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 그 후]② 확정판결을 뒤집는다?…‘재심의 요건’

입력 2021.03.27 (09:01) 수정 2021.03.28 (07:0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요약

삼례 나라슈퍼 사건과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은
모두 재심에 이어 국가배상이 이뤄진 사건들입니다.

지난 세월에 대한 억울함을 금전적으로나마 풀어줄 배상의 실마리가 된 ‘재심’
어떤 조건이 갖춰져야 진행할 수 있는 걸까요?

<KBS전주방송총국 보도기획> '재심과 국가배상, 그 후…'


■ 확정된 판결 뒤집는 '재심'…어떻게 진행되나?

진범이 따로 있는데도 경찰의 강압수사로 무고한 피고인이 옥살이한 익산 약촌오거리 사건과
삼례 나라슈퍼 사건.

두 사건은 모두 재심 판결을 통해 징역형을 마친 피고인들의 무죄가 뒤늦게 증명됐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처럼 법원에서 이미 '유죄' 판단을 내린 사건을 다시 살펴보게 되는 이유는 뭘까요? 형사소송법에는 재심 이유 7가지가 명시돼 있습니다.

기존 판결에 중대한 오류가 드러난 경우 피고인이 재심을 청구하도록 보장하고 있는 겁니다.



■ "증거는 새롭고 또 명백해야"

삼례 나라슈퍼 사건과 익산 약촌오거리 사건은 모두 무고한 피고인들이 형을 사는 사이 진범이 나타나 자백을 하면서 재심이 이뤄졌습니다.

이렇게 현행법은 확정된 판결을 뒤집을 새로운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또 이 증거가 명백해야 하는 것도 당연하겠죠.

증거의 '신규성'과 '명백성'. 이 두 가지가 뒷받침되어야 재심을 진행하도록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 법원이 재심 결정해도 검찰이 불복할 수 있다

하지만 익산 약촌오거리 사건의 경우 지난 2016년 법원이 재심을 결정한 뒤에 검찰이 즉시 항고하면서 한 차례 개시가 지연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법원의 재심 결정에 검찰이 제동을 건 겁니다.

이렇게 검찰이 불복하면 재심은 수년까지 미뤄질 수 있고 무고한 시민이 누명을 벗는 일은 그만큼 늦춰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는 법원의 재심재판이 신속히 이뤄지도록 검사의 불복제도를 개선해달라는 권고안을 법무부에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1964년 재심에서의 검사 즉시 항고권을 폐지했고 일본은 검사의 재항고권을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 사건마다 공소시효 다르고 무죄 인정도 어려워

재심의 한계는 또 있습니다. 범죄 유형마다 공소시효가 천차만별이라는 점인데요.

삼례 나라슈퍼 사건은 삼례 3인조가 재판에 넘겨진 뒤, 그러니까 사건 초기에 나타나 자백했던 진범을 당시 검찰이 한 차례 풀어줬습니다. 이 진범은 재심 즈음에 다시 자백했는데 이때는 사건 공소시효가 끝나면서 처벌하지 못했죠.

이를 통해 우리는 재심이 무고한 시민을 구제하는 장치이기는 하지만 진범을 처벌하는 데까지 이르지는 않는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무죄 증명과 진범 처벌은 별개인 셈입니다.


물론 재심이 이뤄졌다고 판결이 쉽게 뒤집히진 않습니다. 재심이 개시된 사건 가운데 무죄를 인정받는 비율은 10%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재심을 보장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일일 겁니다. 무고한 이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면서 죄를 저지른 사람이 그에 마땅한 대가를 치를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합니다.

[연관 기사]
[국가배상 그 후]① “강압 수사에 억울한 옥살이”…국가배상으로 끝?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39316
[국가배상 그 후]② 무죄 받았지만…쉽지 않은 국가배상·형사보상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40511
[국가배상 그 후]③ 부당한 처벌은 재심…‘부당한 석방’은?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141300
[국가배상 그 후]④ 재심의 요건…바뀌어야 할 점은?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42295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재심, 그 후]② 확정판결을 뒤집는다?…‘재심의 요건’
    • 입력 2021-03-27 09:01:01
    • 수정2021-03-28 07:01:00
    취재K
<strong>삼례 나라슈퍼 사건과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은<br />모두 재심에 이어 국가배상이 이뤄진 사건들입니다.<br /><br />지난 세월에 대한 억울함을 금전적으로나마 풀어줄 배상의 실마리가 된 ‘재심’<br />어떤 조건이 갖춰져야 진행할 수 있는 걸까요? </strong>
<KBS전주방송총국 보도기획> '재심과 국가배상, 그 후…'


■ 확정된 판결 뒤집는 '재심'…어떻게 진행되나?

진범이 따로 있는데도 경찰의 강압수사로 무고한 피고인이 옥살이한 익산 약촌오거리 사건과
삼례 나라슈퍼 사건.

두 사건은 모두 재심 판결을 통해 징역형을 마친 피고인들의 무죄가 뒤늦게 증명됐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처럼 법원에서 이미 '유죄' 판단을 내린 사건을 다시 살펴보게 되는 이유는 뭘까요? 형사소송법에는 재심 이유 7가지가 명시돼 있습니다.

기존 판결에 중대한 오류가 드러난 경우 피고인이 재심을 청구하도록 보장하고 있는 겁니다.



■ "증거는 새롭고 또 명백해야"

삼례 나라슈퍼 사건과 익산 약촌오거리 사건은 모두 무고한 피고인들이 형을 사는 사이 진범이 나타나 자백을 하면서 재심이 이뤄졌습니다.

이렇게 현행법은 확정된 판결을 뒤집을 새로운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또 이 증거가 명백해야 하는 것도 당연하겠죠.

증거의 '신규성'과 '명백성'. 이 두 가지가 뒷받침되어야 재심을 진행하도록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 법원이 재심 결정해도 검찰이 불복할 수 있다

하지만 익산 약촌오거리 사건의 경우 지난 2016년 법원이 재심을 결정한 뒤에 검찰이 즉시 항고하면서 한 차례 개시가 지연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법원의 재심 결정에 검찰이 제동을 건 겁니다.

이렇게 검찰이 불복하면 재심은 수년까지 미뤄질 수 있고 무고한 시민이 누명을 벗는 일은 그만큼 늦춰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는 법원의 재심재판이 신속히 이뤄지도록 검사의 불복제도를 개선해달라는 권고안을 법무부에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1964년 재심에서의 검사 즉시 항고권을 폐지했고 일본은 검사의 재항고권을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 사건마다 공소시효 다르고 무죄 인정도 어려워

재심의 한계는 또 있습니다. 범죄 유형마다 공소시효가 천차만별이라는 점인데요.

삼례 나라슈퍼 사건은 삼례 3인조가 재판에 넘겨진 뒤, 그러니까 사건 초기에 나타나 자백했던 진범을 당시 검찰이 한 차례 풀어줬습니다. 이 진범은 재심 즈음에 다시 자백했는데 이때는 사건 공소시효가 끝나면서 처벌하지 못했죠.

이를 통해 우리는 재심이 무고한 시민을 구제하는 장치이기는 하지만 진범을 처벌하는 데까지 이르지는 않는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무죄 증명과 진범 처벌은 별개인 셈입니다.


물론 재심이 이뤄졌다고 판결이 쉽게 뒤집히진 않습니다. 재심이 개시된 사건 가운데 무죄를 인정받는 비율은 10%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재심을 보장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일일 겁니다. 무고한 이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면서 죄를 저지른 사람이 그에 마땅한 대가를 치를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합니다.

[연관 기사]
[국가배상 그 후]① “강압 수사에 억울한 옥살이”…국가배상으로 끝?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39316
[국가배상 그 후]② 무죄 받았지만…쉽지 않은 국가배상·형사보상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40511
[국가배상 그 후]③ 부당한 처벌은 재심…‘부당한 석방’은?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141300
[국가배상 그 후]④ 재심의 요건…바뀌어야 할 점은?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42295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