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BBC 특파원, 베이징 떠나 타이완으로…중국 언론자유 현실은?

입력 2021.04.02 (07:00) 수정 2021.04.02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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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중국 베이징 지국(출처=로이터TV)BBC 중국 베이징 지국(출처=로이터TV)

영국 공영방송 BBC의 베이징 특파원인 존 서드워스가 타이완으로 떠났습니다. 서드워스는 중국 신장 위구르족 자치구의 인권 유린 실태 등을 적극 보도해온 기자입니다.

그는 BBC 홈페이지에 올린 영상에서 최근 몇달 사이 BBC 뿐 아니라 개인인 자신을 겨냥한 선전 활동이 강화돼 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취재의 위험과 어려움 때문에 부득이하게 타이완으로 떠날 수 밖에 없었다고도 말했습니다.


■ BBC "서드워스 특파원은 중국이 세계에 알려지지 않기 바라는 진실을 폭로해 와"

BBC 본사는 성명을 통해 서드워스가 중국 당국이 세계에 알려지지 않기를 바라는 진실을 폭로해왔다고 평가했습니다. 타이완에서 일하지만 여전히 BBC의 중국 특파원이라고도 설명했습니다.

성명은 서드워스가 베이징을 떠난 직접적인 이유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BBC는 홈페이지를 통해 서드워스 특파원이 베이징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렸다.(출처=BBC 홈페이지) BBC는 홈페이지를 통해 서드워스 특파원이 베이징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렸다.(출처=BBC 홈페이지)

서드워스는 중국에서 9년간 활동했으며 서울에서 일한 경험도 있다고 타이완 중앙통신사는 전했습니다. 부인도 아일랜드 공영방송 RTE의 중국 특파원인데 이번에 함께 떠났습니다.


■ 중국과 영국은 첨예한 갈등중...BBC(영국 공영방송)와 CGTN(중국 관영 국제방송) 상호 방송 불허

BBC 특파원의 타이완 이동이 주목받는 이유는 먼저 현재 중국과 영국 양국간에 첨예한 갈등이 한창 진행중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BBC가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재교육수용소에서 고문과 조직적 성폭행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하면 중국 외교부가 이를 거짓이라고 강하게 비난하는 일이 반복돼 왔습니다.

영국 정부가 중국 국제텔레비전(CGTN)이 중국 공산당의 통제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CGTN의 면허를 취소하자, 중국은 BBC 월드뉴스의 자국내 방송을 금지하는 방식으로 맞대응했습니다.

이같은 갈등 끝에 결국 BBC 특파원이 베이징을 떠나는 상황까지 벌어진 것입니다.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는 영국을 포함한 서방과 중국 사이의 정치적, 경제적 대결로 번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 중국내 언론 활동의 자유를 돌아보는 계기돼

서드워스의 타이완행이 주목받는 또다른 이유는 중국내 언론 활동의 자유를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드워스가 떠난다는 소식과 함께 베이징에서 활동하는 외신기자들의 모임인 중국외신기자클럽(FCCC)이 성명을 냈습니다.

FCCC는 서드워스가 3월 23일 자신과 가족의 안전에 대한 우려 때문에 떠났다고 밝혔습니다.

FCCC는 서드워스가 중국 관영매체와 정부 관계자들의 인신공격을 견디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중국 관영매체는 중국 경찰 카메라에서 확보한 서드워스의 영상을 이용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중국 정부가 그에 대해 1개월, 3개월, 6개월 등의 짧은 비자만 발급해 어린 가족을 키우는데 늘 불안할 수 밖에 없었다고도 전했습니다. FCCC는 지난해 적어도 18명의 특파원이 중국에서 추방됐다면서, 개별 기자와 외신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라고 중국측에 촉구했습니다.


■ 중국외신기자클럽(FCCC) "중국내 언론 환경 개선됐다는 답변, 지난 3년동안 한명도 없어"

중국에서 활동하는 특파원들의 현실은 FCCC가 지난 달 발간한 2020년 연례 보고서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FCCC는 이 보고서에서 3년 연속으로 단 한명의 특파원도 중국내 언론 환경이 개선됐다고 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더불어 외신 기자들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표적이 되고 있으며 외신을 위해 일하는 중국인들에 대한 압력도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외신기자클럽(FCCC)이 올해 3월 중국내 외신 활동의  현실을 정리해 발간한 〈2020 연례보고서〉중국외신기자클럽(FCCC)이 올해 3월 중국내 외신 활동의 현실을 정리해 발간한 〈2020 연례보고서〉

연례 보고서는 여러 특파원들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존 서드워스의 답변도 포함돼 있습니다.

그는 2019년 이후 13개월 동안 비자를 6번이나 갱신해야 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행정 처리에 따른 시간 낭비는 물론이고 비자 갱신 기간에는 여권이 없다보니 여행, 은행 업무도 지장을 받았다고 털어놨습니다.

FCCC는 더불어 신장, 내몽골, 티벳 등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취재 제한이나 금지가 빈번했다는 통계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외신기자들은 자신들이 쓰는 휴대전화를 누군가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은 경험을 자주했다고 말했습니다.

프랑스24 기자는 자신의 휴대전화가 마치 원격 조정되는 것 같은 경험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외신기자클럽 〈2020 연례보고서〉 가운데 신장, 티벳, 내몽골 등지에 대한 취재 제한을 설명한 대목.중국외신기자클럽 〈2020 연례보고서〉 가운데 신장, 티벳, 내몽골 등지에 대한 취재 제한을 설명한 대목.

사실 베이징의 한국 특파원들도 비슷한 경험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의 카카오톡과 비슷한 위챗이 모니터링되는 느낌을 받았다던지, 중국 지방 출장 과정에서 공안과 지방 당국의 반복되는 확인 과정 때문에 취재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취재원들에 대한 접근 자체가 어렵다거나 대로변에서조차 촬영이 제지 당하는 정도는 특별한 대화 소재가 아닙니다.

코로나19는 언론 환경을 더욱 악화시켰습니다. 코로나19 통제를 명분으로 도입한 전자 출입 확인 시스템(지엔캉바오) 덕분에 중국 당국은 마음만 먹으면 기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파악할 수도 있게 됐습니다.


■ 국경없는 기자회 "2020년 중국의 언론자유지수 세계 177위"

'국경 없는 기자회'가 2020년 발표한 세계 언론 자유 지수도 이같은 상황을 반영합니다. 조사 대상 180개국 가운데 중국은 177위였습니다.

사실 서드워스가 베이징을 떠나면서 전통적 언론 거점인 홍콩을 선택하지 않고 타이완으로 가게 된 것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중국과 영국의 갈등 속에 BBC 월드뉴스는 홍콩에서도 방송이 금지됐습니다.

더욱이 홍콩 보안법과 선거제 개편 등으로 홍콩의 정치적 자유 역시 급속히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정례 내외신 브리핑을 위해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는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 외신 기자들과 외교부 대변인 사이에 자주 치열한 문답이 오간다.(출처=로이터TV) 정례 내외신 브리핑을 위해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는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 외신 기자들과 외교부 대변인 사이에 자주 치열한 문답이 오간다.(출처=로이터TV)

■ 중국 외교부 "협박 당한 증거 경찰에 신고했으면 우리가 지켜줬을 것...그는 왜 도망갔을까?"

중국 외교부의 화춘잉 대변인은 3월 31일, 서드워스의 타이완행에 대한 코멘트를 요구받고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우리는 존 서드워스가 작별 인사도 없이 떠났다는 것을 방금 알았습니다...그는 외국 기자가 퇴임하기 전 거쳐야할 수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부적절한 태도로 출국했습니다... 신장에 있는 사람들이 서드워스의 가짜 뉴스가 자신들의 이익을 침해했다며 서드워스를 고소할 계획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화춘잉 대변인은 서드워스가 위협을 받았다는 FCCC의 주장도 부인했습니다. "중국 당국이 그를 위협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만약 그가 협박을 당했다는 증거를 갖고 있었다면 경찰에 신고해야했고 우리는 그의 안전을 지켜줬을 것입니다. 그는 왜 도망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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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02 07:00:37
    • 수정2021-04-02 10:18:43
    특파원 리포트
BBC 중국 베이징 지국(출처=로이터TV)
영국 공영방송 BBC의 베이징 특파원인 존 서드워스가 타이완으로 떠났습니다. 서드워스는 중국 신장 위구르족 자치구의 인권 유린 실태 등을 적극 보도해온 기자입니다.

그는 BBC 홈페이지에 올린 영상에서 최근 몇달 사이 BBC 뿐 아니라 개인인 자신을 겨냥한 선전 활동이 강화돼 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취재의 위험과 어려움 때문에 부득이하게 타이완으로 떠날 수 밖에 없었다고도 말했습니다.


■ BBC "서드워스 특파원은 중국이 세계에 알려지지 않기 바라는 진실을 폭로해 와"

BBC 본사는 성명을 통해 서드워스가 중국 당국이 세계에 알려지지 않기를 바라는 진실을 폭로해왔다고 평가했습니다. 타이완에서 일하지만 여전히 BBC의 중국 특파원이라고도 설명했습니다.

성명은 서드워스가 베이징을 떠난 직접적인 이유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BBC는 홈페이지를 통해 서드워스 특파원이 베이징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렸다.(출처=BBC 홈페이지)
서드워스는 중국에서 9년간 활동했으며 서울에서 일한 경험도 있다고 타이완 중앙통신사는 전했습니다. 부인도 아일랜드 공영방송 RTE의 중국 특파원인데 이번에 함께 떠났습니다.


■ 중국과 영국은 첨예한 갈등중...BBC(영국 공영방송)와 CGTN(중국 관영 국제방송) 상호 방송 불허

BBC 특파원의 타이완 이동이 주목받는 이유는 먼저 현재 중국과 영국 양국간에 첨예한 갈등이 한창 진행중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BBC가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재교육수용소에서 고문과 조직적 성폭행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하면 중국 외교부가 이를 거짓이라고 강하게 비난하는 일이 반복돼 왔습니다.

영국 정부가 중국 국제텔레비전(CGTN)이 중국 공산당의 통제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CGTN의 면허를 취소하자, 중국은 BBC 월드뉴스의 자국내 방송을 금지하는 방식으로 맞대응했습니다.

이같은 갈등 끝에 결국 BBC 특파원이 베이징을 떠나는 상황까지 벌어진 것입니다.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는 영국을 포함한 서방과 중국 사이의 정치적, 경제적 대결로 번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 중국내 언론 활동의 자유를 돌아보는 계기돼

서드워스의 타이완행이 주목받는 또다른 이유는 중국내 언론 활동의 자유를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드워스가 떠난다는 소식과 함께 베이징에서 활동하는 외신기자들의 모임인 중국외신기자클럽(FCCC)이 성명을 냈습니다.

FCCC는 서드워스가 3월 23일 자신과 가족의 안전에 대한 우려 때문에 떠났다고 밝혔습니다.

FCCC는 서드워스가 중국 관영매체와 정부 관계자들의 인신공격을 견디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중국 관영매체는 중국 경찰 카메라에서 확보한 서드워스의 영상을 이용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중국 정부가 그에 대해 1개월, 3개월, 6개월 등의 짧은 비자만 발급해 어린 가족을 키우는데 늘 불안할 수 밖에 없었다고도 전했습니다. FCCC는 지난해 적어도 18명의 특파원이 중국에서 추방됐다면서, 개별 기자와 외신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라고 중국측에 촉구했습니다.


■ 중국외신기자클럽(FCCC) "중국내 언론 환경 개선됐다는 답변, 지난 3년동안 한명도 없어"

중국에서 활동하는 특파원들의 현실은 FCCC가 지난 달 발간한 2020년 연례 보고서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FCCC는 이 보고서에서 3년 연속으로 단 한명의 특파원도 중국내 언론 환경이 개선됐다고 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더불어 외신 기자들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표적이 되고 있으며 외신을 위해 일하는 중국인들에 대한 압력도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외신기자클럽(FCCC)이 올해 3월 중국내 외신 활동의  현실을 정리해 발간한 〈2020 연례보고서〉
연례 보고서는 여러 특파원들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존 서드워스의 답변도 포함돼 있습니다.

그는 2019년 이후 13개월 동안 비자를 6번이나 갱신해야 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행정 처리에 따른 시간 낭비는 물론이고 비자 갱신 기간에는 여권이 없다보니 여행, 은행 업무도 지장을 받았다고 털어놨습니다.

FCCC는 더불어 신장, 내몽골, 티벳 등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취재 제한이나 금지가 빈번했다는 통계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외신기자들은 자신들이 쓰는 휴대전화를 누군가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은 경험을 자주했다고 말했습니다.

프랑스24 기자는 자신의 휴대전화가 마치 원격 조정되는 것 같은 경험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외신기자클럽 〈2020 연례보고서〉 가운데 신장, 티벳, 내몽골 등지에 대한 취재 제한을 설명한 대목.
사실 베이징의 한국 특파원들도 비슷한 경험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의 카카오톡과 비슷한 위챗이 모니터링되는 느낌을 받았다던지, 중국 지방 출장 과정에서 공안과 지방 당국의 반복되는 확인 과정 때문에 취재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취재원들에 대한 접근 자체가 어렵다거나 대로변에서조차 촬영이 제지 당하는 정도는 특별한 대화 소재가 아닙니다.

코로나19는 언론 환경을 더욱 악화시켰습니다. 코로나19 통제를 명분으로 도입한 전자 출입 확인 시스템(지엔캉바오) 덕분에 중국 당국은 마음만 먹으면 기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파악할 수도 있게 됐습니다.


■ 국경없는 기자회 "2020년 중국의 언론자유지수 세계 177위"

'국경 없는 기자회'가 2020년 발표한 세계 언론 자유 지수도 이같은 상황을 반영합니다. 조사 대상 180개국 가운데 중국은 177위였습니다.

사실 서드워스가 베이징을 떠나면서 전통적 언론 거점인 홍콩을 선택하지 않고 타이완으로 가게 된 것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중국과 영국의 갈등 속에 BBC 월드뉴스는 홍콩에서도 방송이 금지됐습니다.

더욱이 홍콩 보안법과 선거제 개편 등으로 홍콩의 정치적 자유 역시 급속히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정례 내외신 브리핑을 위해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는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 외신 기자들과 외교부 대변인 사이에 자주 치열한 문답이 오간다.(출처=로이터TV)
■ 중국 외교부 "협박 당한 증거 경찰에 신고했으면 우리가 지켜줬을 것...그는 왜 도망갔을까?"

중국 외교부의 화춘잉 대변인은 3월 31일, 서드워스의 타이완행에 대한 코멘트를 요구받고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우리는 존 서드워스가 작별 인사도 없이 떠났다는 것을 방금 알았습니다...그는 외국 기자가 퇴임하기 전 거쳐야할 수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부적절한 태도로 출국했습니다... 신장에 있는 사람들이 서드워스의 가짜 뉴스가 자신들의 이익을 침해했다며 서드워스를 고소할 계획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화춘잉 대변인은 서드워스가 위협을 받았다는 FCCC의 주장도 부인했습니다. "중국 당국이 그를 위협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만약 그가 협박을 당했다는 증거를 갖고 있었다면 경찰에 신고해야했고 우리는 그의 안전을 지켜줬을 것입니다. 그는 왜 도망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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