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카드는 룸살롱 여자가 아닌 와이프” 음성 파일이 KBS에 온 이유는?

입력 2021.03.29 (11:08) 수정 2021.03.2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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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하나카드 장경훈 사장 회의 발언 입수
"룸살롱에 가거나 어딜 갈 때 목표는 딱 하나야. 예쁜 여자야"
"예쁜 여자는 단가가 있어요. 오늘 갔을 때 옆에 앉으면 20만 원 얼마"
"카드를 고르는 것은 애인이 아니라 와이프를 고르는 일이거든."

■ 장 사장 측 "오해받을 수 있는 단어 언급 송구"..."여성 부서장 없었고, 소수 임원 부른
느슨한 자리"

■ 본질은 경직된 사내문화로 누적된 직원들의 고통


"룸살롱에 가거나 어딜 갔을 때 목표는 딱 하나야 " 로 시작하는 녹음파일


(2020년 2월 추정. 하나카드 임부서장 회의)

우리가 있잖아, 여자를 구할 때... 예를 들어 룸살롱에 가거나 어디 갈 때 목표는 딱 하나야.

룸살롱, 미안하다 이거는... 룸살롱이나 술집 갔을 때 목표는 뭐냐? 예쁜 여자야.

예쁜 여자는 단가가 있어요. 오늘 갔을 때 옆에 앉으면 20만 원 얼마, 시간당 얼마 이렇게 차지가 정확하잖아. 굉장히 미묘해져.

우리가 룸살롱에 갔을 때 그 여자 인간성을 보겠냐 걔 뒷배경을 보겠냐. 아무것도 안 봐. 아무것도 안 보지...

하나 카드 장경훈 사장의 회사 공식 회의 발언입니다.

'룸살롱 가는 목표는 딱 하나'
'예쁜 여자는 단가가 있다'

아직도 이렇게 간이 큰 사람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적이 뭘까, 회사 간부들을 불러 모은 회의 자리에서 왜 이런 말을 했지?

이유는 바로 뒤에 나옵니다.

■ "카드를 고르는 것은 애인이 아니라 와이프를 고르는 일이거든."

와이프를 구할 때 어떠냐. 와이프를 구할 때는 엄청나게 변수가 많은 거야. 나랑 평생살 여자잖아. 그러니까 (아내 될) 여자를 고를 때 우리가 룸싸롱에 여자 한 명, 오늘 옆에 앉아서 술 먹을 수준에서 고르냐?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한다고. 예를 들어서 그렇지 않냐. 아무리 예쁜 여자도 내가 하루 오늘 즐겁게 놀 거면 모르겠지만, 이 여자가 평생 간다고 했을 때 그런(룸살롱) 여자랑 평생 살겠냐? 안 살지.

무슨 이야기냐면 카드를 고르는 것은 애인이 아니라 와이프를 고르는 일이거든 그러기 때문에...

(신용카드는) 굉장히 길고 오랫동안 쓰고 습관이 있는 거예요. 이 카드를 한 번 내가 주머니에다 대면 아무리 신규카드가 나와도 난 그 카드만 써.


단순하게 정리하면 '사람들에게 신용카드는 룸살롱의 예쁜 여자가 아니다.', '평생 같이 살 와이프다', 그래서 우리 카드회사는 카드를 만들 때 그런 카드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취지입니다.

... 저만 이해하기 힘든 건가요? 이야기가 논리의 구조를 가지고는 있는데, 그 논리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실제 음성은 아래 보도에 담겨 있습니다.
☞“카드는 룸살롱 여자 아닌 와이프”…하나카드 사장의 논리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48689

■ 발언이 나온 맥락 살펴봐도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발언

당일 발언 맥락을 따져봐도 그렇습니다.

하나 카드의 업계 순위는 높지 않은데, 카드 사용 실적도 좋지 않은 편입니다. 장 사장은 이 점을 강조하는데, 그러면서 하나 카드 인기 상품인 '크로스 마일 카드'를 언급합니다.

크로스 마일 카드는 항공 마일리지 카드만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혜자'(혜택이 많은) 카드로 널리 알려진 상품입니다. '마일리지 혜택' 하나로만 이름을 얻은 카드입니다.

하지만 신규발급을 하지 않습니다. 카드 회사 차원에서는 매출보다 마일리지 지출이 너무 커서 '손해'인 카드이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인데요, 업계 일각에선 연간 100억 원대의 적자가 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신용카드 회사 입장에선 '계륵'같은 카드인 셈이죠.

이 카드에 대해서 장 사장, 배울 점이 있다고 합니다.

마케팅적으로는 내가 볼 때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카드예요. 분명한 건 뭐냐 하면 손님한테 어필하는 뭐를 잡아놨단 말이야. 그게 뭐냐니까.

손님이 죽어라 죽어라 해서 손님이 써. 이유가 뭐냐니까. 마일리지 때문에 써. 좋다 이거야. 마일리지 뭘 좋아하는 거지.

'마일리지' 딱 하나 장점이 있는 카드 얘기를 하면서 '와이프를 고를 때는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한다.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다. 외모 한 가지만 보는 룸살롱에서와는 선택기준이 다르다'고 말하는 겁니다.

이건 맥락상 논리적 모순이 아닌가요? 제가 너무 진지하게 따지고 드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또 다른 제보, 장 사장의 회의 중 폭언 …"옮기기 민망한 욕설의 연속"

장 사장과 관련해 여러 발언 내용에 대한 또 다른 제보가 왔습니다. 속사포 같은 욕설이 대다수입니다.

# 다른날 간부 회의01
야 이 **야. 너가 사장한테 그렇게... 이 00들 있잖아 ***들이야. 너 이거 리스크 엄청나게 커진다. 너희들이 갖고 있는 *** ooo같은 생각 때문에 일이 다 이렇게 되는 거야. ... 이 **들 이러다 보니까 또 이야기하느냐. 뭐가 있으면 대표이사 이렇게 해가지고 안 했다(고 변명할 거야.) 이 **들 또 이 이야기하려고 그러는 거야. ****들 같으니라고. ...(중략)... 책임져야지. 책임질 거야 안 질 거야. 야 책임져야 될 거 아니냐!

# 또 다른 날 간부 회의 02
저 미친 **들이. 아주 죽여버릴 거야 아주 (볼펜 책상에 툭) 야, 이 ***들아

이 대화들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거의 항상 사장 혼자 말한다는 점입니다. 일부 대화는(그러니까 부서장 회의는) 2시간 가까이 계속되기도 하는데, 거의 항상 장 사장 혼자 말합니다. 앞서 보도한 발언의 전체 분량 대략 2시간 가운데 90%는 사장 음성입니다.


사장은 장시간 훈시하고 영업전략을 제시하고 꾸짖습니다. 그다음, 000, *** 이름을 한 사람 한 사람 호명합니다. 그리고 질문을 합니다. "이거 알아?" "이거 보고서 만들라면 만들 수 있어?" "이 의사결정 왜 한 거야?"

답할 시간을 많이 주진 않습니다. 형식은 질문이지만, 실질은 꾸짖음의 하나로 보입니다.

간부들 목소리는 한결같이 작습니다. 대부분 단답형 답을 합니다.

■ 장 사장 측 "오해받을 수 있는 단어 언급 송구"
... "여성 부서장 없었고, 소수 인원 부른 느슨한 자리"

취재진은 방송에 앞서 장 사장을 직접 만났습니다. 해당 음성을 들려줬고, 의견을 청취했습니다. 보안 우려 때문에 회의 내용을 모두 들려준 것은 아니지만, 문제의 발언이 이 대화에서 왜 나왔는지와 이후 대화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맥락이 파악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알려줬습니다.

이후 장경훈 사장은 어떤 자리였는지 얼핏 기억이 나고, 해당 발언을 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이후 공식적으로 내놓은 입장은 이렇습니다.

<전체 맥락은 모르지만 이러한 단어의 언급이 있었던 점에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오해사지 않도록 유의해서 발언하겠습니다>

다만, 룸살롱에 가 본 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발언이 있었던 회의 자체는 소수 임원을 불러 진행한 느슨한 자리였으며, 참석자는 5~6명, 아무리 많아도 10명을 넘지 않는다고 해명했습니다. 가벼운 대화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라는 취지로 풀이됩니다.

' 룸살롱, 미안하다 이거는...'
이라고 언급한 부분과 관련해서는 여성 부서장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 최소 15명의 임원과 부장, 대화 혹은 호명... 여성 부서장 참석 여부는 확인 못 해

추가 확인이 불가피했습니다. 회의내용을 재차 분석했습니다. 하나 카드 내부 인사의 목소리를 잘 아는 사람들과 함께 '장 사장과 대화'하거나 '장 사장에 의해 호명'되는 사람의 신원을 특정했습니다.

녹취를 들어보면 최소 15명의 임원과 부장이 장 사장과 대화하거나 이름이 호명됩니다. 이들의 업무는 경영, 인사, 상품개발, 마케팅, 사업지원, 준법관리 등 전 부문에 걸쳐 있습니다. 그리고 장 사장의 업무 지시와 질의 범위는 당연히 하나카드 업무 전반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물론 회의 중에 말하지 않은 사람이 몇 명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느슨한 분위기'였는지에 대한 판단에는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두 시간 남짓, 사장이 발언의 90% 이상을 주도하고, 개별 임원과 부서 책임자는 짧게 단답형으로 말합니다. (개별 직원 사무용 PC 온오프 시간을 근거로 출퇴근이 느슨하다고 다그치는 부분도 있습니다.)

최고 경영자가 주재하고 참석자는 모두 숨죽이고 경청하는 분위기가 오디오를 통해 전해집니다. 이 부분이 주관적이라고 말씀하신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합니다.

이와 같은 재검증 결과, 소수가 모인 느슨한 회의에서 가볍게 한 말이라는 장 사장 측 발언을 신뢰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다만 여성 부서장의 참석자 여부와 관련해서는 특정을 할 수 없었습니다.

'룸살롱 발언'이 있던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 간부에게도 문의했습니다만, 모두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답변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 왜 이런 회의 녹음 파일이 언론사로 넘어왔을까?


애초에 입수한 것은 토막토막 잘린 발언이었습니다. 하지만 편집된 발언만 가지고 뉴스를 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취재진은 녹취의 원본을 요구했습니다. 전체 발언의 경위를 알아야 발언의 문제성을 평가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수 시간에 이르는 모든 발언을 정리하고 살펴본 뒤 나온 결론이 이 보도입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룸살롱' 발언이나, '폭언'은 문제의 본질이 아닙니다.

하나 카드 내부의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비공식적 자리, 소수만 모인 자리에서는 더 심한 욕설, 폭언이 비일비재했다, 녹음파일도 있지만 줄 수 없다, 바로 녹음자가 특정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정 안될만큼 규모가 큰 회의 파일만 건넨다'

사안이 이렇다면 경직된 위계질서, 인격적 존중을 받지 못해도 항의할 수 없는 사내 문화가 본질입니다. 취재진은 고통과 불만이 누적되다 언론사에까지 알려지게 되었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회사는 그 내부의 상처를 돌보아야겠지요. 누가 언론사에 제보하였는지와 같은 비생산적인 책임추궁으로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시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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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카드는 룸살롱 여자가 아닌 와이프” 음성 파일이 KBS에 온 이유는?
    • 입력 2021-03-29 11:08:29
    • 수정2021-03-29 11:09:04
    취재후·사건후
■ <strong>하나카드 장경훈 사장 회의 발언 입수<br /></strong>"룸살롱에 가거나 어딜 갈 때 목표는 딱 하나야. 예쁜 여자야"<br />"예쁜 여자는 단가가 있어요. 오늘 갔을 때 옆에 앉으면 20만 원 얼마"<br /> "카드를 고르는 것은 애인이 아니라 와이프를 고르는 일이거든."<br /><br /><strong>■ 장 사장 측 "오해받을 수 있는 단어 언급 송구"...</strong><strong>"여성 부서장 없었고, 소수 임원 부른 </strong><br /><strong> 느슨한 자리"</strong><br /><br /><strong>■ 본질은 경직된 사내문화로 누적된 직원들의 고통</strong><br />

"룸살롱에 가거나 어딜 갔을 때 목표는 딱 하나야 " 로 시작하는 녹음파일


(2020년 2월 추정. 하나카드 임부서장 회의)

우리가 있잖아, 여자를 구할 때... 예를 들어 룸살롱에 가거나 어디 갈 때 목표는 딱 하나야.

룸살롱, 미안하다 이거는... 룸살롱이나 술집 갔을 때 목표는 뭐냐? 예쁜 여자야.

예쁜 여자는 단가가 있어요. 오늘 갔을 때 옆에 앉으면 20만 원 얼마, 시간당 얼마 이렇게 차지가 정확하잖아. 굉장히 미묘해져.

우리가 룸살롱에 갔을 때 그 여자 인간성을 보겠냐 걔 뒷배경을 보겠냐. 아무것도 안 봐. 아무것도 안 보지...

하나 카드 장경훈 사장의 회사 공식 회의 발언입니다.

'룸살롱 가는 목표는 딱 하나'
'예쁜 여자는 단가가 있다'

아직도 이렇게 간이 큰 사람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적이 뭘까, 회사 간부들을 불러 모은 회의 자리에서 왜 이런 말을 했지?

이유는 바로 뒤에 나옵니다.

■ "카드를 고르는 것은 애인이 아니라 와이프를 고르는 일이거든."

와이프를 구할 때 어떠냐. 와이프를 구할 때는 엄청나게 변수가 많은 거야. 나랑 평생살 여자잖아. 그러니까 (아내 될) 여자를 고를 때 우리가 룸싸롱에 여자 한 명, 오늘 옆에 앉아서 술 먹을 수준에서 고르냐?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한다고. 예를 들어서 그렇지 않냐. 아무리 예쁜 여자도 내가 하루 오늘 즐겁게 놀 거면 모르겠지만, 이 여자가 평생 간다고 했을 때 그런(룸살롱) 여자랑 평생 살겠냐? 안 살지.

무슨 이야기냐면 카드를 고르는 것은 애인이 아니라 와이프를 고르는 일이거든 그러기 때문에...

(신용카드는) 굉장히 길고 오랫동안 쓰고 습관이 있는 거예요. 이 카드를 한 번 내가 주머니에다 대면 아무리 신규카드가 나와도 난 그 카드만 써.


단순하게 정리하면 '사람들에게 신용카드는 룸살롱의 예쁜 여자가 아니다.', '평생 같이 살 와이프다', 그래서 우리 카드회사는 카드를 만들 때 그런 카드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취지입니다.

... 저만 이해하기 힘든 건가요? 이야기가 논리의 구조를 가지고는 있는데, 그 논리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실제 음성은 아래 보도에 담겨 있습니다.
☞“카드는 룸살롱 여자 아닌 와이프”…하나카드 사장의 논리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48689

■ 발언이 나온 맥락 살펴봐도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발언

당일 발언 맥락을 따져봐도 그렇습니다.

하나 카드의 업계 순위는 높지 않은데, 카드 사용 실적도 좋지 않은 편입니다. 장 사장은 이 점을 강조하는데, 그러면서 하나 카드 인기 상품인 '크로스 마일 카드'를 언급합니다.

크로스 마일 카드는 항공 마일리지 카드만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혜자'(혜택이 많은) 카드로 널리 알려진 상품입니다. '마일리지 혜택' 하나로만 이름을 얻은 카드입니다.

하지만 신규발급을 하지 않습니다. 카드 회사 차원에서는 매출보다 마일리지 지출이 너무 커서 '손해'인 카드이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인데요, 업계 일각에선 연간 100억 원대의 적자가 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신용카드 회사 입장에선 '계륵'같은 카드인 셈이죠.

이 카드에 대해서 장 사장, 배울 점이 있다고 합니다.

마케팅적으로는 내가 볼 때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카드예요. 분명한 건 뭐냐 하면 손님한테 어필하는 뭐를 잡아놨단 말이야. 그게 뭐냐니까.

손님이 죽어라 죽어라 해서 손님이 써. 이유가 뭐냐니까. 마일리지 때문에 써. 좋다 이거야. 마일리지 뭘 좋아하는 거지.

'마일리지' 딱 하나 장점이 있는 카드 얘기를 하면서 '와이프를 고를 때는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한다.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다. 외모 한 가지만 보는 룸살롱에서와는 선택기준이 다르다'고 말하는 겁니다.

이건 맥락상 논리적 모순이 아닌가요? 제가 너무 진지하게 따지고 드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또 다른 제보, 장 사장의 회의 중 폭언 …"옮기기 민망한 욕설의 연속"

장 사장과 관련해 여러 발언 내용에 대한 또 다른 제보가 왔습니다. 속사포 같은 욕설이 대다수입니다.

# 다른날 간부 회의01
야 이 **야. 너가 사장한테 그렇게... 이 00들 있잖아 ***들이야. 너 이거 리스크 엄청나게 커진다. 너희들이 갖고 있는 *** ooo같은 생각 때문에 일이 다 이렇게 되는 거야. ... 이 **들 이러다 보니까 또 이야기하느냐. 뭐가 있으면 대표이사 이렇게 해가지고 안 했다(고 변명할 거야.) 이 **들 또 이 이야기하려고 그러는 거야. ****들 같으니라고. ...(중략)... 책임져야지. 책임질 거야 안 질 거야. 야 책임져야 될 거 아니냐!

# 또 다른 날 간부 회의 02
저 미친 **들이. 아주 죽여버릴 거야 아주 (볼펜 책상에 툭) 야, 이 ***들아

이 대화들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거의 항상 사장 혼자 말한다는 점입니다. 일부 대화는(그러니까 부서장 회의는) 2시간 가까이 계속되기도 하는데, 거의 항상 장 사장 혼자 말합니다. 앞서 보도한 발언의 전체 분량 대략 2시간 가운데 90%는 사장 음성입니다.


사장은 장시간 훈시하고 영업전략을 제시하고 꾸짖습니다. 그다음, 000, *** 이름을 한 사람 한 사람 호명합니다. 그리고 질문을 합니다. "이거 알아?" "이거 보고서 만들라면 만들 수 있어?" "이 의사결정 왜 한 거야?"

답할 시간을 많이 주진 않습니다. 형식은 질문이지만, 실질은 꾸짖음의 하나로 보입니다.

간부들 목소리는 한결같이 작습니다. 대부분 단답형 답을 합니다.

■ 장 사장 측 "오해받을 수 있는 단어 언급 송구"
... "여성 부서장 없었고, 소수 인원 부른 느슨한 자리"

취재진은 방송에 앞서 장 사장을 직접 만났습니다. 해당 음성을 들려줬고, 의견을 청취했습니다. 보안 우려 때문에 회의 내용을 모두 들려준 것은 아니지만, 문제의 발언이 이 대화에서 왜 나왔는지와 이후 대화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맥락이 파악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알려줬습니다.

이후 장경훈 사장은 어떤 자리였는지 얼핏 기억이 나고, 해당 발언을 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이후 공식적으로 내놓은 입장은 이렇습니다.

<전체 맥락은 모르지만 이러한 단어의 언급이 있었던 점에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오해사지 않도록 유의해서 발언하겠습니다>

다만, 룸살롱에 가 본 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발언이 있었던 회의 자체는 소수 임원을 불러 진행한 느슨한 자리였으며, 참석자는 5~6명, 아무리 많아도 10명을 넘지 않는다고 해명했습니다. 가벼운 대화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라는 취지로 풀이됩니다.

' 룸살롱, 미안하다 이거는...'
이라고 언급한 부분과 관련해서는 여성 부서장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 최소 15명의 임원과 부장, 대화 혹은 호명... 여성 부서장 참석 여부는 확인 못 해

추가 확인이 불가피했습니다. 회의내용을 재차 분석했습니다. 하나 카드 내부 인사의 목소리를 잘 아는 사람들과 함께 '장 사장과 대화'하거나 '장 사장에 의해 호명'되는 사람의 신원을 특정했습니다.

녹취를 들어보면 최소 15명의 임원과 부장이 장 사장과 대화하거나 이름이 호명됩니다. 이들의 업무는 경영, 인사, 상품개발, 마케팅, 사업지원, 준법관리 등 전 부문에 걸쳐 있습니다. 그리고 장 사장의 업무 지시와 질의 범위는 당연히 하나카드 업무 전반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물론 회의 중에 말하지 않은 사람이 몇 명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느슨한 분위기'였는지에 대한 판단에는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두 시간 남짓, 사장이 발언의 90% 이상을 주도하고, 개별 임원과 부서 책임자는 짧게 단답형으로 말합니다. (개별 직원 사무용 PC 온오프 시간을 근거로 출퇴근이 느슨하다고 다그치는 부분도 있습니다.)

최고 경영자가 주재하고 참석자는 모두 숨죽이고 경청하는 분위기가 오디오를 통해 전해집니다. 이 부분이 주관적이라고 말씀하신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합니다.

이와 같은 재검증 결과, 소수가 모인 느슨한 회의에서 가볍게 한 말이라는 장 사장 측 발언을 신뢰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다만 여성 부서장의 참석자 여부와 관련해서는 특정을 할 수 없었습니다.

'룸살롱 발언'이 있던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 간부에게도 문의했습니다만, 모두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답변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 왜 이런 회의 녹음 파일이 언론사로 넘어왔을까?


애초에 입수한 것은 토막토막 잘린 발언이었습니다. 하지만 편집된 발언만 가지고 뉴스를 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취재진은 녹취의 원본을 요구했습니다. 전체 발언의 경위를 알아야 발언의 문제성을 평가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수 시간에 이르는 모든 발언을 정리하고 살펴본 뒤 나온 결론이 이 보도입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룸살롱' 발언이나, '폭언'은 문제의 본질이 아닙니다.

하나 카드 내부의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비공식적 자리, 소수만 모인 자리에서는 더 심한 욕설, 폭언이 비일비재했다, 녹음파일도 있지만 줄 수 없다, 바로 녹음자가 특정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정 안될만큼 규모가 큰 회의 파일만 건넨다'

사안이 이렇다면 경직된 위계질서, 인격적 존중을 받지 못해도 항의할 수 없는 사내 문화가 본질입니다. 취재진은 고통과 불만이 누적되다 언론사에까지 알려지게 되었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회사는 그 내부의 상처를 돌보아야겠지요. 누가 언론사에 제보하였는지와 같은 비생산적인 책임추궁으로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시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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