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차별 없다”더니…日 군함도 등 1299명 ‘체불 명부’ 나왔다

입력 2021.03.30 (21:34) 수정 2021.04.01 (15:1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일본 정부가 군함도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올리고 '조선인 차별은 없었다'고 홍보하며 전시관을 만든지 내일(31일)이면 1년이 됩니다.

그런데 조선인 징용자에게 급여 등을 제대로 주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자료를 KBS가 확보했습니다.

체불 대상자가 천3백 명에 이릅니다.

도쿄 황현택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태평양전쟁 직후인 1946년, 일본 후생성이 군함도 탄광을 운영하던 미쓰비시 다카시마 탄광에 지시해 작성한 문서입니다.

조선인 징용자의 이름과 나이, 본적지, 미지급 임금 내역 등이 상세히 담겼습니다.

["한 사람에 500엔, 550엔…. 당시 하루 급여가 매우 적어서 여성 노동자라면 1엔이나 2엔이었어요."]

미성년 징용자도 상당수입니다.

["14살은 '운반'이라고 돼 있네요. 탄광 안에서 석탄을 나르는 일입니다. 133엔을 안 줬네요. 2~3개월분입니다."]

이렇게 천299명에게 체불한 돈은 22만 4,862엔, 현재 가치로 따지면 수십억 원에 해당하는 거액입니다.

하지만 전시관은 이런 기록 대신에 조선인 차별을 부정하는 증언만 잔뜩 모아놨습니다.

[스즈키 후미오/증언 동영상 : "군함도에서 (조선인이) 호되게 당했다는 말은 전혀 들어 보지 못했습니다."]

이를 뒷받침한다며 엉뚱하게도 타이완인 월급봉투까지 전시해 놨습니다.

[다케우치 야스토/강제 동원 연구가 : "(타이완인과는) 대우가 달랐습니다. 조선에서 강제동원된 사람들은 월급의 40% 가까이 강제저축됐어요. 많은 액수는 전후 혼란 상황에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한일 두 나라는 이후 1965년 청구권 협정을 맺었고, 일본 정부는 이로써 미지급 급여 청구권도 소멸됐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다케우치 야스토/강제 동원 연구가 : "개인의 자산에 대한 청구권을 정부와 정부가 없었던 일로 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건 개인의 권리이니까요."]

일본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초, 전시 내용을 개선하라는 요청서를 스가 총리에게 보냈습니다.

"입맛에 맞는 자료와 증언을 골라 전시하는 건 역사 왜곡일 뿐"이라고 지적했는데,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KBS 뉴스 황현택입니다.

촬영기자:정민욱/영상편집:한찬의/그래픽:최창준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단독] “차별 없다”더니…日 군함도 등 1299명 ‘체불 명부’ 나왔다
    • 입력 2021-03-30 21:34:55
    • 수정2021-04-01 15:11:00
    뉴스 9
[앵커]

일본 정부가 군함도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올리고 '조선인 차별은 없었다'고 홍보하며 전시관을 만든지 내일(31일)이면 1년이 됩니다.

그런데 조선인 징용자에게 급여 등을 제대로 주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자료를 KBS가 확보했습니다.

체불 대상자가 천3백 명에 이릅니다.

도쿄 황현택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태평양전쟁 직후인 1946년, 일본 후생성이 군함도 탄광을 운영하던 미쓰비시 다카시마 탄광에 지시해 작성한 문서입니다.

조선인 징용자의 이름과 나이, 본적지, 미지급 임금 내역 등이 상세히 담겼습니다.

["한 사람에 500엔, 550엔…. 당시 하루 급여가 매우 적어서 여성 노동자라면 1엔이나 2엔이었어요."]

미성년 징용자도 상당수입니다.

["14살은 '운반'이라고 돼 있네요. 탄광 안에서 석탄을 나르는 일입니다. 133엔을 안 줬네요. 2~3개월분입니다."]

이렇게 천299명에게 체불한 돈은 22만 4,862엔, 현재 가치로 따지면 수십억 원에 해당하는 거액입니다.

하지만 전시관은 이런 기록 대신에 조선인 차별을 부정하는 증언만 잔뜩 모아놨습니다.

[스즈키 후미오/증언 동영상 : "군함도에서 (조선인이) 호되게 당했다는 말은 전혀 들어 보지 못했습니다."]

이를 뒷받침한다며 엉뚱하게도 타이완인 월급봉투까지 전시해 놨습니다.

[다케우치 야스토/강제 동원 연구가 : "(타이완인과는) 대우가 달랐습니다. 조선에서 강제동원된 사람들은 월급의 40% 가까이 강제저축됐어요. 많은 액수는 전후 혼란 상황에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한일 두 나라는 이후 1965년 청구권 협정을 맺었고, 일본 정부는 이로써 미지급 급여 청구권도 소멸됐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다케우치 야스토/강제 동원 연구가 : "개인의 자산에 대한 청구권을 정부와 정부가 없었던 일로 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건 개인의 권리이니까요."]

일본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초, 전시 내용을 개선하라는 요청서를 스가 총리에게 보냈습니다.

"입맛에 맞는 자료와 증언을 골라 전시하는 건 역사 왜곡일 뿐"이라고 지적했는데,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KBS 뉴스 황현택입니다.

촬영기자:정민욱/영상편집:한찬의/그래픽:최창준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