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봇 ‘이루다’ 사태 막으려면?…“AI 산업 여성 대표 3.1%, 비율 높여야”

입력 2021.04.13 (19:17) 수정 2021.04.13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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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소수자와 장애인에 대한 혐오 표현으로 논란을 일으킨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인공지능 산업 인력의 성별 편향성을 해소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여성가족부는 오늘(13일) 오후 대전 유성구에 있는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인공지능(AI) 분야 양성평등 정책 확산’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최문정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는 ‘인공지능 기술연구 및 전문인력 양성정책’ 특정 성별영향 평가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최 교수는 먼저 AI 분야의 연구인력 성별 현황을 살펴본 결과, 종사자 규모와 매출이 큰 기업,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 벤처 기업과 부설 연구소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일수록 대표자가 여성일 확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소프트웨어 산업 기업 소프트웨어 전문인력의 여성 비율은 17.8%, 소프트웨어 산업 기업 대표자 중 여성 비율은 5.0%로 드러났습니다. AI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 중 여성 비율은 19.1%, 같은 산업에서 기업 대표자의 비율은 3.1%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표적집단 인터뷰를 정리한 결과, 인공지능 연구분야는 다른 이공계 분야보다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라는 인식이 존재해 여성이 적응하기 쉽다고 생각하는 그룹이 존재했지만, 실제로 이 분야에서 여성이 겪는 어려움은 사실상 다른 이공계와 비슷하게 존재했습니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 전문 인력이 이해하기 쉽고, 실제로 도움이 될 만한 효과적인 인공지능 윤리교육이 필요하다고 최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 윤리교육에는 정답이 없는 만큼,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토의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토론에 참여한 오혜연 인공지능 통합연구센터 소장(한국과학기술원 전산학부 교수)은 성별 관점에서 현재 한국의 인공지능 연구개발 인력의 20~30%, 궁극적으로는 숫자가 중요하지 않을 정도로 여성의 참여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양성 확보가 중요한 이유에 대해선, “나이와 성별, 지역 때문에 AI 기술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계속 더 기술에서 참여할 기회가 없어지고, 그러면 그 기술들은 다시 그런 사람들을 제외하고 개발되는 악순환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윤형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도 ‘이루다’에 대해 기획 때부터 개발자와 투자자들의 성별 고정관념이 투사된 ‘20대 초반 여성’의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수많은 실제 여성들의 사적인 대화를 무분별하게 사용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윤 위원은 “만약 해당 기업과 투자사들 등의 조직에 성인지 감수성을 가진 사람이 있었고, 진정한 혁신가로서 의사결정과정에 문제를 제기했다면 수년에 걸친 개발과 투자의 결과가 산업공해나 폐기물로 끝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전치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는 ‘여성 연구자/개발자가 만들면 달라질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여성 개발자 개인의 역량 문제가 아니라, 연구개발 조직 내에서 여성의 관점과 목소리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는가 아닌가의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여성 비율을 10%에서 20%로 올리는 것에서 나아가, 인공지능 교육, 연구, 개발, 평가 각 단계에서 ‘젠더’를 주요한 관점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은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과학기술 분야의 인력 구성과 조직 문화의 성별 다양성을 높이고, 개발자들에 대한 성인지 교육 확산 등 앞으로 보다 성 평등한 인공지능 정책들이 정착되길 바란다.”라고 밝혔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이루다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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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13 19:17:17
    • 수정2021-04-13 19:5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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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소수자와 장애인에 대한 혐오 표현으로 논란을 일으킨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인공지능 산업 인력의 성별 편향성을 해소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여성가족부는 오늘(13일) 오후 대전 유성구에 있는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인공지능(AI) 분야 양성평등 정책 확산’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최문정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는 ‘인공지능 기술연구 및 전문인력 양성정책’ 특정 성별영향 평가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최 교수는 먼저 AI 분야의 연구인력 성별 현황을 살펴본 결과, 종사자 규모와 매출이 큰 기업,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 벤처 기업과 부설 연구소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일수록 대표자가 여성일 확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소프트웨어 산업 기업 소프트웨어 전문인력의 여성 비율은 17.8%, 소프트웨어 산업 기업 대표자 중 여성 비율은 5.0%로 드러났습니다. AI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 중 여성 비율은 19.1%, 같은 산업에서 기업 대표자의 비율은 3.1%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표적집단 인터뷰를 정리한 결과, 인공지능 연구분야는 다른 이공계 분야보다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라는 인식이 존재해 여성이 적응하기 쉽다고 생각하는 그룹이 존재했지만, 실제로 이 분야에서 여성이 겪는 어려움은 사실상 다른 이공계와 비슷하게 존재했습니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 전문 인력이 이해하기 쉽고, 실제로 도움이 될 만한 효과적인 인공지능 윤리교육이 필요하다고 최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 윤리교육에는 정답이 없는 만큼,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토의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토론에 참여한 오혜연 인공지능 통합연구센터 소장(한국과학기술원 전산학부 교수)은 성별 관점에서 현재 한국의 인공지능 연구개발 인력의 20~30%, 궁극적으로는 숫자가 중요하지 않을 정도로 여성의 참여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양성 확보가 중요한 이유에 대해선, “나이와 성별, 지역 때문에 AI 기술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계속 더 기술에서 참여할 기회가 없어지고, 그러면 그 기술들은 다시 그런 사람들을 제외하고 개발되는 악순환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윤형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도 ‘이루다’에 대해 기획 때부터 개발자와 투자자들의 성별 고정관념이 투사된 ‘20대 초반 여성’의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수많은 실제 여성들의 사적인 대화를 무분별하게 사용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윤 위원은 “만약 해당 기업과 투자사들 등의 조직에 성인지 감수성을 가진 사람이 있었고, 진정한 혁신가로서 의사결정과정에 문제를 제기했다면 수년에 걸친 개발과 투자의 결과가 산업공해나 폐기물로 끝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전치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는 ‘여성 연구자/개발자가 만들면 달라질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여성 개발자 개인의 역량 문제가 아니라, 연구개발 조직 내에서 여성의 관점과 목소리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는가 아닌가의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여성 비율을 10%에서 20%로 올리는 것에서 나아가, 인공지능 교육, 연구, 개발, 평가 각 단계에서 ‘젠더’를 주요한 관점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은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과학기술 분야의 인력 구성과 조직 문화의 성별 다양성을 높이고, 개발자들에 대한 성인지 교육 확산 등 앞으로 보다 성 평등한 인공지능 정책들이 정착되길 바란다.”라고 밝혔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이루다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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