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재가 왜 동네 공원에?… “생태 교란 우려”

입력 2021.04.0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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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충북에서도 나타났습니다. 그것도 평온한 도심 속 두꺼비 생태공원에서 말입니다.

마을 공원 호수로 이어지는 물길 웅덩이에서 양손에 큰 집게가 달린 빨간 형체를 목격한 시민이 환경 당국에 제보했습니다.

하천의 포식자라고 불리는 이 어류가 발견되면 일대 물줄기를 따라 재빨리 서식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잡식성으로 동물 사체나 물고기, 새우, 다슬기까지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다는 생태교란종, '미국 가재'입니다.

■ 생태교란종 '미국 가재', 충북에서 처음 확인

미국 가재가 발견된 곳은 충북 청주시 산남동 '두꺼비생태공원' 입니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자태를 뽐내고, 그 사이 작은 연못과 곳곳에 휴식 공간이 많아 시민들도 많이 찾는 도심 속 공원입니다.

지금은 개구리와 두꺼비의 봄철 산란도 한창인데요. 지난달 16일, 미국 가재가 나타났다는 시민 제보가 금강유역환경청으로 들어갔습니다.

환경 당국이 5차례에 걸쳐 현장 조사한 결과, 이 일대에서 18마리의 미국 가재를 확인했습니다. 이 가운데 14마리를 포획하는 등 긴급 퇴치 작업을 벌였습니다.

혹시 다른 미국 가재가 하천을 따라 이동하지는 않았는지, 생태공원 일대 반경 5km 안팎으로 연결된 충북 청주 산남천과 무심천, 미호천 수계에 대한 추가 서식 조사도 이뤄져야 합니다.

하천 생물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잡식성 탓에 우리나라 토종 생물까지 위협하는 미국 가재. 환경부는 2019년, 이 미국 가재를 생태계 교란 생물지정 고시했습니다. 미국과 영국, 네덜란드, 중국도 생물 다양성을 파괴하는 이 미국 가재를 '침입 외래종'으로 지정하기도 했습니다.


■ 영산강·만경강 일대에서 수천 마리 확인되기도

우리나라에서 미국 가재는 2006년 처음, 서울 용산가족공원의 연못에서 여러 마리가 포획된 것으로 기록됐는데요.

이후 자취를 감췄다가 2018년 전남 영산강전북 만경강 유역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일대에서 대량 서식 여부를 확인하던 환경 당국이 2019년, 2천 6백여 마리를 포획하는 등 퇴치 작업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충북 청주 도심의 작은 연못까지 나타난 미국 가재. 환경 당국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미국 가재는 1마리가 500개 정도의 알을 낳는 것으로 알려져, 번식 차단을 위한 빠른 대처가 급선무기 때문입니다.

미국 가재, 대체 어디에서, 어떻게 왔을까요?

미국 가재는 관상용으로 판매, 유통할 경우 형사 처벌을 받는다.미국 가재는 관상용으로 판매, 유통할 경우 형사 처벌을 받는다.

■ "관상용 미국 가재, 누군가 방사한 것으로 추정"

금강유역환경청은 '누군가 미국 가재를 연못에 방사하지 않았을까' 추정할 뿐입니다. 사실, 미국 가재는 수족관의 관상용으로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매도 가능합니다. 1마리에 7~8천 원가량의 몸값도 나갑니다.

흰색, 붉은색 등 종류도 다양하고 우리나라 참가재의 몸집보다 2배 정도 큰 15cm의 안팎으로 관상용으로 키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경 당국도 미국 가재가 전국 각지로 유통되거나 키우는 과정에서 자연으로 방사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 미국 가재는 1990년 초, 주한 미군이 관상용 또는 식용으로 들여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충북 청주 도심 속 공원에서 확인된 미국 가재도 자연 번식으로 개체 수가 18마리까지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 바이러스 옮기고, 생태 파괴… "불법 유통하면 형사 처벌"

환경 적응력이 뛰어난 미국 가재는 주로 유속이 느린 하천이나 연못, 농경지나 습지, 호수 등 다양한 수생생태계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토종 가재보다 수질 오염에 대한 내성도 강한데요.

가재 페스트라 불리는 곰팡이균을 보균하고 있는 미국가재는 바이러스 매개체로 토종 갑각류에 균을 옮기기도 해 수중 생태계에 피해를 주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토착종 가재가 매우 감소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된 미국 가재는 학술 연구나 교육, 전시, 식용 등의 목적으로 환경청의 허가를 받은 경우를 제외하고 수입, 반입, 사육, 유통이 모두 금지됩니다. 이를 어기면 생물 다양성 보존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환경 당국은 미국 가재가 최초 발견된 충북 청주 두꺼비생태공원과 일대 3개 하천 등 17개 지점통발을 설치미국 가재의 대량 서식 여부를 조사할 예정입니다. 서식이 확인되면 대대적인 퇴치 작업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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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가재가 왜 동네 공원에?… “생태 교란 우려”
    • 입력 2021-04-02 11:24:51
    취재K

이번에는 충북에서도 나타났습니다. 그것도 평온한 도심 속 두꺼비 생태공원에서 말입니다.

마을 공원 호수로 이어지는 물길 웅덩이에서 양손에 큰 집게가 달린 빨간 형체를 목격한 시민이 환경 당국에 제보했습니다.

하천의 포식자라고 불리는 이 어류가 발견되면 일대 물줄기를 따라 재빨리 서식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잡식성으로 동물 사체나 물고기, 새우, 다슬기까지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다는 생태교란종, '미국 가재'입니다.

■ 생태교란종 '미국 가재', 충북에서 처음 확인

미국 가재가 발견된 곳은 충북 청주시 산남동 '두꺼비생태공원' 입니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자태를 뽐내고, 그 사이 작은 연못과 곳곳에 휴식 공간이 많아 시민들도 많이 찾는 도심 속 공원입니다.

지금은 개구리와 두꺼비의 봄철 산란도 한창인데요. 지난달 16일, 미국 가재가 나타났다는 시민 제보가 금강유역환경청으로 들어갔습니다.

환경 당국이 5차례에 걸쳐 현장 조사한 결과, 이 일대에서 18마리의 미국 가재를 확인했습니다. 이 가운데 14마리를 포획하는 등 긴급 퇴치 작업을 벌였습니다.

혹시 다른 미국 가재가 하천을 따라 이동하지는 않았는지, 생태공원 일대 반경 5km 안팎으로 연결된 충북 청주 산남천과 무심천, 미호천 수계에 대한 추가 서식 조사도 이뤄져야 합니다.

하천 생물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잡식성 탓에 우리나라 토종 생물까지 위협하는 미국 가재. 환경부는 2019년, 이 미국 가재를 생태계 교란 생물지정 고시했습니다. 미국과 영국, 네덜란드, 중국도 생물 다양성을 파괴하는 이 미국 가재를 '침입 외래종'으로 지정하기도 했습니다.


■ 영산강·만경강 일대에서 수천 마리 확인되기도

우리나라에서 미국 가재는 2006년 처음, 서울 용산가족공원의 연못에서 여러 마리가 포획된 것으로 기록됐는데요.

이후 자취를 감췄다가 2018년 전남 영산강전북 만경강 유역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일대에서 대량 서식 여부를 확인하던 환경 당국이 2019년, 2천 6백여 마리를 포획하는 등 퇴치 작업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충북 청주 도심의 작은 연못까지 나타난 미국 가재. 환경 당국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미국 가재는 1마리가 500개 정도의 알을 낳는 것으로 알려져, 번식 차단을 위한 빠른 대처가 급선무기 때문입니다.

미국 가재, 대체 어디에서, 어떻게 왔을까요?

미국 가재는 관상용으로 판매, 유통할 경우 형사 처벌을 받는다.
■ "관상용 미국 가재, 누군가 방사한 것으로 추정"

금강유역환경청은 '누군가 미국 가재를 연못에 방사하지 않았을까' 추정할 뿐입니다. 사실, 미국 가재는 수족관의 관상용으로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매도 가능합니다. 1마리에 7~8천 원가량의 몸값도 나갑니다.

흰색, 붉은색 등 종류도 다양하고 우리나라 참가재의 몸집보다 2배 정도 큰 15cm의 안팎으로 관상용으로 키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경 당국도 미국 가재가 전국 각지로 유통되거나 키우는 과정에서 자연으로 방사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 미국 가재는 1990년 초, 주한 미군이 관상용 또는 식용으로 들여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충북 청주 도심 속 공원에서 확인된 미국 가재도 자연 번식으로 개체 수가 18마리까지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 바이러스 옮기고, 생태 파괴… "불법 유통하면 형사 처벌"

환경 적응력이 뛰어난 미국 가재는 주로 유속이 느린 하천이나 연못, 농경지나 습지, 호수 등 다양한 수생생태계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토종 가재보다 수질 오염에 대한 내성도 강한데요.

가재 페스트라 불리는 곰팡이균을 보균하고 있는 미국가재는 바이러스 매개체로 토종 갑각류에 균을 옮기기도 해 수중 생태계에 피해를 주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토착종 가재가 매우 감소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된 미국 가재는 학술 연구나 교육, 전시, 식용 등의 목적으로 환경청의 허가를 받은 경우를 제외하고 수입, 반입, 사육, 유통이 모두 금지됩니다. 이를 어기면 생물 다양성 보존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환경 당국은 미국 가재가 최초 발견된 충북 청주 두꺼비생태공원과 일대 3개 하천 등 17개 지점통발을 설치미국 가재의 대량 서식 여부를 조사할 예정입니다. 서식이 확인되면 대대적인 퇴치 작업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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