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부산대-부산교대 통합 ‘시작’…구조조정 신호탄?

입력 2021.04.20 (14:15) 수정 2021.04.2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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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해각서 체결을 위해 부산교대를 방문한 부산대 차정인 총장이 부산교대 총동문회 회원들에게 둘러싸여 부산교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양해각서 체결을 위해 부산교대를 방문한 부산대 차정인 총장이 부산교대 총동문회 회원들에게 둘러싸여 부산교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어제(19일) 저녁 6시. 부산대와 부산교대가 통합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이날 오전 양해각서를 체결하기 위해 부산교대를 방문했던 차정인 부산대 총장은 부산교대 동창회의 심한 반발때문에 정문에서 되돌아 갔는데 말입니다.

양 대학은 서면을 교환하는 형식으로 업무협약을 마무리했다고 밝혔습니다. 원격, 비대면 강의가 일상이 된 요즘, 대학 간 양해각서 체결도 원격, 비대면 방식으로 얼마든지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부산대와 부산교대 통합 왜 이렇게까지 반대하고, 또 왜 입장을 바꿔 업무협약을 서둘러야 했을까요?

■ 학령인구 감소 '충격'…"뭉쳐야 산다" 부산대-부산교대 통합 논의 급물살

학령인구 감소의 충격파가 유난히 컸던 올해, 부산에서는 지역 거점국립대인 부산대와 특수목적 국립대인 부산교대를 포함해 4년제 대학 14곳이 모두 모두 신입생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학령인구 감소에다 수도권 선호가 겹치면서 부산지역 4년제 대학에 지원건수는 지난해 대비 30%나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학령인구 감소의 공포는 교대와 사범대에는 특히 '임용 인원 감소' 라는 형태로 다가왔습니다. 취업이 힘들어져 이중피해를 입게되는 것입니다. 부산 지역의 초등학생 수만 봐도 앞으로 10년 동안 40%가 감소하는 것으로 전망됩니다.

학령인구 감소는 교원 임용 감소로 이어져 올해 초등 교원 모집 인원수는 7년전의 절반 가량인 3천 5백명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전국 교대 정원은 그 보다 많은 3천8백명 정도입니다.

부산대와 부산교대는 2017년부터 공동 발전 방안을 모색하자며 처장단 정례회의나 워크숍 등을 교류해왔습니다.

그런데 학령인구 감소라는 위기가 예상보다 빨리 닥치자 '부산대-부산교대 공동발전 방안'에서 출발한 논의는 '종합교원양성체제안' 이라는 통합 논의로 급물살을 타게 됐습니다.

■ 통합 첫 단추 '양해각서' 어떤 내용이 담겼나?

부산대와 부산교대가 체결한 통합을 위한 업무협약에는 '새로운 종합교원양성체제 구축'을 위해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양 대학 총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공동추진위원회와 이를 추진하는 공동실무추진단을 구성 운영하고, 오는 6월부터는 양 대학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과 설명회를 열어 통합 합의서 체결까지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또 협약을 통해 양 대학은 ▲통합을 통한 교육비전 수립 및 미래종합교원양성 체제 방향 모색 ▲종합교원양성체제 구축을 통해 초등예비교원의 역량 및 전문성 강화 방안 ▲현 부산교대 캠퍼스를 교육허브로 생성하는 방안 ▲교수역량 및 행정지원 역량 증진방안 ▲지역교육네트워크의 허브로서 지역사회 기여 증대 방안 등을 협의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부산교대 학생 90여 명이 지난 19일 통합 양해각서 체결 행사가 열릴 예정인 부산교대 본관 앞에서 반대 집회를 열었다.부산교대 학생 90여 명이 지난 19일 통합 양해각서 체결 행사가 열릴 예정인 부산교대 본관 앞에서 반대 집회를 열었다.

■ 부산교대 총동창회·학생회 등 부산교대 구성원의 거센 반발

그러나 '서면 MOU'로 인해 부산교대 안팎은 거센 반발로 어수선한 분위기입니다.

김영찬 부산교대 비상대책위원회 학생대표는 "재학생 83%가 참여한 부산대와의 통합 찬반 투표에서 84%가 반대하고 있다"며 "학교 측은 독단적이고 폐쇄적으로 진행하는 통합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부산교대 총동창회도 통폐합을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총동창회는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구성원 간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심지어 MOU내용도 알려주지 않아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하다"며 "일방적인 모교 통폐합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앞서 이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학생들의 의견을 묵살, 묵인한 채 통보 및 추진 되는 부산교대-부산대 통합 진행을 고발합니다' 라는 글을 올려 4천 명의 동의를 얻기도 했습니다.

부산교대는 교수회의 찬반 투표를 실시해 과반의 찬성을 얻었다고 밝혔지만, 실제 통합을 반대하는 교수도 적지 않습니다.

반대 교수 측에서는 대학 발전의 중요한 사안을 학칙에 따라 설치된 대학평의원회도 가치지 않은 채 대학본부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대학의 존폐가 걸린 문제를 이런 식으로 결정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 통합까지는 구만리길…구성원 거센 반발 계속될 듯

부산교대 측 구성원의 반발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부산교대가 종합대인 부산대에 흡수되는 식의 통합에 대한 반감이 크기 때문입니다. 제주교대와 제주대가 앞서 2008년 교대와 종합대간 통합을 성사시켰는데 당시 제주교대가 제주대의 단과대학으로 편입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현영희 부산교대 총동창회장은 "교대는 초등교원을 양성하는 특수목적대학으로 종합대에 통폐합될 경우 위상이 떨어지고 정체성이 약화될 것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전문성을 갖춘 초등 교원을 양성하려면 통합을 할 게 아니라 현재 시스템을 더 강화해야한다"며 총장 퇴진 운동을 비롯해 전국 교대 동창회와 연합해 통합을 저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교대가 갖는 초등교사 자격증의 독점적 권한의 경우, 통합 이후 타 단과대학 학생들이 복수 전공을 하면 경쟁력이 없어질 수 있어 반대하고 있습니다.

■ 거스를 수 없는 대학 구조조정…대학 스스로 돌파구?

거센 반발이 있지만, 결국 통합의 첫 단추인 양해각서가 체결됐습니다. 부산대와 부산교대는 필요한 과정을 모두 공개한 만큼 절차적 하자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부산교대와 부산대는 MOU체결에 앞서 구성원 반발을 의식, 부산대 사범대생들에게는 초등교육 복수 전공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부산교대 캠퍼스를 교육특화 캠퍼스로 발전시켜 종합교원양성체제 허브로 만들고, 부산, 울산, 경남의 교사 연구 프로그램과 직무연수, 교육행정의 거점센터로 만들겠다는 밑그림도 내놨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부설 유치원, 부설 중학교 유치와 신설도 검토할 계획입니다.

거점 국립대와 통합 필요성에 대해선 현재 초등 교원 양성체제에는 한계가 있고, 종합대학의 여러 단과대학과 교류하며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부산교대 측은 설명했습니다.

다시 말해 종합대학에서 초등교원 양성이 이뤄지면 교양과목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다양한 학문관을 가진 학생과 교류가 확대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습니다.

무엇보다 통합의 핵심은 '구조조정' 입니다. 대학위기의 근본 원인이 학령 인구의 급격한 감소에 있고 이는 되돌 릴 수 없는 추세이기 때문에 정원 감축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강도 높은 학과 통폐합이나 정원 감축에 직면하기 전 부산대와 부산교대는 자율 통합으로 정원을 조정하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습니다.

학령인구 감소나 교원 수급 정책 등 여러가지 원인이 얽혀 있는 상황을 대학 스스로 어디까지 책임을 지고 해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남습니다.

교육부가 해야할 일을 부산대와 부산교대에 떠넘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백년지계라는 교육을 '언발에 오줌누기 식'으로 손보려는 것은 아닌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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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부산대-부산교대 통합 ‘시작’…구조조정 신호탄?
    • 입력 2021-04-20 14:15:05
    • 수정2021-04-20 14:15:28
    취재후·사건후
양해각서 체결을 위해 부산교대를 방문한 부산대 차정인 총장이 부산교대 총동문회 회원들에게 둘러싸여 부산교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어제(19일) 저녁 6시. 부산대와 부산교대가 통합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이날 오전 양해각서를 체결하기 위해 부산교대를 방문했던 차정인 부산대 총장은 부산교대 동창회의 심한 반발때문에 정문에서 되돌아 갔는데 말입니다.

양 대학은 서면을 교환하는 형식으로 업무협약을 마무리했다고 밝혔습니다. 원격, 비대면 강의가 일상이 된 요즘, 대학 간 양해각서 체결도 원격, 비대면 방식으로 얼마든지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부산대와 부산교대 통합 왜 이렇게까지 반대하고, 또 왜 입장을 바꿔 업무협약을 서둘러야 했을까요?

■ 학령인구 감소 '충격'…"뭉쳐야 산다" 부산대-부산교대 통합 논의 급물살

학령인구 감소의 충격파가 유난히 컸던 올해, 부산에서는 지역 거점국립대인 부산대와 특수목적 국립대인 부산교대를 포함해 4년제 대학 14곳이 모두 모두 신입생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학령인구 감소에다 수도권 선호가 겹치면서 부산지역 4년제 대학에 지원건수는 지난해 대비 30%나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학령인구 감소의 공포는 교대와 사범대에는 특히 '임용 인원 감소' 라는 형태로 다가왔습니다. 취업이 힘들어져 이중피해를 입게되는 것입니다. 부산 지역의 초등학생 수만 봐도 앞으로 10년 동안 40%가 감소하는 것으로 전망됩니다.

학령인구 감소는 교원 임용 감소로 이어져 올해 초등 교원 모집 인원수는 7년전의 절반 가량인 3천 5백명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전국 교대 정원은 그 보다 많은 3천8백명 정도입니다.

부산대와 부산교대는 2017년부터 공동 발전 방안을 모색하자며 처장단 정례회의나 워크숍 등을 교류해왔습니다.

그런데 학령인구 감소라는 위기가 예상보다 빨리 닥치자 '부산대-부산교대 공동발전 방안'에서 출발한 논의는 '종합교원양성체제안' 이라는 통합 논의로 급물살을 타게 됐습니다.

■ 통합 첫 단추 '양해각서' 어떤 내용이 담겼나?

부산대와 부산교대가 체결한 통합을 위한 업무협약에는 '새로운 종합교원양성체제 구축'을 위해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양 대학 총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공동추진위원회와 이를 추진하는 공동실무추진단을 구성 운영하고, 오는 6월부터는 양 대학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과 설명회를 열어 통합 합의서 체결까지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또 협약을 통해 양 대학은 ▲통합을 통한 교육비전 수립 및 미래종합교원양성 체제 방향 모색 ▲종합교원양성체제 구축을 통해 초등예비교원의 역량 및 전문성 강화 방안 ▲현 부산교대 캠퍼스를 교육허브로 생성하는 방안 ▲교수역량 및 행정지원 역량 증진방안 ▲지역교육네트워크의 허브로서 지역사회 기여 증대 방안 등을 협의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부산교대 학생 90여 명이 지난 19일 통합 양해각서 체결 행사가 열릴 예정인 부산교대 본관 앞에서 반대 집회를 열었다.
■ 부산교대 총동창회·학생회 등 부산교대 구성원의 거센 반발

그러나 '서면 MOU'로 인해 부산교대 안팎은 거센 반발로 어수선한 분위기입니다.

김영찬 부산교대 비상대책위원회 학생대표는 "재학생 83%가 참여한 부산대와의 통합 찬반 투표에서 84%가 반대하고 있다"며 "학교 측은 독단적이고 폐쇄적으로 진행하는 통합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부산교대 총동창회도 통폐합을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총동창회는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구성원 간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심지어 MOU내용도 알려주지 않아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하다"며 "일방적인 모교 통폐합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앞서 이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학생들의 의견을 묵살, 묵인한 채 통보 및 추진 되는 부산교대-부산대 통합 진행을 고발합니다' 라는 글을 올려 4천 명의 동의를 얻기도 했습니다.

부산교대는 교수회의 찬반 투표를 실시해 과반의 찬성을 얻었다고 밝혔지만, 실제 통합을 반대하는 교수도 적지 않습니다.

반대 교수 측에서는 대학 발전의 중요한 사안을 학칙에 따라 설치된 대학평의원회도 가치지 않은 채 대학본부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대학의 존폐가 걸린 문제를 이런 식으로 결정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 통합까지는 구만리길…구성원 거센 반발 계속될 듯

부산교대 측 구성원의 반발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부산교대가 종합대인 부산대에 흡수되는 식의 통합에 대한 반감이 크기 때문입니다. 제주교대와 제주대가 앞서 2008년 교대와 종합대간 통합을 성사시켰는데 당시 제주교대가 제주대의 단과대학으로 편입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현영희 부산교대 총동창회장은 "교대는 초등교원을 양성하는 특수목적대학으로 종합대에 통폐합될 경우 위상이 떨어지고 정체성이 약화될 것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전문성을 갖춘 초등 교원을 양성하려면 통합을 할 게 아니라 현재 시스템을 더 강화해야한다"며 총장 퇴진 운동을 비롯해 전국 교대 동창회와 연합해 통합을 저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교대가 갖는 초등교사 자격증의 독점적 권한의 경우, 통합 이후 타 단과대학 학생들이 복수 전공을 하면 경쟁력이 없어질 수 있어 반대하고 있습니다.

■ 거스를 수 없는 대학 구조조정…대학 스스로 돌파구?

거센 반발이 있지만, 결국 통합의 첫 단추인 양해각서가 체결됐습니다. 부산대와 부산교대는 필요한 과정을 모두 공개한 만큼 절차적 하자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부산교대와 부산대는 MOU체결에 앞서 구성원 반발을 의식, 부산대 사범대생들에게는 초등교육 복수 전공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부산교대 캠퍼스를 교육특화 캠퍼스로 발전시켜 종합교원양성체제 허브로 만들고, 부산, 울산, 경남의 교사 연구 프로그램과 직무연수, 교육행정의 거점센터로 만들겠다는 밑그림도 내놨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부설 유치원, 부설 중학교 유치와 신설도 검토할 계획입니다.

거점 국립대와 통합 필요성에 대해선 현재 초등 교원 양성체제에는 한계가 있고, 종합대학의 여러 단과대학과 교류하며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부산교대 측은 설명했습니다.

다시 말해 종합대학에서 초등교원 양성이 이뤄지면 교양과목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다양한 학문관을 가진 학생과 교류가 확대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습니다.

무엇보다 통합의 핵심은 '구조조정' 입니다. 대학위기의 근본 원인이 학령 인구의 급격한 감소에 있고 이는 되돌 릴 수 없는 추세이기 때문에 정원 감축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강도 높은 학과 통폐합이나 정원 감축에 직면하기 전 부산대와 부산교대는 자율 통합으로 정원을 조정하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습니다.

학령인구 감소나 교원 수급 정책 등 여러가지 원인이 얽혀 있는 상황을 대학 스스로 어디까지 책임을 지고 해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남습니다.

교육부가 해야할 일을 부산대와 부산교대에 떠넘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백년지계라는 교육을 '언발에 오줌누기 식'으로 손보려는 것은 아닌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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