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희롱’ 오세훈의 사과는 무엇이 달랐나

입력 2021.04.2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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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오늘(20일) 예정에 없던 긴급 브리핑을 열었습니다. 코로나19 정례브리핑이 예정된 오전 11시를 8분 앞두고, 서울시 출입기자들에게 "피해자 관련 발표" 라는 공지가 안내됐습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을 담당해 온 여성가족정책실조차 오늘 발표를 사전에 몰랐을 만큼, 갑작스러운 브리핑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오늘 오 시장의 사과는 지난해 7월 박 전 시장의 사망 이후 서울시가 밝혀온 입장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 서울시정 책임자의 첫 공개 사과

오세훈 시장은 여느 때와 달리 연단 앞에 서기 전 깊이 머리를 숙였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꺼낸 말은 "사과드립니다."였습니다.

서울시를 대표하는 시정 책임자의 공개 사과는 이번이 사실상 처음입니다.


사건 발생 직후인 지난해 7월 서울시의 첫 입장 발표에 사과는 없었습니다. 황인식 대변인이 발표한 입장문에서 서울시는 이 사건을 '직원 인권침해 사건'으로 규정하고 피해자를 '피해 호소 직원'이라고 표현해 비판을 받았습니다.

서울시의 제도 개선 대책 발표에서도 사과는 없었습니다.

서울시는 시장에 의한 성희롱 사건의 재발방지와 구제 제도개선을 위해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5개월 만인 지난해 12월에 그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박 전 시장 사건 자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습니다.

여성단체들은 이날 서울시의 대책에 박 전 시장 사건에 대한 사과나 입장 표명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박원순 없는 박원순 사건 대책'이라고 차갑게 평가했습니다.

[연관기사] 박원순 없는 ‘박원순 사건 대책’ 5개월 만에 발표한 서울시(2020.12.10.)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068403


서울시에서 처음으로 명시적인 사과가 나온 것은 지난 1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 직후였습니다.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이 처음으로 국가기관으로부터 공식 인정됐습니다.

다만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서면 입장문을 통해, 피해자와 직원, 시민을 한데 묶어 사과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했는지 인정하는 표현도 없었습니다.

입장 표명 방식도 권한대행의 발표가 아닌 A4 1장 반짜리 서면 입장문 배포로 갈음했습니다. 사안의 무게에 비해 형식이 가벼운 것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당시 서울시 관계자는 '인권위도 서면으로 발표해서 격을 맞췄다'는 해명을 내놨습니다.


■ 오세훈 "서울시, 사건 대처·2차 가해·기관장 잘못"


이에 비해 오세훈 시장은 오늘 박 전 시장 사건에서 서울시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분명하게 지적했습니다. 사건 발생 직후 서울시의 사건처리와 2차 가해에 대해 서울시의 대처가 매우 부족했다고 인정했습니다.

특히, 박 전 시장의 장례를 서울시 기관장으로 치르고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한 것은 피해자에게 엄청난 위력을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부적절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책임자를 문책성 인사조치했다고 밝혔습니다.

박 전 시장의 기관장은 이를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59만 명이 서명할 정도로 당시에도 논란이 뜨거웠습니다. 최근 서울시 직원 게시판에는 이 5일장 추진과 직원 간 성폭력 사건 처리에 대해 다시 문제를 제기하는 의견이 여럿 게시됐다고 합니다.

책임자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오면서, 오 시장은 인사조치를 하는데 부담을 덜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서울시 고위 관계자들은 당시 5일장에 반대했지만, 공동장례위원회를 구성한 더불어민주당의 인사가 이를 강하게 요구해 어쩔 수 없이 기관장을 치렀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습니다.


"피해자, 징계 최소화한 재조사 요청" 실효성 의문

그동안 서울시를 신뢰할 수 없다며 지원기관을 통해 간접적으로 입장을 전하던 피해자가 복귀를 앞두고 오 시장, 서울시 관계자와 직접 면담한 것도 달라진 상황입니다. 오 시장은 취임 후 사흘째에 피해자를 비공식 면담했습니다.

피해자는 이 자리에서 "재조사를 엄격히 시행해서 진실과 거짓을 밝혀주시되 재조사 대상이 되는 분들에 대한 인사나 징계 조치는 최소화해달라"라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오 시장은 기자의 질문에 요청받은 사실을 공개하면서, 재조사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설명하지는 않았습니다.

앞서 박 전 시장 사건에 대한 조사는 앞서 경찰과 검찰, 인권위원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습니다.

다만 박 전 시장의 사망으로 인해 수사기관의 조사에서도 서울시 직원들의 묵인 방조 의혹은 사실로 인정된 부분은 없습니다. 더욱이 당사자들 상당수가 별정직으로 이미 서울시를 떠난 상태여서, 서울시가 재조사에 착수하더라도 새로운 결과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밖에 오 시장은 △성폭력·성희롱 사건 전담특별기구 운영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무관용 조치(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성희롱·성폭력 교육 이수 의무제 도입 등을 약속했습니다.

대부분이 서울시에서 이미 시행 중이거나, 법정으로 의무화된 조치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를 보다 강제력 있게 시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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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원순 성희롱’ 오세훈의 사과는 무엇이 달랐나
    • 입력 2021-04-20 15:44:57
    취재K
오세훈 서울시장이 오늘(20일) 예정에 없던 긴급 브리핑을 열었습니다. 코로나19 정례브리핑이 예정된 오전 11시를 8분 앞두고, 서울시 출입기자들에게 "피해자 관련 발표" 라는 공지가 안내됐습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을 담당해 온 여성가족정책실조차 오늘 발표를 사전에 몰랐을 만큼, 갑작스러운 브리핑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오늘 오 시장의 사과는 지난해 7월 박 전 시장의 사망 이후 서울시가 밝혀온 입장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 서울시정 책임자의 첫 공개 사과

오세훈 시장은 여느 때와 달리 연단 앞에 서기 전 깊이 머리를 숙였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꺼낸 말은 "사과드립니다."였습니다.

서울시를 대표하는 시정 책임자의 공개 사과는 이번이 사실상 처음입니다.


사건 발생 직후인 지난해 7월 서울시의 첫 입장 발표에 사과는 없었습니다. 황인식 대변인이 발표한 입장문에서 서울시는 이 사건을 '직원 인권침해 사건'으로 규정하고 피해자를 '피해 호소 직원'이라고 표현해 비판을 받았습니다.

서울시의 제도 개선 대책 발표에서도 사과는 없었습니다.

서울시는 시장에 의한 성희롱 사건의 재발방지와 구제 제도개선을 위해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5개월 만인 지난해 12월에 그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박 전 시장 사건 자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습니다.

여성단체들은 이날 서울시의 대책에 박 전 시장 사건에 대한 사과나 입장 표명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박원순 없는 박원순 사건 대책'이라고 차갑게 평가했습니다.

[연관기사] 박원순 없는 ‘박원순 사건 대책’ 5개월 만에 발표한 서울시(2020.12.10.)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068403


서울시에서 처음으로 명시적인 사과가 나온 것은 지난 1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 직후였습니다.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이 처음으로 국가기관으로부터 공식 인정됐습니다.

다만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서면 입장문을 통해, 피해자와 직원, 시민을 한데 묶어 사과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했는지 인정하는 표현도 없었습니다.

입장 표명 방식도 권한대행의 발표가 아닌 A4 1장 반짜리 서면 입장문 배포로 갈음했습니다. 사안의 무게에 비해 형식이 가벼운 것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당시 서울시 관계자는 '인권위도 서면으로 발표해서 격을 맞췄다'는 해명을 내놨습니다.


■ 오세훈 "서울시, 사건 대처·2차 가해·기관장 잘못"


이에 비해 오세훈 시장은 오늘 박 전 시장 사건에서 서울시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분명하게 지적했습니다. 사건 발생 직후 서울시의 사건처리와 2차 가해에 대해 서울시의 대처가 매우 부족했다고 인정했습니다.

특히, 박 전 시장의 장례를 서울시 기관장으로 치르고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한 것은 피해자에게 엄청난 위력을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부적절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책임자를 문책성 인사조치했다고 밝혔습니다.

박 전 시장의 기관장은 이를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59만 명이 서명할 정도로 당시에도 논란이 뜨거웠습니다. 최근 서울시 직원 게시판에는 이 5일장 추진과 직원 간 성폭력 사건 처리에 대해 다시 문제를 제기하는 의견이 여럿 게시됐다고 합니다.

책임자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오면서, 오 시장은 인사조치를 하는데 부담을 덜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서울시 고위 관계자들은 당시 5일장에 반대했지만, 공동장례위원회를 구성한 더불어민주당의 인사가 이를 강하게 요구해 어쩔 수 없이 기관장을 치렀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습니다.


"피해자, 징계 최소화한 재조사 요청" 실효성 의문

그동안 서울시를 신뢰할 수 없다며 지원기관을 통해 간접적으로 입장을 전하던 피해자가 복귀를 앞두고 오 시장, 서울시 관계자와 직접 면담한 것도 달라진 상황입니다. 오 시장은 취임 후 사흘째에 피해자를 비공식 면담했습니다.

피해자는 이 자리에서 "재조사를 엄격히 시행해서 진실과 거짓을 밝혀주시되 재조사 대상이 되는 분들에 대한 인사나 징계 조치는 최소화해달라"라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오 시장은 기자의 질문에 요청받은 사실을 공개하면서, 재조사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설명하지는 않았습니다.

앞서 박 전 시장 사건에 대한 조사는 앞서 경찰과 검찰, 인권위원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습니다.

다만 박 전 시장의 사망으로 인해 수사기관의 조사에서도 서울시 직원들의 묵인 방조 의혹은 사실로 인정된 부분은 없습니다. 더욱이 당사자들 상당수가 별정직으로 이미 서울시를 떠난 상태여서, 서울시가 재조사에 착수하더라도 새로운 결과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밖에 오 시장은 △성폭력·성희롱 사건 전담특별기구 운영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무관용 조치(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성희롱·성폭력 교육 이수 의무제 도입 등을 약속했습니다.

대부분이 서울시에서 이미 시행 중이거나, 법정으로 의무화된 조치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를 보다 강제력 있게 시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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