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SNS에서 사라진 ‘홍보영상’…이유는?

입력 2021.04.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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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본청과 주요 시·도 지방경찰청은 자체 SNS 홍보 계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각종 치안 활동이나 미담 사례를 영상으로 제작해 공개합니다. 매달, 시·도 경찰청별 홍보 영상 건수에 따라 본청에서 실적을 평가받기도 합니다.

그런데 지난해 7월에 이어 최근, 한 지역 경찰청이 SNS에 올린 홍보 동영상이 갑자기 삭제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어떤 이유에서였을까요?

도로 위 쓰러진 주민 구조 장면, 홍보 영상으로 공개

지난 15일, 충청북도경찰청의 페이스북과 유튜브 SNS 홍보 계정에 '도로 위 의식없이 쓰러진 사람'이라는 1분 56초짜리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영상의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 지난달 26일 오전 9시 40분쯤, 충북 옥천군의 한 왕복 2차선 도로 위에 주민이 엎드린 채 쓰러져 있는 모습을 마침 순찰하던 경찰관 2명이 발견하게 됩니다.

한 경찰관은 쓰러진 주민에게 달려가 의식을 확인하고, 가장 가까운 병원에 연락해 구급차를 보내달라고 요청합니다. 그 사이 다른 경찰관은 2차 사고에 대비해 달려오는 차량을 제지합니다.

경찰은 순찰차 블랙박스 화면과 휴대전화 촬영본, 그리고 당시 상황을 재현한 모습과 출동 경찰관의 인터뷰까지 담아 홍보 영상을 제작했습니다. 도로에 쓰러졌던 주민의 얼굴은 희미하게 모자이크 처리했습니다.

하지만 KBS 취재 결과, 갑자기 쓰러졌던 주민의 동의를 얻는 사전 절차 없이 이 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주민이 생사를 오가는 순간이 담긴 영상이었지만, 이 장면을 경찰 홍보용으로 대중에게 공개해도 될지 묻는 사전 동의 절차를 밟지 않은 겁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경찰은 뒤늦게 해당 주민을 찾아가 동의를 받았지만, 경찰청 본청이 사실 확인에 나서는 등 논란이 커지자 닷새 만에 영상을 삭제했습니다.

지난 15일, 쓰러진 주민 동의 없이 충청북도경찰청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게시됐던 홍보 영상. 논란이 되자 경찰은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지난 15일, 쓰러진 주민 동의 없이 충청북도경찰청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게시됐던 홍보 영상. 논란이 되자 경찰은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

"사고 뒤 정신적 충격 커"… 또 다른 영상 공개 당사자, 경찰에 항의하기도

사실, 이같은 일은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7월에도 충북 청주의 모 지구대에서 만든 홍보 영상이 경찰청 페이스북에 게시됐다가 하루 만에 삭제되기도 했는데요.

교통사고를 겪은 일가족을 구한 경찰관이 사고 당사자의 동의 없이 영상을 경찰 미담 사례로 제작해 SNS에 올렸다가 물의를 빚었습니다.

자신이 사고를 당한 영상이 SNS에 버젓이 공개된 것을 뒤늦게 확인한 운전자는 깜짝 놀랐습니다.
" 사고 이후 정신적 충격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이 허락 없이 당시 장면을 떠올리는 영상을 올렸다"면서 경찰에 격렬하게 항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두 홍보 영상 모두 제작 단계부터 SNS에 업로드될 때까지 관할 일선 경찰서, 충청북도경찰청, 경찰청 본청 어디서든 누구 하나, '주민에게 동의를 받았는지' 여부를 확인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지난해 7월, 사고 운전자 동의 없이 경찰청 페이스북에 게시됐던 홍보 영상. 운전자가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면서 항의하자 경찰청은 뒤늦게 영상을 삭제한 상태다.지난해 7월, 사고 운전자 동의 없이 경찰청 페이스북에 게시됐던 홍보 영상. 운전자가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면서 항의하자 경찰청은 뒤늦게 영상을 삭제한 상태다.

경찰청, "당사자 미확인, 명백한 실수…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이에 대해 경찰청 본청 관계자는 "명백한 실수였다"면서 "당사자에게 사전 동의를 구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데, 추가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시인했습니다. "경찰의 치안 활동 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다 보니 발생한 실수"라고도 했습니다. "매달 전국 17개 시·도 경찰청의 홍보 실적을 평가하고는 있지만, 실적에 대한 압박은 없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경찰청은 또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 경찰청이 홍보 영상 제작과 관련해 모두 만점 평가를 받았다"며, "영상을 매달 평균 7개 정도 제작해서 올리면 되는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무엇보다 앞으로 홍보 영상을 만들 때, 이 같은 사고가 없도록 시·도 경찰청과 본청이 직접 점검하는 체계를 만들겠다"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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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청 SNS에서 사라진 ‘홍보영상’…이유는?
    • 입력 2021-04-20 07:00:31
    취재K

경찰청 본청과 주요 시·도 지방경찰청은 자체 SNS 홍보 계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각종 치안 활동이나 미담 사례를 영상으로 제작해 공개합니다. 매달, 시·도 경찰청별 홍보 영상 건수에 따라 본청에서 실적을 평가받기도 합니다.

그런데 지난해 7월에 이어 최근, 한 지역 경찰청이 SNS에 올린 홍보 동영상이 갑자기 삭제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어떤 이유에서였을까요?

도로 위 쓰러진 주민 구조 장면, 홍보 영상으로 공개

지난 15일, 충청북도경찰청의 페이스북과 유튜브 SNS 홍보 계정에 '도로 위 의식없이 쓰러진 사람'이라는 1분 56초짜리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영상의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 지난달 26일 오전 9시 40분쯤, 충북 옥천군의 한 왕복 2차선 도로 위에 주민이 엎드린 채 쓰러져 있는 모습을 마침 순찰하던 경찰관 2명이 발견하게 됩니다.

한 경찰관은 쓰러진 주민에게 달려가 의식을 확인하고, 가장 가까운 병원에 연락해 구급차를 보내달라고 요청합니다. 그 사이 다른 경찰관은 2차 사고에 대비해 달려오는 차량을 제지합니다.

경찰은 순찰차 블랙박스 화면과 휴대전화 촬영본, 그리고 당시 상황을 재현한 모습과 출동 경찰관의 인터뷰까지 담아 홍보 영상을 제작했습니다. 도로에 쓰러졌던 주민의 얼굴은 희미하게 모자이크 처리했습니다.

하지만 KBS 취재 결과, 갑자기 쓰러졌던 주민의 동의를 얻는 사전 절차 없이 이 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주민이 생사를 오가는 순간이 담긴 영상이었지만, 이 장면을 경찰 홍보용으로 대중에게 공개해도 될지 묻는 사전 동의 절차를 밟지 않은 겁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경찰은 뒤늦게 해당 주민을 찾아가 동의를 받았지만, 경찰청 본청이 사실 확인에 나서는 등 논란이 커지자 닷새 만에 영상을 삭제했습니다.

지난 15일, 쓰러진 주민 동의 없이 충청북도경찰청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게시됐던 홍보 영상. 논란이 되자 경찰은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
"사고 뒤 정신적 충격 커"… 또 다른 영상 공개 당사자, 경찰에 항의하기도

사실, 이같은 일은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7월에도 충북 청주의 모 지구대에서 만든 홍보 영상이 경찰청 페이스북에 게시됐다가 하루 만에 삭제되기도 했는데요.

교통사고를 겪은 일가족을 구한 경찰관이 사고 당사자의 동의 없이 영상을 경찰 미담 사례로 제작해 SNS에 올렸다가 물의를 빚었습니다.

자신이 사고를 당한 영상이 SNS에 버젓이 공개된 것을 뒤늦게 확인한 운전자는 깜짝 놀랐습니다.
" 사고 이후 정신적 충격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이 허락 없이 당시 장면을 떠올리는 영상을 올렸다"면서 경찰에 격렬하게 항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두 홍보 영상 모두 제작 단계부터 SNS에 업로드될 때까지 관할 일선 경찰서, 충청북도경찰청, 경찰청 본청 어디서든 누구 하나, '주민에게 동의를 받았는지' 여부를 확인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지난해 7월, 사고 운전자 동의 없이 경찰청 페이스북에 게시됐던 홍보 영상. 운전자가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면서 항의하자 경찰청은 뒤늦게 영상을 삭제한 상태다.
경찰청, "당사자 미확인, 명백한 실수…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이에 대해 경찰청 본청 관계자는 "명백한 실수였다"면서 "당사자에게 사전 동의를 구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데, 추가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시인했습니다. "경찰의 치안 활동 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다 보니 발생한 실수"라고도 했습니다. "매달 전국 17개 시·도 경찰청의 홍보 실적을 평가하고는 있지만, 실적에 대한 압박은 없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경찰청은 또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 경찰청이 홍보 영상 제작과 관련해 모두 만점 평가를 받았다"며, "영상을 매달 평균 7개 정도 제작해서 올리면 되는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무엇보다 앞으로 홍보 영상을 만들 때, 이 같은 사고가 없도록 시·도 경찰청과 본청이 직접 점검하는 체계를 만들겠다"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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