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만에 재등판 김여정의 ‘거친 입’…文 대통령에 “미국산 앵무새”

입력 2021.03.3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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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또 대남 비난 담화를 냈습니다. 이번에는 '남조선 집권자', 즉 문재인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했습니다.

최근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문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은 건데, '뻔뻔스럽다', '미국산 앵무새' 등의 거친 표현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 김여정, 문 대통령 발언에 "뻔뻔스러움의 극치"

김여정 부부장은 오늘(3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문 대통령이 지난 26일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한 연설 내용을 조목조목 거론하며 비난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서해수호의 날’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서해수호의 날’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26일 기념사에서 전날 있었던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를 언급하며 "국민 여러분의 우려가 크신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은 남북미 모두가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며 "대화의 분위기에 어려움을 주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는 이 대목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당당한 우리의 자주권에 속하는 국방력 강화 조치가 남녘 동포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려고 노력하는 때에 어려움을 주고 장애를 조성했다는 것"이라며 "실로 뻔뻔스러움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고 비난했습니다.

■ 문 대통령 지난해 발언 거론하며 "철면피함에 경악" 비난

김 부부장은 특히 이날 연설을 지난해 7월 23일 문 대통령의 국방과학연구소 방문 발언과 비교하면서 비난 수위를 높였는데요.

문 대통령은 당시 연구소를 격려 방문해 전략무기들을 시찰한 뒤 "최첨단 무기를 보니 참으로 든든하다"며 "소총 한 자루 제대로 만들지 못하던 시절 국방과학연구소가 창설됐는데, 이제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충분한 세계 최대 수준의 탄두 중량을 갖춘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고 평가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현무-4'로 추정되는 새 탄도미사일의 발사 성공도 공식화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탄두 중량을 갖춘 탄도미사일을 성공한 데 대해 축하한다"고도 했습니다.

지난해 7월 23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방과학연구소를 격려 방문해 간담회를 하는 모습. 사진출처:연합뉴스지난해 7월 23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방과학연구소를 격려 방문해 간담회를 하는 모습. 사진출처:연합뉴스

김 부부장은 이날의 발언들을 "남조선 집권자가 저들의 국방과학연구소라는 데를 행각하며 제 입으로 떠든 말들을 기억해 보자"며 정면으로 겨냥했습니다. 당시의 발언이 며칠 전 기념사와 극명하게 대조되는 '모순된 연설'이라는 주장인데요.

그는 "북과 남의 같은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진행한 탄도미사일 시험을 놓고 저들이 한 것은 조선반도(한반도) 평화와 대화를 위한 것이고 우리가 한 것은 남녘 동포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대화 분위기에 어려움을 주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니 그 철면피함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초보적인 논리도 체면도 상실한 것이다"라고 비난했습니다.

■ "美 강도적 주장 빼닮아... '미국산 앵무새'"

이어 김여정 부부장은 남측과 미국을 싸잡아 비난하며 담화를 마무리합니다. "이처럼 비논리적이고 후안무치한 행태는 우리의 자위권을 유엔 '결의' 위반이니,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이니 하고 걸고 드는 미국의 강도적인 주장을 덜함도 더함도 없이 신통하게 빼닮은 꼴"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특유의 거친 표현을 써, "미국산 앵무새라고 '칭찬'해주어도 노여울 것은 없을 것"이라며, "자가당착이라고 해야 할까, 자승자박이라고 해야 할까"라고 비꼬기도 했습니다.

김 부부장의 대남 비난 담화가 처음은 아니지만, 문 대통령의 지난 발언들을 한줄한줄 언급하며 거칠게 비난한 것은 눈여겨볼 점입니다.

■ 김여정 '선전선동부' 소속 확인... '탄도미사일' 사실상 인정

이번 담화를 통해 김여정은 현재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으로 일하고 있는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김여정은 2017년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을 맡은 이후 2019년 말쯤 핵심 부서인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지만, 북한의 공식 보도로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 이후 지난 1월 당대회에서 부부장으로 강등됐는데, 이 과정에서 부서도 다시 선전선동부로 옮긴 것으로 추정됩니다.

담화에서 북한이 25일 시험 발사한 '신형전술유도탄'을 '탄도미사일'이라고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보이는 점도 눈길을 끕니다. 앞서 북한은 조선중앙통신 영문 기사에서도 신형전술유도탄을 '발사체'로 표현했다 얼마 안 돼 '미사일'로 고쳤지만, 직접적으로 '탄도미사일'이라는 용어를 쓰지는 않았었습니다.

■ 통일부 "김여정 담화에 강한 유감... 언행에 예법 지켜져야"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통일부는 오늘(30일) "어떠한 순간에도 서로에 대한 언행에 있어 최소한의 예법은 지켜져야 한다"며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미 모두가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을 위한 유일하고 올바른 길이라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돼선 안 된다는 것과 한반도 비핵화, 남북관계 발전에 노력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담화의) 일부 표현 등이 최소한의 예의와 상대방을 존중하는 부분에서 어긋난 점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남조선 집권자'라고 칭하며 한 거친 표현들이 도를 넘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 北, 잇단 담화 공세... '자위적 국방력 강화'와 '강대강 선대선'

김여정 부부장의 이번 담화는 이달 중순부터 이어지고 있는 북한의 각종 담화와 메시지들의 맥락 속에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16일 김여정이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하며 "3년 전 봄날이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포문을 연 뒤 잇따라 비중 있는 인물들이 일제히 나서 '담화 공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미국 국무·국방장관의 방한에 맞춰 18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오랜만에 등판해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접촉 시도를 계속 무시할 것"이라고 했고, 미국의 '북한 인권' 거론에 21일 외무성이 홈페이지에 한꺼번에 3편의 글을 실어 "서방의 인권유린 실상이야말로 국제사회가 바로잡아야 할 초미의 문제"라며 맞받았습니다.

25일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언급하자 곧바로 27일 군부 2인자인 리병철 당 중앙위 비서가 "미사일 시험발사는 자위권"이라며 "미국 대통령의 발언은 도발"이라고 반발했습니다. 이틀 뒤엔 조철수 외무성 국제기구국장이 "안보리 소집은 이중 기준"이며 "자위권 침해"라고 주장했습니다.

보름 전 김여정의 대남 비난으로 시작해 다시 김여정으로 이어진 일련의 담화들은 일관되게 '자위적 국방력 강화'와 '강대강 선대선' 원칙의 주장으로 요약됩니다.

자신들의 무기 개발과 실험은 '스스로를 지키는 국방력'을 키우는 것이니 왈가왈부하지 말 것이며, 만약 이를 문제 삼는다면 '강 대 강'으로 대응하겠다는 논리입니다.

北, 추가 행동 위한 명분 쌓기?

그래서 주목되는 것이 북한이 향후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신형전술유도탄 시험발사와 인권 문제 등 자신들의 자위권을 부정하는 위험한 시도에 대해 반드시 상응한 대응조치를 하겠다는 메시지"라며 "북한이 주장하는 근본문제 해결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과 자세를 보여주지 않는 한 북한의 태도 변화를 견인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잇단 담화들을 통해 북한은 자신들의 미사일 발사 등 '무력' 시위를 자위권 차원에서 정당화하고 필요시 남한에 대한 무력 공세 가능성을 열어뒀다"며 "1월 8차 당대회에서 광범위한 무기체계를 밝힌 만큼 향후 다양한 무력시위가 가능함을 보여준다"고 분석했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추가 행동을 위한 '명분쌓기'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정대진 아주대 아주통일연구소 교수는 "대통령의 작년 발언까지 인용하여 공격한 것은 미사일 발사에 이어 SLBM, 위성 발사 등 향후 점증될 수 있는 위기 국면에서 자위권 논리로 대응하기 위한 명분쌓기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 '남측 때리기'로 대미 압박 노리나

미국이 아직 명확하게 대북 정책을 밝히지도 않은 상태에서 북한이 곧바로 SLBM이나 ICBM 발사와 같은 소위 '레드라인'을 넘는 도발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아직은 우세합니다. 북한이 '강대강 선대선'을 내세우고 있는 것은 바꿔 생각하면 먼저 고강도 도발로 상대에게 강경 대응의 명분을 주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목되는 것이 북한이 먼저 '남측 때리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북한은 지난 16일 김여정 부부장 담화에서 대남 대화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금강산국제관광국 폐지 등을 언급한 바 있는데요.

이미 대남 관계 단절을 선언하다시피 한 상황에서 이미 예고한 행동들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사실상 언제든 가능해 보입니다. 미국을 직접 비난하기는 부담스러우니 '남측 때리기'로 미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미 관계가 잘 풀리지 않을 때면 북한이 남북관계를 흔드는 모습들을 종종 보여왔다"며 "미국의 대북정책 수립이 곧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남측을 최대한 흔들어 미국의 대북정책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북미 간 '관계설정'을 위한 샅바 싸움 속에서 우리의 적절한 상황관리와 한미 간 긴밀한 정책 조율이 중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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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주만에 재등판 김여정의 ‘거친 입’…文 대통령에 “미국산 앵무새”
    • 입력 2021-03-30 15: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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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또 대남 비난 담화를 냈습니다. 이번에는 '남조선 집권자', 즉 문재인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했습니다.

최근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문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은 건데, '뻔뻔스럽다', '미국산 앵무새' 등의 거친 표현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 김여정, 문 대통령 발언에 "뻔뻔스러움의 극치"

김여정 부부장은 오늘(3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문 대통령이 지난 26일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한 연설 내용을 조목조목 거론하며 비난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서해수호의 날’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26일 기념사에서 전날 있었던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를 언급하며 "국민 여러분의 우려가 크신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은 남북미 모두가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며 "대화의 분위기에 어려움을 주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는 이 대목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당당한 우리의 자주권에 속하는 국방력 강화 조치가 남녘 동포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려고 노력하는 때에 어려움을 주고 장애를 조성했다는 것"이라며 "실로 뻔뻔스러움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고 비난했습니다.

■ 문 대통령 지난해 발언 거론하며 "철면피함에 경악" 비난

김 부부장은 특히 이날 연설을 지난해 7월 23일 문 대통령의 국방과학연구소 방문 발언과 비교하면서 비난 수위를 높였는데요.

문 대통령은 당시 연구소를 격려 방문해 전략무기들을 시찰한 뒤 "최첨단 무기를 보니 참으로 든든하다"며 "소총 한 자루 제대로 만들지 못하던 시절 국방과학연구소가 창설됐는데, 이제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충분한 세계 최대 수준의 탄두 중량을 갖춘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고 평가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현무-4'로 추정되는 새 탄도미사일의 발사 성공도 공식화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탄두 중량을 갖춘 탄도미사일을 성공한 데 대해 축하한다"고도 했습니다.

지난해 7월 23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방과학연구소를 격려 방문해 간담회를 하는 모습. 사진출처:연합뉴스
김 부부장은 이날의 발언들을 "남조선 집권자가 저들의 국방과학연구소라는 데를 행각하며 제 입으로 떠든 말들을 기억해 보자"며 정면으로 겨냥했습니다. 당시의 발언이 며칠 전 기념사와 극명하게 대조되는 '모순된 연설'이라는 주장인데요.

그는 "북과 남의 같은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진행한 탄도미사일 시험을 놓고 저들이 한 것은 조선반도(한반도) 평화와 대화를 위한 것이고 우리가 한 것은 남녘 동포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대화 분위기에 어려움을 주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니 그 철면피함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초보적인 논리도 체면도 상실한 것이다"라고 비난했습니다.

■ "美 강도적 주장 빼닮아... '미국산 앵무새'"

이어 김여정 부부장은 남측과 미국을 싸잡아 비난하며 담화를 마무리합니다. "이처럼 비논리적이고 후안무치한 행태는 우리의 자위권을 유엔 '결의' 위반이니,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이니 하고 걸고 드는 미국의 강도적인 주장을 덜함도 더함도 없이 신통하게 빼닮은 꼴"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특유의 거친 표현을 써, "미국산 앵무새라고 '칭찬'해주어도 노여울 것은 없을 것"이라며, "자가당착이라고 해야 할까, 자승자박이라고 해야 할까"라고 비꼬기도 했습니다.

김 부부장의 대남 비난 담화가 처음은 아니지만, 문 대통령의 지난 발언들을 한줄한줄 언급하며 거칠게 비난한 것은 눈여겨볼 점입니다.

■ 김여정 '선전선동부' 소속 확인... '탄도미사일' 사실상 인정

이번 담화를 통해 김여정은 현재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으로 일하고 있는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김여정은 2017년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을 맡은 이후 2019년 말쯤 핵심 부서인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지만, 북한의 공식 보도로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 이후 지난 1월 당대회에서 부부장으로 강등됐는데, 이 과정에서 부서도 다시 선전선동부로 옮긴 것으로 추정됩니다.

담화에서 북한이 25일 시험 발사한 '신형전술유도탄'을 '탄도미사일'이라고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보이는 점도 눈길을 끕니다. 앞서 북한은 조선중앙통신 영문 기사에서도 신형전술유도탄을 '발사체'로 표현했다 얼마 안 돼 '미사일'로 고쳤지만, 직접적으로 '탄도미사일'이라는 용어를 쓰지는 않았었습니다.

■ 통일부 "김여정 담화에 강한 유감... 언행에 예법 지켜져야"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통일부는 오늘(30일) "어떠한 순간에도 서로에 대한 언행에 있어 최소한의 예법은 지켜져야 한다"며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미 모두가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을 위한 유일하고 올바른 길이라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돼선 안 된다는 것과 한반도 비핵화, 남북관계 발전에 노력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담화의) 일부 표현 등이 최소한의 예의와 상대방을 존중하는 부분에서 어긋난 점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남조선 집권자'라고 칭하며 한 거친 표현들이 도를 넘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 北, 잇단 담화 공세... '자위적 국방력 강화'와 '강대강 선대선'

김여정 부부장의 이번 담화는 이달 중순부터 이어지고 있는 북한의 각종 담화와 메시지들의 맥락 속에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16일 김여정이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하며 "3년 전 봄날이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포문을 연 뒤 잇따라 비중 있는 인물들이 일제히 나서 '담화 공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미국 국무·국방장관의 방한에 맞춰 18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오랜만에 등판해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접촉 시도를 계속 무시할 것"이라고 했고, 미국의 '북한 인권' 거론에 21일 외무성이 홈페이지에 한꺼번에 3편의 글을 실어 "서방의 인권유린 실상이야말로 국제사회가 바로잡아야 할 초미의 문제"라며 맞받았습니다.

25일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언급하자 곧바로 27일 군부 2인자인 리병철 당 중앙위 비서가 "미사일 시험발사는 자위권"이라며 "미국 대통령의 발언은 도발"이라고 반발했습니다. 이틀 뒤엔 조철수 외무성 국제기구국장이 "안보리 소집은 이중 기준"이며 "자위권 침해"라고 주장했습니다.

보름 전 김여정의 대남 비난으로 시작해 다시 김여정으로 이어진 일련의 담화들은 일관되게 '자위적 국방력 강화'와 '강대강 선대선' 원칙의 주장으로 요약됩니다.

자신들의 무기 개발과 실험은 '스스로를 지키는 국방력'을 키우는 것이니 왈가왈부하지 말 것이며, 만약 이를 문제 삼는다면 '강 대 강'으로 대응하겠다는 논리입니다.

北, 추가 행동 위한 명분 쌓기?

그래서 주목되는 것이 북한이 향후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신형전술유도탄 시험발사와 인권 문제 등 자신들의 자위권을 부정하는 위험한 시도에 대해 반드시 상응한 대응조치를 하겠다는 메시지"라며 "북한이 주장하는 근본문제 해결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과 자세를 보여주지 않는 한 북한의 태도 변화를 견인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잇단 담화들을 통해 북한은 자신들의 미사일 발사 등 '무력' 시위를 자위권 차원에서 정당화하고 필요시 남한에 대한 무력 공세 가능성을 열어뒀다"며 "1월 8차 당대회에서 광범위한 무기체계를 밝힌 만큼 향후 다양한 무력시위가 가능함을 보여준다"고 분석했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추가 행동을 위한 '명분쌓기'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정대진 아주대 아주통일연구소 교수는 "대통령의 작년 발언까지 인용하여 공격한 것은 미사일 발사에 이어 SLBM, 위성 발사 등 향후 점증될 수 있는 위기 국면에서 자위권 논리로 대응하기 위한 명분쌓기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 '남측 때리기'로 대미 압박 노리나

미국이 아직 명확하게 대북 정책을 밝히지도 않은 상태에서 북한이 곧바로 SLBM이나 ICBM 발사와 같은 소위 '레드라인'을 넘는 도발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아직은 우세합니다. 북한이 '강대강 선대선'을 내세우고 있는 것은 바꿔 생각하면 먼저 고강도 도발로 상대에게 강경 대응의 명분을 주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목되는 것이 북한이 먼저 '남측 때리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북한은 지난 16일 김여정 부부장 담화에서 대남 대화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금강산국제관광국 폐지 등을 언급한 바 있는데요.

이미 대남 관계 단절을 선언하다시피 한 상황에서 이미 예고한 행동들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사실상 언제든 가능해 보입니다. 미국을 직접 비난하기는 부담스러우니 '남측 때리기'로 미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미 관계가 잘 풀리지 않을 때면 북한이 남북관계를 흔드는 모습들을 종종 보여왔다"며 "미국의 대북정책 수립이 곧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남측을 최대한 흔들어 미국의 대북정책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북미 간 '관계설정'을 위한 샅바 싸움 속에서 우리의 적절한 상황관리와 한미 간 긴밀한 정책 조율이 중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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