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최악의 산불’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입력 2021.04.19 (17:07) 수정 2021.04.1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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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유난히 이른 시기부터 산불이 잦았습니다. 지난 2월 18일 강원도 양양 산불을 비롯해 한 달 새 84건의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배에 달합니다.

지난달에는 주말마다 내린 잦은 비로 산불이 잠잠했지만, 이번 달이 문제입니다. 이달 들어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더니 다시 산불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특히 오늘(19일), 산불이 걱정입니다. 건조한 데다, 바람까지 강해 산불 위험이 크기 때문인데요. 지금부터 악명 높은 ‘4월 산불’의 실체를 파헤쳐 보겠습니다.

■ 산불 피해 면적 ‘최고’의 달은?

바로 ‘4월’입니다. 2년 전 고성 산불 기억하시죠? 2019년 4월 4일 저녁.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태풍급 바람을 타고 동쪽으로 번져 속초까지 덮쳤습니다. 이 산불로 2명이 목숨을 잃고, 1,227ha의 산이 불에 탔습니다.

2019년 고성 산불뿐만이 아닙니다. 4월에는 유난히 대형 산불 사례가 잦았는데요. 통계로도 4월은 산불 피해 면적이 가장 큰 달입니다.

최근 10년 월별 산불 발생 건수 및 산불 피해 면적 (자료 : 2020년 산불통계연보)최근 10년 월별 산불 발생 건수 및 산불 피해 면적 (자료 : 2020년 산불통계연보)

최근 10년간 월별 산불 발생 건수는 3월이 평균 129건으로 가장 많습니다. 4월은 104건으로 3월보다는 다소 적었습니다.

주목할 게 있습니다. 바로 산불 피해 면적인데요. 피해 면적을 달 별로 살펴보면, 4월이 평균 600ha 정도로 3월의 2배를 훌쩍 넘습니다. 건수가 적은데도 피해 면적이 2배가 넘는다는 건, 4월 산불은 한번 나면 대형 산불로 번지기 쉽다는 걸 의미합니다.

■ 4월, ‘최악의 대형 산불’ 이유는?

4월에 대형 산불이 잦은 원인은 날씨와 큰 관련이 있습니다.

최근 40년 전국 45개 지점 월별 평균 상대습도(자료 : 기상청)최근 40년 전국 45개 지점 월별 평균 상대습도(자료 : 기상청)

월별 평균 상대습도를 보면 장마철인 7월이 79.9%로 가장 높고 가을, 겨울을 지나며 점점 낮아져 4월에는 60.8%로 가장 낮았습니다. 4월이 연중 가장 메마른 달인 셈입니다.

그런데 안 그래도 메마른 봄철이 기후 변화로 더 건조해지고 있습니다.

봄철 상대습도의 연도별 변화(자료 : 기상청)봄철 상대습도의 연도별 변화(자료 : 기상청)

1980년대에는 봄철 상대습도가 66.4%였지만, 이후 점점 낮아져 2000년대 이후에는 60%대를 기록했습니다.

상대습도는 우리가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체감 습도를 뜻하는데요. 대기 중의 수증기량이 같더라도 기온이 높아지면 상대습도는 낮아집니다.

그런데 기후 변화로 봄철 기온이 가파르게 상승하다 보니, 과거보다 대기 중의 수증기량이 소폭 증가했는데도 상대습도는 오히려 크게 떨어진 겁니다. 기후 변화로 봄 날씨가 산불이 발생하기 더 좋은 조건으로 바뀐 셈입니다.

‘바람’도 4월 대형 산불을 키우는 원인입니다. 3월과 4월은 연중 바람이 가장 강한 달이기도 한데요. 특히 이맘때는 강원 영동 지방에 국지적으로 부는 강한 바람인 ‘양간지풍’이 불기 쉬운 기압 배치가 자주 만들어집니다.

건조한 날씨에 강한 바람까지. 4월은 말 그대로 ‘대형 산불’로 이어질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가진 셈입니다.

■ 오늘(19일), 산불 조심하세요! …강원 영동에 건조·강풍주의보 동시 발령

그런데 오늘(19일) 심상치 않습니다. 과거 4월에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와 비슷한 기상 조건이 갖춰졌기 때문입니다.


오후 3시 30분 현재 기상특보 상황인데요. 강원 영동 지역에 건조주의보와 강풍주의보가 동시에 내려져 있습니다. 충북과 경상도 등지에도 건조주의보가 발효됐습니다.

강릉과 삼척 등 강원 동해안 지역의 실효 습도도 25~30% 안팎까지 떨어져 있는데요. 여기에 낮부터 바람이 강해지더니 미시령 등지에는 순간 초속 25m 안팎의 소형 태풍급 강풍도 몰아치고 있습니다.

고성 산불이 났던 2년 전 만큼은 아니지만, 오늘도 산불이 발생하면 대형 산불로 번질 수 있는 기상 조건이 만들어진 겁니다.

기상청은 내일(20일) 새벽까지 강원 영동과 경북 북동 산지에 최대 순간 초속 20m가 넘는 강한 바람이 불겠다고 내다봤습니다.

강풍은 내일 낮부터 점차 잦아들겠지만, 당분간 비 소식이 없어 건조한 날씨는 계속될 것으로 보여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 대형 산불,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최근 10년간 통계를 보면 실화나 논밭 태우기, 소각 등으로 발생한 산불이 전체의 70%를 넘습니다. 이렇게 실수로 산불을 내더라도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 수 있습니다.

평소에도 조심해야겠지만, 특히 이렇게 산불이 발생하기 위험한 날씨에는 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먼저, 절대 산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 합니다. 산 주변의 농가에서는 논밭을 태우거나 쓰레기를 소각하는 일도 금물입니다. 아시죠? 토질을 좋게 만든다고 알려진 ‘논밭 태우기’가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사실 말입니다.

귀중한 재산과 목숨을 한순간에 앗아가는 ‘4월의 대형 산불’. 올해는 이 오명을 벗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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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 ‘최악의 산불’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 입력 2021-04-19 17:07:02
    • 수정2021-04-19 17:15:28
    취재K

올해는 유난히 이른 시기부터 산불이 잦았습니다. 지난 2월 18일 강원도 양양 산불을 비롯해 한 달 새 84건의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배에 달합니다.

지난달에는 주말마다 내린 잦은 비로 산불이 잠잠했지만, 이번 달이 문제입니다. 이달 들어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더니 다시 산불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특히 오늘(19일), 산불이 걱정입니다. 건조한 데다, 바람까지 강해 산불 위험이 크기 때문인데요. 지금부터 악명 높은 ‘4월 산불’의 실체를 파헤쳐 보겠습니다.

■ 산불 피해 면적 ‘최고’의 달은?

바로 ‘4월’입니다. 2년 전 고성 산불 기억하시죠? 2019년 4월 4일 저녁.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태풍급 바람을 타고 동쪽으로 번져 속초까지 덮쳤습니다. 이 산불로 2명이 목숨을 잃고, 1,227ha의 산이 불에 탔습니다.

2019년 고성 산불뿐만이 아닙니다. 4월에는 유난히 대형 산불 사례가 잦았는데요. 통계로도 4월은 산불 피해 면적이 가장 큰 달입니다.

최근 10년 월별 산불 발생 건수 및 산불 피해 면적 (자료 : 2020년 산불통계연보)
최근 10년간 월별 산불 발생 건수는 3월이 평균 129건으로 가장 많습니다. 4월은 104건으로 3월보다는 다소 적었습니다.

주목할 게 있습니다. 바로 산불 피해 면적인데요. 피해 면적을 달 별로 살펴보면, 4월이 평균 600ha 정도로 3월의 2배를 훌쩍 넘습니다. 건수가 적은데도 피해 면적이 2배가 넘는다는 건, 4월 산불은 한번 나면 대형 산불로 번지기 쉽다는 걸 의미합니다.

■ 4월, ‘최악의 대형 산불’ 이유는?

4월에 대형 산불이 잦은 원인은 날씨와 큰 관련이 있습니다.

최근 40년 전국 45개 지점 월별 평균 상대습도(자료 : 기상청)
월별 평균 상대습도를 보면 장마철인 7월이 79.9%로 가장 높고 가을, 겨울을 지나며 점점 낮아져 4월에는 60.8%로 가장 낮았습니다. 4월이 연중 가장 메마른 달인 셈입니다.

그런데 안 그래도 메마른 봄철이 기후 변화로 더 건조해지고 있습니다.

봄철 상대습도의 연도별 변화(자료 : 기상청)
1980년대에는 봄철 상대습도가 66.4%였지만, 이후 점점 낮아져 2000년대 이후에는 60%대를 기록했습니다.

상대습도는 우리가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체감 습도를 뜻하는데요. 대기 중의 수증기량이 같더라도 기온이 높아지면 상대습도는 낮아집니다.

그런데 기후 변화로 봄철 기온이 가파르게 상승하다 보니, 과거보다 대기 중의 수증기량이 소폭 증가했는데도 상대습도는 오히려 크게 떨어진 겁니다. 기후 변화로 봄 날씨가 산불이 발생하기 더 좋은 조건으로 바뀐 셈입니다.

‘바람’도 4월 대형 산불을 키우는 원인입니다. 3월과 4월은 연중 바람이 가장 강한 달이기도 한데요. 특히 이맘때는 강원 영동 지방에 국지적으로 부는 강한 바람인 ‘양간지풍’이 불기 쉬운 기압 배치가 자주 만들어집니다.

건조한 날씨에 강한 바람까지. 4월은 말 그대로 ‘대형 산불’로 이어질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가진 셈입니다.

■ 오늘(19일), 산불 조심하세요! …강원 영동에 건조·강풍주의보 동시 발령

그런데 오늘(19일) 심상치 않습니다. 과거 4월에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와 비슷한 기상 조건이 갖춰졌기 때문입니다.


오후 3시 30분 현재 기상특보 상황인데요. 강원 영동 지역에 건조주의보와 강풍주의보가 동시에 내려져 있습니다. 충북과 경상도 등지에도 건조주의보가 발효됐습니다.

강릉과 삼척 등 강원 동해안 지역의 실효 습도도 25~30% 안팎까지 떨어져 있는데요. 여기에 낮부터 바람이 강해지더니 미시령 등지에는 순간 초속 25m 안팎의 소형 태풍급 강풍도 몰아치고 있습니다.

고성 산불이 났던 2년 전 만큼은 아니지만, 오늘도 산불이 발생하면 대형 산불로 번질 수 있는 기상 조건이 만들어진 겁니다.

기상청은 내일(20일) 새벽까지 강원 영동과 경북 북동 산지에 최대 순간 초속 20m가 넘는 강한 바람이 불겠다고 내다봤습니다.

강풍은 내일 낮부터 점차 잦아들겠지만, 당분간 비 소식이 없어 건조한 날씨는 계속될 것으로 보여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 대형 산불,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최근 10년간 통계를 보면 실화나 논밭 태우기, 소각 등으로 발생한 산불이 전체의 70%를 넘습니다. 이렇게 실수로 산불을 내더라도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 수 있습니다.

평소에도 조심해야겠지만, 특히 이렇게 산불이 발생하기 위험한 날씨에는 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먼저, 절대 산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 합니다. 산 주변의 농가에서는 논밭을 태우거나 쓰레기를 소각하는 일도 금물입니다. 아시죠? 토질을 좋게 만든다고 알려진 ‘논밭 태우기’가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사실 말입니다.

귀중한 재산과 목숨을 한순간에 앗아가는 ‘4월의 대형 산불’. 올해는 이 오명을 벗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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