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맥] 카감? 방폭? 진화하는 ‘사이버학폭’…대응은?

입력 2021.03.29 (20:42) 수정 2021.03.29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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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흐름, 사안의 맥을 짚어보는 쇼맥뉴스 시간입니다.

오늘은 먼저 준비한 영상부터 보시죠.

["(야 X 카톡 바로 안 보냐?)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지? 두고 봐."]

지금 나오는 화면들, 실제 피해자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사이버폭력 체험 앱입니다.

사이버폭력이 얼마나 심각하고 끔찍한지 잠깐이지만 느낄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학교폭력 양상, 달라졌습니다.

지난해 신체폭력은 다소 감소했지만, 사이버폭력은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왜 이렇게 늘었을까요?

일단 온라인, 비대면 수업이 일상화되면서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이용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비대면 수업 이후 청소년 10명 중 7명은 스마트폰과 SNS 사용 시간이 늘었다고 답했습니다.

하루 평균 스마트폰 이용 시간, 4시간에 달하는데요.

코로나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학교폭력의 공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가게 된 겁니다.

[이송화/학교폭력피해자 가족협의회 대구센터장 : "아이들에게서는 하나의 게임과 같고 이건 해도 괜찮다는 인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거예요. 별로 이게 학폭에 연결돼있다고 생각하지 않기도 하고요."]

오프라인 폭력에 비해 사이버 폭력은 눈에 띄지 않게, 손 쉽게 상대를 괴롭힐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24시간 폭력에 시달리게 된거죠.

괴롭힘의 방법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카감' 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카톡 감옥'의 줄인 말인데, 채팅방에서 나가려는 사람을 계속 초대해서 괴롭히는 겁니다.

한 사람을 채팅방에 초대해서 단체로 욕설을 내뱉는 '떼카'도 있고요.

채팅방에 초대한 다음 혼자 남겨두는 '방폭'도 요즘 유행하는 사이버 학교폭력의 종류입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원격 수업 늘면서 '줌'을 비롯한 실시간 화상회의 프로그램도 악용되고 있습니다.

자신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아침마다 대리출석을 시킨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다양하게 퍼진 사이버학폭, 대응은 왜 제대로 안 될까요?

일단 증거 잡기, 쉽지 않습니다.

피해 내용을 캡처하거나 저장해 증거로 삼아 신고하면 되지 않냐, 이런 생각도 드실텐데요.

물리적 학교폭력은 비교적 증거가 명확하지만, 사이버학폭은 SNS를 탈퇴하거나 대화 내용을 삭제하기 쉽습니다.

증거를 남기지 않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일선 학교에는 사이버학폭에 대한 대응 매뉴얼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학교폭력 대응 매뉴얼은 있지만, 사이버학폭 특성에 맞게 체계화된 대응 매뉴얼이 없는 학교들이 여전히 많은 겁니다.

[교육청 관계자/음성변조 : "학교폭력 사안하고 동일합니다. 동일하게 사이버폭력도 똑같이 학교폭력으로 신고나 접수, 인지가 되면 절차에 따라서 학교폭력으로 저희가 처리를 하고 있죠."]

빠르게 변하고 있는 사이버폭력에 대해 교사나 학부모도 제대로 모르다보니,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피해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교육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지기도 합니다.

지난해 사이버폭력 실태조사를 보면, 사이버폭력 피해자들의 41%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가족이나 선생님이 안다는 경우는 21.3%에 불과했습니다.

사이버학폭 가해자나 피해자들에 대한 법적 조치도 쉽지 않습니다.

사이버학폭을 다루는 현행 법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학교폭력 처벌 등을 다룬 학교폭력 예방법은 아직까지도 신체적 폭력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지난 2012년 '사이버따돌림'을 학교 폭력의 새로운 유형으로 명시하긴 했지만,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법안들,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김익한/푸른나무재단 대구경북지부 팀장 : "피해자들이 사이버 학교폭력으로 인한 법적 조치를, 보호를 사실상 제대로 못 받고 있는 상황이고요. 가해자들은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2차, 3차 재발이 계속 이뤄지고 있습니다."]

SNS 등 온라인에서도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을 금지하는 법안도 지난 20대 국회 시절 발의됐지만 임기 끝나며 흐지부지 됐습니다.

전문가들이 대안으로 꼽는 '사이버 학교폭력법' 신설은 본격적인 논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참고할만한 해외 사례들도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보건건강수업'을 정규 수업에 편성해 사이버 폭력의 위험성과 대처방안을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있고요.

사이버학폭 발생하면 학생의 휴대전화 등에 가해 증거를 찾아내 확보하도록 교사의 권한을 강화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정부가 '학교폭력 예방센터'를 만들었습니다.

눈 여겨볼 점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 지역 주민들에게도 다양한 학교 폭력, 특히 사이버학폭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는 겁니다.

자칫 방관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을 방어자로 키우는 거죠.

게다가 48개 주에서 '사이버불링법'을 제정했고, 이 가운데 44개 주는 형사적 제재도 하고 있습니다.

사이버학폭에 대해 예방뿐만 아니라 대응과 처벌, 재발 방지를 철저히 하는 겁니다.

10년 전 학교폭력을 겪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구의 한 중학생이 남긴 마지막 편지입니다.

'우리집 도어키 번호를 바꿔달라. 걔들이 또 우리집에 들어올지 모른다', 삶의 끝자락에서도 소년은 학교폭력에 떨고 있었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학교폭력은 교실 문턱을 넘어 아이들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10년 후에도 이런 일 반복되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달라져야겠죠.

제대로 된 노력이나 대책 마련도 없이 학교폭력이 사라지길 바라는 건, 어른들의 무책임한 마음 아닐까요?

지금까지 쇼맥 뉴스 정혜미입니다.

영상편집:김희영/그래픽:인푸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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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29 20:42:42
    • 수정2021-03-29 21:15:03
    뉴스7(대구)
뉴스의 흐름, 사안의 맥을 짚어보는 쇼맥뉴스 시간입니다.

오늘은 먼저 준비한 영상부터 보시죠.

["(야 X 카톡 바로 안 보냐?)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지? 두고 봐."]

지금 나오는 화면들, 실제 피해자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사이버폭력 체험 앱입니다.

사이버폭력이 얼마나 심각하고 끔찍한지 잠깐이지만 느낄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학교폭력 양상, 달라졌습니다.

지난해 신체폭력은 다소 감소했지만, 사이버폭력은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왜 이렇게 늘었을까요?

일단 온라인, 비대면 수업이 일상화되면서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이용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비대면 수업 이후 청소년 10명 중 7명은 스마트폰과 SNS 사용 시간이 늘었다고 답했습니다.

하루 평균 스마트폰 이용 시간, 4시간에 달하는데요.

코로나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학교폭력의 공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가게 된 겁니다.

[이송화/학교폭력피해자 가족협의회 대구센터장 : "아이들에게서는 하나의 게임과 같고 이건 해도 괜찮다는 인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거예요. 별로 이게 학폭에 연결돼있다고 생각하지 않기도 하고요."]

오프라인 폭력에 비해 사이버 폭력은 눈에 띄지 않게, 손 쉽게 상대를 괴롭힐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24시간 폭력에 시달리게 된거죠.

괴롭힘의 방법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카감' 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카톡 감옥'의 줄인 말인데, 채팅방에서 나가려는 사람을 계속 초대해서 괴롭히는 겁니다.

한 사람을 채팅방에 초대해서 단체로 욕설을 내뱉는 '떼카'도 있고요.

채팅방에 초대한 다음 혼자 남겨두는 '방폭'도 요즘 유행하는 사이버 학교폭력의 종류입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원격 수업 늘면서 '줌'을 비롯한 실시간 화상회의 프로그램도 악용되고 있습니다.

자신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아침마다 대리출석을 시킨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다양하게 퍼진 사이버학폭, 대응은 왜 제대로 안 될까요?

일단 증거 잡기, 쉽지 않습니다.

피해 내용을 캡처하거나 저장해 증거로 삼아 신고하면 되지 않냐, 이런 생각도 드실텐데요.

물리적 학교폭력은 비교적 증거가 명확하지만, 사이버학폭은 SNS를 탈퇴하거나 대화 내용을 삭제하기 쉽습니다.

증거를 남기지 않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일선 학교에는 사이버학폭에 대한 대응 매뉴얼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학교폭력 대응 매뉴얼은 있지만, 사이버학폭 특성에 맞게 체계화된 대응 매뉴얼이 없는 학교들이 여전히 많은 겁니다.

[교육청 관계자/음성변조 : "학교폭력 사안하고 동일합니다. 동일하게 사이버폭력도 똑같이 학교폭력으로 신고나 접수, 인지가 되면 절차에 따라서 학교폭력으로 저희가 처리를 하고 있죠."]

빠르게 변하고 있는 사이버폭력에 대해 교사나 학부모도 제대로 모르다보니,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피해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교육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지기도 합니다.

지난해 사이버폭력 실태조사를 보면, 사이버폭력 피해자들의 41%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가족이나 선생님이 안다는 경우는 21.3%에 불과했습니다.

사이버학폭 가해자나 피해자들에 대한 법적 조치도 쉽지 않습니다.

사이버학폭을 다루는 현행 법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학교폭력 처벌 등을 다룬 학교폭력 예방법은 아직까지도 신체적 폭력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지난 2012년 '사이버따돌림'을 학교 폭력의 새로운 유형으로 명시하긴 했지만,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법안들,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김익한/푸른나무재단 대구경북지부 팀장 : "피해자들이 사이버 학교폭력으로 인한 법적 조치를, 보호를 사실상 제대로 못 받고 있는 상황이고요. 가해자들은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2차, 3차 재발이 계속 이뤄지고 있습니다."]

SNS 등 온라인에서도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을 금지하는 법안도 지난 20대 국회 시절 발의됐지만 임기 끝나며 흐지부지 됐습니다.

전문가들이 대안으로 꼽는 '사이버 학교폭력법' 신설은 본격적인 논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참고할만한 해외 사례들도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보건건강수업'을 정규 수업에 편성해 사이버 폭력의 위험성과 대처방안을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있고요.

사이버학폭 발생하면 학생의 휴대전화 등에 가해 증거를 찾아내 확보하도록 교사의 권한을 강화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정부가 '학교폭력 예방센터'를 만들었습니다.

눈 여겨볼 점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 지역 주민들에게도 다양한 학교 폭력, 특히 사이버학폭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는 겁니다.

자칫 방관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을 방어자로 키우는 거죠.

게다가 48개 주에서 '사이버불링법'을 제정했고, 이 가운데 44개 주는 형사적 제재도 하고 있습니다.

사이버학폭에 대해 예방뿐만 아니라 대응과 처벌, 재발 방지를 철저히 하는 겁니다.

10년 전 학교폭력을 겪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구의 한 중학생이 남긴 마지막 편지입니다.

'우리집 도어키 번호를 바꿔달라. 걔들이 또 우리집에 들어올지 모른다', 삶의 끝자락에서도 소년은 학교폭력에 떨고 있었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학교폭력은 교실 문턱을 넘어 아이들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10년 후에도 이런 일 반복되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달라져야겠죠.

제대로 된 노력이나 대책 마련도 없이 학교폭력이 사라지길 바라는 건, 어른들의 무책임한 마음 아닐까요?

지금까지 쇼맥 뉴스 정혜미입니다.

영상편집:김희영/그래픽:인푸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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