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오염수 방류 확정…후쿠시마 “좌절과 분노만 남았다”

입력 2021.04.13 (21:03) 수정 2021.04.13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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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안녕하십니까.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온 오염수 125만 톤.

일본에서 가장 큰 돔 구장인 도쿄돔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양입니다.

지금은 1050개의 저장탱크 안에 담겨 있는데, 일본 정부, 끝내 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일본과 바다를 맞대고 있는 한국과 중국 등 주변 나라는 물론 일본 안에서도 ​큰 반발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오늘(13일) 9시 뉴스, 먼저 후쿠시마 현지에 나가있는 박원기 특파원 연결한 뒤 이어서 자세한 내용 전해드리겠습니다.

박원기 특파원! 지금 후쿠시마 원전 근처인가요?

[기자]

네, 후쿠시마 원전에서 북쪽으로 약 5킬로미터 떨어진 바닷가입니다.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방류에 가장 먼저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어촌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일본 정부는 오늘 오전 관계 각료회의를 열고 이 곳에서 나오는 오염수의 해양 방류 방침을 공식 확정했습니다.

[스가 요시히데/일본 총리 : "원전 폐로를 진행하고, 후쿠시마의 부흥을 이뤄내기 위해서 (오염수 처분은) 피할 수 없는 과제입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이 곳에선 수소 폭발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후 사고로 벌어진 틈새에 빗물과 지하수 등이 유입되면서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오염수가 하루 평균 140톤씩 발생했는데요.

도쿄전력은 지금까지 이 오염수를 다핵종 제거 설비라는 시설로 걸러 원전 구역 내 저장 탱크에 보관해 왔습니다.

하지만 내년 가을 쯤이면 저장 공간이 포화에 이르면서 '해양 방류 말고는 방법이 없다', 이게 지금까지 일본 정부의 주장이었는데요.

오늘 결정으로 이 주장에 결국 쐐기를 박았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일본 정부는 앞으로 오염수 처리를 어떻게 하겠다는 겁니까?

[기자]

네 앞으로 2년 후인 2023년부터 방류를 시작하겠다는 게 기본 계획입니다.

그 후 30년에서 40년에 걸쳐서 조금씩 양을 나눠 오염수를 모두 처분하겠다는 건데요.

문제는 오염수를 다핵종 제거 설비로 걸러도, 트리튬이라는 방사성 물질은 기술적으로 걸러 내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는데요.

일본 정부 측은 이 트리튬 오염수를 희석해서 식수 기준의 7분의 1수준까지 농도를 낮춘다는 대책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안전이 검증되지 않은데다, 지금 준비 중인 원전 폐로 작업이 본격화하면 훨씬 많은 양의 고농도 오염수가 얼마나 더 나올지 가늠하기도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직접 영향권에 있는 어민과 후쿠시마 지역 주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는데요.

직접 만나봤습니다.

▼日 후쿠시마, “좌절과 분노만 남았다”▼

[리포트]

후쿠시마 원전에서 6킬로미터 떨어진 어촌 마을.

30년 동안 물고기를 잡아온 이 어민에게 오염수 방류 결정은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기타무라/어민 : "(우리 어민들은) 물고기를 잡아 생활하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들인데, 지금부터 어떻게 될지 아주 막막합니다."]

지난해 후쿠시마 어획량은 대지진 전인 2010년의 17.5%에 불과했고, 후쿠시마산 딱지가 붙은 물고기는 여전히 제 값도 못 받습니다.

[오노 하루오/후쿠시마 어민 : "누구 한 명 납득하는 사람이 없는데 스가 총리 한마디에 (방류를) 결정하다니, 그게 말이 됩니까?"]

방류 결정 소식에 주민들은 후쿠시마 현 청사 앞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오염수를 30년이나 바다에 버리면 후쿠시마현 어업의 미래는 사라지게 됩니다."]

한 농민은 방사능에 오염된 소 모형까지 트럭에 싣고 왔습니다.

후쿠시마 지역민들은 가지야마 경제산업 장관의 후쿠시마 방문 예상 시간에 맞춰 오염수 방류 결정을 철회하라는 항의 시위를 벌였습니다.

[사토 미카/후쿠시마현 시민 : "정말 걱정이 됩니다. 더는 아이들과 바다에도 가지 못하고, 물고기도 먹지 못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방류 대신 오염수를 장기간 육상에 보관하는 등 대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스이토 슈조/후쿠시마현 주민 : "후쿠시마 주민에게 불이익을 줄 가능성이 있는 모든 사업을 즉각 중지할 것을 요구합니다."]

스가 총리 집무실이 있는 도쿄 관저 앞에서도 이틀째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도쿄올림픽 100일을 하루 앞두고 결정된 오염수 해양 방류.

'후쿠시마 부흥'에 대한 기대는 좌절과 분노로 바뀌고 있습니다.

후쿠시마에서 KBS 뉴스 박원기입니다.

촬영기자:정민욱/영상편집:한찬의/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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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오염수 방류 확정…후쿠시마 “좌절과 분노만 남았다”
    • 입력 2021-04-13 21:03:15
    • 수정2021-04-13 22: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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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안녕하십니까.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온 오염수 125만 톤.

일본에서 가장 큰 돔 구장인 도쿄돔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양입니다.

지금은 1050개의 저장탱크 안에 담겨 있는데, 일본 정부, 끝내 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일본과 바다를 맞대고 있는 한국과 중국 등 주변 나라는 물론 일본 안에서도 ​큰 반발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오늘(13일) 9시 뉴스, 먼저 후쿠시마 현지에 나가있는 박원기 특파원 연결한 뒤 이어서 자세한 내용 전해드리겠습니다.

박원기 특파원! 지금 후쿠시마 원전 근처인가요?

[기자]

네, 후쿠시마 원전에서 북쪽으로 약 5킬로미터 떨어진 바닷가입니다.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방류에 가장 먼저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어촌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일본 정부는 오늘 오전 관계 각료회의를 열고 이 곳에서 나오는 오염수의 해양 방류 방침을 공식 확정했습니다.

[스가 요시히데/일본 총리 : "원전 폐로를 진행하고, 후쿠시마의 부흥을 이뤄내기 위해서 (오염수 처분은) 피할 수 없는 과제입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이 곳에선 수소 폭발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후 사고로 벌어진 틈새에 빗물과 지하수 등이 유입되면서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오염수가 하루 평균 140톤씩 발생했는데요.

도쿄전력은 지금까지 이 오염수를 다핵종 제거 설비라는 시설로 걸러 원전 구역 내 저장 탱크에 보관해 왔습니다.

하지만 내년 가을 쯤이면 저장 공간이 포화에 이르면서 '해양 방류 말고는 방법이 없다', 이게 지금까지 일본 정부의 주장이었는데요.

오늘 결정으로 이 주장에 결국 쐐기를 박았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일본 정부는 앞으로 오염수 처리를 어떻게 하겠다는 겁니까?

[기자]

네 앞으로 2년 후인 2023년부터 방류를 시작하겠다는 게 기본 계획입니다.

그 후 30년에서 40년에 걸쳐서 조금씩 양을 나눠 오염수를 모두 처분하겠다는 건데요.

문제는 오염수를 다핵종 제거 설비로 걸러도, 트리튬이라는 방사성 물질은 기술적으로 걸러 내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는데요.

일본 정부 측은 이 트리튬 오염수를 희석해서 식수 기준의 7분의 1수준까지 농도를 낮춘다는 대책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안전이 검증되지 않은데다, 지금 준비 중인 원전 폐로 작업이 본격화하면 훨씬 많은 양의 고농도 오염수가 얼마나 더 나올지 가늠하기도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직접 영향권에 있는 어민과 후쿠시마 지역 주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는데요.

직접 만나봤습니다.

▼日 후쿠시마, “좌절과 분노만 남았다”▼

[리포트]

후쿠시마 원전에서 6킬로미터 떨어진 어촌 마을.

30년 동안 물고기를 잡아온 이 어민에게 오염수 방류 결정은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기타무라/어민 : "(우리 어민들은) 물고기를 잡아 생활하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들인데, 지금부터 어떻게 될지 아주 막막합니다."]

지난해 후쿠시마 어획량은 대지진 전인 2010년의 17.5%에 불과했고, 후쿠시마산 딱지가 붙은 물고기는 여전히 제 값도 못 받습니다.

[오노 하루오/후쿠시마 어민 : "누구 한 명 납득하는 사람이 없는데 스가 총리 한마디에 (방류를) 결정하다니, 그게 말이 됩니까?"]

방류 결정 소식에 주민들은 후쿠시마 현 청사 앞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오염수를 30년이나 바다에 버리면 후쿠시마현 어업의 미래는 사라지게 됩니다."]

한 농민은 방사능에 오염된 소 모형까지 트럭에 싣고 왔습니다.

후쿠시마 지역민들은 가지야마 경제산업 장관의 후쿠시마 방문 예상 시간에 맞춰 오염수 방류 결정을 철회하라는 항의 시위를 벌였습니다.

[사토 미카/후쿠시마현 시민 : "정말 걱정이 됩니다. 더는 아이들과 바다에도 가지 못하고, 물고기도 먹지 못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방류 대신 오염수를 장기간 육상에 보관하는 등 대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스이토 슈조/후쿠시마현 주민 : "후쿠시마 주민에게 불이익을 줄 가능성이 있는 모든 사업을 즉각 중지할 것을 요구합니다."]

스가 총리 집무실이 있는 도쿄 관저 앞에서도 이틀째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도쿄올림픽 100일을 하루 앞두고 결정된 오염수 해양 방류.

'후쿠시마 부흥'에 대한 기대는 좌절과 분노로 바뀌고 있습니다.

후쿠시마에서 KBS 뉴스 박원기입니다.

촬영기자:정민욱/영상편집:한찬의/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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