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국내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수출만 하고 자국민 사용은 외면?

입력 2021.04.15 (08:00) 수정 2021.06.07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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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2일 국무회의에 참석해 다중이용시설과 학교, 종교시설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의 국내 사용 허가를 촉구하면서 자가검사키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유럽 등 해외에서 국내 자가검사키트에 대한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는 소식까지 포털사이트를 통해 전해지면서 일부 누리꾼들은 국내서는 왜 사용이 안 되고 있느냐며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누리꾼들은 "검사키트 기술을 방치하고 규제하냐", "키트를 수출만 하고 자국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자국에서 만드는 것도 제때 구매하지 못하는 것이냐"는 반응을 보였는데요.

그렇다면 누리꾼들의 주장대로 방역당국이 국내 사용 가능한 키트를 방치하거나, 수출만 하고 자국민 대상의 공급은 하지 않는 것인지 알아봤습니다.

■ 국내 허가 24종은 모두 '전문가용'...자가 검사용 X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에서 내수용으로 허가한 코로나19 진단시약, 즉 검사키트는 모두 24개 품목입니다. 그런데 모두 의료진과 같은 전문가가 검체를 채취해서 사용하는 경우 등에 한해 사용이 허가된 제품들입니다.

국내 내수용 24개 품목은 임상적 성능시험 자료를 제출해 허가를 받았는데요. 현재 코로나19 표준검사방법인 ‘실시간 유전자 증폭방법(RT-PCR)’과 비교해서 확진자를 얼마나 잘 잡아내는지, 민감도가 얼마나 높은지를 데이터를 통해 입증해야 합니다.

PCR 검사는 코나 목 안쪽으로 면봉을 깊숙이 넣어 검체를 채취한 뒤 리보핵산(RNA)을 추출해 증폭시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합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PCR 방식에 비해 키트의 '민감도'가 어느 정도가 되는지를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해야 하고, 보통 300~400명의 데이터가 필요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전문가용이 아닌 일반인이 스스로 사용할 수 있는 자가검사키트의 허가 신청 건수는 0건입니다. 일반인이 쓸 수 있는 자가검사키트로 승인된 제품도 없습니다.

국내 전문가용 키트 허가 건수가 24개인 것에 비해, 수출용은 10배가 넘는 295개인데요. 수출용 허가는 무엇이 다르기에 허가 건수가 많은지도 살펴보겠습니다.


■ 수출용 295개 허가...수입국이 '긴급사용승인' 여부 결정하기 때문

수출용은 키트를 수입하는 국가에서 긴급사용승인 등을 별도로 진행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절차가 까다롭지 않았습니다. 국내에 시판되는 전문가용 키트만 해도 수백 명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실시해 자료를 제출해야 하지만 수출용 허가는 다르다는 것인데요.

식약처 관계자는 "수출용의 경우 키트의 기능을 입증하는 분석적 자료 위주로 돼 있다. 국내 시판용이 수백 명을 대상으로 키트의 민감도를 입증한다면, 수출용은 시험 대상자 수가 더 적고, 검사 결과 양성과 음성으로 분류되는지만을 중점적으로 확인한다. 또 키트를 수입하는 국가가 사용 승인 등 별도 절차를 시행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수출되는 키트의 민감도와 정확도 등 성능에 대한 판단은 수입국의 몫이기 때문에 식약처도 국내용 허가의 기준을 적용하지는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따라서 허가 건수도 국내 전문가용 키트에 비해 10배 이상 높았던 것입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도 하루 수만 명대 확진자가 나오는 유럽 등 일부 국가들은 국내에서 수출한 키트를 사용 승인해서 널리 활용하지만, 이를 하루 신규 확진자가 수백 명 대인 우리나라 상황과는 비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 신속항원검사 민감도, PCR 검사 대비 "17.5%"

자료: 신속항원진단키트 사용 결과, 민감도 17.5% (서울대병원 연구진 JKMS 발표)자료: 신속항원진단키트 사용 결과, 민감도 17.5% (서울대병원 연구진 JKMS 발표)

자가검사키트의 민감도가 현저히 낮다는 연구 결과도 이달초 발표됐는데요.

지난 1월 환자 98명에게서 검체 2개씩을 채취해 RT-PCR과 신속항원진단키트(자가검사키트)를 사용해 비교한 결과, 키트로 검사한 결과 민감도는 RT-PCR 대비 17.5%로 나타났습니다. 의료진이 검체를 채취했음에도 키트 검사 결과의 정확도가 매우 낮았던 것은 자가검사키트로 진단하면 코로나19 확진자를 위음성, 이른바 가짜 음성으로 분류할 우려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정부도 자가검사키트는 정확도가 낮아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하기도 했는데요.

이에 대해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키트를 도입해서 실제 확진자가 음성 결과를 얻으면, 격리하지 않고 일상생활을 함으로써 코로나19를 주변에 감염시킬 수 있다. 이에 따라 신속 항원 진단검사법의 정확도를 높이고, 식약처가 허가한 뒤에야 실제 현장 사용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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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지원: 조현영 팩트체크 인턴기자 supermax417@gmail.com

자료: 신속항원진단키트 사용 결과, 민감도 17.5% (서울대병원 연구진 JKMS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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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팩트체크K] 국내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수출만 하고 자국민 사용은 외면?
    • 입력 2021-04-15 08:00:21
    • 수정2021-06-07 19:32:56
    팩트체크K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2일 국무회의에 참석해 다중이용시설과 학교, 종교시설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의 국내 사용 허가를 촉구하면서 자가검사키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유럽 등 해외에서 국내 자가검사키트에 대한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는 소식까지 포털사이트를 통해 전해지면서 일부 누리꾼들은 국내서는 왜 사용이 안 되고 있느냐며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누리꾼들은 "검사키트 기술을 방치하고 규제하냐", "키트를 수출만 하고 자국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자국에서 만드는 것도 제때 구매하지 못하는 것이냐"는 반응을 보였는데요.

그렇다면 누리꾼들의 주장대로 방역당국이 국내 사용 가능한 키트를 방치하거나, 수출만 하고 자국민 대상의 공급은 하지 않는 것인지 알아봤습니다.

■ 국내 허가 24종은 모두 '전문가용'...자가 검사용 X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에서 내수용으로 허가한 코로나19 진단시약, 즉 검사키트는 모두 24개 품목입니다. 그런데 모두 의료진과 같은 전문가가 검체를 채취해서 사용하는 경우 등에 한해 사용이 허가된 제품들입니다.

국내 내수용 24개 품목은 임상적 성능시험 자료를 제출해 허가를 받았는데요. 현재 코로나19 표준검사방법인 ‘실시간 유전자 증폭방법(RT-PCR)’과 비교해서 확진자를 얼마나 잘 잡아내는지, 민감도가 얼마나 높은지를 데이터를 통해 입증해야 합니다.

PCR 검사는 코나 목 안쪽으로 면봉을 깊숙이 넣어 검체를 채취한 뒤 리보핵산(RNA)을 추출해 증폭시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합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PCR 방식에 비해 키트의 '민감도'가 어느 정도가 되는지를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해야 하고, 보통 300~400명의 데이터가 필요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전문가용이 아닌 일반인이 스스로 사용할 수 있는 자가검사키트의 허가 신청 건수는 0건입니다. 일반인이 쓸 수 있는 자가검사키트로 승인된 제품도 없습니다.

국내 전문가용 키트 허가 건수가 24개인 것에 비해, 수출용은 10배가 넘는 295개인데요. 수출용 허가는 무엇이 다르기에 허가 건수가 많은지도 살펴보겠습니다.


■ 수출용 295개 허가...수입국이 '긴급사용승인' 여부 결정하기 때문

수출용은 키트를 수입하는 국가에서 긴급사용승인 등을 별도로 진행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절차가 까다롭지 않았습니다. 국내에 시판되는 전문가용 키트만 해도 수백 명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실시해 자료를 제출해야 하지만 수출용 허가는 다르다는 것인데요.

식약처 관계자는 "수출용의 경우 키트의 기능을 입증하는 분석적 자료 위주로 돼 있다. 국내 시판용이 수백 명을 대상으로 키트의 민감도를 입증한다면, 수출용은 시험 대상자 수가 더 적고, 검사 결과 양성과 음성으로 분류되는지만을 중점적으로 확인한다. 또 키트를 수입하는 국가가 사용 승인 등 별도 절차를 시행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수출되는 키트의 민감도와 정확도 등 성능에 대한 판단은 수입국의 몫이기 때문에 식약처도 국내용 허가의 기준을 적용하지는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따라서 허가 건수도 국내 전문가용 키트에 비해 10배 이상 높았던 것입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도 하루 수만 명대 확진자가 나오는 유럽 등 일부 국가들은 국내에서 수출한 키트를 사용 승인해서 널리 활용하지만, 이를 하루 신규 확진자가 수백 명 대인 우리나라 상황과는 비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 신속항원검사 민감도, PCR 검사 대비 "17.5%"

자료: 신속항원진단키트 사용 결과, 민감도 17.5% (서울대병원 연구진 JKMS 발표)
자가검사키트의 민감도가 현저히 낮다는 연구 결과도 이달초 발표됐는데요.

지난 1월 환자 98명에게서 검체 2개씩을 채취해 RT-PCR과 신속항원진단키트(자가검사키트)를 사용해 비교한 결과, 키트로 검사한 결과 민감도는 RT-PCR 대비 17.5%로 나타났습니다. 의료진이 검체를 채취했음에도 키트 검사 결과의 정확도가 매우 낮았던 것은 자가검사키트로 진단하면 코로나19 확진자를 위음성, 이른바 가짜 음성으로 분류할 우려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정부도 자가검사키트는 정확도가 낮아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하기도 했는데요.

이에 대해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키트를 도입해서 실제 확진자가 음성 결과를 얻으면, 격리하지 않고 일상생활을 함으로써 코로나19를 주변에 감염시킬 수 있다. 이에 따라 신속 항원 진단검사법의 정확도를 높이고, 식약처가 허가한 뒤에야 실제 현장 사용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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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지원: 조현영 팩트체크 인턴기자 supermax4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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