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에 쇳조각”…영세업체만 골라 ‘거짓 협박’ 블랙컨슈머 구속

입력 2021.03.29 (13:13) 수정 2021.03.29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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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물질이 나왔다'며 식품업체 협박해 돈을 뜯어낸 50대 남성이 경찰에 적발됐다 (사진제공: 부산경찰청) '이물질이 나왔다'며 식품업체 협박해 돈을 뜯어낸 50대 남성이 경찰에 적발됐다 (사진제공: 부산경찰청)

“1mm 짜리 쇠조각이 나와 치아가 손상됐습니다”

지난 2월 초 경남의 한 식품업체에 전화 한통이 걸려왔습니다. 과자에서 쇠조각이 나왔다며 보상해주지 않으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고하겠다는 협박도 덧붙였습니다.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50대 남성. 잔뜩 화난 목소리에 시종일관 말도 능수능란했습니다.

업체 측은 황당했지만, 식약처 등에서 현장조사가 나오는 것이 두려왔습니다. 결국 남성이 요구하는 대로 보상금 10만 원을 줬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찜찜함할 떨칠 수 없었습니다. 금속탐지기가 설치돼 있어 공정상 이물질이 나올 수 없는데다, 남성의 전화내용도 수상쩍었기 때무입니다.

한 두번이 아닌듯한 ‘사기꾼의 뉘앙스’를 감지한 것이죠. 결국 업체 측은 경찰에 신고를 했고,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사건의 전모가 밝혀졌습니다.

 남성이 실제 식품업체를 협박하기 위해 보낸 이물질 사진(사진제공: 부산경찰청) 남성이 실제 식품업체를 협박하기 위해 보낸 이물질 사진(사진제공: 부산경찰청)

■ 보상금 노리고 영세업체 상대 이물질 자작극...114차례에 걸쳐 천만원 넘게 뜯어

모든 것은 보상금을 노린 남성의 자작극이었습니다. 남성은 영세한 중소 제조업체 식품만 골라 이물질을 넣은 뒤 사진을 찍어 업체에 전송하는 방법으로 업체를 압박했습니다. 전화를 통한 협박이 잘 안 통할 때는 직접 업체를 찾아갔습니다. 심지어 관할 지자체나 식약처에 신고하기까지 했습니다. 경찰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대담함을 보인 거죠.

또 한가지 남성이 믿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이 남성은 20여년 전에 식품회사에 근무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세월이 좀 지나긴 했지만, 식품제조와 유통, 그리고 고객 대응까지... 전체적인 시스템을 이해하고 있었기에 식품업체를 상대하기가 한결 수월했습니다.

남성은 이러한 수법으로 올해 3월까지 지난 1년 새 전국의 영세 식품제조업체 114곳을 상대로 보상금 천270만원을 뜯어냈습니다. 업체들은 건당 액수가 10만원 남짓한 데다, 영업에 방해를 받을 것을 우려해 대부분 수사기관에 신고를 하지 않았고 용의자는 이를 범행에 악용한 겁니다.

 식품업체를 협박하기 위해 남성이 작성한 자필 메모 (사진제공: 부산경찰청) 식품업체를 협박하기 위해 남성이 작성한 자필 메모 (사진제공: 부산경찰청)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공갈 혐의로 50대 남성 A씨를 구속하고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피해를 입은 업체가 더 없는지에 대한 수사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경찰은 “남성이 전문 법률팀이 없는 영세 업체만을 상대로 범행을 했다”며 “허위 협박이 의심스러운 경우 곧바로 경찰에 신고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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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자에 쇳조각”…영세업체만 골라 ‘거짓 협박’ 블랙컨슈머 구속
    • 입력 2021-03-29 13:13:57
    • 수정2021-03-29 13:15:49
    취재K
  '이물질이 나왔다'며 식품업체 협박해 돈을 뜯어낸 50대 남성이 경찰에 적발됐다 (사진제공: 부산경찰청)
“1mm 짜리 쇠조각이 나와 치아가 손상됐습니다”

지난 2월 초 경남의 한 식품업체에 전화 한통이 걸려왔습니다. 과자에서 쇠조각이 나왔다며 보상해주지 않으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고하겠다는 협박도 덧붙였습니다.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50대 남성. 잔뜩 화난 목소리에 시종일관 말도 능수능란했습니다.

업체 측은 황당했지만, 식약처 등에서 현장조사가 나오는 것이 두려왔습니다. 결국 남성이 요구하는 대로 보상금 10만 원을 줬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찜찜함할 떨칠 수 없었습니다. 금속탐지기가 설치돼 있어 공정상 이물질이 나올 수 없는데다, 남성의 전화내용도 수상쩍었기 때무입니다.

한 두번이 아닌듯한 ‘사기꾼의 뉘앙스’를 감지한 것이죠. 결국 업체 측은 경찰에 신고를 했고,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사건의 전모가 밝혀졌습니다.

 남성이 실제 식품업체를 협박하기 위해 보낸 이물질 사진(사진제공: 부산경찰청)
■ 보상금 노리고 영세업체 상대 이물질 자작극...114차례에 걸쳐 천만원 넘게 뜯어

모든 것은 보상금을 노린 남성의 자작극이었습니다. 남성은 영세한 중소 제조업체 식품만 골라 이물질을 넣은 뒤 사진을 찍어 업체에 전송하는 방법으로 업체를 압박했습니다. 전화를 통한 협박이 잘 안 통할 때는 직접 업체를 찾아갔습니다. 심지어 관할 지자체나 식약처에 신고하기까지 했습니다. 경찰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대담함을 보인 거죠.

또 한가지 남성이 믿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이 남성은 20여년 전에 식품회사에 근무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세월이 좀 지나긴 했지만, 식품제조와 유통, 그리고 고객 대응까지... 전체적인 시스템을 이해하고 있었기에 식품업체를 상대하기가 한결 수월했습니다.

남성은 이러한 수법으로 올해 3월까지 지난 1년 새 전국의 영세 식품제조업체 114곳을 상대로 보상금 천270만원을 뜯어냈습니다. 업체들은 건당 액수가 10만원 남짓한 데다, 영업에 방해를 받을 것을 우려해 대부분 수사기관에 신고를 하지 않았고 용의자는 이를 범행에 악용한 겁니다.

 식품업체를 협박하기 위해 남성이 작성한 자필 메모 (사진제공: 부산경찰청)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공갈 혐의로 50대 남성 A씨를 구속하고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피해를 입은 업체가 더 없는지에 대한 수사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경찰은 “남성이 전문 법률팀이 없는 영세 업체만을 상대로 범행을 했다”며 “허위 협박이 의심스러운 경우 곧바로 경찰에 신고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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