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판다 열차’ 향하는 곳은?…中 ‘홍색 관광’은 시진핑 띄우기인가

입력 2021.04.01 (08:00) 수정 2021.04.0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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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판다 열차’ (사진 출처=중신망) 중국 ‘판다 열차’ (사진 출처=중신망)

관영방송 CCTV를 비롯한 중국 매체들이 최근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출발하는 '판다 열차'를 잇달아 소개하고 있습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인터넷 매체 인민망은 판다열차가 온수가 나오는 욕실은 물론 보드 게임방, 노래방 등 각종 설비를 갖췄다며 '이동식 고급호텔'이라고 선전했습니다.

단체 여행객들을 위해 칵테일 파티와 테마 가요제 등도 서비스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판다 열차가 주목받는 이유는 판다 캐릭터를 활용한 측면도 있지만 구이저우성 쭌이를 거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쭌이는 1935년 마오쩌둥이 당권을 장악하며 최고 권력자로 발돋음한 이른바 '쭌이 회의'(중국 공산당 정치국 확대회의)가 열린 곳입니다. 중국은 이 회의가 열린 곳에 '쭌이 회의 기념관'을 지어 기념하고 있습니다.


■ 중국 '홍색 관광' 바람...연인원 14억명 돌파

중국에서 이처럼 중국 공산당과 관련된 장소나 유적지를 관광하는 것을 '홍색 관광'이라고 합니다. 홍색관광은 후진타오 집권기부터 활성화됐습니다.

인민망은 이같은 홍색관광에 지난 2004년 연인원 1억 4천만명이 나섰는데 2019년에는 연인원 14억 천만명까지 늘었다고 전했습니다.

중국 허베이성의 홍색관광지를 찾은 관광객들(사진 출처=연합뉴스)중국 허베이성의 홍색관광지를 찾은 관광객들(사진 출처=연합뉴스)

올해는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홍색 관광이 더욱 활성화되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타격을 입은 관광 산업을 부활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실제 쭌이와 함께 마오쩌둥이 1927년 군사근거지로 삼았던 장시성 징강산, 이른바 대장정 끝에 공산당의 새로운 거점이 됐던 산시성 옌안 등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이같은 곳들은 상대적으로 개발이 더딘 곳이어서 홍색 관광 활성화는 지역 경제에도 큰 보탬이 됩니다.


■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맞아 '홍색 관광' 촉진...역사 교육과도 연계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도 3월 23일 언론 발표회에서 공산당 100주년 기념 활동 로고를 공개하며 홍색 관광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계획들을 밝혔습니다.

특히 공산당 역사 학습 교육과 연계해 더 좋은 홍색관광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 공산당이 공개한 창당 100주년 기념 로고중국 공산당이 공개한 창당 100주년 기념 로고

이같은 계획은 시진핑 주석의 지시와도 관련 있습니다.

시 주석은 2월 2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당사 교육원 대회에 참석해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은 것을 계기로 당사 학습은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면서 "전 당원은 당사 학습을 충실히 해 새로운 국면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일선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공산당사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당의 고난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학생들에게 홍색 유전자를 심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홍색 관광은 이같은 공산당사 교육의 현장 학습 역할도 합니다.


■ '홍색 관광' 연령대 낮아져...중국 젊은층 '애국주의' 연관성 주목

홍색 관광에 나서는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 최대 여행업체 씨트립이 2019년 1~5월 집계한 결과를 보면, 홍색관광을 선택한 관광객의 39%는 19~38세 연령층이었습니다.

전통적으로 홍색 관광의 다수를 구성했던 39~58세 연령층은 32%로 순위가 밀렸습니다. 단순 여행 트랜드를 넘어 중국 젊은이들의 소위 '애국주의' 강화 경향과 연결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중국 국무원이 내외신 기자들을 초청해 추진하는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 취재 일정에도 쭌이와 징강산 등 홍색 관광지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국무원측은 방문 일정에 이른바 탈빈곤 지역도 넣었습니다. 탈빈곤 지역은 최근 몇년 사이 정부의 집중 지원 등을 통해 절대 빈곤을 벗어난 곳들을 말합니다.

중국 정부는 시진핑 주석의 가장 중요한 업적 가운데 하나로 많은 빈곤 지역이 절대 빈곤을 벗어나 모든 국민이 풍족한 삶을 사는 이른바 '샤오캉 사회'에 접어들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중국 닝샤 후이족 자치구의 탈빈곤 현장을 시찰하는 시진핑 주석(사진 출처=연합뉴스)중국 닝샤 후이족 자치구의 탈빈곤 현장을 시찰하는 시진핑 주석(사진 출처=연합뉴스)

다만 이같은 탈빈곤 사업이 어느 정도 지속 가능한지 묻는 시각도 있습니다.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동북아역사재단이 주관한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가 지난 몇년 농촌과 소수민족 지역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은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응급환자에게 피를 수혈하는데 빗대 이를 수혈경제(輸血經濟)라고도 하는데, 수혈을 멈춰도 정상적으로 살아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조 교수는 말했습니다.


■ '시진핑 주석 장기집권 시도에도 기여' 해석도

이같은 홍색 관광 바람을 시진핑 주석의 장기 집권 시도와 관련해 해석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시 주석이 올해 창당 100주년 기념행사, 내년 초 베이징 동계올림픽 등을 징검다리 삼아 내년 20차 당대회에서 10년 집권의 관례를 깨고 장기 집권을 현실화할 것이란 관측이 많습니다. 공산당의 업적을 부각하는 것은 곧 시진핑 주석의 업적을 강조하는 것이 돼 장기집권의 정당성을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마오쩌둥을 흉내 내는 중국지도자’로 시진핑 주석을 묘사한 2016년 4월 11일자 타임지 표지 ‘마오쩌둥을 흉내 내는 중국지도자’로 시진핑 주석을 묘사한 2016년 4월 11일자 타임지 표지

더불어 많은 홍색관광지가 마오쩌둥의 행적과 관련이 있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합니다.

1인 장기 지배자였던 마오쩌둥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과거 원로정치나 집단지도체제에 비해 개인 지배력을 강화하며 장기 집권을 노리는 시 주석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홍색 관광은 이처럼 단순히 관광산업 측면이나 공산당 사적지 순례 차원을 넘어 오늘의 중국을 읽는 키워드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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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01 08:00:41
    • 수정2021-04-01 10:5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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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판다 열차’ (사진 출처=중신망)
관영방송 CCTV를 비롯한 중국 매체들이 최근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출발하는 '판다 열차'를 잇달아 소개하고 있습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인터넷 매체 인민망은 판다열차가 온수가 나오는 욕실은 물론 보드 게임방, 노래방 등 각종 설비를 갖췄다며 '이동식 고급호텔'이라고 선전했습니다.

단체 여행객들을 위해 칵테일 파티와 테마 가요제 등도 서비스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판다 열차가 주목받는 이유는 판다 캐릭터를 활용한 측면도 있지만 구이저우성 쭌이를 거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쭌이는 1935년 마오쩌둥이 당권을 장악하며 최고 권력자로 발돋음한 이른바 '쭌이 회의'(중국 공산당 정치국 확대회의)가 열린 곳입니다. 중국은 이 회의가 열린 곳에 '쭌이 회의 기념관'을 지어 기념하고 있습니다.


■ 중국 '홍색 관광' 바람...연인원 14억명 돌파

중국에서 이처럼 중국 공산당과 관련된 장소나 유적지를 관광하는 것을 '홍색 관광'이라고 합니다. 홍색관광은 후진타오 집권기부터 활성화됐습니다.

인민망은 이같은 홍색관광에 지난 2004년 연인원 1억 4천만명이 나섰는데 2019년에는 연인원 14억 천만명까지 늘었다고 전했습니다.

중국 허베이성의 홍색관광지를 찾은 관광객들(사진 출처=연합뉴스)
올해는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홍색 관광이 더욱 활성화되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타격을 입은 관광 산업을 부활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실제 쭌이와 함께 마오쩌둥이 1927년 군사근거지로 삼았던 장시성 징강산, 이른바 대장정 끝에 공산당의 새로운 거점이 됐던 산시성 옌안 등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이같은 곳들은 상대적으로 개발이 더딘 곳이어서 홍색 관광 활성화는 지역 경제에도 큰 보탬이 됩니다.


■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맞아 '홍색 관광' 촉진...역사 교육과도 연계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도 3월 23일 언론 발표회에서 공산당 100주년 기념 활동 로고를 공개하며 홍색 관광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계획들을 밝혔습니다.

특히 공산당 역사 학습 교육과 연계해 더 좋은 홍색관광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 공산당이 공개한 창당 100주년 기념 로고
이같은 계획은 시진핑 주석의 지시와도 관련 있습니다.

시 주석은 2월 2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당사 교육원 대회에 참석해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은 것을 계기로 당사 학습은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면서 "전 당원은 당사 학습을 충실히 해 새로운 국면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일선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공산당사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당의 고난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학생들에게 홍색 유전자를 심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홍색 관광은 이같은 공산당사 교육의 현장 학습 역할도 합니다.


■ '홍색 관광' 연령대 낮아져...중국 젊은층 '애국주의' 연관성 주목

홍색 관광에 나서는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 최대 여행업체 씨트립이 2019년 1~5월 집계한 결과를 보면, 홍색관광을 선택한 관광객의 39%는 19~38세 연령층이었습니다.

전통적으로 홍색 관광의 다수를 구성했던 39~58세 연령층은 32%로 순위가 밀렸습니다. 단순 여행 트랜드를 넘어 중국 젊은이들의 소위 '애국주의' 강화 경향과 연결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중국 국무원이 내외신 기자들을 초청해 추진하는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 취재 일정에도 쭌이와 징강산 등 홍색 관광지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국무원측은 방문 일정에 이른바 탈빈곤 지역도 넣었습니다. 탈빈곤 지역은 최근 몇년 사이 정부의 집중 지원 등을 통해 절대 빈곤을 벗어난 곳들을 말합니다.

중국 정부는 시진핑 주석의 가장 중요한 업적 가운데 하나로 많은 빈곤 지역이 절대 빈곤을 벗어나 모든 국민이 풍족한 삶을 사는 이른바 '샤오캉 사회'에 접어들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중국 닝샤 후이족 자치구의 탈빈곤 현장을 시찰하는 시진핑 주석(사진 출처=연합뉴스)
다만 이같은 탈빈곤 사업이 어느 정도 지속 가능한지 묻는 시각도 있습니다.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동북아역사재단이 주관한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가 지난 몇년 농촌과 소수민족 지역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은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응급환자에게 피를 수혈하는데 빗대 이를 수혈경제(輸血經濟)라고도 하는데, 수혈을 멈춰도 정상적으로 살아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조 교수는 말했습니다.


■ '시진핑 주석 장기집권 시도에도 기여' 해석도

이같은 홍색 관광 바람을 시진핑 주석의 장기 집권 시도와 관련해 해석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시 주석이 올해 창당 100주년 기념행사, 내년 초 베이징 동계올림픽 등을 징검다리 삼아 내년 20차 당대회에서 10년 집권의 관례를 깨고 장기 집권을 현실화할 것이란 관측이 많습니다. 공산당의 업적을 부각하는 것은 곧 시진핑 주석의 업적을 강조하는 것이 돼 장기집권의 정당성을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마오쩌둥을 흉내 내는 중국지도자’로 시진핑 주석을 묘사한 2016년 4월 11일자 타임지 표지
더불어 많은 홍색관광지가 마오쩌둥의 행적과 관련이 있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합니다.

1인 장기 지배자였던 마오쩌둥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과거 원로정치나 집단지도체제에 비해 개인 지배력을 강화하며 장기 집권을 노리는 시 주석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홍색 관광은 이처럼 단순히 관광산업 측면이나 공산당 사적지 순례 차원을 넘어 오늘의 중국을 읽는 키워드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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