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입증해야 했던 계부의 성폭력…“나같은 피해자 더 없기를”

입력 2021.03.26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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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폭력 계부, 죄의식 갖길…."

충북 청주에 사는 남성 A 씨가 피고인으로 청주지방법원의 재판정에 올랐습니다. 방청석에서는 여성 B 씨가 두려움과 떨림 속에 잔뜩 긴장한 채 지켜봅니다.

1심 첫 공판이 끝나갈 무렵, 판사는 피고인에게 "한 말씀 하라"고 언급합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피고인 A 씨는 의붓딸 B 씨를 수년간, 수차례 성폭력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의붓 아버지입니다.

피해자가 KBS 취재진에게  의붓아버지에게 당한 성폭력 피해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피해자가 KBS 취재진에게 의붓아버지에게 당한 성폭력 피해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증거 확보 위해, 피해 상황에 녹취까지 했어요."

지난해 9월, 경찰은 A 씨를 ' 친족 관계에 의한 강제추행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습니다.

5살 아이를 키우는 피해자는 "남편과 헤어진 뒤 2015년부터 A 씨에게 신체적·언어적인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출산 이후에도 A 씨의 강제 추행은 계속됐다"며, "가족이 직장으로 출근하고 집을 비운 사이에 범행을 저질렀다"고도 했습니다.

피해자는 2018년, 경찰서에 고소장을 냈습니다. 하지만 수사가 즉각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관련 증거가 부족하다"는 말을 들었다는 겁니다.

의붓아버지의 성폭력은 계속됐고, 피해자는 결국 증거를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성폭력 입증을 위해서 녹취 등을 확보해야 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피해자는 경찰의 도움으로 여성긴급전화 1366으로 연계돼, 쉼터에서 임시 보호 조처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5살 아이를 홀로 키워야 하는데다 경제적으로도 자립할만한 여력이 되지 않아, 보호가 끝난 뒤에는 성폭력 가해자인 의붓아버지와 아이가 있는 집으로 다시 돌아가야 했습니다.


■ "계속된 성폭력 피해… 참을 수 없는 고통"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성폭력은 계속됐다"는 게 피해자의 주장입니다.

KBS의 관련 취재가 시작되자, 경찰도 적극적인 수사에 나섰습니다. 피해자와 A 씨를 각각 불러 조사했고, 피해 정황이 담긴 녹취록까지 확보했습니다.

이후 경찰은 피해자와 A 씨의 분리 조치를 위해 경제적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한부모 가정이 거주할 수 있는 시설도 알아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충청북도경찰청 모금 기금에서 생계비 100만 원을 지원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는 "아이 때문에 다시 가족이 있는 집으로 가야 한다"며 보호 시설 입소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심 첫 공판에서 의붓아버지 A 씨는 신체 접촉 등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1심 첫 공판에서 의붓아버지 A 씨는 신체 접촉 등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 "아이가 '삼시 세끼' 먹을 수 있었으면…"

현재 피해자와 의붓아버지 A 씨는 분리 조처된 상태입니다.

1심 공판에서 검찰은 A 씨에 대해 징역 5년을 구형했습니다. 10년 동안의 취업 제한 명령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A 씨의 변호인은 "A 씨가 깊이 반성하고 있고, 동종 전과가 없고, 분리 조치를 조건으로 합의한 점, 생계 문제 등을 고려해달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A 씨는 검찰이 제시한 5가지 공소 사실 가운데, 강제적인 신체 접촉 등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습니다.

재판이 끝난 뒤, 피해자는 KBS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더는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또, 아이가 삼시 세끼 먹을 수 있는 환경을 위해 더 노력할 거에요."

다음 판결은 다음 달 6일, 청주지방법원에서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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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해자가 입증해야 했던 계부의 성폭력…“나같은 피해자 더 없기를”
    • 입력 2021-03-26 21:21:48
    취재K


■ "성폭력 계부, 죄의식 갖길…."

충북 청주에 사는 남성 A 씨가 피고인으로 청주지방법원의 재판정에 올랐습니다. 방청석에서는 여성 B 씨가 두려움과 떨림 속에 잔뜩 긴장한 채 지켜봅니다.

1심 첫 공판이 끝나갈 무렵, 판사는 피고인에게 "한 말씀 하라"고 언급합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피고인 A 씨는 의붓딸 B 씨를 수년간, 수차례 성폭력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의붓 아버지입니다.

피해자가 KBS 취재진에게  의붓아버지에게 당한 성폭력 피해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증거 확보 위해, 피해 상황에 녹취까지 했어요."

지난해 9월, 경찰은 A 씨를 ' 친족 관계에 의한 강제추행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습니다.

5살 아이를 키우는 피해자는 "남편과 헤어진 뒤 2015년부터 A 씨에게 신체적·언어적인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출산 이후에도 A 씨의 강제 추행은 계속됐다"며, "가족이 직장으로 출근하고 집을 비운 사이에 범행을 저질렀다"고도 했습니다.

피해자는 2018년, 경찰서에 고소장을 냈습니다. 하지만 수사가 즉각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관련 증거가 부족하다"는 말을 들었다는 겁니다.

의붓아버지의 성폭력은 계속됐고, 피해자는 결국 증거를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성폭력 입증을 위해서 녹취 등을 확보해야 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피해자는 경찰의 도움으로 여성긴급전화 1366으로 연계돼, 쉼터에서 임시 보호 조처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5살 아이를 홀로 키워야 하는데다 경제적으로도 자립할만한 여력이 되지 않아, 보호가 끝난 뒤에는 성폭력 가해자인 의붓아버지와 아이가 있는 집으로 다시 돌아가야 했습니다.


■ "계속된 성폭력 피해… 참을 수 없는 고통"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성폭력은 계속됐다"는 게 피해자의 주장입니다.

KBS의 관련 취재가 시작되자, 경찰도 적극적인 수사에 나섰습니다. 피해자와 A 씨를 각각 불러 조사했고, 피해 정황이 담긴 녹취록까지 확보했습니다.

이후 경찰은 피해자와 A 씨의 분리 조치를 위해 경제적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한부모 가정이 거주할 수 있는 시설도 알아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충청북도경찰청 모금 기금에서 생계비 100만 원을 지원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는 "아이 때문에 다시 가족이 있는 집으로 가야 한다"며 보호 시설 입소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심 첫 공판에서 의붓아버지 A 씨는 신체 접촉 등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 "아이가 '삼시 세끼' 먹을 수 있었으면…"

현재 피해자와 의붓아버지 A 씨는 분리 조처된 상태입니다.

1심 공판에서 검찰은 A 씨에 대해 징역 5년을 구형했습니다. 10년 동안의 취업 제한 명령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A 씨의 변호인은 "A 씨가 깊이 반성하고 있고, 동종 전과가 없고, 분리 조치를 조건으로 합의한 점, 생계 문제 등을 고려해달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A 씨는 검찰이 제시한 5가지 공소 사실 가운데, 강제적인 신체 접촉 등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습니다.

재판이 끝난 뒤, 피해자는 KBS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더는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또, 아이가 삼시 세끼 먹을 수 있는 환경을 위해 더 노력할 거에요."

다음 판결은 다음 달 6일, 청주지방법원에서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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