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銀 소매금융 손 떼기로…고객 예금·대출 어떻게?

입력 2021.04.1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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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한국씨티은행 17년 만에 소매금융 철수
구체적 계획 발표 때까지 영업 그대로..."불편 최소화"
소매금융 '출구전략'에 수년 걸릴 수도...고용 불안도 현실화
2013년 HSBC 은행 소매금융 철수 땐 계좌 전환 유도


한국씨티은행이 한국 소매금융 시장에서 철수를 확정했습니다. 지난 2004년 옛 한미은행을 인수해 씨티은행으로 재편했다가 17년 만에 소비자금융 사업에서 철수하는 겁니다.

고객들의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죠.

씨티은행은 기존 고객의 금융서비스 이용을 지원한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고객 입장에선 서비스를 중단한다는 소식에 예금이나 대출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Q&A로 정리합니다.


■ 당장 다음 주부터 은행 문 닫는 건가요?

씨티은행은 '출구전략'이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pursue exit'이라는 표현으로, '탈출을 모색해본다' 정도의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게 당장 소매금융 업무를 폐쇄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천천히 소매금융을 줄여 최종적으로 철수 단계를 밟겠다는 말로 풀이됩니다.

소비자 피해가 없어야겠죠. 금융당국에서도 이걸 가장 신경 쓰고 있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진행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계획이고, 지금 하고 있는 영업은 그대로 이뤄진다는 것만은 명확하다"고 밝혔습니다.

소매금융 철수가 바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라고 합니다. 길게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게 씨티은행 측의 전언입니다. 현재 씨티은행 소매금융은 36곳의 점포가 있는 상태입니다.


■ 씨티은행에 넣어둔 예금은? 2013년 HSBC 은행 사례는?

2013년 7월 국내에서 소매금융 업무를 중단한다고 밝힌 HSBC 은행 사례를 참고해볼 만합니다.

HSBC 은행은 당시 11개 지점 중 10개를 폐쇄하고, 기업금융을 맡은 서울 중구 봉래동 지점만을 남겼습니다. 또, 원하는 개인 고객은 계좌 해지를 도와주고 신규 개인 고객을 받지 않았던 사례가 있습니다. 이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소비자 관점에서 보면, 굳이 다른 은행으로 계좌 갈아타기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씨티은행이 기존 서비스는 유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개인 고객이 맡긴 예금은 27조 원가량, 고객들이 겪어야 할 크고 작은 불편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 기존 대출은 바로 갚아야 한다?

씨티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게 있다면 이 대출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기존 대출 계약이 그대로 이뤄지는 겁니다.

신규 대출도 당장 '지금은' 가능합니다만, 씨티은행 측이 조만간 구체적인 일정을 내놓기 전까지만입니다.
다음 주 중 씨티그룹 내 소매금융을 철수하기로 한 13개 국가의 지부가 화상 회의를 엽니다.

한국, 호주, 중국, 대만, 러시아,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폴란드, 바레인이 소매금융을 철수하기로 한 대상 국가들입니다.

그 이후 한국씨티은행의 구체적인 철수계획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이때부터는 '신규대출 중단'을 선언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즉, 기존 대출은 유지, 신규 대출은 조만간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는 뜻입니다.

씨티은행 소매금융부문이 매각돼도 마찬가지입니다. 씨티은행을 인수하는 은행이 나온다면, 그 은행에서 기존 대출채권을 모두 승계합니다. 고객 입장에선 계약은 그대로고, 은행 이름만 바뀌는 셈입니다.

작년 말 기준으로 한국씨티은행의 고객 대출 자산은 24조 7천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 씨티은행 소매금융 부문은 매각되나요?

가장 깜깜한 내용입니다. 매각은 시나리오 중 하나입니다. 매각되지 않고 철수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가능한 시나리오는 여럿입니다. 통매각, 부분 매각, 자산만 매각하는 방식 등이 꼽힙니다. 여기에다 매각 실패에 따른 단순 철수 가능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HSBC 은행 역시 당시 산업은행 등을 통해 매각을 시도하다 실패한 적이 있습니다.

씨티은행 소매금융은 일부 지역 은행에서 나서 매각할 것이란 전망과 매각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모두 교차하고 있습니다. 수도권 소매금융으로 진출하려는 지역 은행 등이 매입을 노려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씨티은행에서 수년간 꾸준히 줄여온 소매금융을 누가 매입하겠느냐는 겁니다. 여기다 소매금융에서는 신입사원을 10여 년간 뽑지 않았다고 합니다. 비교적 임직원 평균연령이 높다는 점이 매각에 부담될 수도 있는 겁니다.

만약 소매금융 부분을 영업 매각하면, 그땐 금융당국이 나서 승인해야 합니다. 역시 금융소비자 피해를 최소화시켰느냐가 승인 요건입니다.

어제(16일) 오전 한국씨티은행 노동조합 씨티그룹 소매금융 철수 반대 집회어제(16일) 오전 한국씨티은행 노동조합 씨티그룹 소매금융 철수 반대 집회

■ 직원들은 어떻게 되나요?

회사와 금융당국에서 밝힌 소매금융 직원 인원은 939명입니다. 전체 직원은 3,500명 정도고요. 이들의 고용이 불안한 상태입니다.

다만 한국씨티은행 노조가 밝힌 소매금융 부문의 직원은 2,500명 정도입니다. 기존에 지점에서 일하던 직원이 지점 폐쇄 이후 자리를 잠시 옮겼다는 설명입니다.

고용 문제는 2015년 씨티 캐피탈이 매각되던 당시 500여 명이던 직원들이 넘어가 OK 캐피탈을 출범시킨 사례를 참고해볼 만합니다.

당시 500여 명이던 씨티 캐피탈 직원 중에는 OK 캐피탈로 100여 명 정도만 겨우 넘어갔다는 게 진창근 한국씨티은행 노조위원장의 설명입니다. 직원들은 고용이 불확실하다고 호소할만한 상황입니다.

노조는 당장 어제(16일) 아침 출근길 집회를 열고, 항의에 나섰습니다.

'소비자 불편 해소'와 '고용 안정', 뉴욕에 본사를 둔 씨티그룹이 글로벌 전략이라며 국내 소매금융에 손을 떼겠다는 공식 발표와 함께 우리 사회가 떠안은 숙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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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티銀 소매금융 손 떼기로…고객 예금·대출 어떻게?
    • 입력 2021-04-17 08:01:06
    취재K
<strong>한국씨티은행 17년 만에 소매금융 철수<br />구체적 계획 발표 때까지 영업 그대로..."불편 최소화"<br />소매금융 '출구전략'에 수년 걸릴 수도...고용 불안도 현실화<br />2013년 HSBC 은행 소매금융 철수 땐 계좌 전환 유도</strong>

한국씨티은행이 한국 소매금융 시장에서 철수를 확정했습니다. 지난 2004년 옛 한미은행을 인수해 씨티은행으로 재편했다가 17년 만에 소비자금융 사업에서 철수하는 겁니다.

고객들의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죠.

씨티은행은 기존 고객의 금융서비스 이용을 지원한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고객 입장에선 서비스를 중단한다는 소식에 예금이나 대출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Q&A로 정리합니다.


■ 당장 다음 주부터 은행 문 닫는 건가요?

씨티은행은 '출구전략'이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pursue exit'이라는 표현으로, '탈출을 모색해본다' 정도의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게 당장 소매금융 업무를 폐쇄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천천히 소매금융을 줄여 최종적으로 철수 단계를 밟겠다는 말로 풀이됩니다.

소비자 피해가 없어야겠죠. 금융당국에서도 이걸 가장 신경 쓰고 있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진행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계획이고, 지금 하고 있는 영업은 그대로 이뤄진다는 것만은 명확하다"고 밝혔습니다.

소매금융 철수가 바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라고 합니다. 길게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게 씨티은행 측의 전언입니다. 현재 씨티은행 소매금융은 36곳의 점포가 있는 상태입니다.


■ 씨티은행에 넣어둔 예금은? 2013년 HSBC 은행 사례는?

2013년 7월 국내에서 소매금융 업무를 중단한다고 밝힌 HSBC 은행 사례를 참고해볼 만합니다.

HSBC 은행은 당시 11개 지점 중 10개를 폐쇄하고, 기업금융을 맡은 서울 중구 봉래동 지점만을 남겼습니다. 또, 원하는 개인 고객은 계좌 해지를 도와주고 신규 개인 고객을 받지 않았던 사례가 있습니다. 이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소비자 관점에서 보면, 굳이 다른 은행으로 계좌 갈아타기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씨티은행이 기존 서비스는 유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개인 고객이 맡긴 예금은 27조 원가량, 고객들이 겪어야 할 크고 작은 불편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 기존 대출은 바로 갚아야 한다?

씨티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게 있다면 이 대출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기존 대출 계약이 그대로 이뤄지는 겁니다.

신규 대출도 당장 '지금은' 가능합니다만, 씨티은행 측이 조만간 구체적인 일정을 내놓기 전까지만입니다.
다음 주 중 씨티그룹 내 소매금융을 철수하기로 한 13개 국가의 지부가 화상 회의를 엽니다.

한국, 호주, 중국, 대만, 러시아,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폴란드, 바레인이 소매금융을 철수하기로 한 대상 국가들입니다.

그 이후 한국씨티은행의 구체적인 철수계획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이때부터는 '신규대출 중단'을 선언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즉, 기존 대출은 유지, 신규 대출은 조만간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는 뜻입니다.

씨티은행 소매금융부문이 매각돼도 마찬가지입니다. 씨티은행을 인수하는 은행이 나온다면, 그 은행에서 기존 대출채권을 모두 승계합니다. 고객 입장에선 계약은 그대로고, 은행 이름만 바뀌는 셈입니다.

작년 말 기준으로 한국씨티은행의 고객 대출 자산은 24조 7천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 씨티은행 소매금융 부문은 매각되나요?

가장 깜깜한 내용입니다. 매각은 시나리오 중 하나입니다. 매각되지 않고 철수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가능한 시나리오는 여럿입니다. 통매각, 부분 매각, 자산만 매각하는 방식 등이 꼽힙니다. 여기에다 매각 실패에 따른 단순 철수 가능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HSBC 은행 역시 당시 산업은행 등을 통해 매각을 시도하다 실패한 적이 있습니다.

씨티은행 소매금융은 일부 지역 은행에서 나서 매각할 것이란 전망과 매각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모두 교차하고 있습니다. 수도권 소매금융으로 진출하려는 지역 은행 등이 매입을 노려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씨티은행에서 수년간 꾸준히 줄여온 소매금융을 누가 매입하겠느냐는 겁니다. 여기다 소매금융에서는 신입사원을 10여 년간 뽑지 않았다고 합니다. 비교적 임직원 평균연령이 높다는 점이 매각에 부담될 수도 있는 겁니다.

만약 소매금융 부분을 영업 매각하면, 그땐 금융당국이 나서 승인해야 합니다. 역시 금융소비자 피해를 최소화시켰느냐가 승인 요건입니다.

어제(16일) 오전 한국씨티은행 노동조합 씨티그룹 소매금융 철수 반대 집회
■ 직원들은 어떻게 되나요?

회사와 금융당국에서 밝힌 소매금융 직원 인원은 939명입니다. 전체 직원은 3,500명 정도고요. 이들의 고용이 불안한 상태입니다.

다만 한국씨티은행 노조가 밝힌 소매금융 부문의 직원은 2,500명 정도입니다. 기존에 지점에서 일하던 직원이 지점 폐쇄 이후 자리를 잠시 옮겼다는 설명입니다.

고용 문제는 2015년 씨티 캐피탈이 매각되던 당시 500여 명이던 직원들이 넘어가 OK 캐피탈을 출범시킨 사례를 참고해볼 만합니다.

당시 500여 명이던 씨티 캐피탈 직원 중에는 OK 캐피탈로 100여 명 정도만 겨우 넘어갔다는 게 진창근 한국씨티은행 노조위원장의 설명입니다. 직원들은 고용이 불확실하다고 호소할만한 상황입니다.

노조는 당장 어제(16일) 아침 출근길 집회를 열고, 항의에 나섰습니다.

'소비자 불편 해소'와 '고용 안정', 뉴욕에 본사를 둔 씨티그룹이 글로벌 전략이라며 국내 소매금융에 손을 떼겠다는 공식 발표와 함께 우리 사회가 떠안은 숙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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