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가다] 스카이72 골프장에서는 무슨 일이?

입력 2021.04.11 (08:01) 수정 2021.04.1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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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스카이72 골프장. 수도권 시민들이 애용하는 이 골프장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스카이72 골프장간의 운영권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하면서 요즘 시끄럽습니다.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며 법적 다툼까지 벌어지고 있는 현장을 기자가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나이스 샷! 탁 트인 잔디밭에는 골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

기자가 찾은 시간은 지난 금요일(9일) 오전 9시 30분. 골프장으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토지 무단점유’, ‘비리의 온상’ 등의 문구가 걸린 현수막 7개가 걸려있습니다. 골프장 안으로 들어가니 주차장은 빈 공간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이미 만차 상태였습니다. 저 너머 보이는 필드의 잔디는 지난 주말에 온 비 덕분인지 푸릇하고 윤기가 흐릅니다.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차 트렁크에서 골프가방을 내려주며 주차안내를 합니다.

건물 안에는 골프장 예약을 확인하고 탈의실 열쇠를 받으려는 사람들의 줄이 이어졌습니다. 또 옷을 갈아 입고 나오는 사람들은 시간에 맞춰 필드에 나가기위해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필드에는 카트들이 열심히 움직이고 도보로 줄을 지어서 홀을 옮기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식당은 점심시간에 몰릴 손님을 받을 준비가 한창이었습니다. 현수막이 없었다면 이곳에서 어떤 분쟁이 있는지를 알수 없을 만큼 골프장은 활력이 넘치고 평온해 보였습니다.

■ 운영권 둘러싼 법정 소송 중…첨예한 갈등 상황

양측의 첨예한 갈등 상황을 보여주는 스카이72 골프장 입구에 걸린 현수막들.양측의 첨예한 갈등 상황을 보여주는 스카이72 골프장 입구에 걸린 현수막들.

하지만 지난 1일 오전 5시부터 스카이72 골프장에는 중수도 공급이 중단됐습니다. 중수도는 한번 사용한 물을 정화해 다시 사용하는 설비입니다. 잔디에 물을 주기위해서는 중수도 공급이 필요한데 스카이72 골프장측은 상수도와 빗물 등을 이용해 잔디에 물을 주고 있어 아직까지는 운영상에서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골프장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중수도 중단에 이어 앞으로는 전기와 상수도 공급도 중단하고 골프장 진입로 차단 등의 추가 조치에 나설 방침입니다.

그렇다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스카이72 골프장 측은 왜 대립하고 있는 것일까요?

문제가 불거진 것은 예정되있던 제5활주로 공사가 미뤄지면서부터입니다. 스카이72는 인천국제공항의 제5활주로 예정부지를 공항공사로부터 임차한 뒤, 2006년부터 골프장과 클럽하우스를 운영해왔습니다. 2002년 공항공사와 스카이 72가 맺은 실시 협약에 따르면 토지 사용 기간은 2020년 12월 31까지입니다.

당초 협약은 활주로 착공을 전제로 이뤄졌지만, 공사가 미뤄지면서 골프장을 빈 땅으로 남겨두기엔 어려웠던 공항공사는 지난해 골프장 후속 사업자(KMH신라레저)를 새로 선정해 운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공항공사는 스카이72에 “이번 달(4월)부터 영업을 중단하라”고 통보했지만, 현재 골프장은 계속 운영 중입니다. 스카이72측은 현재 운영 중인 잔디와 클럽하우스 등 골프장 시설물의 소유권을 인정해 달라는 입장입니다.


■ "무단 점유 불법 영업" vs "골프장 시설물 소유권 인정해야"

양측의 갈등이 심화하면서 골프장의 운영을 둘러싼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골프장 운영사 간 대립은 형사 고소전으로 번진 상태입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백현송 공항경제처장은 “스카이72의 운영 기간 연장에 대한 근거가 없으며, 저희는 계약 연장을 하지 않기로 했다”며 “스카이72는 현재 근거 없이 공공의 재산인 공항공사 소유의 대지를 무단으로 점유하고 불법 영업을 하면서 부당 이득을 계속 가져가고 있다” 며 밝혔습니다.

또한 “공공재산이 사익 추구를 위해 이용되고 있는 상태를 방치하는 것은 공공기관으로서 책임 있는 대응이 아니라고 판단해 중수도 공급 중단 등을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스카이72 운영사는 잔디와 클럽하우스 등 골프장 시설물의 소유권을 인정해 달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스카이72 박선영 홍보팀장은 “이 분쟁의 원천적인 원인은 제 5활주로다. 제5활주로 사업이 연기되었으니,우리랑 (운영 연장) 협의를 좀 해보자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기존 임차인과 연장에 관해 논의해 보는 게 가장 상식이지 않느냐”라고 반문했습니다.

■ 골프장 1,100명 일자리는?

9일 오전 인천 영종도의 골프장 스카이72 클럽하우스 방문객들.9일 오전 인천 영종도의 골프장 스카이72 클럽하우스 방문객들.

골프장의 운영 문제가 논란으로 촉발된 또 다른 이유는 고용 관련 이슈입니다.

공항 옆으로 이어진 스카이72의 클럽하우스에는 방문객들로 줄이 길게 늘어져 있습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져 오자 식당을 이용하는 고객들도 많았는데요. 그늘집에 있는 식당에서 방문객들이 먹고 난 식기를 치우고 있는 판매원에게 “운영권에 대한 이슈 때문에 고용 상황이 불안하지 않으냐” 물으니 판매원은 “조금이요. 아주 조금...”이라고 말하며, “바빠서 죄송하다”며 서둘러 자리를 피했습니다.

공항공사 측은 갈등이 해결될 때까지 시민들에게 스카이72 골프장을 공원으로 개방한다는 방침입니다. 이에 대해 스카이72 측은 근무 중인 1,100명의 근로자와 캐디들이 "영업을 못 하는 공백 기간이 생기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에 대해 공항공사 측은 “협력사 직원들이나 캐디분들이 겪을 고용불안에 대해서는 저희가 입찰을 하면서 100% 고용 승계를 보장하고, 본인이 원하면 캐디의 생계지원금과 4개 사업장에 전환배치를 통해서 적극적으로 고용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습니다.

■ 스카이72 골프장은?

9일 오전. 방문객들의 차로 주차장을 가득 메운 스카이72 골프장.9일 오전. 방문객들의 차로 주차장을 가득 메운 스카이72 골프장.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스카이72는 총 3,648㎡ 면적에 정규코스 72홀, 연습코스 9홀, 연습장 등을 조성해 국내 최대 규모 골프장으로 불립니다. 1년 내장객만 40만 명에 달하고, LPGA 대회 등 국제 대회도 자주 열려 골프 애호가들에겐 유명한 곳입니다.

2014년에 투자비용 2천억 원을 모두 회수한 스카이72는 지난 15년동안 9,599억 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누적 당기순이익은 1,644억 원에 달합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에는 해외 골프 수요를 흡수하며 매출액이 9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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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을 가다] 스카이72 골프장에서는 무슨 일이?
    • 입력 2021-04-11 08:01:06
    • 수정2021-04-11 10:03:40
    취재K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스카이72 골프장. 수도권 시민들이 애용하는 이 골프장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스카이72 골프장간의 운영권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하면서 요즘 시끄럽습니다.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며 법적 다툼까지 벌어지고 있는 현장을 기자가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나이스 샷! 탁 트인 잔디밭에는 골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

기자가 찾은 시간은 지난 금요일(9일) 오전 9시 30분. 골프장으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토지 무단점유’, ‘비리의 온상’ 등의 문구가 걸린 현수막 7개가 걸려있습니다. 골프장 안으로 들어가니 주차장은 빈 공간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이미 만차 상태였습니다. 저 너머 보이는 필드의 잔디는 지난 주말에 온 비 덕분인지 푸릇하고 윤기가 흐릅니다.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차 트렁크에서 골프가방을 내려주며 주차안내를 합니다.

건물 안에는 골프장 예약을 확인하고 탈의실 열쇠를 받으려는 사람들의 줄이 이어졌습니다. 또 옷을 갈아 입고 나오는 사람들은 시간에 맞춰 필드에 나가기위해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필드에는 카트들이 열심히 움직이고 도보로 줄을 지어서 홀을 옮기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식당은 점심시간에 몰릴 손님을 받을 준비가 한창이었습니다. 현수막이 없었다면 이곳에서 어떤 분쟁이 있는지를 알수 없을 만큼 골프장은 활력이 넘치고 평온해 보였습니다.

■ 운영권 둘러싼 법정 소송 중…첨예한 갈등 상황

양측의 첨예한 갈등 상황을 보여주는 스카이72 골프장 입구에 걸린 현수막들.
하지만 지난 1일 오전 5시부터 스카이72 골프장에는 중수도 공급이 중단됐습니다. 중수도는 한번 사용한 물을 정화해 다시 사용하는 설비입니다. 잔디에 물을 주기위해서는 중수도 공급이 필요한데 스카이72 골프장측은 상수도와 빗물 등을 이용해 잔디에 물을 주고 있어 아직까지는 운영상에서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골프장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중수도 중단에 이어 앞으로는 전기와 상수도 공급도 중단하고 골프장 진입로 차단 등의 추가 조치에 나설 방침입니다.

그렇다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스카이72 골프장 측은 왜 대립하고 있는 것일까요?

문제가 불거진 것은 예정되있던 제5활주로 공사가 미뤄지면서부터입니다. 스카이72는 인천국제공항의 제5활주로 예정부지를 공항공사로부터 임차한 뒤, 2006년부터 골프장과 클럽하우스를 운영해왔습니다. 2002년 공항공사와 스카이 72가 맺은 실시 협약에 따르면 토지 사용 기간은 2020년 12월 31까지입니다.

당초 협약은 활주로 착공을 전제로 이뤄졌지만, 공사가 미뤄지면서 골프장을 빈 땅으로 남겨두기엔 어려웠던 공항공사는 지난해 골프장 후속 사업자(KMH신라레저)를 새로 선정해 운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공항공사는 스카이72에 “이번 달(4월)부터 영업을 중단하라”고 통보했지만, 현재 골프장은 계속 운영 중입니다. 스카이72측은 현재 운영 중인 잔디와 클럽하우스 등 골프장 시설물의 소유권을 인정해 달라는 입장입니다.


■ "무단 점유 불법 영업" vs "골프장 시설물 소유권 인정해야"

양측의 갈등이 심화하면서 골프장의 운영을 둘러싼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골프장 운영사 간 대립은 형사 고소전으로 번진 상태입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백현송 공항경제처장은 “스카이72의 운영 기간 연장에 대한 근거가 없으며, 저희는 계약 연장을 하지 않기로 했다”며 “스카이72는 현재 근거 없이 공공의 재산인 공항공사 소유의 대지를 무단으로 점유하고 불법 영업을 하면서 부당 이득을 계속 가져가고 있다” 며 밝혔습니다.

또한 “공공재산이 사익 추구를 위해 이용되고 있는 상태를 방치하는 것은 공공기관으로서 책임 있는 대응이 아니라고 판단해 중수도 공급 중단 등을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스카이72 운영사는 잔디와 클럽하우스 등 골프장 시설물의 소유권을 인정해 달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스카이72 박선영 홍보팀장은 “이 분쟁의 원천적인 원인은 제 5활주로다. 제5활주로 사업이 연기되었으니,우리랑 (운영 연장) 협의를 좀 해보자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기존 임차인과 연장에 관해 논의해 보는 게 가장 상식이지 않느냐”라고 반문했습니다.

■ 골프장 1,100명 일자리는?

9일 오전 인천 영종도의 골프장 스카이72 클럽하우스 방문객들.
골프장의 운영 문제가 논란으로 촉발된 또 다른 이유는 고용 관련 이슈입니다.

공항 옆으로 이어진 스카이72의 클럽하우스에는 방문객들로 줄이 길게 늘어져 있습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져 오자 식당을 이용하는 고객들도 많았는데요. 그늘집에 있는 식당에서 방문객들이 먹고 난 식기를 치우고 있는 판매원에게 “운영권에 대한 이슈 때문에 고용 상황이 불안하지 않으냐” 물으니 판매원은 “조금이요. 아주 조금...”이라고 말하며, “바빠서 죄송하다”며 서둘러 자리를 피했습니다.

공항공사 측은 갈등이 해결될 때까지 시민들에게 스카이72 골프장을 공원으로 개방한다는 방침입니다. 이에 대해 스카이72 측은 근무 중인 1,100명의 근로자와 캐디들이 "영업을 못 하는 공백 기간이 생기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에 대해 공항공사 측은 “협력사 직원들이나 캐디분들이 겪을 고용불안에 대해서는 저희가 입찰을 하면서 100% 고용 승계를 보장하고, 본인이 원하면 캐디의 생계지원금과 4개 사업장에 전환배치를 통해서 적극적으로 고용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습니다.

■ 스카이72 골프장은?

9일 오전. 방문객들의 차로 주차장을 가득 메운 스카이72 골프장.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스카이72는 총 3,648㎡ 면적에 정규코스 72홀, 연습코스 9홀, 연습장 등을 조성해 국내 최대 규모 골프장으로 불립니다. 1년 내장객만 40만 명에 달하고, LPGA 대회 등 국제 대회도 자주 열려 골프 애호가들에겐 유명한 곳입니다.

2014년에 투자비용 2천억 원을 모두 회수한 스카이72는 지난 15년동안 9,599억 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누적 당기순이익은 1,644억 원에 달합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에는 해외 골프 수요를 흡수하며 매출액이 9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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