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기자들Q] 기자 꿈꾸던 ‘추적단 불꽃’, 어쩌다 기자를 불신하게 됐나

입력 2021.04.17 (11:00) 수정 2021.04.1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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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에서 시작된 'n번방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습니다. 1번부터 8번까지 번호를 붙인 이 텔레그램 대화방에서는 각기 다른 피해 여성들의 불법 성착취 영상들이 공유됐습니다.

이들의 실체를 최초로 알린 건 '추적단 불꽃'이라는 활동명을 쓰는 두 명의 대학생이었습니다. 몇 달간 잠입 취재한 이들은 경찰의 수사를 돕는 한편, 국민일보와 함께 'n번방 추적기'를 연속보도했습니다.

이들은 사실 언론사 입사를 희망하는 기자지망생이었습니다. 평범한 대학생이던 이들은 1년이 지난 지금 기자가 됐을까요?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질문하는기자들Q'는 '추적단 불꽃'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들이 지난 1년간 기성 언론과 함께 일하며 느낀 것들, 이들이 평가하는 언론의 현주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Q. 지난 1년 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A. 계속 모니터링하고 증거를 수집하고, 경찰에 신고하는 과정도 있었고요, 또 그 과정들을 기록하고자 책을 써서 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국제앰네스티와 디지털 성범죄가 만연한 플랫폼에 대해서 기획취재를 하고 있습니다.

Q. 계속 '디지털 성범죄'를 취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기록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요. 저희가 보고 목격한 것들을 기사로 써놓고 경찰에 신고해야 마음이 홀가분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책임감도 있고, 죄책감도 있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사명감도 엉켜 있어요. 그래서 이런 것들을 해소하고 싶은데 도구로 선택한 게 기사를 쓰는 거에요.

Q. 언론사 입사는 그럼 포기한 건가요?
A. 당장 하루하루가 너무 급한 거예요. 모니터링을 해야 하고 취재를 해야 하는데 거기까지의 시간이 너무 아깝고, 공부할 시간에 채증을 해서 신고를 하면 한 명이라도 더 잡을 수 있지 않을까? 또 한 명의 피해자라도 막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지금 당장 언론사에 들어가야겠다, 이런 마음은 안 드는 거 같아요. 그리고 또 저희가 그동안 만나 왔던 언론사의 모습들에 환멸을 많이 느껴왔기 때문에 굳이 저기로 안 들어가도 되겠다, 그냥 지금 우리가 하는 대로하는 게 우리한테도 또 문제를 알리는 데도 더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Q. 언론사들의 어떤 모습에 환멸을 느꼈나요?
A. 1년 전에는 매일 인터뷰를 했어요. 하루에 가장 많이 한 인터뷰가 거의 11개, 계속해서 인터뷰 제의가 와서 저희가 거의 모든 언론 인터뷰는 다 수락을 했어요. 이 심각한 문제를 세상에 알려서 어떻게든 해결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많이 나갔던 거고요. 그런데 기자들이 얻어낼 수 있는 자극적인 말이나 채증자료를 얻어내고, 그냥 그 정도로 끝내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채증자료 자판기 취급을 한 느낌... 가장 난감했던 부탁이 피해자랑 연결을 시켜달라는 부탁이었는데 미성년자 피해자를 구해 오라는 식의 압박이 있었어요. 기자 준비생이라 이런 것들을 해줘야 하나 싶으면서도 그게 너무 아닌 거 같았어요. 그래서 그냥 이렇게 할 거면 저희는 안 하겠다 하고 이제 거절을 한 적도 많이 있었죠.

Q. 당시 언론 보도는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A. 언론사들이 n번방 피해자로 미성년자인 걸 부각하거나 여자 중학생, 여자 고등학생 이런 단어를 부각하고.. 또 기사 내용에서도 피해자는 그랬기에 당할만했다는 식으로 기사를 쓰는 데도 있었고요, 그리고 피해자의 인적사항이 노출되면 안 되는데 한 신문사에서는 피해자의 직업이라든지 나잇대가 특정되는 그런 보도를 했었죠.

Q. 그럼 지금은 제대로 보도하고 있다고 보시나요?
A. 저희가 요즘도 하루에 2~3시간씩 모니터링을 하는데, N번방과 박사방과 또 다른, 더 발전되고 고도화된 디지털 성범죄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요. 근데 왜 기사를 쓰는 기자는 없을까, 이게 너무 심각한 사회문제인데... 이들이 왜 계속 활개 치게 놔두는 것일까, 왜 관심을 안 가지지? 그냥 하나의 사건을 발견했을 때 보도하고 끝나는 그 정도의 수준인 거 같아요. 지금도. 정부나 경찰, 국회에 해결을 촉구하는 기사를 써줬으면 좋겠는데 그거에 대한 움직임은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Q. 그럼 지금 본인들을 어떤 직업으로 소개하나요?
A. 언론에 입사한 기자는 아닐지언정 우리는 시민 기자이자 활동가, 저희가 책도 냈으니까 작가죠. 여러 가지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언제까지 디지털 성범죄를 취재하실 건가요? 최종 목표가 있나요?
A. 기한을 두고 있진 않은데요, 일단 저희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이 지금 이거라서 일단 되는 데까진 해보려고요. 최종 목표는 디지털 성범죄의 썩은 뿌리를 다 뽑아내는 것, 이 뿌리가 너무 깊고 엉켜있어서 뽑아낼 수 있을까 하면서도 어떻게든 불태워버려야겠다 싶은 생각, 이게 최종목표죠.

지난해 n번방 사건 당시 디지털 성범죄 보도는 연일 쏟아졌지만, 지금은 다시 언론의 관심에서 멀어졌습니다. 하지만 추적단 불꽃은 조금도 범죄가 줄어들지 않았다면서 여전히 그 자리에서 취재하고, 추적 중입니다.

기자지망생이던 추적단 불꽃이 기성 언론 기자들에게 던지는 질문은 무엇일까요?

KBS의 새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질문하는 기자들Q'의 첫 회는 <폐지냐 유지냐…출입기자단>과 <기자 지망생들이 기자들에게 묻다>를 주제로 18일(일) 밤 10시 35분에 KBS1티비에서 방영됩니다.

'질문하는 기자들Q' 1회는 김솔희 아나운서가 진행하고 채영길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 한승연 KBS 기자가 출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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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1-04-17 11:3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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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에서 시작된 'n번방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습니다. 1번부터 8번까지 번호를 붙인 이 텔레그램 대화방에서는 각기 다른 피해 여성들의 불법 성착취 영상들이 공유됐습니다.

이들의 실체를 최초로 알린 건 '추적단 불꽃'이라는 활동명을 쓰는 두 명의 대학생이었습니다. 몇 달간 잠입 취재한 이들은 경찰의 수사를 돕는 한편, 국민일보와 함께 'n번방 추적기'를 연속보도했습니다.

이들은 사실 언론사 입사를 희망하는 기자지망생이었습니다. 평범한 대학생이던 이들은 1년이 지난 지금 기자가 됐을까요?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질문하는기자들Q'는 '추적단 불꽃'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들이 지난 1년간 기성 언론과 함께 일하며 느낀 것들, 이들이 평가하는 언론의 현주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Q. 지난 1년 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A. 계속 모니터링하고 증거를 수집하고, 경찰에 신고하는 과정도 있었고요, 또 그 과정들을 기록하고자 책을 써서 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국제앰네스티와 디지털 성범죄가 만연한 플랫폼에 대해서 기획취재를 하고 있습니다.

Q. 계속 '디지털 성범죄'를 취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기록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요. 저희가 보고 목격한 것들을 기사로 써놓고 경찰에 신고해야 마음이 홀가분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책임감도 있고, 죄책감도 있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사명감도 엉켜 있어요. 그래서 이런 것들을 해소하고 싶은데 도구로 선택한 게 기사를 쓰는 거에요.

Q. 언론사 입사는 그럼 포기한 건가요?
A. 당장 하루하루가 너무 급한 거예요. 모니터링을 해야 하고 취재를 해야 하는데 거기까지의 시간이 너무 아깝고, 공부할 시간에 채증을 해서 신고를 하면 한 명이라도 더 잡을 수 있지 않을까? 또 한 명의 피해자라도 막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지금 당장 언론사에 들어가야겠다, 이런 마음은 안 드는 거 같아요. 그리고 또 저희가 그동안 만나 왔던 언론사의 모습들에 환멸을 많이 느껴왔기 때문에 굳이 저기로 안 들어가도 되겠다, 그냥 지금 우리가 하는 대로하는 게 우리한테도 또 문제를 알리는 데도 더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Q. 언론사들의 어떤 모습에 환멸을 느꼈나요?
A. 1년 전에는 매일 인터뷰를 했어요. 하루에 가장 많이 한 인터뷰가 거의 11개, 계속해서 인터뷰 제의가 와서 저희가 거의 모든 언론 인터뷰는 다 수락을 했어요. 이 심각한 문제를 세상에 알려서 어떻게든 해결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많이 나갔던 거고요. 그런데 기자들이 얻어낼 수 있는 자극적인 말이나 채증자료를 얻어내고, 그냥 그 정도로 끝내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채증자료 자판기 취급을 한 느낌... 가장 난감했던 부탁이 피해자랑 연결을 시켜달라는 부탁이었는데 미성년자 피해자를 구해 오라는 식의 압박이 있었어요. 기자 준비생이라 이런 것들을 해줘야 하나 싶으면서도 그게 너무 아닌 거 같았어요. 그래서 그냥 이렇게 할 거면 저희는 안 하겠다 하고 이제 거절을 한 적도 많이 있었죠.

Q. 당시 언론 보도는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A. 언론사들이 n번방 피해자로 미성년자인 걸 부각하거나 여자 중학생, 여자 고등학생 이런 단어를 부각하고.. 또 기사 내용에서도 피해자는 그랬기에 당할만했다는 식으로 기사를 쓰는 데도 있었고요, 그리고 피해자의 인적사항이 노출되면 안 되는데 한 신문사에서는 피해자의 직업이라든지 나잇대가 특정되는 그런 보도를 했었죠.

Q. 그럼 지금은 제대로 보도하고 있다고 보시나요?
A. 저희가 요즘도 하루에 2~3시간씩 모니터링을 하는데, N번방과 박사방과 또 다른, 더 발전되고 고도화된 디지털 성범죄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요. 근데 왜 기사를 쓰는 기자는 없을까, 이게 너무 심각한 사회문제인데... 이들이 왜 계속 활개 치게 놔두는 것일까, 왜 관심을 안 가지지? 그냥 하나의 사건을 발견했을 때 보도하고 끝나는 그 정도의 수준인 거 같아요. 지금도. 정부나 경찰, 국회에 해결을 촉구하는 기사를 써줬으면 좋겠는데 그거에 대한 움직임은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Q. 그럼 지금 본인들을 어떤 직업으로 소개하나요?
A. 언론에 입사한 기자는 아닐지언정 우리는 시민 기자이자 활동가, 저희가 책도 냈으니까 작가죠. 여러 가지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언제까지 디지털 성범죄를 취재하실 건가요? 최종 목표가 있나요?
A. 기한을 두고 있진 않은데요, 일단 저희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이 지금 이거라서 일단 되는 데까진 해보려고요. 최종 목표는 디지털 성범죄의 썩은 뿌리를 다 뽑아내는 것, 이 뿌리가 너무 깊고 엉켜있어서 뽑아낼 수 있을까 하면서도 어떻게든 불태워버려야겠다 싶은 생각, 이게 최종목표죠.

지난해 n번방 사건 당시 디지털 성범죄 보도는 연일 쏟아졌지만, 지금은 다시 언론의 관심에서 멀어졌습니다. 하지만 추적단 불꽃은 조금도 범죄가 줄어들지 않았다면서 여전히 그 자리에서 취재하고, 추적 중입니다.

기자지망생이던 추적단 불꽃이 기성 언론 기자들에게 던지는 질문은 무엇일까요?

KBS의 새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질문하는 기자들Q'의 첫 회는 <폐지냐 유지냐…출입기자단>과 <기자 지망생들이 기자들에게 묻다>를 주제로 18일(일) 밤 10시 35분에 KBS1티비에서 방영됩니다.

'질문하는 기자들Q' 1회는 김솔희 아나운서가 진행하고 채영길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 한승연 KBS 기자가 출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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