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청년’ 부산 마을공동체사업…‘주민 역량’ 키워야

입력 2021.04.01 (14:1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부산 북구 ‘대천마을’ 부산 북구 ‘대천마을’

■ 도서관, 마을학교까지 주민 손으로…자생적 마을공동체의 '힘'

'부산 북구 화명2동'은 행정동과는 별개로 여전히 '대천마을'로 불립니다. 광역시에 웬 '마을'일까요? 이 곳이 여전히 '대천마을'로 불리고 있는 건, 전통적인 공동체의 맥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곳은 부산 자생적 마을공동체의 상징입니다.

주민 손으로 도서관마을학교까지 지을 수 있었던 건 바로 '공동육아협동조합' 덕분입니다. 지난 2003년, '아기를 잘 키워보겠다'는 소망으로 시작해 어린이집을 짓고, 방과후 수업도 진행했습니다. 각지에 흩어져 있던 조합원들이 모두 대천마을로 모여들며 일을 내고야 만 겁니다.

'어린이날 한마당'으로 시작한 마을축제는 지금까지 '단오 잔치'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후 맨발동무도서관, 대천마을학교가 들어섰고, 20년 가까이 주민들이 즐겨 오가는 동네사랑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오롯이 주민이 만들고, 주민이 꾸려가는 마을공동체 사업들입니다.

부산이 15년 전,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을 본격적으로 벌인 것도 '공동체가 살아 숨쉬는' 이런 마을을 만들어 부산 곳곳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모든 마을이 성공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왜일까요?

 부산 남구 '소막마을' 부산 남구 '소막마을'

■ '70대'면 청년 소리 듣는데…행정 주도 '마을사업' 결국은 애물단지

코로나19가 강타한 지난해. 부산의 한 마을공동체는 자립을 위한 혹독한 한 해를 보내야 했습니다. 도시재생사업으로 74억 원이 투입되는 등 정부와 부산시에서 지원금을 받고 의욕적으로 시작한 사업이 끝나고, 주민 스스로 뭔가를 해야 할 때 코로나19를 맞은 겁니다.

앞서 대천마을 사업 등을 제외하면, 많은 경우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결국, 마을에 남은 건 복원 중인 등록문화재인 소막사와 주민공동체센터, 주민 열 명 남짓만 연결하고 끝난 도시가스가 전부입니다.

애쓰지 않은 건 아닙니다. 마을해설가를 키우고, 등록문화재를 중심으로 코스를 짜서 역사투어 프로그램을 해보려 했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70대만 돼도 '청년'소리를 듣는 고령화의 그늘이 짙은 동네입니다. 주민 힘만으로 자체 사업을 꾸려가기엔 역부족으로 보였습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재개발 바람까지 불어 마을 절반은 빈 집입니다. 사람이 없으니, 관 주도로 마을공동체 사업이 흘러갈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 자치력 강한 주민으로 뭉친 '사상민'…"우리 동네 문제는 우리 손으로"

사상구의 한 마을공동체에서는 고질적인 원도심의 저출산 문제, 코로나19로 새롭게 깨달은 환경 문제 같은 지역 사회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법을 찾는 활동이 활발합니다. 특히 공동체의 일원으로 스스로의 역량을 강화하려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눈에 띕니다.

구심점은 민관마을협의체 '사상민'입니다. 유료 회원만 200명이 넘을 만큼 활발한데, 민과 관의 징검다리 역할로 텃밭을 가꾸고, 학교와 연계해 환경 수업을 하는 등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스스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강한 공동체'라고 말합니다.

■ 행정 주도로 '조끼 바꿔입기' 혼란…역량따라 마을 간 격차 벌어져

이처럼 부산 마을공동체의 현실은 극과 극입니다. 하지만 지난 15년간 부산에서 400곳 넘게 생겨난 마을공동체가 모두 의미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한 마을활동가의 말처럼 "마을만들기 사업은 결과보다는 과정이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양적 성장은 충분히 이뤘으니, 이제는 내실을 다지기 위한 대안을 찾아야 할 때라는 얘깁니다 .

먼저, 성과주의 강박에 시달리는 행정이 사업을 주도하면 실패는 불을 보듯 뻔합니다. '조끼 바꿔입기'는 마을사업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쓰는 말입니다. 산복도로 르네상스, 행복마을 만들기,건강한 마을만들기 등 마을을 살린다며 여러 부서가 한꺼번에 마을에 들어옵니다. 심한 곳은 한 동에만 사업이 20개가 넘기도 했습니다. 마을에 사람은 몇 없는데, 이 사업할 때는 저 조끼, 저 사업할 때 또 저 조끼를 바꿔입고 나가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렇게 주민이 들러리가 되면 지원이 끊긴 뒤 마을에는 빈 건물만 남아 애물단지로 전락합니다. 수익이 없다보니 주민이 무보수로 일을 해야 해 지속적인 관리도 어렵습니다. 공간을 만드는 기간은 보통 2,3년인데 실제로 주민들이 그 공간을 운영할 수 있는 주체로 성장하기에는 최소 5년의 기간이 걸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입니다.

 주민 역량 강화 사업 설명회 주민 역량 강화 사업 설명회
■ 잘되는 마을공동체 비결은?…열쇠는 '주민 역량' 키우기

잘되는 마을공동체는 그 중심에 '주민'이 있었습니다. 내 마을의 문제를 내 손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주민들 말입니다.

이처럼 마을공동체 사업의 성패는 바로 주민 자치 역량에 달려있습니다. 자체 주민 역량이 크다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그게 부족하다면 '마을 활동가'를 양성해야 합니다. 가능한 마을 주민들 가운데서 활동가를 키우고 시민단체와 협업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서울, 대구, 광주 등 6개 광역시가 마을공동체지원센터 를 만들어 마을 활동가를 키우고 공동체를 지원하는 것을 참고할 필요도 있습니다.

"이 마을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관찰하고 점검해주는 기능이 될 것이고, 마을 활동가를 적재에 배치를 하는 거겠죠." 바로 센터가 앞으로 해나가야 할 일입니다. 15살이면 사람으로 치면 아직 청년기인데요, 성숙한 어른으로 키워나가기 위해 우리는 지금 성장통을 겪고 있을 뿐이라 믿고 싶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열다섯 청년’ 부산 마을공동체사업…‘주민 역량’ 키워야
    • 입력 2021-04-01 14:11:42
    취재K
 부산 북구 ‘대천마을’
■ 도서관, 마을학교까지 주민 손으로…자생적 마을공동체의 '힘'

'부산 북구 화명2동'은 행정동과는 별개로 여전히 '대천마을'로 불립니다. 광역시에 웬 '마을'일까요? 이 곳이 여전히 '대천마을'로 불리고 있는 건, 전통적인 공동체의 맥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곳은 부산 자생적 마을공동체의 상징입니다.

주민 손으로 도서관마을학교까지 지을 수 있었던 건 바로 '공동육아협동조합' 덕분입니다. 지난 2003년, '아기를 잘 키워보겠다'는 소망으로 시작해 어린이집을 짓고, 방과후 수업도 진행했습니다. 각지에 흩어져 있던 조합원들이 모두 대천마을로 모여들며 일을 내고야 만 겁니다.

'어린이날 한마당'으로 시작한 마을축제는 지금까지 '단오 잔치'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후 맨발동무도서관, 대천마을학교가 들어섰고, 20년 가까이 주민들이 즐겨 오가는 동네사랑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오롯이 주민이 만들고, 주민이 꾸려가는 마을공동체 사업들입니다.

부산이 15년 전,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을 본격적으로 벌인 것도 '공동체가 살아 숨쉬는' 이런 마을을 만들어 부산 곳곳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모든 마을이 성공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왜일까요?

 부산 남구 '소막마을'
■ '70대'면 청년 소리 듣는데…행정 주도 '마을사업' 결국은 애물단지

코로나19가 강타한 지난해. 부산의 한 마을공동체는 자립을 위한 혹독한 한 해를 보내야 했습니다. 도시재생사업으로 74억 원이 투입되는 등 정부와 부산시에서 지원금을 받고 의욕적으로 시작한 사업이 끝나고, 주민 스스로 뭔가를 해야 할 때 코로나19를 맞은 겁니다.

앞서 대천마을 사업 등을 제외하면, 많은 경우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결국, 마을에 남은 건 복원 중인 등록문화재인 소막사와 주민공동체센터, 주민 열 명 남짓만 연결하고 끝난 도시가스가 전부입니다.

애쓰지 않은 건 아닙니다. 마을해설가를 키우고, 등록문화재를 중심으로 코스를 짜서 역사투어 프로그램을 해보려 했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70대만 돼도 '청년'소리를 듣는 고령화의 그늘이 짙은 동네입니다. 주민 힘만으로 자체 사업을 꾸려가기엔 역부족으로 보였습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재개발 바람까지 불어 마을 절반은 빈 집입니다. 사람이 없으니, 관 주도로 마을공동체 사업이 흘러갈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 자치력 강한 주민으로 뭉친 '사상민'…"우리 동네 문제는 우리 손으로"

사상구의 한 마을공동체에서는 고질적인 원도심의 저출산 문제, 코로나19로 새롭게 깨달은 환경 문제 같은 지역 사회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법을 찾는 활동이 활발합니다. 특히 공동체의 일원으로 스스로의 역량을 강화하려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눈에 띕니다.

구심점은 민관마을협의체 '사상민'입니다. 유료 회원만 200명이 넘을 만큼 활발한데, 민과 관의 징검다리 역할로 텃밭을 가꾸고, 학교와 연계해 환경 수업을 하는 등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스스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강한 공동체'라고 말합니다.

■ 행정 주도로 '조끼 바꿔입기' 혼란…역량따라 마을 간 격차 벌어져

이처럼 부산 마을공동체의 현실은 극과 극입니다. 하지만 지난 15년간 부산에서 400곳 넘게 생겨난 마을공동체가 모두 의미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한 마을활동가의 말처럼 "마을만들기 사업은 결과보다는 과정이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양적 성장은 충분히 이뤘으니, 이제는 내실을 다지기 위한 대안을 찾아야 할 때라는 얘깁니다 .

먼저, 성과주의 강박에 시달리는 행정이 사업을 주도하면 실패는 불을 보듯 뻔합니다. '조끼 바꿔입기'는 마을사업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쓰는 말입니다. 산복도로 르네상스, 행복마을 만들기,건강한 마을만들기 등 마을을 살린다며 여러 부서가 한꺼번에 마을에 들어옵니다. 심한 곳은 한 동에만 사업이 20개가 넘기도 했습니다. 마을에 사람은 몇 없는데, 이 사업할 때는 저 조끼, 저 사업할 때 또 저 조끼를 바꿔입고 나가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렇게 주민이 들러리가 되면 지원이 끊긴 뒤 마을에는 빈 건물만 남아 애물단지로 전락합니다. 수익이 없다보니 주민이 무보수로 일을 해야 해 지속적인 관리도 어렵습니다. 공간을 만드는 기간은 보통 2,3년인데 실제로 주민들이 그 공간을 운영할 수 있는 주체로 성장하기에는 최소 5년의 기간이 걸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입니다.

 주민 역량 강화 사업 설명회 ■ 잘되는 마을공동체 비결은?…열쇠는 '주민 역량' 키우기

잘되는 마을공동체는 그 중심에 '주민'이 있었습니다. 내 마을의 문제를 내 손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주민들 말입니다.

이처럼 마을공동체 사업의 성패는 바로 주민 자치 역량에 달려있습니다. 자체 주민 역량이 크다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그게 부족하다면 '마을 활동가'를 양성해야 합니다. 가능한 마을 주민들 가운데서 활동가를 키우고 시민단체와 협업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서울, 대구, 광주 등 6개 광역시가 마을공동체지원센터 를 만들어 마을 활동가를 키우고 공동체를 지원하는 것을 참고할 필요도 있습니다.

"이 마을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관찰하고 점검해주는 기능이 될 것이고, 마을 활동가를 적재에 배치를 하는 거겠죠." 바로 센터가 앞으로 해나가야 할 일입니다. 15살이면 사람으로 치면 아직 청년기인데요, 성숙한 어른으로 키워나가기 위해 우리는 지금 성장통을 겪고 있을 뿐이라 믿고 싶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