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미얀마 현지직원 결국 숨져…정부 ‘철수 명령’ 고심

입력 2021.04.02 (16:30) 수정 2021.04.02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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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미얀마 군경의 총을 맞았던 신한은행 미얀마 양곤 지점의 현지 직원이 끝내 숨졌습니다. 해당 지점 관계자는 A씨가 총격 후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깨어나지 못하고 오늘(2일) 오전 숨을 거뒀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월 1일 미얀마에 쿠데타가 일어난 뒤 미얀마에서 군경의 총격으로 숨진 시민들의 수는 540명이 넘습니다. 무차별 총격으로 시위에 나오지도 않은 어린 아이와 시민들까지 희생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 “중요 업무 아니면 미얀마 떠나달라”

A씨 역시 지난달 31일 오후, 회사에서 제공하는 차를 타고 퇴근하던 도중 총을 맞아 쓰러졌습니다. 사상자 수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서까지 희생자가 나오게 된 겁니다.

결국 신한은행은 양곤지점을 임시 폐쇄했고, 모든 직원이 재택근무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현지 주재원들의 단계적 철수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우리 정부도 중요한 업무가 아니라면 미얀마를 떠나달라고 교민들에게 적극 요청하고 있습니다. 이미 철수 권고가 내려진 미얀마 일부 주 외 지역에 대해서도 여행 경보를 한 단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교민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귀국을 서두르는 중입니다. 정부가 마련한 임시 항공편을 타고 지난달 31일까지 368명이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양곤-인천 간 임시항공편 운항 횟수도 최대 주 3회로 늘렸습니다. 그래도 비행기 좌석이 모두 만석일 정도로 귀국 수요가 높습니다. 우리 교민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국민들도 앞다퉈 이 항공편을 이용해 미얀마를 떠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약 2천여 명의 우리 국민이 생업 등을 이유로 현지에 남아 있습니다. 정부의 단계별 여행 경보 마지막 단계, ‘흑색 경보’가 내려지면 이들 역시 전원 대피·철수해야 합니다.


앞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철수 결정만 내려지면 24시간 내 상당수 교민을 철수시킬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며, 필요하면 군 수송기나 특별기를 투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아직 ‘전원 철수’ 단계는 아니라지만..

정 장관은 지난달 31일 열린 내신 기자단 브리핑에서 “우리 교민을 즉각 철수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며 이렇게 설명했는데요. 다만 아직까지는 전원 철수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대신, 미얀마 내 비필수 외교관 등 일부 공무원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린 미국처럼, 필요시 비필수 인원부터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우리 교민들이 전원 무사히 철수한다고 해도, 미얀마 사태는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세계 각국이 매일같이 전해지는 유혈 참사에 경악하며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아직까지 ‘규탄한다’, ‘촉구한다’는 메세지를 내는 것 외에 뾰족한 해법을 찾지는 못한 상태입니다.

현지 시간으로 어제(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미얀마 군부의 민간인 살해를 규탄하는 성명을 냈지만, 큰 반향은 기대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안보리 차원의 제재 등 실효성 있는 조치가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우리 정부는 지난달 12일, 미얀마와 국방·치안 분야의 교류·협력을 중단하는 등 첫 독자 제재에 이어 추가 제재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검토안은 미리 말할 수 없다고 정 장관이 선을 그었지만, 국제 사회와 공조해 문제 해결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만은 거듭 밝혔습니다.

■ ‘신변 위협’ 걱정에 미얀마 학생 간담회도 비공개

또 최종건 1차관도 오늘 오후 재한 미얀마인 유학생 간담회를 열고, 지금 현재 미얀마인들에게 가장 절실한 조치가 무엇인지 경청했습니다.

간담회에서 나온 발언에 대해 취재진이 일부만이라도 공유가 가능한지 물었지만, ‘미얀마 학생들이 신원을 밝히지 않고 싶어 하는데다 신변 위협이 제기돼 전면 비공개 하기로 했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타국에서조차 맘놓고 목소리를 높일 수 없는 유학생들의 처지가, 지금 미얀마의 현실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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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한은행 미얀마 현지직원 결국 숨져…정부 ‘철수 명령’ 고심
    • 입력 2021-04-02 16:30:36
    • 수정2021-04-02 19:32:59
    취재K

퇴근길에 미얀마 군경의 총을 맞았던 신한은행 미얀마 양곤 지점의 현지 직원이 끝내 숨졌습니다. 해당 지점 관계자는 A씨가 총격 후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깨어나지 못하고 오늘(2일) 오전 숨을 거뒀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월 1일 미얀마에 쿠데타가 일어난 뒤 미얀마에서 군경의 총격으로 숨진 시민들의 수는 540명이 넘습니다. 무차별 총격으로 시위에 나오지도 않은 어린 아이와 시민들까지 희생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 “중요 업무 아니면 미얀마 떠나달라”

A씨 역시 지난달 31일 오후, 회사에서 제공하는 차를 타고 퇴근하던 도중 총을 맞아 쓰러졌습니다. 사상자 수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서까지 희생자가 나오게 된 겁니다.

결국 신한은행은 양곤지점을 임시 폐쇄했고, 모든 직원이 재택근무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현지 주재원들의 단계적 철수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우리 정부도 중요한 업무가 아니라면 미얀마를 떠나달라고 교민들에게 적극 요청하고 있습니다. 이미 철수 권고가 내려진 미얀마 일부 주 외 지역에 대해서도 여행 경보를 한 단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교민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귀국을 서두르는 중입니다. 정부가 마련한 임시 항공편을 타고 지난달 31일까지 368명이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양곤-인천 간 임시항공편 운항 횟수도 최대 주 3회로 늘렸습니다. 그래도 비행기 좌석이 모두 만석일 정도로 귀국 수요가 높습니다. 우리 교민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국민들도 앞다퉈 이 항공편을 이용해 미얀마를 떠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약 2천여 명의 우리 국민이 생업 등을 이유로 현지에 남아 있습니다. 정부의 단계별 여행 경보 마지막 단계, ‘흑색 경보’가 내려지면 이들 역시 전원 대피·철수해야 합니다.


앞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철수 결정만 내려지면 24시간 내 상당수 교민을 철수시킬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며, 필요하면 군 수송기나 특별기를 투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아직 ‘전원 철수’ 단계는 아니라지만..

정 장관은 지난달 31일 열린 내신 기자단 브리핑에서 “우리 교민을 즉각 철수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며 이렇게 설명했는데요. 다만 아직까지는 전원 철수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대신, 미얀마 내 비필수 외교관 등 일부 공무원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린 미국처럼, 필요시 비필수 인원부터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우리 교민들이 전원 무사히 철수한다고 해도, 미얀마 사태는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세계 각국이 매일같이 전해지는 유혈 참사에 경악하며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아직까지 ‘규탄한다’, ‘촉구한다’는 메세지를 내는 것 외에 뾰족한 해법을 찾지는 못한 상태입니다.

현지 시간으로 어제(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미얀마 군부의 민간인 살해를 규탄하는 성명을 냈지만, 큰 반향은 기대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안보리 차원의 제재 등 실효성 있는 조치가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우리 정부는 지난달 12일, 미얀마와 국방·치안 분야의 교류·협력을 중단하는 등 첫 독자 제재에 이어 추가 제재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검토안은 미리 말할 수 없다고 정 장관이 선을 그었지만, 국제 사회와 공조해 문제 해결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만은 거듭 밝혔습니다.

■ ‘신변 위협’ 걱정에 미얀마 학생 간담회도 비공개

또 최종건 1차관도 오늘 오후 재한 미얀마인 유학생 간담회를 열고, 지금 현재 미얀마인들에게 가장 절실한 조치가 무엇인지 경청했습니다.

간담회에서 나온 발언에 대해 취재진이 일부만이라도 공유가 가능한지 물었지만, ‘미얀마 학생들이 신원을 밝히지 않고 싶어 하는데다 신변 위협이 제기돼 전면 비공개 하기로 했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타국에서조차 맘놓고 목소리를 높일 수 없는 유학생들의 처지가, 지금 미얀마의 현실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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