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워해라” 연설한 20살 여대생도…“군부, 사람 가리지 않아”
입력 2021.03.30 (14:23)
수정 2021.03.30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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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부모님께 거짓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훗날 이 시위에 참여하지 못한 것에 대해 부끄러워해라”
지난 23일. 간호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인 20살 마 띤자 헤인이 공개 연설한 내용입니다.
그녀는 이날 연설에서 “아버지가 정치는 너와 상관없다”고 말했다며, “하지만 정치를 모르는 청년들이 자라난 미래에 우리가 어떻게 정치를 해나갈 수 있겠느냐”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저는 2020년 첫 투표에서 아버지와 뜻이 다른 (아웅 산 수 치)쪽에게 투표를 했다. 내가 원하는 사람에게 표를 던졌다”고 말했습니다.
좌: 20살 간호사 마 띤자 헤인 연설 모습/ 가운데: 간호대학 재학 시절 / 우: 군경에 숨진 채 이송되는 모습
마 띤자 헤인은 지난 28일 미얀마 중부 몽유아타운에서 군경에게 희생된 부상자들을 치료해주다가, 본인도 군경의 총탄에 머리를 맞고 숨졌습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그녀는 쿠데타 이후 시위 부상자를 구호하는 의료팀에 자진해 일해 왔으며, 당시 그녀 옆에 있던 다른 남성도 군경의 총에 함께 사살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제가 죽으면 신체 장기 모두 기부해주세요”...부녀자들도 ‘살상’
28일 오후 2시쯤 미얀마 군경의 또 다른 희생자가 된 24살 마 진 마 웅.
그녀가 시위에 나서기 전 SNS에 올린 글입니다.
좌: 24살 마 진 마 웅 생전 모습/ 가운데: SNS 올린 장기 기증 서약 / 우: 군경 총 맞고 숨진 모습
그녀는 SNS를 통해 “제가 만약 죽게 되면 사용 가능한 안구와 모든 신체 장기를 기증하겠다”며 “무사히 돌아오리라 약속할 수 없는 여행을 떠난다. 남은 분들은 부디 용서해주세요”라는 내용과 함께, 자신의 혈액형 등 신체 정보를 남겼습니다.
그녀는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의 만류에도 시위에 나섰고, 결국 군경의 총에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일하기 위해 한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마 진 마 웅의 미얀마 약혼자는 그녀의 사망 소식을 접한 뒤 SNS를 통해 “사랑하는 내 연인. 그렇게 말렸건만 결국 내 마음을 찢는다”며 “너는 진정한 순국자다. 다음 생에 태어나면 평온한 나라의 국민으로 태어나길 바란다”고 애통해 했습니다.
이 밖에도 SNS상에는'지금 미얀마의 현실' 이라는 내용으로 갓난아이가 젖을 찾으며 쓰러져 있는 엄마 곁을 떠나지 못하는 사진 등 수 많은 여성 희생자들의 사진도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 '엄마의 애타는 부름'에도...최소 20명 어린이 숨져
군부의 총은 쿠데타 반대 시위자들뿐 아니라 시위와 무관한 아이들에게까지도 향했습니다.
미얀마 군경 총에 맞아 숨진 11살 미얏뚜 [출처: 트위터]
한창 친구들과 인형놀이와 장난감을 좋아할 나이 11살 여자아이 미얏뚜.
하지만 미얏뚜는 더는 부모님의 애타는 부름에도 대답하지 못한 채 관 속에 누워있습니다.
관 속에는 평소 좋아하던 인형과 그림책, 크레파스, 과자, 꽃들이 미얏뚜와 함께 가득 채워졌습니다.
미얏뚜는 지난 27일 미얀마 남동부 도시인 몰메인에서 군경이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안타깝게 숨졌습니다.
미얀마 군경에 희생된 아이와 부모들 [출처: 트위터]
미얀마 양곤에서는 마을 골목길에서 놀던 13살 소년 와이옌이 군경의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와이옌이 살던 마을은 당시 시위가 벌어지지 않았지만 군경이 총을 발포했고, 숨진 남자아이를 파란 비닐 봉투에 담아 시신을 옮겼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습니다.
와이옌의 어머니는 “(아들아) 엄마를 두고 어디 가니. 내가 너 없이 어떻게 살 수가 있겠냐”며 관 옆에서 울부짖었습니다.
미얀마 군경의 총에 희생 된 아이들 [출처: 현지 제보자]
14살 소녀 판 아이푸도 군경의 무차별 총격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판아이푸의 어머니는 BBC 인터뷰를 통해 “딸이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그냥 미끄러져 넘어진 것이라 생각했는데, 딸의 가슴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미얀마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주말인 27~28일 동안 무자비한 군경의 발포로 민간인 110여 명이 숨졌고, 여기에는 어린아이들도 포함됐습니다. 2월 1일 쿠데타 발생 이후 2달 동안 목숨을 잃은 민간인은 최소 450명. 숨진 어린이는 2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좌: 군경이 민간인 총살 후 여성 폭행 모습 / 우: 미얀마 시민들 군부 규탄 촛불 시위
■ 말뿐인 '규탄'은 이제 그만...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
한편, 전 세계에서는 미얀마 군부의 평화 시위에 대한 반인도적 강경 진압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유엔 무용론’으로 지탄받고 있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9일 기자회견에서 “고강도 폭력이 자행되고, 수많은 사람이 살해되고 있다”며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규탄했습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도 같은 날 “미얀마 군부의 잔혹한 폭력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가 복귀할 때까지 2013년 미얀마와 체결한 무역투자협정(TIFA)에 따른 교역 관련 약속을 모두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가족·친구의 죽음을 매일 같이 마주하고 있는 미얀마 국민들은 유엔과 국제사회가 말 뿐인 규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지원을 해 달라고 간절히 요청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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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끄러워해라” 연설한 20살 여대생도…“군부, 사람 가리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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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03-30 14:23:15
- 수정2021-03-30 19:34:03
■“지금 부모님께 거짓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훗날 이 시위에 참여하지 못한 것에 대해 부끄러워해라”
지난 23일. 간호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인 20살 마 띤자 헤인이 공개 연설한 내용입니다.
그녀는 이날 연설에서 “아버지가 정치는 너와 상관없다”고 말했다며, “하지만 정치를 모르는 청년들이 자라난 미래에 우리가 어떻게 정치를 해나갈 수 있겠느냐”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저는 2020년 첫 투표에서 아버지와 뜻이 다른 (아웅 산 수 치)쪽에게 투표를 했다. 내가 원하는 사람에게 표를 던졌다”고 말했습니다.
마 띤자 헤인은 지난 28일 미얀마 중부 몽유아타운에서 군경에게 희생된 부상자들을 치료해주다가, 본인도 군경의 총탄에 머리를 맞고 숨졌습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그녀는 쿠데타 이후 시위 부상자를 구호하는 의료팀에 자진해 일해 왔으며, 당시 그녀 옆에 있던 다른 남성도 군경의 총에 함께 사살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제가 죽으면 신체 장기 모두 기부해주세요”...부녀자들도 ‘살상’
28일 오후 2시쯤 미얀마 군경의 또 다른 희생자가 된 24살 마 진 마 웅.
그녀가 시위에 나서기 전 SNS에 올린 글입니다.
그녀는 SNS를 통해 “제가 만약 죽게 되면 사용 가능한 안구와 모든 신체 장기를 기증하겠다”며 “무사히 돌아오리라 약속할 수 없는 여행을 떠난다. 남은 분들은 부디 용서해주세요”라는 내용과 함께, 자신의 혈액형 등 신체 정보를 남겼습니다.
그녀는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의 만류에도 시위에 나섰고, 결국 군경의 총에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일하기 위해 한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마 진 마 웅의 미얀마 약혼자는 그녀의 사망 소식을 접한 뒤 SNS를 통해 “사랑하는 내 연인. 그렇게 말렸건만 결국 내 마음을 찢는다”며 “너는 진정한 순국자다. 다음 생에 태어나면 평온한 나라의 국민으로 태어나길 바란다”고 애통해 했습니다.
이 밖에도 SNS상에는'지금 미얀마의 현실' 이라는 내용으로 갓난아이가 젖을 찾으며 쓰러져 있는 엄마 곁을 떠나지 못하는 사진 등 수 많은 여성 희생자들의 사진도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 '엄마의 애타는 부름'에도...최소 20명 어린이 숨져
군부의 총은 쿠데타 반대 시위자들뿐 아니라 시위와 무관한 아이들에게까지도 향했습니다.
한창 친구들과 인형놀이와 장난감을 좋아할 나이 11살 여자아이 미얏뚜.
하지만 미얏뚜는 더는 부모님의 애타는 부름에도 대답하지 못한 채 관 속에 누워있습니다.
관 속에는 평소 좋아하던 인형과 그림책, 크레파스, 과자, 꽃들이 미얏뚜와 함께 가득 채워졌습니다.
미얏뚜는 지난 27일 미얀마 남동부 도시인 몰메인에서 군경이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안타깝게 숨졌습니다.
미얀마 양곤에서는 마을 골목길에서 놀던 13살 소년 와이옌이 군경의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와이옌이 살던 마을은 당시 시위가 벌어지지 않았지만 군경이 총을 발포했고, 숨진 남자아이를 파란 비닐 봉투에 담아 시신을 옮겼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습니다.
와이옌의 어머니는 “(아들아) 엄마를 두고 어디 가니. 내가 너 없이 어떻게 살 수가 있겠냐”며 관 옆에서 울부짖었습니다.
14살 소녀 판 아이푸도 군경의 무차별 총격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판아이푸의 어머니는 BBC 인터뷰를 통해 “딸이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그냥 미끄러져 넘어진 것이라 생각했는데, 딸의 가슴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미얀마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주말인 27~28일 동안 무자비한 군경의 발포로 민간인 110여 명이 숨졌고, 여기에는 어린아이들도 포함됐습니다. 2월 1일 쿠데타 발생 이후 2달 동안 목숨을 잃은 민간인은 최소 450명. 숨진 어린이는 2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말뿐인 '규탄'은 이제 그만...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
한편, 전 세계에서는 미얀마 군부의 평화 시위에 대한 반인도적 강경 진압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유엔 무용론’으로 지탄받고 있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9일 기자회견에서 “고강도 폭력이 자행되고, 수많은 사람이 살해되고 있다”며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규탄했습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도 같은 날 “미얀마 군부의 잔혹한 폭력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가 복귀할 때까지 2013년 미얀마와 체결한 무역투자협정(TIFA)에 따른 교역 관련 약속을 모두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가족·친구의 죽음을 매일 같이 마주하고 있는 미얀마 국민들은 유엔과 국제사회가 말 뿐인 규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지원을 해 달라고 간절히 요청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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