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순간] ‘2021 교향악축제’ 이용을 위한 가이드

입력 2021.03.2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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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0일부터 4월 22일까지 이어지는 무대, 전국 오케스트라 총출동

국내 주요 오케스트라가 총출동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음악 페스티벌 ‘교향악축제’가 올해도 변함없이 열립니다. 3월 30일부터 4월 22일까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모두 21차례 공연이 예정돼 있습니다.

서울시향이나 KBS교향악단과 같은 친숙한 오케스트라뿐 아니라 각 지역 교향악단이 대부분 참여하고, 모차르트와 베토벤부터 윤이상과 김택수까지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작품들이 연일 무대에 오릅니다. 다양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만큼 어떤 공연을 봐야 할지 선택이 쉽지 않죠.

이번 기회에 클래식과 친해져 볼까 마음먹은 초심자는 방대한 라인업을 보고 질려버릴 수 있고, 조예가 깊은 고수들은 그저 그런 연례행사로 넘겨버릴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가이드를 준비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교향악축제를 제대로 즐기고 활용할 수 있을지 단계별로 안내해 드립니다.


1. 클래식 초보 단계: ‘친숙한 곡’을 찾아야

클래식은 지루하고 어렵다 생각하는 초보 단계의 관객들은 어떤 공연을 선택해야 할까요. 지휘자나 오케스트라보다는 어떤 음악을 연주하는지를 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음악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나 망설임을 극복하는 데는 언젠가 들어봤던 음악을 실제 연주로 보고 듣는 체험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먼저 교향악축제 첫날인 3월 30일 지휘자 금난새와 성남시립교향악단의 공연을 주목할만합니다. 아무리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없더라도 김연아의 ‘피겨 음악’으로 알려진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는 들어보셨을 겁니다.

깊은 밤에 해골들이 모여 광란의 춤을 추는 장면을 그린 왈츠풍의 음악으로, 생상스 특유의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을 맛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이날 무대에서는 이 곡 외에도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인 빈 심포니의 첫 여성 수석을 역임한 플루티스트 최나경이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플루트 협주곡으로 편곡해 협연합니다.

4월 4일에는 이종진이 지휘하는 춘천시립교향악단이 바이올리니스트 배원희와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합니다. 1악장의 1주제는 듣는 순간 ‘아 이 음악!’이라 할만한 유명한 선율입니다.

화사하면서도 격정적인 바이올린의 카덴차, 그리고 대중음악을 연상케 하는 우수에 찬 관현악 반주로 지루할 틈이 없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4월 20일에는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을 들을 수 있습니다. 바이올린 협주곡만큼이나 대중적이고 매력적인 선율로 가득하죠. 지휘자 홍석원이 이끄는 광주시립교향악단과 피아니스트 손정범이 연주합니다.

영화의 주제가 된 협주곡들은 몰입하기가 더 쉬울 수 있겠습니다. 게리 올드만이 베토벤으로 열연한 영화 ‘불멸의 연인’에서는 그의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2악장이 ‘사랑의 테마’로 사용됐죠.

4월 9일 최수열이 지휘하는 부산시립교향악단과 피아니스트 김태형의 연주가 예정돼 있습니다. 피아니스트 데이빗 헬프갓의 극적인 삶을 다뤄 주연배우 제프리 러쉬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긴 영화 <샤인>에서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이 끊임없이 흘러나옵니다.

이 음악은 4월 22일 지휘자 차웅과 KBS교향악단, 피아니스트 손민수가 연주합니다.



2. 클래식 중급 단계: ‘지휘자’의 선택과 역량에 주목

교향악축제는 국내 주요 오케스트라들을 이끌고 있는 음악감독들의 역량을 비교할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정명훈 이후 눈에 띄는 스타 지휘자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지휘자들이 어떤 작품세계를 추구하고 있으며, 오케스트라와의 호흡은 어떤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선 국내에서 ‘부동의 1위’ 오케스트라로 손꼽히는 서울시향입니다. 핀란드 출신의 거장 오스모 벤스케가 정명훈의 뒤를 이어 지난해 음악감독으로 취임했지만, 공교롭게도 취임과 동시에 공연계를 휩쓴 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의 공연을 취소하거나 규모를 축소해서 진행해 왔습니다.

그래서 취임 1년이 지나도록 아직 지휘자 특유의 개성이 시향에 녹아들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어쨌든 음악감독 취임 이후 처음으로 교향악축제에 참여하는 자리인 만큼 서로의 궁합을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을 듯합니다.

4월 10일 예정된 무대에서 연주할 곡은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와 윤이상의 ‘체임버 심포니Ⅰ’, 브람스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2중 협주곡으로,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텔 리와 첼리스트 요나단 루제만이 협연자로 나섭니다. 다

만 기대가 집중된 서울시향의 프로그램치고는 다소 아쉽다는 반응이 공연계 안팎에서 적지 않게 나오고 있습니다.

성시연과 함께 여성 지휘자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여자경은 4월 15일 강남심포니를 지휘합니다. 여자경은 지난해 2월 MBC의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하프 연주에 도전한 유재석과 함께 무대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앞서 성시연이 경기필을 이끌며 역량을 쌓은 뒤 유럽 진출을 모색했기 때문에 지난해 강남심포니 예술감독에 취임한 여자경의 행보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무대에서는 드보르작의 카니발 서곡과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제2번을 선보입니다. 협연은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이 맡았습니다.

이탈리아 출신의 지휘자 마시모 자네티는 2018년 경기필의 첫 외국인 예술감독으로 취임했습니다.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와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취리히 오페라 등 유럽 유수의 극장에서 오페라 지휘자로 활약해온 자네티는 관현악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모차르트와 베토벤, 브람스 등 정통 레퍼토리를 꾸준히 연주하며 경기필의 역량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앞서 경기필은 성시연의 지휘로 세계적인 음반사 데카(Decca)와 말러 교향곡 5번 음반을 녹음하는 등 서울시향의 아성을 위협할만한 활발한 연주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그 때문에 이번 무대는 경기필의 뚜렷한 성장세를 확인할 절호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자네티와 경기필은 피아니스트 김다솔의 협연으로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과 함께 라벨의 ‘어미 거위 모음곡’, 레스피기의 ‘로마의 소나무’를 연주합니다.



3. 클래식 고수 단계: ‘비인기 작품’을 집중 공략

웬만한 공연을 섭렵한 클래식 고수들에게 사실 교향악축제는 성에 안 차는 무대일 수 있습니다. 명연주 명음반에 익숙해진 눈과 귀에 국내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여전히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런 분들은 좀처럼 실제 연주를 듣기 어려운 곡들을 공부할 기회로 교향악축제를 활용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3월 31일 김대진이 지휘하는 창원시립교향악단은 닐센의 교향곡 4번 ‘불멸’을 연주합니다. 덴마크의 작곡가 카를 닐센은 모두 6편의 교향곡을 남겼는데 그 가운데 이 4번이 가장 널리 알려졌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발발 무렵 작곡한 이 곡은 두 대의 팀파니가 서로 다투듯 긴박하게 연주하는 마지막 악장이 백미로 꼽힙니다.

장윤성이 지휘하는 부천필은 4월 3일 리스트의 교향시 ‘마제파’를 선보입니다. 리스트가 피아노를 위한 초절기교연습곡 가운데 하나로 작곡한 뒤 교향시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작렬하는 금관악기의 음향을 체험할 수 있는 곡입니다.

경상북도 도립교향악단은 4월 7일 백진현의 지휘로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12번 ‘1917년’을 연주합니다. 역시 트럼본과 트럼펫, 호른 등 금관악기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작품이지만 연주 기회가 드물어 좀처럼 실연을 접하기 어렵습니다.

말러 교향곡 6번도 무대에 오릅니다. 4월 13일 제임스 저드가 지휘하는 대전시향의 공연입니다. 앞선 5번 교향곡이 전통적인 ‘어둠에서 광명으로’의 구조로 인기를 끌며 말러의 작품치고 자주 연주되는 데 반해, 6번은 곡 전반에 흐르는 염세적인 정서 탓인지 국내에서는 공연 프로그램으로는 잘 선택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악장에 등장하는 거대한 해머의 타격이 전율을 일으키는 대작입니다.

다음날인 14일에는 최희준이 지휘하는 수원시향이 소프라노 홍혜란과 말러의 교향곡 4번을 선보입니다. 말러의 교향곡 가운데 가장 말러스럽지 않은 따스한 곡이지만 역시 공연장에서는 듣기 어려운 작품입니다.

4월 2일 서진의 지휘로 과천시향이 연주할 시벨리우스 교향곡 1번, 4월 16일 박준성과 군포 프라임필이 선보일 하차투리안의 교향곡 제2번 ‘종’ 역시 놓치기 아까운 곡들입니다.


올해로 33회...KBS 클래식 FM·네이버로 생중계

1989년 시작돼 올해로 33회째를 맞은 교향악축제는 클래식 인구가 많지 않은 국내에서 오랜 시간 명맥을 잇고 있는 몇 안 되는 음악제입니다.

지역 공연장에만 머물던 전국의 오케스트라들이 모처럼 서울에 모여 기량을 펼치는 드문 기회이기도 합니다. 특히 올해는 모든 공연이 KBS 클래식 FM과 네이버 라이브로 생중계되기 때문에 공연장 바깥에서도 쉽게 즐길 수 있습니다.

해외 연주자들의 초청 공연이 코로나 여파로 잇따라 취소되면서 썰렁해진 공연계가 교향악축제를 계기로 활기를 되찾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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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의 순간] ‘2021 교향악축제’ 이용을 위한 가이드
    • 입력 2021-03-28 09: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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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0일부터 4월 22일까지 이어지는 무대, 전국 오케스트라 총출동

국내 주요 오케스트라가 총출동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음악 페스티벌 ‘교향악축제’가 올해도 변함없이 열립니다. 3월 30일부터 4월 22일까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모두 21차례 공연이 예정돼 있습니다.

서울시향이나 KBS교향악단과 같은 친숙한 오케스트라뿐 아니라 각 지역 교향악단이 대부분 참여하고, 모차르트와 베토벤부터 윤이상과 김택수까지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작품들이 연일 무대에 오릅니다. 다양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만큼 어떤 공연을 봐야 할지 선택이 쉽지 않죠.

이번 기회에 클래식과 친해져 볼까 마음먹은 초심자는 방대한 라인업을 보고 질려버릴 수 있고, 조예가 깊은 고수들은 그저 그런 연례행사로 넘겨버릴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가이드를 준비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교향악축제를 제대로 즐기고 활용할 수 있을지 단계별로 안내해 드립니다.


1. 클래식 초보 단계: ‘친숙한 곡’을 찾아야

클래식은 지루하고 어렵다 생각하는 초보 단계의 관객들은 어떤 공연을 선택해야 할까요. 지휘자나 오케스트라보다는 어떤 음악을 연주하는지를 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음악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나 망설임을 극복하는 데는 언젠가 들어봤던 음악을 실제 연주로 보고 듣는 체험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먼저 교향악축제 첫날인 3월 30일 지휘자 금난새와 성남시립교향악단의 공연을 주목할만합니다. 아무리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없더라도 김연아의 ‘피겨 음악’으로 알려진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는 들어보셨을 겁니다.

깊은 밤에 해골들이 모여 광란의 춤을 추는 장면을 그린 왈츠풍의 음악으로, 생상스 특유의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을 맛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이날 무대에서는 이 곡 외에도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인 빈 심포니의 첫 여성 수석을 역임한 플루티스트 최나경이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플루트 협주곡으로 편곡해 협연합니다.

4월 4일에는 이종진이 지휘하는 춘천시립교향악단이 바이올리니스트 배원희와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합니다. 1악장의 1주제는 듣는 순간 ‘아 이 음악!’이라 할만한 유명한 선율입니다.

화사하면서도 격정적인 바이올린의 카덴차, 그리고 대중음악을 연상케 하는 우수에 찬 관현악 반주로 지루할 틈이 없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4월 20일에는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을 들을 수 있습니다. 바이올린 협주곡만큼이나 대중적이고 매력적인 선율로 가득하죠. 지휘자 홍석원이 이끄는 광주시립교향악단과 피아니스트 손정범이 연주합니다.

영화의 주제가 된 협주곡들은 몰입하기가 더 쉬울 수 있겠습니다. 게리 올드만이 베토벤으로 열연한 영화 ‘불멸의 연인’에서는 그의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2악장이 ‘사랑의 테마’로 사용됐죠.

4월 9일 최수열이 지휘하는 부산시립교향악단과 피아니스트 김태형의 연주가 예정돼 있습니다. 피아니스트 데이빗 헬프갓의 극적인 삶을 다뤄 주연배우 제프리 러쉬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긴 영화 <샤인>에서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이 끊임없이 흘러나옵니다.

이 음악은 4월 22일 지휘자 차웅과 KBS교향악단, 피아니스트 손민수가 연주합니다.



2. 클래식 중급 단계: ‘지휘자’의 선택과 역량에 주목

교향악축제는 국내 주요 오케스트라들을 이끌고 있는 음악감독들의 역량을 비교할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정명훈 이후 눈에 띄는 스타 지휘자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지휘자들이 어떤 작품세계를 추구하고 있으며, 오케스트라와의 호흡은 어떤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선 국내에서 ‘부동의 1위’ 오케스트라로 손꼽히는 서울시향입니다. 핀란드 출신의 거장 오스모 벤스케가 정명훈의 뒤를 이어 지난해 음악감독으로 취임했지만, 공교롭게도 취임과 동시에 공연계를 휩쓴 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의 공연을 취소하거나 규모를 축소해서 진행해 왔습니다.

그래서 취임 1년이 지나도록 아직 지휘자 특유의 개성이 시향에 녹아들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어쨌든 음악감독 취임 이후 처음으로 교향악축제에 참여하는 자리인 만큼 서로의 궁합을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을 듯합니다.

4월 10일 예정된 무대에서 연주할 곡은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와 윤이상의 ‘체임버 심포니Ⅰ’, 브람스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2중 협주곡으로,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텔 리와 첼리스트 요나단 루제만이 협연자로 나섭니다. 다

만 기대가 집중된 서울시향의 프로그램치고는 다소 아쉽다는 반응이 공연계 안팎에서 적지 않게 나오고 있습니다.

성시연과 함께 여성 지휘자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여자경은 4월 15일 강남심포니를 지휘합니다. 여자경은 지난해 2월 MBC의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하프 연주에 도전한 유재석과 함께 무대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앞서 성시연이 경기필을 이끌며 역량을 쌓은 뒤 유럽 진출을 모색했기 때문에 지난해 강남심포니 예술감독에 취임한 여자경의 행보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무대에서는 드보르작의 카니발 서곡과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제2번을 선보입니다. 협연은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이 맡았습니다.

이탈리아 출신의 지휘자 마시모 자네티는 2018년 경기필의 첫 외국인 예술감독으로 취임했습니다.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와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취리히 오페라 등 유럽 유수의 극장에서 오페라 지휘자로 활약해온 자네티는 관현악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모차르트와 베토벤, 브람스 등 정통 레퍼토리를 꾸준히 연주하며 경기필의 역량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앞서 경기필은 성시연의 지휘로 세계적인 음반사 데카(Decca)와 말러 교향곡 5번 음반을 녹음하는 등 서울시향의 아성을 위협할만한 활발한 연주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그 때문에 이번 무대는 경기필의 뚜렷한 성장세를 확인할 절호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자네티와 경기필은 피아니스트 김다솔의 협연으로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과 함께 라벨의 ‘어미 거위 모음곡’, 레스피기의 ‘로마의 소나무’를 연주합니다.



3. 클래식 고수 단계: ‘비인기 작품’을 집중 공략

웬만한 공연을 섭렵한 클래식 고수들에게 사실 교향악축제는 성에 안 차는 무대일 수 있습니다. 명연주 명음반에 익숙해진 눈과 귀에 국내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여전히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런 분들은 좀처럼 실제 연주를 듣기 어려운 곡들을 공부할 기회로 교향악축제를 활용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3월 31일 김대진이 지휘하는 창원시립교향악단은 닐센의 교향곡 4번 ‘불멸’을 연주합니다. 덴마크의 작곡가 카를 닐센은 모두 6편의 교향곡을 남겼는데 그 가운데 이 4번이 가장 널리 알려졌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발발 무렵 작곡한 이 곡은 두 대의 팀파니가 서로 다투듯 긴박하게 연주하는 마지막 악장이 백미로 꼽힙니다.

장윤성이 지휘하는 부천필은 4월 3일 리스트의 교향시 ‘마제파’를 선보입니다. 리스트가 피아노를 위한 초절기교연습곡 가운데 하나로 작곡한 뒤 교향시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작렬하는 금관악기의 음향을 체험할 수 있는 곡입니다.

경상북도 도립교향악단은 4월 7일 백진현의 지휘로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12번 ‘1917년’을 연주합니다. 역시 트럼본과 트럼펫, 호른 등 금관악기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작품이지만 연주 기회가 드물어 좀처럼 실연을 접하기 어렵습니다.

말러 교향곡 6번도 무대에 오릅니다. 4월 13일 제임스 저드가 지휘하는 대전시향의 공연입니다. 앞선 5번 교향곡이 전통적인 ‘어둠에서 광명으로’의 구조로 인기를 끌며 말러의 작품치고 자주 연주되는 데 반해, 6번은 곡 전반에 흐르는 염세적인 정서 탓인지 국내에서는 공연 프로그램으로는 잘 선택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악장에 등장하는 거대한 해머의 타격이 전율을 일으키는 대작입니다.

다음날인 14일에는 최희준이 지휘하는 수원시향이 소프라노 홍혜란과 말러의 교향곡 4번을 선보입니다. 말러의 교향곡 가운데 가장 말러스럽지 않은 따스한 곡이지만 역시 공연장에서는 듣기 어려운 작품입니다.

4월 2일 서진의 지휘로 과천시향이 연주할 시벨리우스 교향곡 1번, 4월 16일 박준성과 군포 프라임필이 선보일 하차투리안의 교향곡 제2번 ‘종’ 역시 놓치기 아까운 곡들입니다.


올해로 33회...KBS 클래식 FM·네이버로 생중계

1989년 시작돼 올해로 33회째를 맞은 교향악축제는 클래식 인구가 많지 않은 국내에서 오랜 시간 명맥을 잇고 있는 몇 안 되는 음악제입니다.

지역 공연장에만 머물던 전국의 오케스트라들이 모처럼 서울에 모여 기량을 펼치는 드문 기회이기도 합니다. 특히 올해는 모든 공연이 KBS 클래식 FM과 네이버 라이브로 생중계되기 때문에 공연장 바깥에서도 쉽게 즐길 수 있습니다.

해외 연주자들의 초청 공연이 코로나 여파로 잇따라 취소되면서 썰렁해진 공연계가 교향악축제를 계기로 활기를 되찾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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