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억 원 물값 못 준다”…충주댐에 무슨 일이?

입력 2021.04.1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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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충주댐은 수도권 등 중부권에 안정적인 용수 공급을 위해 1985년 준공됐다.충북 충주댐은 수도권 등 중부권에 안정적인 용수 공급을 위해 1985년 준공됐다.

강원도 태백에서 발원해 내륙을 굽이쳐 서해로 흐르는 한강의 본류, 남한강. 수도권과 충청 지역에 식수 등 각종 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가뭄과 홍수 예방 역할까지 하는 건, 국내 최대 규모의 콘크리트 댐 '충주댐'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정작 댐이 있는 충북 충주에서는 댐 관리 주체인 수자원공사와 3년째 물값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부권 젖줄의 핵심 관문, 충주댐에선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충북 충주댐 건설로 거대한 인공 내륙호수인 충주호가 만들어졌다.충북 충주댐 건설로 거대한 인공 내륙호수인 충주호가 만들어졌다.

■ 사상 초유의 물값 연체… 3년 동안 164억 원 규모

댐이 있는 충북 충주와 하류인 충북 음성, 진천, 괴산, 증평 그리고 경기도 이천과 안성 일부 지역에서는 충주댐의 물을 '사서' 쓰고 있습니다. 수자원공사가 충주댐에서 4km 정도 떨어진 취수장에 모은 물을 정수해 각 자치단체에 톤당 432.8원에 팔고 있는데요. 각 가정에서 매달 사용한 양만큼 물값을 자치단체에 내면, 자치단체가 이를 수공에 지급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충주시는 2018년 12월부터 충주댐 상수도를 쓰는 13개 읍·면과 4개 동의 주민들이 낸 요금을 수공에 지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충주시의회가 이를 승인하지 않고 있어서인데요.

최근까지 충주시가 본예산과 추가경정예산안에 수공에 낼 정수 구입비를 편성했지만 번번이 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고, 현재까지 밀린 물값만 연체료를 포함해 164억 원에 달합니다.

충북 충주댐 계통의 광역 상수도 공급 시설.충북 충주댐 계통의 광역 상수도 공급 시설.

■ "댐 주변 지역 피해 막대…똑같은 물값 부당"

충주시의회는 충주댐으로 인한 주민 피해가 큰 만큼, 다른 지역과 같은 수준의 물값을 내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합니다. 정수 구입비를 댐으로 인한 피해 수준에 따라 차등 적용하거나 댐 주변 지역에 대한 지원금을 현실에 맞게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충주댐 주변 주민들은 1985년 댐 준공 이후 잦은 안개로 인한 농산물 피해와 공장 설립 ·재산권 제한 등 각종 규제 피해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으로 공급할 광역 상수관로 확장 공사 과정에서 도로와 상수도관이 파손됐고, 불안정한 댐 관리로 장마철 범람 위험도 고스란히 감내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충주시의회는 최근, 충주시가 올해 1차 추가경정예산안에 편성한 상수도 예산 164억 원도 전액 삭감하면서 사상 초유의 '물값 연체 모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충북 충주댐 주변 주민들은 수년째 댐 건설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충북 충주댐 주변 주민들은 수년째 댐 건설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 가까스로 상생 협약… 진척 없이 논의 공회전

충주댐 피해를 둘러싼 지역 사회와 수공의 갈등은 2019년 11월 정치권 등의 중재로 상생 협약이 이뤄지면서 일단락되는 듯했습니다. 협약의 주요 내용은 지역 발전과 주민 소득에 도움이 될 미래 사업 추진, 충주댐 친수 공간 조성, 상수도 시설 현대화 등입니다. 시민단체와 수공, 충주시, 시의회가 참여하는 '충주댐 피해 보상 지원 실무추진단'을 구성해 구체적인 실행 과제를 발굴하고 실천하기로 한 겁니다.

충북 충주댐 피해 보상과 시설 발전을 위한 상생협약서.충북 충주댐 피해 보상과 시설 발전을 위한 상생협약서.

하지만 협약 이후 현재까지 논의는 별 진척이 없습니다. 추진단을 중심으로 최근에야 충주호 명소화 사업이 검토되고 있지만, 비용 규모와 부담 주체 등을 정하는 과정을 보면 전망이 밝진 않습니다.

추진단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와 수공의 사업 담당자 교체 등으로 협의가 더딘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상생 협약을 했던 바로 그달, 충주시의회가 또 정수 구입비 예산을 삭감하는 등 강경한 대응을 이어가면서 상생 논의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기도 했습니다.

■ "물값 내" vs "못 내"… '댐 피해 갈등', 결국 법정으로

최근 충주시의회가 수공에 충주댐 피해 대책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한 데 이어, 충주시도 시의회와 함께 충주댐 관련 현안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습니다.

조길형 충주시장과 천명숙 충주시의장은 지난달 말 긴급 회동에서 "충주가 댐으로 인한 각종 피해를 감내하며 수도권 용수 공급 등에 기여하고 있지만,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피해 회복에 두 기관이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3년 넘게 이어진 충북 충주댐 물값 미지급 갈등은 법정에서 다뤄진다.3년 넘게 이어진 충북 충주댐 물값 미지급 갈등은 법정에서 다뤄진다.

한편 수공은 밀린 물값을 요구하면서 지난해 11월 말 충주시를 상대로 수도요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송 제기 시점의 미납 요금을 기준으로 한 소가만 100억 원대에 이릅니다.

수자원공사 본사가 있는 대전의 관할 법원에는 지난해 말 수공의 의견서와 충주시의 답변서가 제출됐지만, 넉 달이 지나도록 첫 재판 일정은 잡히지 않았습니다.

충주댐 피해를 둘러싼 갈등이 해결될 기미 없이 30년 넘게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사상 초유의 물값 연체 사태가 다뤄질 법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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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4억 원 물값 못 준다”…충주댐에 무슨 일이?
    • 입력 2021-04-17 08:01:05
    취재K
충북 충주댐은 수도권 등 중부권에 안정적인 용수 공급을 위해 1985년 준공됐다.
강원도 태백에서 발원해 내륙을 굽이쳐 서해로 흐르는 한강의 본류, 남한강. 수도권과 충청 지역에 식수 등 각종 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가뭄과 홍수 예방 역할까지 하는 건, 국내 최대 규모의 콘크리트 댐 '충주댐'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정작 댐이 있는 충북 충주에서는 댐 관리 주체인 수자원공사와 3년째 물값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부권 젖줄의 핵심 관문, 충주댐에선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충북 충주댐 건설로 거대한 인공 내륙호수인 충주호가 만들어졌다.
■ 사상 초유의 물값 연체… 3년 동안 164억 원 규모

댐이 있는 충북 충주와 하류인 충북 음성, 진천, 괴산, 증평 그리고 경기도 이천과 안성 일부 지역에서는 충주댐의 물을 '사서' 쓰고 있습니다. 수자원공사가 충주댐에서 4km 정도 떨어진 취수장에 모은 물을 정수해 각 자치단체에 톤당 432.8원에 팔고 있는데요. 각 가정에서 매달 사용한 양만큼 물값을 자치단체에 내면, 자치단체가 이를 수공에 지급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충주시는 2018년 12월부터 충주댐 상수도를 쓰는 13개 읍·면과 4개 동의 주민들이 낸 요금을 수공에 지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충주시의회가 이를 승인하지 않고 있어서인데요.

최근까지 충주시가 본예산과 추가경정예산안에 수공에 낼 정수 구입비를 편성했지만 번번이 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고, 현재까지 밀린 물값만 연체료를 포함해 164억 원에 달합니다.

충북 충주댐 계통의 광역 상수도 공급 시설.
■ "댐 주변 지역 피해 막대…똑같은 물값 부당"

충주시의회는 충주댐으로 인한 주민 피해가 큰 만큼, 다른 지역과 같은 수준의 물값을 내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합니다. 정수 구입비를 댐으로 인한 피해 수준에 따라 차등 적용하거나 댐 주변 지역에 대한 지원금을 현실에 맞게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충주댐 주변 주민들은 1985년 댐 준공 이후 잦은 안개로 인한 농산물 피해와 공장 설립 ·재산권 제한 등 각종 규제 피해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으로 공급할 광역 상수관로 확장 공사 과정에서 도로와 상수도관이 파손됐고, 불안정한 댐 관리로 장마철 범람 위험도 고스란히 감내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충주시의회는 최근, 충주시가 올해 1차 추가경정예산안에 편성한 상수도 예산 164억 원도 전액 삭감하면서 사상 초유의 '물값 연체 모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충북 충주댐 주변 주민들은 수년째 댐 건설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 가까스로 상생 협약… 진척 없이 논의 공회전

충주댐 피해를 둘러싼 지역 사회와 수공의 갈등은 2019년 11월 정치권 등의 중재로 상생 협약이 이뤄지면서 일단락되는 듯했습니다. 협약의 주요 내용은 지역 발전과 주민 소득에 도움이 될 미래 사업 추진, 충주댐 친수 공간 조성, 상수도 시설 현대화 등입니다. 시민단체와 수공, 충주시, 시의회가 참여하는 '충주댐 피해 보상 지원 실무추진단'을 구성해 구체적인 실행 과제를 발굴하고 실천하기로 한 겁니다.

충북 충주댐 피해 보상과 시설 발전을 위한 상생협약서.
하지만 협약 이후 현재까지 논의는 별 진척이 없습니다. 추진단을 중심으로 최근에야 충주호 명소화 사업이 검토되고 있지만, 비용 규모와 부담 주체 등을 정하는 과정을 보면 전망이 밝진 않습니다.

추진단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와 수공의 사업 담당자 교체 등으로 협의가 더딘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상생 협약을 했던 바로 그달, 충주시의회가 또 정수 구입비 예산을 삭감하는 등 강경한 대응을 이어가면서 상생 논의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기도 했습니다.

■ "물값 내" vs "못 내"… '댐 피해 갈등', 결국 법정으로

최근 충주시의회가 수공에 충주댐 피해 대책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한 데 이어, 충주시도 시의회와 함께 충주댐 관련 현안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습니다.

조길형 충주시장과 천명숙 충주시의장은 지난달 말 긴급 회동에서 "충주가 댐으로 인한 각종 피해를 감내하며 수도권 용수 공급 등에 기여하고 있지만,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피해 회복에 두 기관이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3년 넘게 이어진 충북 충주댐 물값 미지급 갈등은 법정에서 다뤄진다.
한편 수공은 밀린 물값을 요구하면서 지난해 11월 말 충주시를 상대로 수도요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송 제기 시점의 미납 요금을 기준으로 한 소가만 100억 원대에 이릅니다.

수자원공사 본사가 있는 대전의 관할 법원에는 지난해 말 수공의 의견서와 충주시의 답변서가 제출됐지만, 넉 달이 지나도록 첫 재판 일정은 잡히지 않았습니다.

충주댐 피해를 둘러싼 갈등이 해결될 기미 없이 30년 넘게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사상 초유의 물값 연체 사태가 다뤄질 법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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