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경찰…보안체계 ‘허술’

입력 2021.04.06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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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음주운전 사고…경찰서에서 도주

지난달 23일 새벽 4시쯤. 부산 서면의 번화가 일대에서 SUV 차량이 갑자기 도로 연석을 들이받는 사고가 났습니다.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출동한 경찰이 확인한 운전자는 10대 미성년자였는데요. 경찰 조사 결과 만취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이 미성년자를 경찰서로 데려와 조사를 했지만, 여기서도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잠시 화장실을 간다고 나섰던 미성년자가 도주해버렸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거주지도 부산이 아닌 울산이었는데요. 자칫하면 찾기가 더 어려웠을 겁니다.

다행히 8시간 만에 부산의 한 주택에서 해당 미성년자를 검거했지만, 이같은 경찰의 허술한 감시 체계를 두고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허술한 감시 체계…통제 장치도 말썽

경찰은 "당시 경찰관이 화장실에 동행했지만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사이 도주한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담당 조사팀에 대한 강도 높은 감찰을 약속하기도 했는데요.

알고보니 또다른 위험요소가 남아있었습니다. 경찰서에 설치되어 있는 '원격 제어 통제 장치'가 말썽이었습니다.

경찰은 현행범 체포 등으로 피의자들이 조사를 받으러 사무실로 들어오면 보안을 강화합니다. 이때 창살문을 닫거나 안에서 문이 자동으로 열리지 않도록 해야하는데, 거기에 사용되는 장치가 바로 제어 통제 장치입니다.

경찰은 이 사건 이후 갑작스런 피의자 도주를 방지하기 위한 '원격 제어 통제 장치'를 설치했습니다 . 마치 추가 장비를 설치한 것처럼 보이지만, 경찰서에 대부분에 이미 배치된 설비입니다. 단어만 보면 어려운데, 사실 자동문을 닫을 수 있는 '리모콘'을 말합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쳤다…보안 강화해야

경찰서 대부분에 비치된 이 장치가 알고보니 사건 당시에는 고장난 상태였습니다. 화장실이 아니라 조사 도중에라도 도망칠 상황이 펼쳐질 수 있었던 겁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조사자들의 도주 우려까지 높았던 셈인데요.

현재 경찰은 해당 사건 수사를 마무리하는 동시에 담당팀 전체에 대한 감찰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담당자 등에게 책임을 물을 예정인데요. 이번 기회를 들어 보안을 강화하고 책임자 처벌을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소 잃고 외양간 고쳤다는 비판은 피하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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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경찰…보안체계 ‘허술’
    • 입력 2021-04-06 14:17:48
    취재K

10대 음주운전 사고…경찰서에서 도주

지난달 23일 새벽 4시쯤. 부산 서면의 번화가 일대에서 SUV 차량이 갑자기 도로 연석을 들이받는 사고가 났습니다.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출동한 경찰이 확인한 운전자는 10대 미성년자였는데요. 경찰 조사 결과 만취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이 미성년자를 경찰서로 데려와 조사를 했지만, 여기서도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잠시 화장실을 간다고 나섰던 미성년자가 도주해버렸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거주지도 부산이 아닌 울산이었는데요. 자칫하면 찾기가 더 어려웠을 겁니다.

다행히 8시간 만에 부산의 한 주택에서 해당 미성년자를 검거했지만, 이같은 경찰의 허술한 감시 체계를 두고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허술한 감시 체계…통제 장치도 말썽

경찰은 "당시 경찰관이 화장실에 동행했지만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사이 도주한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담당 조사팀에 대한 강도 높은 감찰을 약속하기도 했는데요.

알고보니 또다른 위험요소가 남아있었습니다. 경찰서에 설치되어 있는 '원격 제어 통제 장치'가 말썽이었습니다.

경찰은 현행범 체포 등으로 피의자들이 조사를 받으러 사무실로 들어오면 보안을 강화합니다. 이때 창살문을 닫거나 안에서 문이 자동으로 열리지 않도록 해야하는데, 거기에 사용되는 장치가 바로 제어 통제 장치입니다.

경찰은 이 사건 이후 갑작스런 피의자 도주를 방지하기 위한 '원격 제어 통제 장치'를 설치했습니다 . 마치 추가 장비를 설치한 것처럼 보이지만, 경찰서에 대부분에 이미 배치된 설비입니다. 단어만 보면 어려운데, 사실 자동문을 닫을 수 있는 '리모콘'을 말합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쳤다…보안 강화해야

경찰서 대부분에 비치된 이 장치가 알고보니 사건 당시에는 고장난 상태였습니다. 화장실이 아니라 조사 도중에라도 도망칠 상황이 펼쳐질 수 있었던 겁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조사자들의 도주 우려까지 높았던 셈인데요.

현재 경찰은 해당 사건 수사를 마무리하는 동시에 담당팀 전체에 대한 감찰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담당자 등에게 책임을 물을 예정인데요. 이번 기회를 들어 보안을 강화하고 책임자 처벌을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소 잃고 외양간 고쳤다는 비판은 피하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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