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4·3 잃어버린 땅…잃어버린 마을을 찾아서

입력 2021.03.31 (21:41) 수정 2021.03.3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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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4·3유족의 잃어버린 땅을 조명하는 기획뉴스입니다.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잃어버린 땅에 대한 실태조사가 필요한 이유를 탐사K 취재팀 김가람 기자가 짚어봅니다.

[리포트]

4·3 때 아버지가 행방불명된 김군선 할아버지.

1972년 군에 가기 전, 마을 유지가 증조할아버지 땅을 가져간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김군선/4·3 희생자 유족 : "군대 잘 갔다 와, 잘 정리해서 돌려주겠다. 그 말만 했어요. 지금까지 못 만났습니다."]

하지만 현 소유주 측은 과거 아버지가 적법하게 취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김 할아버지는 4·3 당시 옆집에 살다 가족 9명이 모두 숨진 작은할아버지 가족묘도 조상 땅이 아닌 곳에 모셔야 하는 현실에 속이 상합니다.

[김군선/4·3 희생자 유족 : "벌초하고 안 하고 제사를 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한 군데만 모아두면, 그것이 한이에요. 옛날 땅이라도 하나만 찾았으면."]

잃어버린 땅으로 대대적인 소송이 불거진 원동마을과 김군선 할아버지의 사례 공통점, '부동산특별조치법'입니다.

[이명웅/변호사 : "(4·3처럼 소유권의 공백이 있을 때) 만약에 그것을 이장과 그 주변 사람들이 흑심을 먹고, 이렇게 하자라고 했을 때 너무 쉽게 등기 이전을 할 수 있는 (법인 거죠.)"]

4·3 이후 방치된 땅이 부동산 특별조치법으로 남에게 넘어간 사례는 또 없을까?

23년 전, 잃어버린 마을들을 돌아다니며 집터를 기록한 자료에 주목했습니다.

[강태권/전 제주4·3연구소 연구원 : "(23년 전에도) 억울하게 빼앗긴 것들이 있고 찾지 못한 것들이 있는데 이런 것들을 규명해달라는 부분들의 요구들도"]

탐사K는 자료에서 제시된 잃어버린 마을 5곳의 약 2백 필지를 특정해 소유권 변동 과정을 분석해봤습니다.

4·3을 기점으로 부동산 특별조치법이 적용돼 소유권이 바뀐 땅은 195필지 가운데 162필지.

특히 4·3 당시 희생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땅도 적지 않았는데, 4·3이 한참 지난 뒤 땅을 샀다는 사례도 나타납니다.

본인이나 친족이 넘기면서 제대로 등기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부당하게 넘어갔을 수도 있습니다.

[김종민/전 국무총리실 4·3중앙위원회 전문위원 : "자기 조상의 땅이 있는지조차도 모르는, 그분(유족)들 모르게 다른 사람이 농지위원들과 같이 공모해서 부당하게 등기 이전한"]

탐사K는 특별조치법과 다른 방법으로 소유권이 바뀐 사례도 확인했습니다.

4·3 때 주인이 희생됐지만 20여 년 뒤 받아야 할 채권이 있다며 누군가 대신 등기해 팔아버린 겁니다.

[강병삼/변호사 : "인감증명 같은 서류들을 어떤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했다거나 이런 식으로 해서 하지 않는 한 정상적인 방법의 등기는 (불가능했습니다.)"]

이번 취재 대상은 원동을 포함해 마을 6곳의 집터뿐이었지만, 현재까지 파악된 4·3으로 잃어버린 마을은 122곳에 달합니다.

이번에 전부 개정된 4·3 특별법에 추가 진상조사 내용이 담긴 만큼, 잃어버린 땅에 대한 조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박찬식/전 제주4.3연구소장 : "토지 소유권에 관련된 추가 진상조사 문제는 상당히 중요한 물적 피해 실태 조사와 더불어 원상회복 조치를 위한 가장 중요한."]

4·3으로 잃어버린 땅.

진정한 주인을 찾아주는 일은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입니다.

탐사K입니다.

촬영기자:양경배/그래픽:조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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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 4·3 잃어버린 땅…잃어버린 마을을 찾아서
    • 입력 2021-03-31 21:41:36
    • 수정2021-03-31 22:00:04
    뉴스9(제주)
[앵커]

4·3유족의 잃어버린 땅을 조명하는 기획뉴스입니다.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잃어버린 땅에 대한 실태조사가 필요한 이유를 탐사K 취재팀 김가람 기자가 짚어봅니다.

[리포트]

4·3 때 아버지가 행방불명된 김군선 할아버지.

1972년 군에 가기 전, 마을 유지가 증조할아버지 땅을 가져간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김군선/4·3 희생자 유족 : "군대 잘 갔다 와, 잘 정리해서 돌려주겠다. 그 말만 했어요. 지금까지 못 만났습니다."]

하지만 현 소유주 측은 과거 아버지가 적법하게 취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김 할아버지는 4·3 당시 옆집에 살다 가족 9명이 모두 숨진 작은할아버지 가족묘도 조상 땅이 아닌 곳에 모셔야 하는 현실에 속이 상합니다.

[김군선/4·3 희생자 유족 : "벌초하고 안 하고 제사를 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한 군데만 모아두면, 그것이 한이에요. 옛날 땅이라도 하나만 찾았으면."]

잃어버린 땅으로 대대적인 소송이 불거진 원동마을과 김군선 할아버지의 사례 공통점, '부동산특별조치법'입니다.

[이명웅/변호사 : "(4·3처럼 소유권의 공백이 있을 때) 만약에 그것을 이장과 그 주변 사람들이 흑심을 먹고, 이렇게 하자라고 했을 때 너무 쉽게 등기 이전을 할 수 있는 (법인 거죠.)"]

4·3 이후 방치된 땅이 부동산 특별조치법으로 남에게 넘어간 사례는 또 없을까?

23년 전, 잃어버린 마을들을 돌아다니며 집터를 기록한 자료에 주목했습니다.

[강태권/전 제주4·3연구소 연구원 : "(23년 전에도) 억울하게 빼앗긴 것들이 있고 찾지 못한 것들이 있는데 이런 것들을 규명해달라는 부분들의 요구들도"]

탐사K는 자료에서 제시된 잃어버린 마을 5곳의 약 2백 필지를 특정해 소유권 변동 과정을 분석해봤습니다.

4·3을 기점으로 부동산 특별조치법이 적용돼 소유권이 바뀐 땅은 195필지 가운데 162필지.

특히 4·3 당시 희생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땅도 적지 않았는데, 4·3이 한참 지난 뒤 땅을 샀다는 사례도 나타납니다.

본인이나 친족이 넘기면서 제대로 등기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부당하게 넘어갔을 수도 있습니다.

[김종민/전 국무총리실 4·3중앙위원회 전문위원 : "자기 조상의 땅이 있는지조차도 모르는, 그분(유족)들 모르게 다른 사람이 농지위원들과 같이 공모해서 부당하게 등기 이전한"]

탐사K는 특별조치법과 다른 방법으로 소유권이 바뀐 사례도 확인했습니다.

4·3 때 주인이 희생됐지만 20여 년 뒤 받아야 할 채권이 있다며 누군가 대신 등기해 팔아버린 겁니다.

[강병삼/변호사 : "인감증명 같은 서류들을 어떤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했다거나 이런 식으로 해서 하지 않는 한 정상적인 방법의 등기는 (불가능했습니다.)"]

이번 취재 대상은 원동을 포함해 마을 6곳의 집터뿐이었지만, 현재까지 파악된 4·3으로 잃어버린 마을은 122곳에 달합니다.

이번에 전부 개정된 4·3 특별법에 추가 진상조사 내용이 담긴 만큼, 잃어버린 땅에 대한 조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박찬식/전 제주4.3연구소장 : "토지 소유권에 관련된 추가 진상조사 문제는 상당히 중요한 물적 피해 실태 조사와 더불어 원상회복 조치를 위한 가장 중요한."]

4·3으로 잃어버린 땅.

진정한 주인을 찾아주는 일은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입니다.

탐사K입니다.

촬영기자:양경배/그래픽:조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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