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습격한 생태 교란종…유통 추적 난항

입력 2021.04.13 (07:00) 수정 2021.04.13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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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태 교란종, 도심 출몰… 미국에서 온 '가재', 중국에서 온 '거북'까지

최근, 충북 청주 도심 두꺼비생태공원에서 생태계 교란 생물인 '미국 가재'가 발견됐습니다. 3주 동안 이 일대에서만 31마리가 나왔는데요.

'미국 가재' 번식 여부를 확인하던 금강유역환경청은 지난 9일, 이 공원 일대에서 또 다른 생태계 교란 생물을 발견했습니다. 주로 종교계 행사의 방생용으로 수입된 것으로 알려진 '중국 줄무늬목 거북'입니다.

이 외래 거북은 멸종 위기종인 토종 거북이 '남생이'와 교접해 우리 고유종의 순수성을 훼손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9일, 충북 청주 두꺼비생태공원에서 생태계 교란종 ‘중국 줄무늬목 거북’이 발견됐다.

■ "누군가 키우다 버린 것으로 추정… 확인할 길 없어"

도심 한복판 공원에서 '미국 가재'와 '중국 줄무늬목 거북'이 잇따라 발견된 상황. 금강유역환경청은 누군가 몰래 방사한 것으로 강하게 의심하고 있습니다.

생물 다양성 보존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런 생태계 교란 생물은 학술 연구나 교육 등의 목적으로 환경청의 허가를 받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입부터 유통, 방사에 이르는 모든 행위가 금지됩니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하지만 이런 생태계 교란 생물을 누가, 언제, 어떻게 방사했는지 추적할 방법과 근거가 없는 상황입니다. 관련법에는 주기적인 단속 의무가 명시돼있지 않아, 불법 방사 현장을 목격한 시민의 신고나 제보에 의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실제 단속부터 처벌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거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불법 방사 뒤, 자연 번식으로 이어져 개체 수가 눈으로 확인돼 제보로 이어진 상태라면 사실상 대처가 이미 늦은 겁니다.

최근 3주 동안, 충북 청주 두꺼비생태공원 일대에서만 미국 가재 31마리가 발견됐다.

■ "생태 교란종 '이력 추적 시스템' 도입해야"

환경부는 우리나라에 유입될 경우 생태계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유입주의 생물' 298종을 지정해놨습니다. 해외에서 이미 생태계 위해성이 높다고 인정되거나 평가된 생물의 국내 반입을 제한하기 위해서입니다.

실제로 '유입주의 생물'을 수입할 때는 환경 당국의 '생태계 위해성 평가'를 거친 뒤, 환경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이 '유입주의 생물'의 위해성 평가 결과, 생태계의 균형을 교란할 것으로 판단되는 종은 별도로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됩니다. 우리나라에는 '미국 가재'를 포함해 34종이 지정된 상태입니다.

문제는, 정부 승인을 받고 들여온다고 해도 어디서 어떻게 유통되는지, 그 과정을 추적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겁니다. 불법 매매와 방사가 이뤄져도, 고발과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가 몹시 드문 이유입니다.

장성현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과장은 "지난해부터 야생동물 종합관리시스템 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생태계 교란종을 비롯한 질병 매개 동물에 대해 앞으로 이력 관리를 체계적으로 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사단법인 한국생태계교란어종 퇴치관리협회의 한 관계자는 "지금부터라도 생태계 교란 생물이나 위해 우려가 큰 외래 생물에는 인식표를 달아 모든 유통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이력 추적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몰래 키우다 버린 '생태 교란종' 불법 방사로 소중한 우리 자연이 파괴되는 더 이상의 피해가 없도록, 제도 보완이 시급합니다.

[연관기사]
①[취재K] 미국 가재가 왜 동네 공원에?… “생태 교란 우려” [2021.4.2/ KBS 뉴스 홈페이지]
②“닥치는대로 잡아먹어”…‘미국 가재’ 도심 호수서 발견 [2021.4.2/ KBS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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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심 습격한 생태 교란종…유통 추적 난항
    • 입력 2021-04-13 07:00:10
    • 수정2021-04-13 12:39:07
    취재K

■ 생태 교란종, 도심 출몰… 미국에서 온 '가재', 중국에서 온 '거북'까지

최근, 충북 청주 도심 두꺼비생태공원에서 생태계 교란 생물인 '미국 가재'가 발견됐습니다. 3주 동안 이 일대에서만 31마리가 나왔는데요.

'미국 가재' 번식 여부를 확인하던 금강유역환경청은 지난 9일, 이 공원 일대에서 또 다른 생태계 교란 생물을 발견했습니다. 주로 종교계 행사의 방생용으로 수입된 것으로 알려진 '중국 줄무늬목 거북'입니다.

이 외래 거북은 멸종 위기종인 토종 거북이 '남생이'와 교접해 우리 고유종의 순수성을 훼손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9일, 충북 청주 두꺼비생태공원에서 생태계 교란종 ‘중국 줄무늬목 거북’이 발견됐다.

■ "누군가 키우다 버린 것으로 추정… 확인할 길 없어"

도심 한복판 공원에서 '미국 가재'와 '중국 줄무늬목 거북'이 잇따라 발견된 상황. 금강유역환경청은 누군가 몰래 방사한 것으로 강하게 의심하고 있습니다.

생물 다양성 보존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런 생태계 교란 생물은 학술 연구나 교육 등의 목적으로 환경청의 허가를 받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입부터 유통, 방사에 이르는 모든 행위가 금지됩니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하지만 이런 생태계 교란 생물을 누가, 언제, 어떻게 방사했는지 추적할 방법과 근거가 없는 상황입니다. 관련법에는 주기적인 단속 의무가 명시돼있지 않아, 불법 방사 현장을 목격한 시민의 신고나 제보에 의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실제 단속부터 처벌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거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불법 방사 뒤, 자연 번식으로 이어져 개체 수가 눈으로 확인돼 제보로 이어진 상태라면 사실상 대처가 이미 늦은 겁니다.

최근 3주 동안, 충북 청주 두꺼비생태공원 일대에서만 미국 가재 31마리가 발견됐다.

■ "생태 교란종 '이력 추적 시스템' 도입해야"

환경부는 우리나라에 유입될 경우 생태계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유입주의 생물' 298종을 지정해놨습니다. 해외에서 이미 생태계 위해성이 높다고 인정되거나 평가된 생물의 국내 반입을 제한하기 위해서입니다.

실제로 '유입주의 생물'을 수입할 때는 환경 당국의 '생태계 위해성 평가'를 거친 뒤, 환경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이 '유입주의 생물'의 위해성 평가 결과, 생태계의 균형을 교란할 것으로 판단되는 종은 별도로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됩니다. 우리나라에는 '미국 가재'를 포함해 34종이 지정된 상태입니다.

문제는, 정부 승인을 받고 들여온다고 해도 어디서 어떻게 유통되는지, 그 과정을 추적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겁니다. 불법 매매와 방사가 이뤄져도, 고발과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가 몹시 드문 이유입니다.

장성현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과장은 "지난해부터 야생동물 종합관리시스템 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생태계 교란종을 비롯한 질병 매개 동물에 대해 앞으로 이력 관리를 체계적으로 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사단법인 한국생태계교란어종 퇴치관리협회의 한 관계자는 "지금부터라도 생태계 교란 생물이나 위해 우려가 큰 외래 생물에는 인식표를 달아 모든 유통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이력 추적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몰래 키우다 버린 '생태 교란종' 불법 방사로 소중한 우리 자연이 파괴되는 더 이상의 피해가 없도록, 제도 보완이 시급합니다.

[연관기사]
①[취재K] 미국 가재가 왜 동네 공원에?… “생태 교란 우려” [2021.4.2/ KBS 뉴스 홈페이지]
②“닥치는대로 잡아먹어”…‘미국 가재’ 도심 호수서 발견 [2021.4.2/ KBS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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