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기술 119에 접목했더니…출동시간 33초 단축

입력 2021.03.31 (14:01) 수정 2021.03.3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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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고령사회' 강원도…심정지 발생 2위, 치료 가능 사망률 3위

강원도는 지난해 유엔이 규정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습니다. 강원도 내 65세 이상 인구는 올해 2월 말 기준 32만여 명으로, 강원도 전체 인구 154만 명의 20%를 넘겼습니다. 18개 시군 가운데 15곳이 초고령사회에 해당합니다.

그래서인지 '급성 심정지 환자 발생률 전국 2위', '치료 가능한 환자 사망률 전국 3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습니다.

열악한 의료 인프라가 가장 큰 문제겠지만, 119구급대원의 현장 도착 시각도 한몫합니다. 강원 소방관 1인당 담당 면적 5.8㎢로 전국에서 가장 넓습니다. 이 때문에 심정지 환자 구급 출동의 평균 도착 시각은 10분 31초. 골든타임 5분의 2배에 달합니다.

강원 소방의 구급출동 건수는 10년 사이 44% 증가했습니다. 급성 심정지 환자도 25% 늘었습니다. 구급 대응체계 개선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 기다리는 서비스 '그만'…빅데이터 활용한 구급차 순찰

119구급대원은 신고가 들어오면, 소방서에서 대기하다 출동 준비에 들어갑니다. 신고자 위치를 확인하고 구급차에 올라탄 뒤 소방서를 빠져나오기까지 평균 2분 정도가 걸린다고 합니다.

1분 1초 촌각을 다투는 응급상황일 경우, 골든타임 안에 도착하지 않으면 환자 소생률은 급격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출동 준비만으로 2분 정도를 소요하는 셈입니다.

이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강원 소방이 고안해낸 방법이 ' 빅데이터'를 이용한 '구급차 순찰'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구급 출동 실적을 지도에 표시해서 구급 신고가 많이 들어올 장소를 예측해서 나가 있는 겁니다.

 강원도 춘천지역 10년치 구급실적을 표시한 지도. 신고가 많이 들어온 곳일수록 진하게 칠해져 있다. @강원도소방본부 강원도 춘천지역 10년치 구급실적을 표시한 지도. 신고가 많이 들어온 곳일수록 진하게 칠해져 있다. @강원도소방본부

■ "순찰 중 출동으로 환자 이송 시간 평균 33초 단축"

순찰을 다니다 신고가 들어오면, 곧바로 해당 장소로 출동하게 됩니다. 강원도 춘천과 강릉, 원주에서는 119구급차가 하루에 3번씩 정기적으로 구급 수요가 많은 지역 일대를 순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3월 29일 오전 11시, 강원도 춘천 석사동의 한 주택에서 어지럼증을 호소한 환자가 119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신고 장소는 순찰을 하고 있던 구급차와 1㎞ 떨어진 곳에 있었습니다. 구급차는 5분 안에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만약 춘천소방서 효자119안전센터에서 출발했다면 거리는 2.8㎞, 준비시간까지 고려하면 10분 이상 걸렸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난해 2월 강원도 동해시에서 이 시스템을 시범 운영한 결과, 구급 출동 시간을 평균 33초 단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19구급차가 구급 수요가 많은 지역을 순찰하다가 차량 안에서 119 신고 내용을 바로 확인하는 모습. 119구급차가 구급 수요가 많은 지역을 순찰하다가 차량 안에서 119 신고 내용을 바로 확인하는 모습.

■ AI 딥러닝 기술 접목해 미래 환자 예측한다

강원소방본부는 예측 시스템을 더 정교하게 만들기로 했습니다. 컴퓨터가 데이터를 스스로 분석하고 학습해 패턴을 찾아내는 인공지능(AI) 딥러닝 기술을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내부 정보인 119출동과 구급활동, 119안심콜 등만 활용했습니다. 과거 10년 치 자료이다보니, 대규모 신축 아파트 단지 등 신도시가 들어선 곳은 현재로선 구급 수요를 예측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앞으로 분석데이터는 더 다양해집니다. 미래 상황까지 예측할 수 있도록 외부 정보를 추가로 넣게 됩니다. 환자 정보와 유동인구, 교통사고, 기상여건 등을 입력해 최적의 구급차 위치를 찾아내겠다는 겁니다.

구급수요 예측정보 예시(좌), 예측지역 패트롤 경로 추천 예시(우). @강원도소방본부구급수요 예측정보 예시(좌), 예측지역 패트롤 경로 추천 예시(우). @강원도소방본부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한 '지능형 구급수요 예측 플랫폼 구축 계획'에 따라 기술 검증한 결과, 이 시스템을 통해 평균 출동거리는 1.7㎞를, 평균 출동시간은 4분을 단축한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강원소방은 AI 구급 수요 예측 시스템을 올해 안에 구축해, 내년 강원도 전역에서 시범 운영할 계획입니다. 최적의 순찰 경로를 도출해내고, 예측 적중과 미적중 요소를 분석해 다시 정밀도를 향상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이 사업이 도입되면, 5분 내 현장 도착 생존율은 25% 높아지고, 앞으로 5년 동안 621명의 심정지 환자를 살릴 수 있다고 강원 소방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연간 2,200억 원의 의료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시작은 구급 분야에 한정돼 있지만, 플랫폼이 안정화하면 화재와 구조, 생활안전 분야로 영역을 넓힐 계획도 있습니다.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까지 하는 인공지능, AI가 이끄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습니다. 앞으로는 언제, 어디서, 어떤 환자가 나올지에 대한 예상도 가능해졌습니다. 중증 응급환자를 살릴 골든타임을 확보해 시민 안전에 도움이 되는 AI 기술,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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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빅데이터 기술 119에 접목했더니…출동시간 33초 단축
    • 입력 2021-03-31 14:01:10
    • 수정2021-03-31 14:40:00
    취재K

■ '초고령사회' 강원도…심정지 발생 2위, 치료 가능 사망률 3위

강원도는 지난해 유엔이 규정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습니다. 강원도 내 65세 이상 인구는 올해 2월 말 기준 32만여 명으로, 강원도 전체 인구 154만 명의 20%를 넘겼습니다. 18개 시군 가운데 15곳이 초고령사회에 해당합니다.

그래서인지 '급성 심정지 환자 발생률 전국 2위', '치료 가능한 환자 사망률 전국 3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습니다.

열악한 의료 인프라가 가장 큰 문제겠지만, 119구급대원의 현장 도착 시각도 한몫합니다. 강원 소방관 1인당 담당 면적 5.8㎢로 전국에서 가장 넓습니다. 이 때문에 심정지 환자 구급 출동의 평균 도착 시각은 10분 31초. 골든타임 5분의 2배에 달합니다.

강원 소방의 구급출동 건수는 10년 사이 44% 증가했습니다. 급성 심정지 환자도 25% 늘었습니다. 구급 대응체계 개선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 기다리는 서비스 '그만'…빅데이터 활용한 구급차 순찰

119구급대원은 신고가 들어오면, 소방서에서 대기하다 출동 준비에 들어갑니다. 신고자 위치를 확인하고 구급차에 올라탄 뒤 소방서를 빠져나오기까지 평균 2분 정도가 걸린다고 합니다.

1분 1초 촌각을 다투는 응급상황일 경우, 골든타임 안에 도착하지 않으면 환자 소생률은 급격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출동 준비만으로 2분 정도를 소요하는 셈입니다.

이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강원 소방이 고안해낸 방법이 ' 빅데이터'를 이용한 '구급차 순찰'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구급 출동 실적을 지도에 표시해서 구급 신고가 많이 들어올 장소를 예측해서 나가 있는 겁니다.

 강원도 춘천지역 10년치 구급실적을 표시한 지도. 신고가 많이 들어온 곳일수록 진하게 칠해져 있다. @강원도소방본부
■ "순찰 중 출동으로 환자 이송 시간 평균 33초 단축"

순찰을 다니다 신고가 들어오면, 곧바로 해당 장소로 출동하게 됩니다. 강원도 춘천과 강릉, 원주에서는 119구급차가 하루에 3번씩 정기적으로 구급 수요가 많은 지역 일대를 순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3월 29일 오전 11시, 강원도 춘천 석사동의 한 주택에서 어지럼증을 호소한 환자가 119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신고 장소는 순찰을 하고 있던 구급차와 1㎞ 떨어진 곳에 있었습니다. 구급차는 5분 안에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만약 춘천소방서 효자119안전센터에서 출발했다면 거리는 2.8㎞, 준비시간까지 고려하면 10분 이상 걸렸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난해 2월 강원도 동해시에서 이 시스템을 시범 운영한 결과, 구급 출동 시간을 평균 33초 단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19구급차가 구급 수요가 많은 지역을 순찰하다가 차량 안에서 119 신고 내용을 바로 확인하는 모습.
■ AI 딥러닝 기술 접목해 미래 환자 예측한다

강원소방본부는 예측 시스템을 더 정교하게 만들기로 했습니다. 컴퓨터가 데이터를 스스로 분석하고 학습해 패턴을 찾아내는 인공지능(AI) 딥러닝 기술을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내부 정보인 119출동과 구급활동, 119안심콜 등만 활용했습니다. 과거 10년 치 자료이다보니, 대규모 신축 아파트 단지 등 신도시가 들어선 곳은 현재로선 구급 수요를 예측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앞으로 분석데이터는 더 다양해집니다. 미래 상황까지 예측할 수 있도록 외부 정보를 추가로 넣게 됩니다. 환자 정보와 유동인구, 교통사고, 기상여건 등을 입력해 최적의 구급차 위치를 찾아내겠다는 겁니다.

구급수요 예측정보 예시(좌), 예측지역 패트롤 경로 추천 예시(우). @강원도소방본부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한 '지능형 구급수요 예측 플랫폼 구축 계획'에 따라 기술 검증한 결과, 이 시스템을 통해 평균 출동거리는 1.7㎞를, 평균 출동시간은 4분을 단축한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강원소방은 AI 구급 수요 예측 시스템을 올해 안에 구축해, 내년 강원도 전역에서 시범 운영할 계획입니다. 최적의 순찰 경로를 도출해내고, 예측 적중과 미적중 요소를 분석해 다시 정밀도를 향상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이 사업이 도입되면, 5분 내 현장 도착 생존율은 25% 높아지고, 앞으로 5년 동안 621명의 심정지 환자를 살릴 수 있다고 강원 소방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연간 2,200억 원의 의료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시작은 구급 분야에 한정돼 있지만, 플랫폼이 안정화하면 화재와 구조, 생활안전 분야로 영역을 넓힐 계획도 있습니다.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까지 하는 인공지능, AI가 이끄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습니다. 앞으로는 언제, 어디서, 어떤 환자가 나올지에 대한 예상도 가능해졌습니다. 중증 응급환자를 살릴 골든타임을 확보해 시민 안전에 도움이 되는 AI 기술,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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