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코에 구멍 내고 ‘쉬쉬’한 의사…환자는 ‘정신적 피해’까지

입력 2021.04.02 (15:25) 수정 2021.04.02 (19:3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비염 치료 등을 위해 이비인후과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는데 자신도 모르는 새 코에 구멍이 생겼고 이 때문에 장애까지 발생한, 안타깝고 또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수술한 의사는 이런 사실을 알고도 통원 치료로 수차례 병원을 방문한 환자에게 알리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 코 수술 받았는데 콧속에 구멍이?

2016년 7월 18일, 당시 18살이었던 여성 A 씨는 대전의 한 이비인후과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습니다.

‘비중격 교정술’과 ‘하비갑개 점막하 절제술’이었습니다.

비중격 교정술은 코끝을 지지하는 뼈대의 휘어진 부분을 잘라 내고 연골을 교정하는 수술이고, 하비갑개 점막하 절제술은 비대해진 콧살을 잘라 내 축소하는 수술입니다.

특히 비중격 교정술은 수술 뒤 1%~6.7% 정도의 환자에게 수술부위 근처에 구멍이 나는 후유증이 우려되고, 하비갑개 점막하 절제술도 상당한 출혈이 발생할 수 있는 수술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의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술을 집도한 의사 B 씨는 많은 피가 흘러나와 수술 부위가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그대로 수술을 진행했고 콧살을 과도하게 잘라냈습니다.

이 수술로 A 씨 코 안쪽에는 새끼손가락 반 마디 정도의 구멍이 생겼습니다.



■ 환자에게 숨기고 진료기록부엔 기록도 안하고

의사 B 씨는 2주 뒤 병원에서 내시경 검사를 하면서 A 씨의 수술 부위에 구멍이 났고 콧속이 좁아진 사실을 발견했지만, 진료기록부에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A 씨가 수술 뒤 7개월 동안 10차례가량 해당 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는 동안에도 상태가 점점 나빠졌지만 역시 진료기록부에는 이런 사실이 기록되지 않았습니다.

당사자인 환자에게도 아예 이런 사실을 숨겼습니다. 심지어 A 씨가 코에서 피가 나고 숨을 쉬기 불편하다고 수차례 호소하는데도 상태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고, 결국엔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쳤습니다.

A 씨 코에 생긴 구멍은 처음보다 더 커졌고 코가 주저앉는 ‘안장코 변형’까지 나타났습니다.


■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고통 초래...실수 인정 양형에 고려

법원은 재판에 넘겨진 B 씨에게 업무상과실치상죄와 의료법위반죄를 물어 금고 6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5백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또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습니다.

재판부는 B 씨의 과실로 환자가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당한 점과 얼굴에 흉한 상처가 생기면서 앞으로 받게 될 피해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진료기록부를 조작하는 등 B 씨의 의료법 위반 행위에 대해 환자가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을 때도 지장을 줄 수 있는 비난 가능성이 높은 범행으로 봤습니다.

다만 B 씨가 수사를 받게 되면서부터는 실수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이 참작됐습니다.

특히 피해자인 A 씨에게 치료비 명목으로 1,600여만 원을 지급하고 재판 과정에서도 5,000만 원을 추가로 주고 원만히 합의한 점을 고려해 금고형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환자 코에 구멍 내고 ‘쉬쉬’한 의사…환자는 ‘정신적 피해’까지
    • 입력 2021-04-02 15:25:05
    • 수정2021-04-02 19:33:17
    취재K

비염 치료 등을 위해 이비인후과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는데 자신도 모르는 새 코에 구멍이 생겼고 이 때문에 장애까지 발생한, 안타깝고 또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수술한 의사는 이런 사실을 알고도 통원 치료로 수차례 병원을 방문한 환자에게 알리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 코 수술 받았는데 콧속에 구멍이?

2016년 7월 18일, 당시 18살이었던 여성 A 씨는 대전의 한 이비인후과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습니다.

‘비중격 교정술’과 ‘하비갑개 점막하 절제술’이었습니다.

비중격 교정술은 코끝을 지지하는 뼈대의 휘어진 부분을 잘라 내고 연골을 교정하는 수술이고, 하비갑개 점막하 절제술은 비대해진 콧살을 잘라 내 축소하는 수술입니다.

특히 비중격 교정술은 수술 뒤 1%~6.7% 정도의 환자에게 수술부위 근처에 구멍이 나는 후유증이 우려되고, 하비갑개 점막하 절제술도 상당한 출혈이 발생할 수 있는 수술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의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술을 집도한 의사 B 씨는 많은 피가 흘러나와 수술 부위가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그대로 수술을 진행했고 콧살을 과도하게 잘라냈습니다.

이 수술로 A 씨 코 안쪽에는 새끼손가락 반 마디 정도의 구멍이 생겼습니다.



■ 환자에게 숨기고 진료기록부엔 기록도 안하고

의사 B 씨는 2주 뒤 병원에서 내시경 검사를 하면서 A 씨의 수술 부위에 구멍이 났고 콧속이 좁아진 사실을 발견했지만, 진료기록부에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A 씨가 수술 뒤 7개월 동안 10차례가량 해당 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는 동안에도 상태가 점점 나빠졌지만 역시 진료기록부에는 이런 사실이 기록되지 않았습니다.

당사자인 환자에게도 아예 이런 사실을 숨겼습니다. 심지어 A 씨가 코에서 피가 나고 숨을 쉬기 불편하다고 수차례 호소하는데도 상태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고, 결국엔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쳤습니다.

A 씨 코에 생긴 구멍은 처음보다 더 커졌고 코가 주저앉는 ‘안장코 변형’까지 나타났습니다.


■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고통 초래...실수 인정 양형에 고려

법원은 재판에 넘겨진 B 씨에게 업무상과실치상죄와 의료법위반죄를 물어 금고 6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5백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또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습니다.

재판부는 B 씨의 과실로 환자가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당한 점과 얼굴에 흉한 상처가 생기면서 앞으로 받게 될 피해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진료기록부를 조작하는 등 B 씨의 의료법 위반 행위에 대해 환자가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을 때도 지장을 줄 수 있는 비난 가능성이 높은 범행으로 봤습니다.

다만 B 씨가 수사를 받게 되면서부터는 실수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이 참작됐습니다.

특히 피해자인 A 씨에게 치료비 명목으로 1,600여만 원을 지급하고 재판 과정에서도 5,000만 원을 추가로 주고 원만히 합의한 점을 고려해 금고형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