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지진 피해구제…피해 인정 24%뿐

입력 2021.04.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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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여 만에 피해구제 지원금 지급…하루 평균 400여 건 신청

지난 2019년 포항 지진이 지열 발전소의 촉발 지진으로 밝혀진 뒤 진상조사와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됐습니다.

이에 따라 포항시는 오는 8월 말까지 피해구제 신청을 받고 있는데요. 하루 평균 4백 명이 넘는 시민들이 포항 시청과 흥해 체육관 등 피해구제 접수처에 구제를 신청하고 있습니다.

1차 피해구제 지원금 대상자는 이미 결정 통지서를 받았고 다음 주쯤 지원금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진 발생 3년여 만입니다.


■ 전체 접수 건수 중 24%만 인정…미인정 사유 "미흡 서류 보완"

그런데 이달 나오는 1차 피해구제 지원금 대상자는 전체 접수 건수의 2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9월 2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접수된 7,093건 가운데 1,694건인데요.

나머지는 왜 상정되지 못했을까요? 미상정된 76%, 5,399건 가운데 대부분인 5,244건(97%)은 서류가 미흡해 보완이 필요한 경우였습니다.


주민들은 3년이 지나 피해를 입증할 증거를 제시하기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는 과거 피해 사진을 복원해 증명해야 하고요. 망가진 문이나 창틀을 고쳤거나, 벽지를 새로 발랐을 경우에도 보수 공사한 증빙자료를 내야 보상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나리/ 포항시 흥해읍

"벽면 타일 같은 경우에는 사진이 있어서 사진을 첨부했어요. 하지만 가재도구 같은 경우에는 그때 당시에 피해 사진을 찍어놓지 않아서 신고를 못 했거든요."


■ 아파트 간 형평성 문제, 제한적인 기준도 문제

지진 당시 무너진 아파트 모습지진 당시 무너진 아파트 모습

입증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피해 구제 기준에 대한 지적도 나옵니다. 공동주택의 엘리베이터나 복도, 지붕, 외벽 같은 공용 부분은 지원 한도가 최대 1억 2천만 원인데요.

동별이 아닌 단지별로 지원 한도가 책정됐습니다. 즉, 한 개 동만 있는 아파트와 여러 동이 있는 대단지 아파트 모두 지원 한도가 같은 건데요. 이 때문에 아파트 간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진 당시 파손된 차량 모습지진 당시 파손된 차량 모습

또 차량 피해에 대한 별도 기준이 없어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다는 민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차량 피해가 주택 피해 한도에 포함돼 있는데요.

예를 들어 '주택의 부속물이나 가재도구 등에만 피해가 있는 경우' 주택 피해 지원 한도가 200만 원입니다. 가재도구가 파손되고 차량이 모두 파손돼도 최대 200만 원만 받는 겁니다.

차량 피해구제에도 턱없이 부족한 금액인 데다 차량 피해가 클수록 받을 수 있는 주택 피해 지원금이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 공동주택 공용 부분 지원 한도 상향 등 정부에 건의

이 때문에 포항시는 공동주택 공용 부분의 지원 한도 상향과 함께 자동차 피해 기준의 별도 마련을 정부에 건의하고 있습니다.

도병술/ 포항시 방재정책과장

"공동주택의 공용부분에 대해서는 지금 현재 한도가 다 합쳐서 1억 2천만 원으로 돼 있거든요. 그 부분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동별 적용 혹은 단지별로 적용하더라도 10억 이상으로 상향 조정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또 지진 당시 큰 피해를 입은 사립대학도 지원 대상에 포함하고, 집합건물 상가에 대해서도 공동주택과 같이 공용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의 한도를 적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걸까요?


피해구제를 담은 포항지진 특별법 시행령. 재원 부담 비율을 조정하는 내용 등을 담은 개정안이 오는 16일부터 시행됩니다. 개정안이 시행되기도 전에 추가로 고칠 게 많다는 것을 포항시도, 정부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3년이 지나서야 처음 지급되는 포항지진 피해구제 지원금. 실질적인 피해구제를 위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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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년 만에 지진 피해구제…피해 인정 24%뿐
    • 입력 2021-04-12 08:00:14
    취재K

■ 3년여 만에 피해구제 지원금 지급…하루 평균 400여 건 신청

지난 2019년 포항 지진이 지열 발전소의 촉발 지진으로 밝혀진 뒤 진상조사와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됐습니다.

이에 따라 포항시는 오는 8월 말까지 피해구제 신청을 받고 있는데요. 하루 평균 4백 명이 넘는 시민들이 포항 시청과 흥해 체육관 등 피해구제 접수처에 구제를 신청하고 있습니다.

1차 피해구제 지원금 대상자는 이미 결정 통지서를 받았고 다음 주쯤 지원금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진 발생 3년여 만입니다.


■ 전체 접수 건수 중 24%만 인정…미인정 사유 "미흡 서류 보완"

그런데 이달 나오는 1차 피해구제 지원금 대상자는 전체 접수 건수의 2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9월 2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접수된 7,093건 가운데 1,694건인데요.

나머지는 왜 상정되지 못했을까요? 미상정된 76%, 5,399건 가운데 대부분인 5,244건(97%)은 서류가 미흡해 보완이 필요한 경우였습니다.


주민들은 3년이 지나 피해를 입증할 증거를 제시하기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는 과거 피해 사진을 복원해 증명해야 하고요. 망가진 문이나 창틀을 고쳤거나, 벽지를 새로 발랐을 경우에도 보수 공사한 증빙자료를 내야 보상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나리/ 포항시 흥해읍

"벽면 타일 같은 경우에는 사진이 있어서 사진을 첨부했어요. 하지만 가재도구 같은 경우에는 그때 당시에 피해 사진을 찍어놓지 않아서 신고를 못 했거든요."


■ 아파트 간 형평성 문제, 제한적인 기준도 문제

지진 당시 무너진 아파트 모습
입증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피해 구제 기준에 대한 지적도 나옵니다. 공동주택의 엘리베이터나 복도, 지붕, 외벽 같은 공용 부분은 지원 한도가 최대 1억 2천만 원인데요.

동별이 아닌 단지별로 지원 한도가 책정됐습니다. 즉, 한 개 동만 있는 아파트와 여러 동이 있는 대단지 아파트 모두 지원 한도가 같은 건데요. 이 때문에 아파트 간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진 당시 파손된 차량 모습
또 차량 피해에 대한 별도 기준이 없어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다는 민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차량 피해가 주택 피해 한도에 포함돼 있는데요.

예를 들어 '주택의 부속물이나 가재도구 등에만 피해가 있는 경우' 주택 피해 지원 한도가 200만 원입니다. 가재도구가 파손되고 차량이 모두 파손돼도 최대 200만 원만 받는 겁니다.

차량 피해구제에도 턱없이 부족한 금액인 데다 차량 피해가 클수록 받을 수 있는 주택 피해 지원금이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 공동주택 공용 부분 지원 한도 상향 등 정부에 건의

이 때문에 포항시는 공동주택 공용 부분의 지원 한도 상향과 함께 자동차 피해 기준의 별도 마련을 정부에 건의하고 있습니다.

도병술/ 포항시 방재정책과장

"공동주택의 공용부분에 대해서는 지금 현재 한도가 다 합쳐서 1억 2천만 원으로 돼 있거든요. 그 부분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동별 적용 혹은 단지별로 적용하더라도 10억 이상으로 상향 조정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또 지진 당시 큰 피해를 입은 사립대학도 지원 대상에 포함하고, 집합건물 상가에 대해서도 공동주택과 같이 공용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의 한도를 적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걸까요?


피해구제를 담은 포항지진 특별법 시행령. 재원 부담 비율을 조정하는 내용 등을 담은 개정안이 오는 16일부터 시행됩니다. 개정안이 시행되기도 전에 추가로 고칠 게 많다는 것을 포항시도, 정부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3년이 지나서야 처음 지급되는 포항지진 피해구제 지원금. 실질적인 피해구제를 위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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