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향토백화점’, 역사의 뒤안길로?

입력 2021.04.01 (09:09) 수정 2021.04.0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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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과 마찬가지로 과거에도 ‘대백 앞’은 대구시민들에게 만남의 장소로 통했다. (대구백화점 제공)지금과 마찬가지로 과거에도 ‘대백 앞’은 대구시민들에게 만남의 장소로 통했다. (대구백화점 제공)

"대백 앞에서 보자"

대구시민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장소가 있습니다. 바로 '대백 앞'. 동성로 한가운데 위치한 대백 (대구백화점의 준말)은 대구시민에게 '약속의 장소'로 통합니다.

약속을 잡을 때면 "대백 앞에서 보자"는 말이 무의식적으로 툭, 튀어나올 정도니까요.

■ 추억 속 '약속의 장소', 사라질까

대구시민의 '약속의 장소'인 대백이 어쩌면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대구백화점 측은 경영 적자를 견디지 못해 오는 7월부터 대구 동성로에 위치한 본점 영업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영업을 지속할수록 적자 폭이 커지다 보니 일단 문부터 닫고 운영 방향을 정하겠다는 겁니다.

휴점 기간도 정하지 않았습니다. 내부를 리모델링해 재개장할 수도, 건물을 제3자에게 임대할 수도, 매각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매출 상황을 보면 대백과 '작별의 시간'이 다가왔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대백 앞에서 보자"는 약속, 이젠 할 수 없게 되는 걸까요?

 대구 중구 동성로에 위치한 대구백화점 본점 외경. (대구백화점 제공) 대구 중구 동성로에 위치한 대구백화점 본점 외경. (대구백화점 제공)

■ 전국 유일의 향토백화점마저 '휘청'

대구백화점은 현존하는 전국 유일의 향토백화점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전국에서 유일하게 현재까지 '살아남은' 향토백화점이기도 합니다.

앞서 전국 각지에 향토백화점이 있었지만 모두 대형 유통자본에 밀려 하나둘 문을 닫았습니다. 그렇기에 '마지막 향토백화점' 대백의 이번 영업 중단 결정은 더 의미 깊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000년대 들어 대구엔 각종 대형 유통 자본이 들어왔습니다. 2003년 롯데백화점 대구점, 2011년 현대백화점 대구점, 2016년 대구신세계 등이 잇따라 개점했습니다. 그사이 온라인 시장도 빠른 속도로 발전했습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대백의 살림살이는 더욱 쪼그라들었습니다. 영업이익은 2016년 처음 적자로 돌아선 뒤 2018년 -184억 원, 2019년 -142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코로나19를 겪은 작년은 175억 원 적자였습니다.

더는 물러설 곳 없는, 벼랑 끝에 서게 된 겁니다.

대백 내부적으로도 발 빠른 대응에 실패했습니다. 온라인 시장 진출에 늦었고 뒤늦게 아웃렛 사업에 진출했다가 1년 만에 발을 빼기도 했습니다.

상권도 크게 변했습니다. 대백이 위치한 동성로는 과거 대구 최대이자 유일한 번화가였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상권은 분산 발전했습니다. 동성로에 가는 시민 발길이 줄면서 대백 매출도 줄었습니다.

■ 향토백화점의 명운, "지역 경제에도 타격"

전문가들은 대백의 휴점 소식에 지역 경제에 미칠 타격을 걱정합니다. 대백이 사라지면 대구에는 대기업 중심의 수도권 자본만 남게 됩니다. 자연히 지역 자본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 밖에도 백화점 종사자 실업 문제, 동성로 인근 상권의 쇠락도 예상되는 문제로 언급됩니다.

"지역 향토백화점의 폐점으로 인해 서울 대기업 중심으로 지역 자본의 유출이 이뤄지게 될 것이고, 이는 곧 다시 지역 사회로 환원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구 중심지 동성로 근처의 상권이 쇠락한다든지 발전이 낙후되는 현상도 생길 수 있습니다."


송종호 교수/경북대 지역시장연구소장

과거 동성로 모습. 우뚝 솟은 대백 본점 건물 주변을 저층 건물이 둘러싸고 있다. (대구백화점 제공)과거 동성로 모습. 우뚝 솟은 대백 본점 건물 주변을 저층 건물이 둘러싸고 있다. (대구백화점 제공)

■ '대월, 동화'

'대구백화점은 월요일 휴무, 동아백화점은 화요일 휴무'.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구의 향토백화점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표현입니다. 각 향토백화점의 휴무일을 기억할 정도로, 대구시민의 삶에 향토백화점이 짙게 스며들어 있었다는 걸 잘 보여주는 말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일상 그 자체였던 향토백화점. 추억에 묻힌 채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까요? 그리고 지역의 모습은 앞으로 어떻게 변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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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지막 향토백화점’, 역사의 뒤안길로?
    • 입력 2021-04-01 09:09:40
    • 수정2021-04-01 10:56:42
    취재K
지금과 마찬가지로 과거에도 ‘대백 앞’은 대구시민들에게 만남의 장소로 통했다. (대구백화점 제공)
"대백 앞에서 보자"

대구시민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장소가 있습니다. 바로 '대백 앞'. 동성로 한가운데 위치한 대백 (대구백화점의 준말)은 대구시민에게 '약속의 장소'로 통합니다.

약속을 잡을 때면 "대백 앞에서 보자"는 말이 무의식적으로 툭, 튀어나올 정도니까요.

■ 추억 속 '약속의 장소', 사라질까

대구시민의 '약속의 장소'인 대백이 어쩌면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대구백화점 측은 경영 적자를 견디지 못해 오는 7월부터 대구 동성로에 위치한 본점 영업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영업을 지속할수록 적자 폭이 커지다 보니 일단 문부터 닫고 운영 방향을 정하겠다는 겁니다.

휴점 기간도 정하지 않았습니다. 내부를 리모델링해 재개장할 수도, 건물을 제3자에게 임대할 수도, 매각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매출 상황을 보면 대백과 '작별의 시간'이 다가왔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대백 앞에서 보자"는 약속, 이젠 할 수 없게 되는 걸까요?

 대구 중구 동성로에 위치한 대구백화점 본점 외경. (대구백화점 제공)
■ 전국 유일의 향토백화점마저 '휘청'

대구백화점은 현존하는 전국 유일의 향토백화점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전국에서 유일하게 현재까지 '살아남은' 향토백화점이기도 합니다.

앞서 전국 각지에 향토백화점이 있었지만 모두 대형 유통자본에 밀려 하나둘 문을 닫았습니다. 그렇기에 '마지막 향토백화점' 대백의 이번 영업 중단 결정은 더 의미 깊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000년대 들어 대구엔 각종 대형 유통 자본이 들어왔습니다. 2003년 롯데백화점 대구점, 2011년 현대백화점 대구점, 2016년 대구신세계 등이 잇따라 개점했습니다. 그사이 온라인 시장도 빠른 속도로 발전했습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대백의 살림살이는 더욱 쪼그라들었습니다. 영업이익은 2016년 처음 적자로 돌아선 뒤 2018년 -184억 원, 2019년 -142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코로나19를 겪은 작년은 175억 원 적자였습니다.

더는 물러설 곳 없는, 벼랑 끝에 서게 된 겁니다.

대백 내부적으로도 발 빠른 대응에 실패했습니다. 온라인 시장 진출에 늦었고 뒤늦게 아웃렛 사업에 진출했다가 1년 만에 발을 빼기도 했습니다.

상권도 크게 변했습니다. 대백이 위치한 동성로는 과거 대구 최대이자 유일한 번화가였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상권은 분산 발전했습니다. 동성로에 가는 시민 발길이 줄면서 대백 매출도 줄었습니다.

■ 향토백화점의 명운, "지역 경제에도 타격"

전문가들은 대백의 휴점 소식에 지역 경제에 미칠 타격을 걱정합니다. 대백이 사라지면 대구에는 대기업 중심의 수도권 자본만 남게 됩니다. 자연히 지역 자본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 밖에도 백화점 종사자 실업 문제, 동성로 인근 상권의 쇠락도 예상되는 문제로 언급됩니다.

"지역 향토백화점의 폐점으로 인해 서울 대기업 중심으로 지역 자본의 유출이 이뤄지게 될 것이고, 이는 곧 다시 지역 사회로 환원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구 중심지 동성로 근처의 상권이 쇠락한다든지 발전이 낙후되는 현상도 생길 수 있습니다."


송종호 교수/경북대 지역시장연구소장

과거 동성로 모습. 우뚝 솟은 대백 본점 건물 주변을 저층 건물이 둘러싸고 있다. (대구백화점 제공)
■ '대월, 동화'

'대구백화점은 월요일 휴무, 동아백화점은 화요일 휴무'.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구의 향토백화점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표현입니다. 각 향토백화점의 휴무일을 기억할 정도로, 대구시민의 삶에 향토백화점이 짙게 스며들어 있었다는 걸 잘 보여주는 말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일상 그 자체였던 향토백화점. 추억에 묻힌 채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까요? 그리고 지역의 모습은 앞으로 어떻게 변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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