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서울에서 본 북·중 접경…경계 없는 소통

입력 2021.04.10 (08:20) 수정 2021.04.10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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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신의주와 중국 랴오닝성의 단둥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접경 도시인데요.

지금은 북한이 국경을 봉쇄하고 있는데, 코로나 사태 전까지만 해도 신의주와 단둥은 북중 교역의 70% 이상을 담당해 온 지역입니다.

최효은 리포터, 서울에서 북중 접경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고요?

[답변]

네, '보더리스 사이트'라는 이름의 전시회인데요.

[앵커]

보더리스 사이트, 그게 무슨 뜻인가요?

[답변]

'국경이 없는 지역'이라는 뜻인데요.

그만큼 북한과 중국사이의 접경지역은 가깝고도 먼 지역이라는 의미일 것 같습니다.

전시회에 가 보니까 18팀의 작가들이 북중 접경을 다양한 시각으로 재현해 내고 있었는데요.

서울에서 만난 북중 접경은 어떤 모습일지, 지금부터 함께 화면으로 만나보시죠.

[리포트]

경의선 열차가 출발하던 서울역.

끊겨 버린 철길은 분단의 아픔을 상징합니다.

70년이 흐른 지금 아직도 신의주행 열차는 출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굴곡진 현대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서울역 미술관에서 특별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는데요.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와 중국 랴오닝성 단둥을 주제로 한 "보더리스 사이트" 전시회입니다.

[김보현/큐레이터 : "신의주 앞에 있는 단둥에 저희가 다녀와서 단둥과 신의주라고 하는 접경 지역의 풍경에 대한 감정이나 생각 같은 것들을 녹여서 작품으로 만들었다고 보시면 좋습니다."]

압록강변에 허름한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주민들도 보입니다.

김태동 작가는 압록강에서 바라본 북한 주민들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김형준/관람객 : "저희가 남한에 살면서 압록강이나 중국 접경지대에 가 볼 일이 많지 않잖아요. 현지에 있는 사람들이 소도 기르고 자동차도 타고 다 사람 사는 곳이구나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18팀의 작가들이 북중 접경의 모습을 전하기 위해 2년 전부터 전시회를 준비했다는데요.

북한의 신의주와 중국의 단둥, 우리가 쉽게 접해 보지 못한 낯선 지역인데요.

그렇다면 작가들의 예술적 상상력으로 재탄생한 신의주와 단둥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요.

VR을 활용한 작품도 전시됐는데요.

서현석 작가의 작품 '안개'는 마치 단둥에서 압록강 건너 신의주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앞에 보이는 곳이 어딘가요?) 앞에 보이는 곳이 신의주입니다. (이렇게 보니까 신의주는 제가 있는 곳이랑 정말 다른 곳인 줄 알았는데, 그냥 한강에 온 느낌이에요.)"]

이 압록강 단교는 한국전쟁 때 미군이 폭파했다고 하는데요.

["(태양호텔이 보여요.) 네, 맞습니다. (너무 신기하다.)"]

북한에선 좀처럼 보기 드문 형태로 건설되고 있는 원형 건물인데요.

마치 눈앞에 있는 것 같아서 저도 모르게 손이 뻗어졌습니다.

이렇게 가까운 북중 접경을 형상화하기 위해 작가는 경계가 없는 '안개'를 작품 제목으로 정했습니다.

[서현석/'안개' 작가 : "경계가 견고하게 우리의 이동을 막고 있는 게 아니라 압록강으로 만들어져 있는 국경이라고 하는 곳이 굉장히 유연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우리가 한국으로 가야겠다. 다 함께 탈출~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막 애원하는 거예요."]

작가는 압록강 영상에 이 그래픽 효과를 입혀 혼돈 속의 탈북민을 형상화했습니다.

북중 접경은 지금까지 탈북민 3만여 명이 거쳐 갔습니다.

["아빠, 어떻게 사회주의를 버리고 갈 수 있습니까? 우리 죽더라도 사회주의를 지킵시다. 제가 그랬어요."]

한 탈북민 가족의 아오지 탄광 탈출기가 영상에서 흘러나오는데요.

이렇게 가깝고도 먼 북중 접경은 누군가에게는 목숨을 걸고 넘어야 하는 경계선이기도 합니다.

전시회에선 세로 182cm, 가로 227cm에 달하는 대형 작품도 볼 수 있었는데요.

라오미 작가는 압록강변 신의주와 단둥 주민들을 병풍에 그려냈습니다.

특히 유람선과 나룻배, 보트 같은 배들이 많이 등장했는데요.

[라오미/'끝없는 환희를 그대에게' 작가 : "그들도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시선의 교차를 느꼈거든요. 그래서 유람선도 그리고요. 또 한편엔 현재의 모습이라면 압록강은 북한 사람들의 생과 사가 오고 가는 현장이었다고 많이 느꼈거든요."]

압록강 철교에서 영감을 받은 이 작품은 120년간의 한반도와 중국 역사를 함축적으로 그려냈습니다.

[전진홍/"보더 인 모션" 작가 : "보더 인 모션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고요. 이렇게 하게 되면 화면에 있는 그들이 바뀌게 되는데요. 한반도에서 일어나고 있었던 사건들을 연대기 순으로 보실 수 있고요."]

한반도를 흔들었던 굵직한 사건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데요.

경의선 철길도 언젠가는 연결될 수 있을까요?

[전진홍/"보더 인 모션" 작가 : "저희가 끊어졌던 철도의 라인들을 보여 줌으로 인해서 이것이 우리가 다시 연결될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을 암시하게 해 준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전 오래된 역사를 뜨문뜨문 알고 있었는데, 직접 끌면서 보니까 이어져 있는 거 같고 더 이해하기가 쉬웠어요."]

지금은 코로나19로 1년 넘게 문이 잠겨 있는 곳.

북중 접경은 남북 분단의 아픈 역사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자유를 찾아 살기 위해 넘는 사선이 아니라 경계 없는 소통이 이뤄지는 평화의 선이 되길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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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서울에서 본 북·중 접경…경계 없는 소통
    • 입력 2021-04-10 08:20:03
    • 수정2021-04-10 10: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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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신의주와 중국 랴오닝성의 단둥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접경 도시인데요.

지금은 북한이 국경을 봉쇄하고 있는데, 코로나 사태 전까지만 해도 신의주와 단둥은 북중 교역의 70% 이상을 담당해 온 지역입니다.

최효은 리포터, 서울에서 북중 접경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고요?

[답변]

네, '보더리스 사이트'라는 이름의 전시회인데요.

[앵커]

보더리스 사이트, 그게 무슨 뜻인가요?

[답변]

'국경이 없는 지역'이라는 뜻인데요.

그만큼 북한과 중국사이의 접경지역은 가깝고도 먼 지역이라는 의미일 것 같습니다.

전시회에 가 보니까 18팀의 작가들이 북중 접경을 다양한 시각으로 재현해 내고 있었는데요.

서울에서 만난 북중 접경은 어떤 모습일지, 지금부터 함께 화면으로 만나보시죠.

[리포트]

경의선 열차가 출발하던 서울역.

끊겨 버린 철길은 분단의 아픔을 상징합니다.

70년이 흐른 지금 아직도 신의주행 열차는 출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굴곡진 현대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서울역 미술관에서 특별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는데요.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와 중국 랴오닝성 단둥을 주제로 한 "보더리스 사이트" 전시회입니다.

[김보현/큐레이터 : "신의주 앞에 있는 단둥에 저희가 다녀와서 단둥과 신의주라고 하는 접경 지역의 풍경에 대한 감정이나 생각 같은 것들을 녹여서 작품으로 만들었다고 보시면 좋습니다."]

압록강변에 허름한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주민들도 보입니다.

김태동 작가는 압록강에서 바라본 북한 주민들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김형준/관람객 : "저희가 남한에 살면서 압록강이나 중국 접경지대에 가 볼 일이 많지 않잖아요. 현지에 있는 사람들이 소도 기르고 자동차도 타고 다 사람 사는 곳이구나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18팀의 작가들이 북중 접경의 모습을 전하기 위해 2년 전부터 전시회를 준비했다는데요.

북한의 신의주와 중국의 단둥, 우리가 쉽게 접해 보지 못한 낯선 지역인데요.

그렇다면 작가들의 예술적 상상력으로 재탄생한 신의주와 단둥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요.

VR을 활용한 작품도 전시됐는데요.

서현석 작가의 작품 '안개'는 마치 단둥에서 압록강 건너 신의주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앞에 보이는 곳이 어딘가요?) 앞에 보이는 곳이 신의주입니다. (이렇게 보니까 신의주는 제가 있는 곳이랑 정말 다른 곳인 줄 알았는데, 그냥 한강에 온 느낌이에요.)"]

이 압록강 단교는 한국전쟁 때 미군이 폭파했다고 하는데요.

["(태양호텔이 보여요.) 네, 맞습니다. (너무 신기하다.)"]

북한에선 좀처럼 보기 드문 형태로 건설되고 있는 원형 건물인데요.

마치 눈앞에 있는 것 같아서 저도 모르게 손이 뻗어졌습니다.

이렇게 가까운 북중 접경을 형상화하기 위해 작가는 경계가 없는 '안개'를 작품 제목으로 정했습니다.

[서현석/'안개' 작가 : "경계가 견고하게 우리의 이동을 막고 있는 게 아니라 압록강으로 만들어져 있는 국경이라고 하는 곳이 굉장히 유연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우리가 한국으로 가야겠다. 다 함께 탈출~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막 애원하는 거예요."]

작가는 압록강 영상에 이 그래픽 효과를 입혀 혼돈 속의 탈북민을 형상화했습니다.

북중 접경은 지금까지 탈북민 3만여 명이 거쳐 갔습니다.

["아빠, 어떻게 사회주의를 버리고 갈 수 있습니까? 우리 죽더라도 사회주의를 지킵시다. 제가 그랬어요."]

한 탈북민 가족의 아오지 탄광 탈출기가 영상에서 흘러나오는데요.

이렇게 가깝고도 먼 북중 접경은 누군가에게는 목숨을 걸고 넘어야 하는 경계선이기도 합니다.

전시회에선 세로 182cm, 가로 227cm에 달하는 대형 작품도 볼 수 있었는데요.

라오미 작가는 압록강변 신의주와 단둥 주민들을 병풍에 그려냈습니다.

특히 유람선과 나룻배, 보트 같은 배들이 많이 등장했는데요.

[라오미/'끝없는 환희를 그대에게' 작가 : "그들도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시선의 교차를 느꼈거든요. 그래서 유람선도 그리고요. 또 한편엔 현재의 모습이라면 압록강은 북한 사람들의 생과 사가 오고 가는 현장이었다고 많이 느꼈거든요."]

압록강 철교에서 영감을 받은 이 작품은 120년간의 한반도와 중국 역사를 함축적으로 그려냈습니다.

[전진홍/"보더 인 모션" 작가 : "보더 인 모션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고요. 이렇게 하게 되면 화면에 있는 그들이 바뀌게 되는데요. 한반도에서 일어나고 있었던 사건들을 연대기 순으로 보실 수 있고요."]

한반도를 흔들었던 굵직한 사건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데요.

경의선 철길도 언젠가는 연결될 수 있을까요?

[전진홍/"보더 인 모션" 작가 : "저희가 끊어졌던 철도의 라인들을 보여 줌으로 인해서 이것이 우리가 다시 연결될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을 암시하게 해 준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전 오래된 역사를 뜨문뜨문 알고 있었는데, 직접 끌면서 보니까 이어져 있는 거 같고 더 이해하기가 쉬웠어요."]

지금은 코로나19로 1년 넘게 문이 잠겨 있는 곳.

북중 접경은 남북 분단의 아픈 역사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자유를 찾아 살기 위해 넘는 사선이 아니라 경계 없는 소통이 이뤄지는 평화의 선이 되길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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