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K] ‘LH 투기 부당이득 환수’ 정말 어렵나? 따져보니

입력 2021.04.01 (08:00) 수정 2021.04.0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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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사건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부당이득을 환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국회도 이에 따라 지난달 24일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미공개 정보를 미리 입수해 땅 투기를 한 공직자, 그리고 이들에게서 얻은 정보로 땅 투기를 한 사람을 엄벌하고 투기 재산과 부당이득을 몰수나 추징토록 하는 내용입니다.

지난달 28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은 당정 협의에서 "현행법으로도 공직자 부동산 투기의 부당이익을 몰수할 수 있고,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되면 몰수를 위한 소급 입법도 하겠다"고 밝혔고요.

하루 뒤인 29일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나서서 "LH투기 행위자의 부당이득 환수는 현행법으로도 가능하다"고 재차 환수가 가능함을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이를 두고 야권과 법조계, 그리고 누리꾼들은 위헌 논란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부당이득을 환수해야하는데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것인데요,

소급 입법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부당이득을 환수할 방법은 없는지 따져봤습니다.

■ 최근 통과된 개정안으로 부당이득 몰수‧처벌? 소급 적용 안 되지만…

먼저 부당이득 환수가 어려울 거라는 우려가 나오게 된 배경을 살펴보겠습니다.

최근 통과된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만으로는 법이 만들어지기 전의 범죄를 처벌할 수는 없습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땅 투기로 얻은 부당이득을 전액 몰수·추징토록 하는 규정이 개정안에 포함됐지만, 3기 신도시 땅 투기를 저지른 LH 직원들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김태년 대표 대행이 언급한 "몰수를 위한 소급 입법"은 어떨까요?


몰수는 형법의 한 종류로 다른 형에 부가해 과하는 ‘부가형’입니다. 몰수는 범죄 행위로 인해 취득한 ‘물건’을 국고로 귀속시키는 것입니다. 해당 물건을 몰수할 수 없을 때는 물건에 해당하는 값을 추징하게 됩니다.

헌법 13조 1항은 "모든 국민은 행위 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고요. 헌법 13조 2항은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몰수를 위한 소급 입법 역시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입니다.

그렇다면 현행법으로도 환수 가능하다는 정부 여당의 주장은 어떻게 나오게 된 것일까요?

■ 부패방지법으로 환수 가능...'업무상 비밀 활용' 입증해야

경기도 포천시 5급 공무원은 지난달 29일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전철역 예정지 인근의 땅과 건물을 산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습니다.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약칭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인데요.


부패방지법에 제86조 3항은 공직자가 업무 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산상 이익을 얻은 경우 취득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몰수하거나 추징토록 하고 있습니다.

수사를 통해 업무상 비밀을 이용했는지를 밝혀내면 몰수가 가능하게 됩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업무상 비밀 이용’이 입증되지 않으면 환수할 방법이 없습니다. ‘업무상 비밀’ 여부를 놓고 법적 다툼도 치열해질 텐데요.

형사 몰수에 한계가 있는 만큼 외국처럼 ‘독립몰수제’를 신설하거나 ‘민사 몰수 특례’를 가능케 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됩니다. 주요 국가들의 몰수 관련 법 현황도 살펴보겠습니다.

■ 영미법 ‘민사 몰수’ 활성화...독일 ‘독립 몰수’ 시행


주요 국가들의 관련 법 현황에 대해서는 국회입법조사처가 「범죄수익 몰수‧추징제도의 현황 및 입법과제」 발간물을 통해 자세히 다룬 사례가 있었습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영미법계 국가에서는 ‘민사 몰수’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범죄자에 대한 형사 처벌과는 상관없이 범죄 행위로 취득한 재산을 몰수할 수 있는데요.

대표적인 사례로는 미국의 ‘리코법(RICO Act)’을 들 수 있습니다. 미국이 1970년 마피아 소탕을 위해 만든 법인데요. 범죄 집단이 적법한 소득임을 증명하지 못하면 국가가 부당이득을 몰수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독일 법에서는 범죄행위에 대한 공소시효가 완성된 경우, 법률상 이유에 의해 특정인에 대한 형사적 처벌이 불가능한 경우에 독립적인 몰수 명령이 가능합니다.

민주당 백혜련 의원도 지난달 30일 이와 유사한 법안을 대표 발의했는데요. 백 의원의 ‘형법’ 등 개정안에는 ‘몰수 특례’가 들어 있습니다.

범죄자가 숨지거나 소재를 찾을 수 없어 재판이나 수사가 불가능한 경우 등 기소되지 않은 경우에도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몰수만 따로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독립몰수제’입니다. 그러나 법안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 LH 사태 폭로 변호사 "행정‧민사적 조치로도 환수 가능"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을 처음으로 공개한 참여연대의 정책위원 김남근 변호사는 LH 직원들의 부당이득 환수에 대해 ”행정적인 방법으로도 환수할 수 있다“고 KBS에 설명했습니다.

김남근 변호사는 ”토지공개념을 명확히 규정하고 1998년 폐지된 토지초과이득세법을 부활시켜서 유휴용지 같은 경우 3년 마다 토지 가격을 조사해 초과 이득을 50%까지 환수할 수도 있다. 3기 신도시 계획이 발표돼 땅값이 상승한 2018년부터 조사해 적용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행정적, 민사적 방법은 소급 적용도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김남근 변호사는 ”고 유병언 세모그룹 회장이 숨지면서 유 전 회장의 재산 환수도 무산되었다. 우리 법체계와는 다른 영미법계에서 활성화 된 민사 몰수제도를 국내 도입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본다“면서도 민사 몰수제도의 필요성 역시 강조했습니다.

취재지원: 조현영 팩트체크 인턴기자 supermax4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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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체크K] ‘LH 투기 부당이득 환수’ 정말 어렵나? 따져보니
    • 입력 2021-04-01 08:00:41
    • 수정2021-04-01 10:56:42
    팩트체크K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사건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부당이득을 환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국회도 이에 따라 지난달 24일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미공개 정보를 미리 입수해 땅 투기를 한 공직자, 그리고 이들에게서 얻은 정보로 땅 투기를 한 사람을 엄벌하고 투기 재산과 부당이득을 몰수나 추징토록 하는 내용입니다.

지난달 28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은 당정 협의에서 "현행법으로도 공직자 부동산 투기의 부당이익을 몰수할 수 있고,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되면 몰수를 위한 소급 입법도 하겠다"고 밝혔고요.

하루 뒤인 29일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나서서 "LH투기 행위자의 부당이득 환수는 현행법으로도 가능하다"고 재차 환수가 가능함을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이를 두고 야권과 법조계, 그리고 누리꾼들은 위헌 논란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부당이득을 환수해야하는데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것인데요,

소급 입법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부당이득을 환수할 방법은 없는지 따져봤습니다.

■ 최근 통과된 개정안으로 부당이득 몰수‧처벌? 소급 적용 안 되지만…

먼저 부당이득 환수가 어려울 거라는 우려가 나오게 된 배경을 살펴보겠습니다.

최근 통과된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만으로는 법이 만들어지기 전의 범죄를 처벌할 수는 없습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땅 투기로 얻은 부당이득을 전액 몰수·추징토록 하는 규정이 개정안에 포함됐지만, 3기 신도시 땅 투기를 저지른 LH 직원들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김태년 대표 대행이 언급한 "몰수를 위한 소급 입법"은 어떨까요?


몰수는 형법의 한 종류로 다른 형에 부가해 과하는 ‘부가형’입니다. 몰수는 범죄 행위로 인해 취득한 ‘물건’을 국고로 귀속시키는 것입니다. 해당 물건을 몰수할 수 없을 때는 물건에 해당하는 값을 추징하게 됩니다.

헌법 13조 1항은 "모든 국민은 행위 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고요. 헌법 13조 2항은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몰수를 위한 소급 입법 역시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입니다.

그렇다면 현행법으로도 환수 가능하다는 정부 여당의 주장은 어떻게 나오게 된 것일까요?

■ 부패방지법으로 환수 가능...'업무상 비밀 활용' 입증해야

경기도 포천시 5급 공무원은 지난달 29일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전철역 예정지 인근의 땅과 건물을 산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습니다.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약칭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인데요.


부패방지법에 제86조 3항은 공직자가 업무 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산상 이익을 얻은 경우 취득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몰수하거나 추징토록 하고 있습니다.

수사를 통해 업무상 비밀을 이용했는지를 밝혀내면 몰수가 가능하게 됩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업무상 비밀 이용’이 입증되지 않으면 환수할 방법이 없습니다. ‘업무상 비밀’ 여부를 놓고 법적 다툼도 치열해질 텐데요.

형사 몰수에 한계가 있는 만큼 외국처럼 ‘독립몰수제’를 신설하거나 ‘민사 몰수 특례’를 가능케 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됩니다. 주요 국가들의 몰수 관련 법 현황도 살펴보겠습니다.

■ 영미법 ‘민사 몰수’ 활성화...독일 ‘독립 몰수’ 시행


주요 국가들의 관련 법 현황에 대해서는 국회입법조사처가 「범죄수익 몰수‧추징제도의 현황 및 입법과제」 발간물을 통해 자세히 다룬 사례가 있었습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영미법계 국가에서는 ‘민사 몰수’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범죄자에 대한 형사 처벌과는 상관없이 범죄 행위로 취득한 재산을 몰수할 수 있는데요.

대표적인 사례로는 미국의 ‘리코법(RICO Act)’을 들 수 있습니다. 미국이 1970년 마피아 소탕을 위해 만든 법인데요. 범죄 집단이 적법한 소득임을 증명하지 못하면 국가가 부당이득을 몰수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독일 법에서는 범죄행위에 대한 공소시효가 완성된 경우, 법률상 이유에 의해 특정인에 대한 형사적 처벌이 불가능한 경우에 독립적인 몰수 명령이 가능합니다.

민주당 백혜련 의원도 지난달 30일 이와 유사한 법안을 대표 발의했는데요. 백 의원의 ‘형법’ 등 개정안에는 ‘몰수 특례’가 들어 있습니다.

범죄자가 숨지거나 소재를 찾을 수 없어 재판이나 수사가 불가능한 경우 등 기소되지 않은 경우에도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몰수만 따로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독립몰수제’입니다. 그러나 법안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 LH 사태 폭로 변호사 "행정‧민사적 조치로도 환수 가능"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을 처음으로 공개한 참여연대의 정책위원 김남근 변호사는 LH 직원들의 부당이득 환수에 대해 ”행정적인 방법으로도 환수할 수 있다“고 KBS에 설명했습니다.

김남근 변호사는 ”토지공개념을 명확히 규정하고 1998년 폐지된 토지초과이득세법을 부활시켜서 유휴용지 같은 경우 3년 마다 토지 가격을 조사해 초과 이득을 50%까지 환수할 수도 있다. 3기 신도시 계획이 발표돼 땅값이 상승한 2018년부터 조사해 적용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행정적, 민사적 방법은 소급 적용도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김남근 변호사는 ”고 유병언 세모그룹 회장이 숨지면서 유 전 회장의 재산 환수도 무산되었다. 우리 법체계와는 다른 영미법계에서 활성화 된 민사 몰수제도를 국내 도입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본다“면서도 민사 몰수제도의 필요성 역시 강조했습니다.

취재지원: 조현영 팩트체크 인턴기자 supermax4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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