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공무용 차량으로 500㎞ 출퇴근에 복권방까지…너도 나도 내 것처럼

입력 2021.04.02 (07:00) 수정 2021.04.02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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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도에 앞서 검토한 운행일지 등의 자료, 월·금요일에 수상쩍은 장거리 운행기록이 발견됐다. 보도에 앞서 검토한 운행일지 등의 자료, 월·금요일에 수상쩍은 장거리 운행기록이 발견됐다.

‘월·금요일에만 수백km 주행’…공무차량 운행일지, 왜 이래?

지난해 기준,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이어 공기업 연봉 순위 2위에 오른 '한국서부발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운전담당 직원이 지원되는 임원진 공무차량 4대의 운행일지를 받아봤습니다.
자료제공 시간을 고려해 올해 1월부터 3월 중순까지 비교적 짧은 기간의 일지를 요청했습니다.

수일 만에 받아본 40여 일의 운행일지는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한 임원의 공무차량 운행일지에는 주중 90㎞ 안팎의 운행 거리가 기록돼 있었지만, 주말이 낀 금요일이나 월요일이면 500㎞가 훌쩍 넘는 장거리 운행이 기록돼 있었습니다. 행선지는 임원의 자택이 있는 광주광역시와 전남의 인근 시·군이었습니다.

평일에도 두 차례 장거리 운행 기록이 있었는데, 이날은 설 연휴 앞 뒷날이었습니다. 3월 중순까지 주말 등 휴일이 11번, 장거리 운행 기록과 그 수가 일치했습니다.

 주말 등 휴일이 낀 월요일이나 금요일에는 임원의 자택 인근으로 500㎞ 넘는 운행 거리가 기록돼있었다. 주말 등 휴일이 낀 월요일이나 금요일에는 임원의 자택 인근으로 500㎞ 넘는 운행 거리가 기록돼있었다.

수도권에 사는 다른 임원들의 차량 역시, 월요일과 금요일 등에 300㎞ 가까운 운행 거리가 기록되는 등 장거리 출퇴근이 의심되는 기록이 다수 발견됐습니다.

운행일지에는 행선지만 기록돼있을 뿐, 운행목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서부발전 측은 보도 직전에서야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몇 차례 장거리 출퇴근한 사실을 인정했고, 대부분은 업무차 이동했다가 효율성 측면에서 퇴근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복수의 운전담당 직원들은 "업무와 상관없이 장거리 출퇴근을 수행했다"고 증언했습니다.

■ 공무차로 ‘복권 사고, 서울도 가고’…운전 직원도 제멋대로 사용

운전담당 직원들도 공무차량을 사적으로 이용한 정황들이 포착됐습니다.

지난 2월의 어느 날, 일과가 끝난 지 3시간여 뒤인 밤 9시쯤에는 운전담당 직원이 공무용 차량을 타고 복권방에 들르는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당연히 운행일지에는 기록되지 않은 공무 외 사용이었습니다.

운전담당 직원 A씨가 복권방에서 나와 담배를 한 대 피고는 유유히 차를 몰고 떠나고 있다. 운전담당 직원 A씨가 복권방에서 나와 담배를 한 대 피고는 유유히 차를 몰고 떠나고 있다.

운행 일정이 없는 토요일 밤에 공무차량이 운전담당 직원의 서울 자택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서부발전의 장비관리업무기준에는 업무 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당연히 사용한 뒤에는 바로 반납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습니다. 이를 모두 어긴 것으로 보입니다.

또 다른 운전담당 직원은 공무차량을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실토했습니다. 하지만 서부발전 측은 잦은 일은 아니었다며, 재발방지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 공무차량 4대 모두 국내 최고급 세단...월 운영비만 400만 원 ↑

한국서부발전의 임원용 공무차량은 모두 4대입니다. 제네시스 G90과 G80 각 두 대씩입니다.

G90의 한 달 임차료는 270만 원, G80의 임차료는 165만 원입니다. 유류비는 대당 월평균 100만 원에서 130만 원이 소요되고 있습니다. 공무차량 한 대에 매달 최대 400만 원 이상이 들어가는 겁니다.

서부발전 임원을 수행하는 ‘대형 세단’, 전기 만드는 회사답게 전기차로 바꾸는 건 어떨까?서부발전 임원을 수행하는 ‘대형 세단’, 전기 만드는 회사답게 전기차로 바꾸는 건 어떨까?

두 연속 기획기사(아래 연관기사 링크)에 대한 시청자분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기자 개인의 메일로 서부발전의 또 다른 비리 의혹들이, 비슷한 다른 공기업의 문제들이 제보되고 있습니다.

LH 사태를 비롯해 공기업에 대한 시민들의 질책이 더욱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KBS 역시 국민의 녹을 먹는 공기업으로서, 양심의 틀 안에서 부단히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연관 기사]
[제보] ‘월·금요일에만 수백km 주행’…공무차량 운행일지, 왜 이래?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51214
공무차로 ‘복권 사고, 서울도 가고’…운전 직원도 제멋대로 사용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52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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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공무용 차량으로 500㎞ 출퇴근에 복권방까지…너도 나도 내 것처럼
    • 입력 2021-04-02 07:00:34
    • 수정2021-04-02 10:18:46
    취재후·사건후
 보도에 앞서 검토한 운행일지 등의 자료, 월·금요일에 수상쩍은 장거리 운행기록이 발견됐다.
‘월·금요일에만 수백km 주행’…공무차량 운행일지, 왜 이래?

지난해 기준,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이어 공기업 연봉 순위 2위에 오른 '한국서부발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운전담당 직원이 지원되는 임원진 공무차량 4대의 운행일지를 받아봤습니다.
자료제공 시간을 고려해 올해 1월부터 3월 중순까지 비교적 짧은 기간의 일지를 요청했습니다.

수일 만에 받아본 40여 일의 운행일지는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한 임원의 공무차량 운행일지에는 주중 90㎞ 안팎의 운행 거리가 기록돼 있었지만, 주말이 낀 금요일이나 월요일이면 500㎞가 훌쩍 넘는 장거리 운행이 기록돼 있었습니다. 행선지는 임원의 자택이 있는 광주광역시와 전남의 인근 시·군이었습니다.

평일에도 두 차례 장거리 운행 기록이 있었는데, 이날은 설 연휴 앞 뒷날이었습니다. 3월 중순까지 주말 등 휴일이 11번, 장거리 운행 기록과 그 수가 일치했습니다.

 주말 등 휴일이 낀 월요일이나 금요일에는 임원의 자택 인근으로 500㎞ 넘는 운행 거리가 기록돼있었다.
수도권에 사는 다른 임원들의 차량 역시, 월요일과 금요일 등에 300㎞ 가까운 운행 거리가 기록되는 등 장거리 출퇴근이 의심되는 기록이 다수 발견됐습니다.

운행일지에는 행선지만 기록돼있을 뿐, 운행목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서부발전 측은 보도 직전에서야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몇 차례 장거리 출퇴근한 사실을 인정했고, 대부분은 업무차 이동했다가 효율성 측면에서 퇴근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복수의 운전담당 직원들은 "업무와 상관없이 장거리 출퇴근을 수행했다"고 증언했습니다.

■ 공무차로 ‘복권 사고, 서울도 가고’…운전 직원도 제멋대로 사용

운전담당 직원들도 공무차량을 사적으로 이용한 정황들이 포착됐습니다.

지난 2월의 어느 날, 일과가 끝난 지 3시간여 뒤인 밤 9시쯤에는 운전담당 직원이 공무용 차량을 타고 복권방에 들르는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당연히 운행일지에는 기록되지 않은 공무 외 사용이었습니다.

운전담당 직원 A씨가 복권방에서 나와 담배를 한 대 피고는 유유히 차를 몰고 떠나고 있다.
운행 일정이 없는 토요일 밤에 공무차량이 운전담당 직원의 서울 자택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서부발전의 장비관리업무기준에는 업무 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당연히 사용한 뒤에는 바로 반납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습니다. 이를 모두 어긴 것으로 보입니다.

또 다른 운전담당 직원은 공무차량을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실토했습니다. 하지만 서부발전 측은 잦은 일은 아니었다며, 재발방지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 공무차량 4대 모두 국내 최고급 세단...월 운영비만 400만 원 ↑

한국서부발전의 임원용 공무차량은 모두 4대입니다. 제네시스 G90과 G80 각 두 대씩입니다.

G90의 한 달 임차료는 270만 원, G80의 임차료는 165만 원입니다. 유류비는 대당 월평균 100만 원에서 130만 원이 소요되고 있습니다. 공무차량 한 대에 매달 최대 400만 원 이상이 들어가는 겁니다.

서부발전 임원을 수행하는 ‘대형 세단’, 전기 만드는 회사답게 전기차로 바꾸는 건 어떨까?
두 연속 기획기사(아래 연관기사 링크)에 대한 시청자분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기자 개인의 메일로 서부발전의 또 다른 비리 의혹들이, 비슷한 다른 공기업의 문제들이 제보되고 있습니다.

LH 사태를 비롯해 공기업에 대한 시민들의 질책이 더욱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KBS 역시 국민의 녹을 먹는 공기업으로서, 양심의 틀 안에서 부단히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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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 ‘월·금요일에만 수백km 주행’…공무차량 운행일지, 왜 이래?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5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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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52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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