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군 가산점·여자도 군사훈련”…여당의 ‘이남자’ 구애

입력 2021.04.19 (13:46) 수정 2021.04.1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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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재보궐 선거에서 20~30대 젊은 층, 그중에서도 특히 20대 남성('이남자')의 표심은 압도적으로 국민의힘을 향했습니다. KBS 등 지상파 3사의 서울 지역 출구조사에서 20대 남성의 75.2%는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를 뽑았다고 답했습니다.

지난해 21대 총선 때 전국의 20대 남성의 절반 가까이(47.7%)가 지역구 투표에서 민주당을 선택했던 일에 비하면, '이남자'의 변심은 다른 연령대보다 더 두드러집니다.

스윙 보터(앞선 선거와 다르게 투표하는 유권자)인 20대 남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분주할 수밖에 없는데, 아무래도 표를 잃은 쪽인 민주당이 더 적극적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남자'를 잡기 위해 군 복무 문제를 꺼내 들었습니다.


■ "여성도 40~100일 기초군사훈련"

대선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오늘 출간한 저서 '박용진의 정치혁명'에서, 우선 모병제 도입을 주장했습니다. 지금의 징병제 대신, 군대에 가고 싶은 사람만 모아서 100대 그룹 초봉 정도의 연봉을 주자는 겁니다.

모병제 도입을 통해 병력 숫자를 현재 60만에서 15~20만 명으로 줄이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예비군사제도를 도입하자고도, 박 의원은 제안했습니다. 남자뿐 아니라 여자들까지 모두 40~100일간 기초군사훈련을 실시해 예비군으로 양성하자는 내용입니다.

박 의원은 "청년세대의 경력 단절 충격을 줄이고 불필요한 남녀차별 논란 등 사회적 에너지 낭비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오늘 CBS 라디오에 출연한 박 의원은 이 같은 논의가 오히려 남녀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일부 여성단체의 지적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그 논란이 무서워서 필요한 제안을 하지 않는 것 자체가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습니다.


■ 다시 불붙은 '군가산점제'

민주당의 젊은 초선 남성 의원들은 '군 가산점' 논의에 다시 불을 붙였습니다.

김남국 의원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직원 '채용' 시 군 경력 인정을, 전용기 의원은 공기업과 공공기관 승진 '평가' 시 병역 의무 경력을 반영하는 법안을 준비 중입니다.

김남국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젊은 시절을 희생해서 국방 의무를 이행하면서 쌓은 경력이 다른 곳도 아닌 공공기관에서조차 명확한 기준 없이 제대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향후 법령 개정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남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사관으로 복무하다 전역한 여군에게도 해당되는 청년의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전용기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의무와 권리는 비례해야 하나, 병역의무에 준하는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군 가산점 재도입에 대한 논의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위헌 논란에 대해서 전 의원은 "개헌을 해서라도 전역 장병이 최소한의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 '이남자' 잡아라!…"본질 놓쳤다" 비판도

민주당 의원들의 이런 제안이 당론으로 공식 추진되는 건 아닙니다. 당장 관련 법안이 제출된 것도 아닙니다.

다만, 남녀평등복무제, 군 가산점 등의 아이디어는 재보선에서 확인된 '이남자'들의 마음을 돌려세우기 위한 구애 차원에서 제시된 만큼, 1년이 채 남지 않은 대선까지 정치권 이슈로 계속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청년층의 이탈을 비단 20대 남성의 군 문제만으로 좁혀서 보는 건 잘못된 해석이란 지적도 있습니다.

민주당의 '내로남불'과 조국 전 장관 자녀 입시 문제 등으로 촉발된 '불공정', '부동산 문제' 등에 대한 청년층의 분노로 봐야지, 군 복무 문제만을 놓고 접근하면 본질은 놓친 채 남녀 간의 갈등만 조장할 수 있다는 겁니다.

박성민 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20대 여성, 20대 남성, 30대 남성, 30대 여성 모두가 우리 민주당으로부터 등을 돌렸다"며 "단언컨대 '원래 민주당 편'이었던 계층은 없다, 먼저 환상에서 깨어나자"고 했습니다.

박 전 최고위원은 "선거 패인에 대해 분석을 하는 건 좋고, 청년들의 목소리가 더욱 정치권 안에서 대변되어야 한다는 절박함도 좋다"며 "그런데 혐오 정서에 대한 동조와 성별 갈라치기에 힘을 싣는 형식으로 정치가 이뤄져선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 문 대통령 "모병제, 실시 형편 안돼"

이미 20여 년 전 헌재의 위헌 결정이 내려진 군 가산점 부활 논의가 실효성이 있는지 문제도 제기됩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에도 "군 가산점제는 여성, 장애인 등이 공직에 입직할 기회를 광범위하게 배제하고 국제인권기준에도 위배된다"며 "병역의무 이행자 간에도 형평성을 유지하지 못해 적절하지 못하다"는 반대 의견을 낸 바 있습니다.

모병제 역시 장기적으로 갈 방향이라는 데 동의하는 의견이 많지만, 당장 헌법개정과 재정 확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 만큼 자칫 설익은 논의는 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단 지적도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019년 11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모병제는 우리 사회가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아직은 현실적으로 실시할 만한 형편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이 '이남자'를 잡기 위해 내놓은 군 관련 정책들이 얼마나 진정성 있고, 실제 효과가 있을지는 꼼꼼하게 논의되고 점검돼야 합니다.

특히 그 정책이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어내고, 내 편, 네 편을 가르는 내용이라면,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하는 비용이 더 커질 수 있음을 정치권은 새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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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심야심] “군 가산점·여자도 군사훈련”…여당의 ‘이남자’ 구애
    • 입력 2021-04-19 13:46:52
    • 수정2021-04-19 15:53:58
    여심야심
4·7 재보궐 선거에서 20~30대 젊은 층, 그중에서도 특히 20대 남성('이남자')의 표심은 압도적으로 국민의힘을 향했습니다. KBS 등 지상파 3사의 서울 지역 출구조사에서 20대 남성의 75.2%는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를 뽑았다고 답했습니다.

지난해 21대 총선 때 전국의 20대 남성의 절반 가까이(47.7%)가 지역구 투표에서 민주당을 선택했던 일에 비하면, '이남자'의 변심은 다른 연령대보다 더 두드러집니다.

스윙 보터(앞선 선거와 다르게 투표하는 유권자)인 20대 남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분주할 수밖에 없는데, 아무래도 표를 잃은 쪽인 민주당이 더 적극적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남자'를 잡기 위해 군 복무 문제를 꺼내 들었습니다.


■ "여성도 40~100일 기초군사훈련"

대선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오늘 출간한 저서 '박용진의 정치혁명'에서, 우선 모병제 도입을 주장했습니다. 지금의 징병제 대신, 군대에 가고 싶은 사람만 모아서 100대 그룹 초봉 정도의 연봉을 주자는 겁니다.

모병제 도입을 통해 병력 숫자를 현재 60만에서 15~20만 명으로 줄이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예비군사제도를 도입하자고도, 박 의원은 제안했습니다. 남자뿐 아니라 여자들까지 모두 40~100일간 기초군사훈련을 실시해 예비군으로 양성하자는 내용입니다.

박 의원은 "청년세대의 경력 단절 충격을 줄이고 불필요한 남녀차별 논란 등 사회적 에너지 낭비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오늘 CBS 라디오에 출연한 박 의원은 이 같은 논의가 오히려 남녀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일부 여성단체의 지적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그 논란이 무서워서 필요한 제안을 하지 않는 것 자체가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습니다.


■ 다시 불붙은 '군가산점제'

민주당의 젊은 초선 남성 의원들은 '군 가산점' 논의에 다시 불을 붙였습니다.

김남국 의원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직원 '채용' 시 군 경력 인정을, 전용기 의원은 공기업과 공공기관 승진 '평가' 시 병역 의무 경력을 반영하는 법안을 준비 중입니다.

김남국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젊은 시절을 희생해서 국방 의무를 이행하면서 쌓은 경력이 다른 곳도 아닌 공공기관에서조차 명확한 기준 없이 제대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향후 법령 개정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남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사관으로 복무하다 전역한 여군에게도 해당되는 청년의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전용기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의무와 권리는 비례해야 하나, 병역의무에 준하는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군 가산점 재도입에 대한 논의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위헌 논란에 대해서 전 의원은 "개헌을 해서라도 전역 장병이 최소한의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 '이남자' 잡아라!…"본질 놓쳤다" 비판도

민주당 의원들의 이런 제안이 당론으로 공식 추진되는 건 아닙니다. 당장 관련 법안이 제출된 것도 아닙니다.

다만, 남녀평등복무제, 군 가산점 등의 아이디어는 재보선에서 확인된 '이남자'들의 마음을 돌려세우기 위한 구애 차원에서 제시된 만큼, 1년이 채 남지 않은 대선까지 정치권 이슈로 계속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청년층의 이탈을 비단 20대 남성의 군 문제만으로 좁혀서 보는 건 잘못된 해석이란 지적도 있습니다.

민주당의 '내로남불'과 조국 전 장관 자녀 입시 문제 등으로 촉발된 '불공정', '부동산 문제' 등에 대한 청년층의 분노로 봐야지, 군 복무 문제만을 놓고 접근하면 본질은 놓친 채 남녀 간의 갈등만 조장할 수 있다는 겁니다.

박성민 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20대 여성, 20대 남성, 30대 남성, 30대 여성 모두가 우리 민주당으로부터 등을 돌렸다"며 "단언컨대 '원래 민주당 편'이었던 계층은 없다, 먼저 환상에서 깨어나자"고 했습니다.

박 전 최고위원은 "선거 패인에 대해 분석을 하는 건 좋고, 청년들의 목소리가 더욱 정치권 안에서 대변되어야 한다는 절박함도 좋다"며 "그런데 혐오 정서에 대한 동조와 성별 갈라치기에 힘을 싣는 형식으로 정치가 이뤄져선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 문 대통령 "모병제, 실시 형편 안돼"

이미 20여 년 전 헌재의 위헌 결정이 내려진 군 가산점 부활 논의가 실효성이 있는지 문제도 제기됩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에도 "군 가산점제는 여성, 장애인 등이 공직에 입직할 기회를 광범위하게 배제하고 국제인권기준에도 위배된다"며 "병역의무 이행자 간에도 형평성을 유지하지 못해 적절하지 못하다"는 반대 의견을 낸 바 있습니다.

모병제 역시 장기적으로 갈 방향이라는 데 동의하는 의견이 많지만, 당장 헌법개정과 재정 확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 만큼 자칫 설익은 논의는 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단 지적도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019년 11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모병제는 우리 사회가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아직은 현실적으로 실시할 만한 형편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이 '이남자'를 잡기 위해 내놓은 군 관련 정책들이 얼마나 진정성 있고, 실제 효과가 있을지는 꼼꼼하게 논의되고 점검돼야 합니다.

특히 그 정책이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어내고, 내 편, 네 편을 가르는 내용이라면,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하는 비용이 더 커질 수 있음을 정치권은 새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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