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대변인의 ‘한반도 비핵화’ 언급…실수? 기조변화?

입력 2021.04.09 (00:37) 수정 2021.04.09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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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현지시간 7일 정례브리핑에서 포괄적 대북접근 원칙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했다.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현지시간 7일 정례브리핑에서 포괄적 대북접근 원칙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했다.

■ 백악관 대변인 "분명한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

미국 현지 시간 7일, 백악관 정례브리핑에 나선 젠 사키 대변인은 북한의 추가 도발 위협에 미국이 어떤 방식으로 대처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전날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북한전문 사이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와 북한전문매체 38노스가 북한 함경남도 신포조선소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토대로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시험용 선박의 이동 정황을 공개한 데 따른 기자 질문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젠 사키 대변인은 일단 특정한 군사행동과 관련한 내용은 미 국방부에 전달하겠다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그러면서 포괄적인 대북 접근 원칙이라며 이렇게 얘기합니다.

"우리는 북한반도 아니 한반도라고 불러야만 하는 지역의 비핵화라는 북한과 관련한 분명한 목표가 있습니다."
"We have clear objective as a relate to the North Korea which is denuclearizing the North Korean peninsula, but Korean peninsular I should say."

이 같은 백악관 대변인 발언은 대북 정책 기조와 관련해 민감한 영역인 '비핵화 대상'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북한의 비핵화'냐 '한반도 비핵화' 가운데 후자를 선택한 발언입니다.

■ 북한 비핵화 VS 한반도 비핵화 서로 다른 길

백악관 대변인 발언이 관심을 끌게 된 이유는 두 방식이 확연히 다른 비핵화 경로와 협상 방식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비핵화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북한 핵 전체를 없애는 것, 다시 말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CVID가 내포된 개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재임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맡았던 존 볼턴으로 대표되는 인사들이 추구했던 방식입니다.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자신이 쓴 책 '그 일이 일어난 방'에서 2019년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직전, 당시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가져왔던 잠정합의안을 백지화시키는 대신 북한이 '빅딜'을 받지 않을 경우 '노딜'로 가야 한다는 주장을 관철했다고 적었습니다.

'빅딜'은 북미가 비핵화의 최종상태를 합의하는 것은 물론 과거와 현재 핵에 대한 전면적인 검증과 해체 작업이 포함된 개념이었습니다. 당시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정도가 최대치였고 이마저도 제재해제가 병행돼야 한다고 봤던 북한으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협상안이었습니다.

한반도 비핵화 개념은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 공동선언문 제3항에 북한이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노력하겠다는 표현으로 명문화돼 있습니다. 북한이 실질적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핵과 함께 미국의 핵우산까지 비핵화 논의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겁니다.

이럴 경우 북한은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등을 비핵화 협상의 지렛대로 삼을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꾸준히 추구하는 비핵화 방안이지만 일각에선 핵협상 과정에서 한미동맹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이윱니다.

■ 안보보좌관·국방부는 '북한 비핵화'

그런데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의 '한반도 비핵화' 발언은 최근 바이든 정부의 기조와도 다소 상반됩니다.

실제, 백악관은 지난 2일 미국 해군사관학교에서 한미일 안보수장들 협의 결과를 발표할 당시 "비핵화를 향한 공동 협력을 통해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명시적으로 '북한의 비핵화'라는 표현이 들어가지는 않았어도 '북한 핵 문제 해결'이라는 문구에 의미가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  미 국방부는 ‘북한의 비핵화’라는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 미 국방부는 ‘북한의 비핵화’라는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미 국방부 존 커비 대변인은 한발 더 나아가 현지시간 7일 정례브리핑에서 대북정책 입안 관련 질문이 나오자 '북한의 비핵화'를 명확하게 밝히기도 했습니다.

"분명히, 우리 모두 북한의 비핵화와 함께 한반도 안보와 안정에 헌신하고 있습니다."
"Obviously, we're all committed to the denuclearization of North Korea and to security and stability on the Peninsula."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 역시 한 차례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한 이후 북한과 외교를 고려하고 있다고 발언할 때는 단순히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북한이 외교의 상대이니만큼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비핵화의 대상도 당연히 북한이 될 거라는 관측을 할 수 있게 만드는 대목입니다.

백악관 대변인의 '한반도 비핵화' 발언은 단순한 실수였을까요? 아니면 대북 정책 입안 과정에서 바이든 정부 내부에 인식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걸까요? 답은 조만간 공개될 대북정책 방향에 담기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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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악관 대변인의 ‘한반도 비핵화’ 언급…실수? 기조변화?
    • 입력 2021-04-09 00:37:34
    • 수정2021-04-09 08:06:09
    취재K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현지시간 7일 정례브리핑에서 포괄적 대북접근 원칙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했다.
■ 백악관 대변인 "분명한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

미국 현지 시간 7일, 백악관 정례브리핑에 나선 젠 사키 대변인은 북한의 추가 도발 위협에 미국이 어떤 방식으로 대처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전날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북한전문 사이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와 북한전문매체 38노스가 북한 함경남도 신포조선소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토대로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시험용 선박의 이동 정황을 공개한 데 따른 기자 질문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젠 사키 대변인은 일단 특정한 군사행동과 관련한 내용은 미 국방부에 전달하겠다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그러면서 포괄적인 대북 접근 원칙이라며 이렇게 얘기합니다.

"우리는 북한반도 아니 한반도라고 불러야만 하는 지역의 비핵화라는 북한과 관련한 분명한 목표가 있습니다."
"We have clear objective as a relate to the North Korea which is denuclearizing the North Korean peninsula, but Korean peninsular I should say."

이 같은 백악관 대변인 발언은 대북 정책 기조와 관련해 민감한 영역인 '비핵화 대상'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북한의 비핵화'냐 '한반도 비핵화' 가운데 후자를 선택한 발언입니다.

■ 북한 비핵화 VS 한반도 비핵화 서로 다른 길

백악관 대변인 발언이 관심을 끌게 된 이유는 두 방식이 확연히 다른 비핵화 경로와 협상 방식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비핵화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북한 핵 전체를 없애는 것, 다시 말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CVID가 내포된 개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재임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맡았던 존 볼턴으로 대표되는 인사들이 추구했던 방식입니다.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자신이 쓴 책 '그 일이 일어난 방'에서 2019년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직전, 당시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가져왔던 잠정합의안을 백지화시키는 대신 북한이 '빅딜'을 받지 않을 경우 '노딜'로 가야 한다는 주장을 관철했다고 적었습니다.

'빅딜'은 북미가 비핵화의 최종상태를 합의하는 것은 물론 과거와 현재 핵에 대한 전면적인 검증과 해체 작업이 포함된 개념이었습니다. 당시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정도가 최대치였고 이마저도 제재해제가 병행돼야 한다고 봤던 북한으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협상안이었습니다.

한반도 비핵화 개념은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 공동선언문 제3항에 북한이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노력하겠다는 표현으로 명문화돼 있습니다. 북한이 실질적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핵과 함께 미국의 핵우산까지 비핵화 논의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겁니다.

이럴 경우 북한은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등을 비핵화 협상의 지렛대로 삼을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꾸준히 추구하는 비핵화 방안이지만 일각에선 핵협상 과정에서 한미동맹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이윱니다.

■ 안보보좌관·국방부는 '북한 비핵화'

그런데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의 '한반도 비핵화' 발언은 최근 바이든 정부의 기조와도 다소 상반됩니다.

실제, 백악관은 지난 2일 미국 해군사관학교에서 한미일 안보수장들 협의 결과를 발표할 당시 "비핵화를 향한 공동 협력을 통해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명시적으로 '북한의 비핵화'라는 표현이 들어가지는 않았어도 '북한 핵 문제 해결'이라는 문구에 의미가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  미 국방부는 ‘북한의 비핵화’라는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미 국방부 존 커비 대변인은 한발 더 나아가 현지시간 7일 정례브리핑에서 대북정책 입안 관련 질문이 나오자 '북한의 비핵화'를 명확하게 밝히기도 했습니다.

"분명히, 우리 모두 북한의 비핵화와 함께 한반도 안보와 안정에 헌신하고 있습니다."
"Obviously, we're all committed to the denuclearization of North Korea and to security and stability on the Peninsula."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 역시 한 차례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한 이후 북한과 외교를 고려하고 있다고 발언할 때는 단순히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북한이 외교의 상대이니만큼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비핵화의 대상도 당연히 북한이 될 거라는 관측을 할 수 있게 만드는 대목입니다.

백악관 대변인의 '한반도 비핵화' 발언은 단순한 실수였을까요? 아니면 대북 정책 입안 과정에서 바이든 정부 내부에 인식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걸까요? 답은 조만간 공개될 대북정책 방향에 담기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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