불가능해서 은행들이 새로운 온라인 통합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거짓 이메일을 고객들에게 보내는 겁니다. 또 며칠 후면 더 이상 해당 은행의 온라인 뱅킹에 접속할 수 없으니 자신들이 만든 새 시스템으로 옮겨야 한다고 고객들을 속이는 거죠.

독일에서 은행과 관련된 사기가 최근 크게 증가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입니다.

당국이 시민들에게 당부하는 대응은 우리나라랑 다르지 않습니다.
의심하고 확인하라는 겁니다.

이메일 피싱의 경우 일반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웹 사이트 주소를 모방하지만 다른 점이 있기 때문에 이메일, 게시물 또는 웹 사이트의 링크를 클릭하기 전에 링크의 URL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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