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동병상련의 혈맹’ 한-벨기에 수교 120주년, 트램이 달린다

입력 2021.03.26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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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는 대한제국 고종 황제가 요청해 외교관계를 맺은 유일한 나라라고 한다. 이때가 1901년. 올해로 120주년을 맞았다.

한국이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역사적 부침이 있었던 것처럼 벨기에는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서 애를 먹은 국가였고,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였던 고종에게는 열강들 사이에서 영세 중립국으로 주권을 지킨 벨기에가 요즘 말로 '벤치마킹'해야 할 모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올해는 벨기에군이 한국전쟁에 참전한 지 70주년 되는 해이기도 하다. 벨기에는 유엔군의 일원으로 3,171명을 파병했는데, 당시 앙리 모로 드믈랑 국방장관은 '열강에 둘러싸인 같은 처지의 나라, 한국을 도와야 한다'며 군 장비만 지원하자는 국무위원들의 제안을 일축했다고 한다.

벨기에 브뤼셀 시내를 달리는 한-벨기에 수교 120주년 기념 트램벨기에 브뤼셀 시내를 달리는 한-벨기에 수교 120주년 기념 트램

'동병상련'의 정으로 혈맹이 된 한국과 벨기에. 요즘 벨기에 수도 브뤼셀 시내에는 '한-벨기에 수교 120주년'을 기념하는 트램이 달리고 있다. 외교관계 수립을 기념하는 홍보 이벤트가 새로운 방식으로 벨기에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셈이다. 이 글을 쓰는 기자도 잘 몰랐던 두 나라의 수교 역사를 벨기에인들은 잘 알고 있을까? 50만 시민의 이동수단인 트램 홍보가 이들도 두 나라의 깊은 우정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벨기에 대사관에 설치된 미디어 아트월(위) / 이이남 작가의<다시 태어나는 빛>벨기에 대사관에 설치된 미디어 아트월(위) / 이이남 작가의<다시 태어나는 빛>

코로나 19 방역으로 일반인들의 출입이 힘들어진 대사관 담장 위에는 '한-벨기에 수교'를 기념하는 미디어 아트월도 만들어졌다. 여기에 올려진 작품은 한국과 유럽의 고전들이 디지털 기술로 서로 호흡하고 있다. 재외 공관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새로운 형태의 공공외교 플랫폼은 전염병 방역으로 대면 행사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국의 맘을 벨기에에 묵묵히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벨기에 120주년 문화 축제는 1년 내내 이어진다. '120년 격동의 역사를 함께한 친구'라는 주제로 문체부와 벨기에 외교부가 함께 준비한 것이다. ▲ 한국 만화·웹툰 특별전(2021년 7월~12월), ▲한국 국립극단과 벨기에 리에주극단은 한국의 유명 작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원작으로 하는 공연(서울:22년 4월/벨기에:21년 12월) ▲ 한국 클래식 향연(21년 9~10월/벨기에 브뤼셀, 와브르) ▲ 벨기에 재즈의 밤(21년 11월/서울) 등이 양국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한-벨기에 수교 120주년 기념 개막행사(3.23) /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소피 윌메스 벨기에 외교장관한-벨기에 수교 120주년 기념 개막행사(3.23) /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소피 윌메스 벨기에 외교장관

걸림돌은 역시 코로나 19다. 유럽의 전염병 상황이 심각한 가운데 여러 행사가 예정대로 잘 진행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아직은 양 국민의 국가 간 이동도 힘들다. 그러나 이번 행사들이 올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배치된 만큼, 따뜻해지는 날씨와 함께 전염병 봉쇄의 숨통이 트이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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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동병상련의 혈맹’ 한-벨기에 수교 120주년, 트램이 달린다
    • 입력 2021-03-26 09:55:38
    특파원 리포트
벨기에는 대한제국 고종 황제가 요청해 외교관계를 맺은 유일한 나라라고 한다. 이때가 1901년. 올해로 120주년을 맞았다.

한국이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역사적 부침이 있었던 것처럼 벨기에는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서 애를 먹은 국가였고,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였던 고종에게는 열강들 사이에서 영세 중립국으로 주권을 지킨 벨기에가 요즘 말로 '벤치마킹'해야 할 모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올해는 벨기에군이 한국전쟁에 참전한 지 70주년 되는 해이기도 하다. 벨기에는 유엔군의 일원으로 3,171명을 파병했는데, 당시 앙리 모로 드믈랑 국방장관은 '열강에 둘러싸인 같은 처지의 나라, 한국을 도와야 한다'며 군 장비만 지원하자는 국무위원들의 제안을 일축했다고 한다.

벨기에 브뤼셀 시내를 달리는 한-벨기에 수교 120주년 기념 트램
'동병상련'의 정으로 혈맹이 된 한국과 벨기에. 요즘 벨기에 수도 브뤼셀 시내에는 '한-벨기에 수교 120주년'을 기념하는 트램이 달리고 있다. 외교관계 수립을 기념하는 홍보 이벤트가 새로운 방식으로 벨기에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셈이다. 이 글을 쓰는 기자도 잘 몰랐던 두 나라의 수교 역사를 벨기에인들은 잘 알고 있을까? 50만 시민의 이동수단인 트램 홍보가 이들도 두 나라의 깊은 우정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벨기에 대사관에 설치된 미디어 아트월(위) / 이이남 작가의<다시 태어나는 빛>
코로나 19 방역으로 일반인들의 출입이 힘들어진 대사관 담장 위에는 '한-벨기에 수교'를 기념하는 미디어 아트월도 만들어졌다. 여기에 올려진 작품은 한국과 유럽의 고전들이 디지털 기술로 서로 호흡하고 있다. 재외 공관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새로운 형태의 공공외교 플랫폼은 전염병 방역으로 대면 행사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국의 맘을 벨기에에 묵묵히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벨기에 120주년 문화 축제는 1년 내내 이어진다. '120년 격동의 역사를 함께한 친구'라는 주제로 문체부와 벨기에 외교부가 함께 준비한 것이다. ▲ 한국 만화·웹툰 특별전(2021년 7월~12월), ▲한국 국립극단과 벨기에 리에주극단은 한국의 유명 작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원작으로 하는 공연(서울:22년 4월/벨기에:21년 12월) ▲ 한국 클래식 향연(21년 9~10월/벨기에 브뤼셀, 와브르) ▲ 벨기에 재즈의 밤(21년 11월/서울) 등이 양국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한-벨기에 수교 120주년 기념 개막행사(3.23) /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소피 윌메스 벨기에 외교장관
걸림돌은 역시 코로나 19다. 유럽의 전염병 상황이 심각한 가운데 여러 행사가 예정대로 잘 진행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아직은 양 국민의 국가 간 이동도 힘들다. 그러나 이번 행사들이 올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배치된 만큼, 따뜻해지는 날씨와 함께 전염병 봉쇄의 숨통이 트이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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