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 남획에 칼 빼 든 제주도…“야간 해루질 제한”

입력 2021.04.06 (14:07) 수정 2021.04.06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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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역 모 해루질 동호회에 올라온 게시글제주지역 모 해루질 동호회에 올라온 게시글

제주도가 무분별한 야간 해루질을 제한하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 해루질은 얕은 바다에서 어패류 등을 잡는 행위로, 제주에선 해루질로 인해 다이버와 어촌계가 수년째 갈등을 빚고 있다.

제주도는 내일(7일)부터 맨손어업 신고자와 비어업인이 야간에 해루질을 금지하는 내용의 고시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시가 시행되면 해루질은 낮에만 허용되며, 세 차례 위반 시 맨손어업 신고증은 박탈된다. 제주도는 지난달 19일 수산조정위원회를 통해 야간 해루질을 제한하는 내용의 고시를 정한 뒤 법적 자문을 거쳤다.

정재철 제주도 해양수산과장은 "이번 고시의 핵심은 야간 조업을 금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무분별한 채취에 칼 빼 든 제주도

해루질 다이버는 마을어업권자가 조성·관리하는 수산물인 소라나 전복, 해삼 등 정착성 수산동식물은 채취할 수 없지만, 문어나 오징어, 어류 등은 잡을 수 있다.

일부 다이버들은 이를 이용해 문어와 오징어 등을 무분별하게 포획하고, 맨손어업을 신고해 이를 판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취미와 레저를 넘어 판매를 목적으로 씨를 말릴 정도의 남획이 이뤄지면서 제주도가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제주지역 모 해루질 동호회에 올라온 게시글제주지역 모 해루질 동호회에 올라온 게시글

맨손어업은 손으로 낫ㆍ호미ㆍ갈고리류 등을 사용해 수산동식물을 포획ㆍ채취하는 어업으로, 맨손어업 신고자는 잡은 어획물을 판매할 수 있다. 다만 잠수를 통해 수산물을 잡을 수 없다.

반면 해녀들은 산소공급장치 없이 잠수한 후 낫ㆍ호미ㆍ칼 등을 사용해 패류, 해조류, 정착성 수산동식물을 포획ㆍ채취하는 나잠어업을 신고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현장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이유다.

최근 서귀포시 대평리 어촌계는 기자회견을 열고 "단속이 어려운 야간 해루질을 중단하고, 해루질로 피해를 입는 해녀에게 피해를 보상하라"며 제주도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제주지역 모 해루질 동호회에 올라온 게시글제주지역 모 해루질 동호회에 올라온 게시글

■ 야간 해루질 제한…"수중레저는 가능"

다만 이번 고시로 야간 해루질이 제한된다고 해서 수중레저 활동이 금지되는 건 아니다.

수중레저법상 안전요원을 대동하고, 합법적인 장비를 갖추면 야간에 바다에 들어가 문어나 오징어, 어류 등은 잡을 수 있다. 다만 상업적 목적의 포획·채취는 전면 금지된다.

판매를 금지해 일부 다이버들의 남획을 막는 게 이번 고시의 취지다.



■ 해루질 다이버·어촌계 환영 입장 밝혀

이번 대책과 관련해 어촌계와 레저를 목적으로 해루질을 즐기는 다이버 측은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제주지역 모 해루질 동호회 회원인 지현호씨는 "이번 고시로 일부 다이버들의 무분별한 해루질 행위가 규제됐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어촌계와 대화를 통해 상생하는 방안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부태형 제주도어촌계장연합회 회장은 "일부 무부분별한 해루질 행위 때문에 다이버분들과 갈등이 커졌던 것"이라며 "이번 규제가 어촌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 회장은 또 "점차적으로 레저인구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해루질 다이버분들이 지역에 올 때 어촌계장들에게 사전에 협의를 하고 레저를 즐긴다면 서로 상부상조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 다이버는 "어촌계와 해루질 다이버들이 마릿수를 제한하는 등 사회적 합의를 통해 건전한 문화를 정착시켜 나가야 할 시점"이라며 "이번 대책이 상생의 길로 가는 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말했다.

이 다이버는 "괭생이모자반, 해양 쓰레기 제거 등 다이버들이 어촌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도 많다"고 밝혔다.

■ "해녀들 밥그릇 뺏는 나잠어업 등록하자" 일부서 반발


한편 맨손어업을 신고한 일부 다이버들은 제주도 대책에 반발하며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이들은 '맨손어업 신고자가 제주도에 300여 명 있다. 단체 행동을 해야겠다'며 맨손어업자들의 모임을 꾸리고 있다.

해당 글에는 "해녀들 밥그릇 뺏는 나잠어업을 등록하자", "종패를 뿌리고 몇 년이 지나면 실효성이 사라진다"는 내용이 게재됐다.

제주도는 이에 대해 고시를 시행한 뒤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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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분별 남획에 칼 빼 든 제주도…“야간 해루질 제한”
    • 입력 2021-04-06 14:07:19
    • 수정2021-04-06 17:13:25
    취재K
제주지역 모 해루질 동호회에 올라온 게시글
제주도가 무분별한 야간 해루질을 제한하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 해루질은 얕은 바다에서 어패류 등을 잡는 행위로, 제주에선 해루질로 인해 다이버와 어촌계가 수년째 갈등을 빚고 있다.

제주도는 내일(7일)부터 맨손어업 신고자와 비어업인이 야간에 해루질을 금지하는 내용의 고시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시가 시행되면 해루질은 낮에만 허용되며, 세 차례 위반 시 맨손어업 신고증은 박탈된다. 제주도는 지난달 19일 수산조정위원회를 통해 야간 해루질을 제한하는 내용의 고시를 정한 뒤 법적 자문을 거쳤다.

정재철 제주도 해양수산과장은 "이번 고시의 핵심은 야간 조업을 금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무분별한 채취에 칼 빼 든 제주도

해루질 다이버는 마을어업권자가 조성·관리하는 수산물인 소라나 전복, 해삼 등 정착성 수산동식물은 채취할 수 없지만, 문어나 오징어, 어류 등은 잡을 수 있다.

일부 다이버들은 이를 이용해 문어와 오징어 등을 무분별하게 포획하고, 맨손어업을 신고해 이를 판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취미와 레저를 넘어 판매를 목적으로 씨를 말릴 정도의 남획이 이뤄지면서 제주도가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제주지역 모 해루질 동호회에 올라온 게시글
맨손어업은 손으로 낫ㆍ호미ㆍ갈고리류 등을 사용해 수산동식물을 포획ㆍ채취하는 어업으로, 맨손어업 신고자는 잡은 어획물을 판매할 수 있다. 다만 잠수를 통해 수산물을 잡을 수 없다.

반면 해녀들은 산소공급장치 없이 잠수한 후 낫ㆍ호미ㆍ칼 등을 사용해 패류, 해조류, 정착성 수산동식물을 포획ㆍ채취하는 나잠어업을 신고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현장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이유다.

최근 서귀포시 대평리 어촌계는 기자회견을 열고 "단속이 어려운 야간 해루질을 중단하고, 해루질로 피해를 입는 해녀에게 피해를 보상하라"며 제주도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제주지역 모 해루질 동호회에 올라온 게시글
■ 야간 해루질 제한…"수중레저는 가능"

다만 이번 고시로 야간 해루질이 제한된다고 해서 수중레저 활동이 금지되는 건 아니다.

수중레저법상 안전요원을 대동하고, 합법적인 장비를 갖추면 야간에 바다에 들어가 문어나 오징어, 어류 등은 잡을 수 있다. 다만 상업적 목적의 포획·채취는 전면 금지된다.

판매를 금지해 일부 다이버들의 남획을 막는 게 이번 고시의 취지다.



■ 해루질 다이버·어촌계 환영 입장 밝혀

이번 대책과 관련해 어촌계와 레저를 목적으로 해루질을 즐기는 다이버 측은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제주지역 모 해루질 동호회 회원인 지현호씨는 "이번 고시로 일부 다이버들의 무분별한 해루질 행위가 규제됐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어촌계와 대화를 통해 상생하는 방안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부태형 제주도어촌계장연합회 회장은 "일부 무부분별한 해루질 행위 때문에 다이버분들과 갈등이 커졌던 것"이라며 "이번 규제가 어촌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 회장은 또 "점차적으로 레저인구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해루질 다이버분들이 지역에 올 때 어촌계장들에게 사전에 협의를 하고 레저를 즐긴다면 서로 상부상조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 다이버는 "어촌계와 해루질 다이버들이 마릿수를 제한하는 등 사회적 합의를 통해 건전한 문화를 정착시켜 나가야 할 시점"이라며 "이번 대책이 상생의 길로 가는 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말했다.

이 다이버는 "괭생이모자반, 해양 쓰레기 제거 등 다이버들이 어촌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도 많다"고 밝혔다.

■ "해녀들 밥그릇 뺏는 나잠어업 등록하자" 일부서 반발


한편 맨손어업을 신고한 일부 다이버들은 제주도 대책에 반발하며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이들은 '맨손어업 신고자가 제주도에 300여 명 있다. 단체 행동을 해야겠다'며 맨손어업자들의 모임을 꾸리고 있다.

해당 글에는 "해녀들 밥그릇 뺏는 나잠어업을 등록하자", "종패를 뿌리고 몇 년이 지나면 실효성이 사라진다"는 내용이 게재됐다.

제주도는 이에 대해 고시를 시행한 뒤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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