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차량 위 기습시위에 ‘화들짝’…테슬라도 중국 눈치를?

입력 2021.04.20 (19:21) 수정 2021.04.20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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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자동차 전시 행사인 상하이 모터쇼가 개막한 직후인 4월 19일 오전 11시 무렵.

테슬라 전시차 구역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 중이던 한 여성이 갑자기 차량 지붕 위로 올라갑니다.

빨간색 모델3 세단 위에서 그녀는 계속해서 같은 말을 외칩니다.

장 씨가 입은 옷에 테슬라 로고와 ‘브레이크가 고장 났다’는 문구가 쓰여있다.  (출처 :  시나과기)장 씨가 입은 옷에 테슬라 로고와 ‘브레이크가 고장 났다’는 문구가 쓰여있다. (출처 : 시나과기)

"테슬라 브레이크가 고장 났어요! 테슬라 브레이크가 고장 났어요!"

이 여성은 ‘브레이크가 고장 났다(刹车失灵)’라는 글자와 테슬라 로고가 박힌 흰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습니다.

여성의 목소리에 순식간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촬영을 시작하면서 전시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전시를 보러 온 사람들이 시위하는 모습을 촬영하고 있다. (출처 :  연합뉴스)전시를 보러 온 사람들이 시위하는 모습을 촬영하고 있다. (출처 : 연합뉴스)

보안 요원들은 우산을 펼쳐 주변 사람들이 촬영하는 걸 막아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고, 여성 또한 현장 보안요원들의 제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브레이크 고장'이라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장 씨가 보안 요원들에 의해 끌려나가는 모습 (출처: 시나과기)장 씨가 보안 요원들에 의해 끌려나가는 모습 (출처: 시나과기)
끝내 여성은 끌려나가서 경찰 조사를 받게 됐고 공공질서 위반 혐의로 행정구류 5일의 처분을 받게 됐습니다.

■장 씨가 테슬라 차량 위에 올라간 이유는?

상하이 모터쇼를 발칵 뒤집어 놓은 이 여성은 경찰 조사 결과 중국 중부 허난 성에 사는 테슬라 차주 장 모씨로 밝혀졌습니다.

장 씨는 2019년 테슬라 모델3 차량을 샀는데 지난 2월 아버지가 차량을 운전하던 중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다른 차량 두 대와 충돌하고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뒤에야 멈춰서는 사고를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온 가족이 죽을 뻔했다는 이 여성, 공개적으로 시위를 벌인 것만 이번이 3번째로 드러났습니다.

장 씨가 차량 위에  앉아 시위를 하거나 모델을 고용해 시위를 한 모습장 씨가 차량 위에 앉아 시위를 하거나 모델을 고용해 시위를 한 모습

두 차례 시위에도 테슬라 측의 사과가 없자, 이번에는 부정한 방법으로 모터쇼에 참가해 공개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외친 겁니다.

반면 테슬라 측 주장은 전혀 다릅니다.

사고 당시 장 씨의 아버지가 과속운전을 했고 브레이크와 긴급 제어 장치는 제대로 작동했다는 겁니다.

오히려 장 씨가 독립된 제3기관의 조사에도 응하지 않고 전액 환불과 위자료 등을 요구하고 있어 협상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네티즌 80% 이상이 "차주 지지"…테슬라 측 태도에 '냉랭'

테슬라는 첫 해외 공장으로 중국의 상하이를 선택했을 만큼 중국에서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업체입니다.

기가팩토리3이라 불리는 테슬라 상하이 공장은 2019년 말부터 가동을 시작해 모델3 등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연간 전기차 생산 능력만 50만 대 규모입니다.

중국 상하이에 있는 테슬라의 기가팩토리3 외경 (출처: 연합뉴스)중국 상하이에 있는 테슬라의 기가팩토리3 외경 (출처: 연합뉴스)

하지만 테슬라를 보는 중국의 시선은 최근 급속도로 차가워졌습니다.

미국과의 '신냉전'이 사실상 가시화되면서 중국에서 미국의 대표적 업체인 테슬라를 보는 시선 또한 냉랭해진 데다 수입된 일부 모델을 올해 초 테슬라 측이 리콜하면서부터입니다.

중국이 테슬라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는 이번 사건으로 더욱 분명해졌는데요.

중국의 유명 뉴스 포털에서 긴급으로 진행한 온라인 여론 조사에서, 16만여 명의 응답자 가운데 83.8%가 시위를 한 장 씨를 지지한다고 답한 반면 테슬라를 지지한다고 밝힌 사람은 16.1% 정도였습니다.

네티즌들은 대부분 "얼마나 억울했으면 그렇겠냐.", "기업이 크다고 이렇게 괴롭히는 것이냐."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신경보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의 보도를 살펴보면 '차갑게 식어버린 중국의 분위기'는 더욱 확연합니다.

오늘(20일) 신경보에 실린 테슬라 시위 관련 기사 (출처 : 신경보)오늘(20일) 신경보에 실린 테슬라 시위 관련 기사 (출처 : 신경보)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전하며 양쪽 주장을 실어주면서도, 과거 중국 내에서 벌어졌던 테슬라와 고객들 사이의 마찰을 상세하게 소개하면서 테슬라 측의 태도를 대놓고 꾸짖고 있습니다.

또 다른 관영 매체인 신화사는 어제(19일) "'자동차 위에서 권익보호'가 논쟁거리가 됨, 누가 누구를 '체면'없게 만들었나?"라는 논평에 이어 오늘은(20일) "누가 테슬라에 타협하지 않는 배짱을 줬는가?"라는 논평까지 개시했습니다.

신화사는 "어느 자동차 업체든 중국 시장에 대한 경외심을 갖고 소비자 감시를 성실히 받아야 한다."며 "원활한 민원 처리 창구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대로 가면 해당 업체는 시장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고 테슬라를 직접 겨냥했습니다.

안 그래도 이번 상하이 모터쇼에서 전시장 규모를 축소해 중국산 모델3과 모델Y만을 선보이고 별도의 기자회견 일정도 잡지 않았던 테슬라 측은 그야말로 수세에 몰린 상황입니다.

앞서 신장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던 나이키, 갭, 아디다스, H&M 등은 '밥을 먹으면서 밥솥을 깨려고 든다'는 비난에 시달리며 불매 운동 등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중국에서 돈을 벌고 있으면서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면 안 된다'는 정서가 이번에는 어떤 결과로 나타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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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20 19:21:55
    • 수정2021-04-20 19:22:06
    특파원 리포트

세계 최대 자동차 전시 행사인 상하이 모터쇼가 개막한 직후인 4월 19일 오전 11시 무렵.

테슬라 전시차 구역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 중이던 한 여성이 갑자기 차량 지붕 위로 올라갑니다.

빨간색 모델3 세단 위에서 그녀는 계속해서 같은 말을 외칩니다.

장 씨가 입은 옷에 테슬라 로고와 ‘브레이크가 고장 났다’는 문구가 쓰여있다.  (출처 :  시나과기)
"테슬라 브레이크가 고장 났어요! 테슬라 브레이크가 고장 났어요!"

이 여성은 ‘브레이크가 고장 났다(刹车失灵)’라는 글자와 테슬라 로고가 박힌 흰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습니다.

여성의 목소리에 순식간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촬영을 시작하면서 전시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전시를 보러 온 사람들이 시위하는 모습을 촬영하고 있다. (출처 :  연합뉴스)
보안 요원들은 우산을 펼쳐 주변 사람들이 촬영하는 걸 막아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고, 여성 또한 현장 보안요원들의 제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브레이크 고장'이라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장 씨가 보안 요원들에 의해 끌려나가는 모습 (출처: 시나과기)끝내 여성은 끌려나가서 경찰 조사를 받게 됐고 공공질서 위반 혐의로 행정구류 5일의 처분을 받게 됐습니다.

■장 씨가 테슬라 차량 위에 올라간 이유는?

상하이 모터쇼를 발칵 뒤집어 놓은 이 여성은 경찰 조사 결과 중국 중부 허난 성에 사는 테슬라 차주 장 모씨로 밝혀졌습니다.

장 씨는 2019년 테슬라 모델3 차량을 샀는데 지난 2월 아버지가 차량을 운전하던 중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다른 차량 두 대와 충돌하고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뒤에야 멈춰서는 사고를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온 가족이 죽을 뻔했다는 이 여성, 공개적으로 시위를 벌인 것만 이번이 3번째로 드러났습니다.

장 씨가 차량 위에  앉아 시위를 하거나 모델을 고용해 시위를 한 모습
두 차례 시위에도 테슬라 측의 사과가 없자, 이번에는 부정한 방법으로 모터쇼에 참가해 공개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외친 겁니다.

반면 테슬라 측 주장은 전혀 다릅니다.

사고 당시 장 씨의 아버지가 과속운전을 했고 브레이크와 긴급 제어 장치는 제대로 작동했다는 겁니다.

오히려 장 씨가 독립된 제3기관의 조사에도 응하지 않고 전액 환불과 위자료 등을 요구하고 있어 협상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네티즌 80% 이상이 "차주 지지"…테슬라 측 태도에 '냉랭'

테슬라는 첫 해외 공장으로 중국의 상하이를 선택했을 만큼 중국에서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업체입니다.

기가팩토리3이라 불리는 테슬라 상하이 공장은 2019년 말부터 가동을 시작해 모델3 등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연간 전기차 생산 능력만 50만 대 규모입니다.

중국 상하이에 있는 테슬라의 기가팩토리3 외경 (출처: 연합뉴스)
하지만 테슬라를 보는 중국의 시선은 최근 급속도로 차가워졌습니다.

미국과의 '신냉전'이 사실상 가시화되면서 중국에서 미국의 대표적 업체인 테슬라를 보는 시선 또한 냉랭해진 데다 수입된 일부 모델을 올해 초 테슬라 측이 리콜하면서부터입니다.

중국이 테슬라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는 이번 사건으로 더욱 분명해졌는데요.

중국의 유명 뉴스 포털에서 긴급으로 진행한 온라인 여론 조사에서, 16만여 명의 응답자 가운데 83.8%가 시위를 한 장 씨를 지지한다고 답한 반면 테슬라를 지지한다고 밝힌 사람은 16.1% 정도였습니다.

네티즌들은 대부분 "얼마나 억울했으면 그렇겠냐.", "기업이 크다고 이렇게 괴롭히는 것이냐."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신경보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의 보도를 살펴보면 '차갑게 식어버린 중국의 분위기'는 더욱 확연합니다.

오늘(20일) 신경보에 실린 테슬라 시위 관련 기사 (출처 : 신경보)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전하며 양쪽 주장을 실어주면서도, 과거 중국 내에서 벌어졌던 테슬라와 고객들 사이의 마찰을 상세하게 소개하면서 테슬라 측의 태도를 대놓고 꾸짖고 있습니다.

또 다른 관영 매체인 신화사는 어제(19일) "'자동차 위에서 권익보호'가 논쟁거리가 됨, 누가 누구를 '체면'없게 만들었나?"라는 논평에 이어 오늘은(20일) "누가 테슬라에 타협하지 않는 배짱을 줬는가?"라는 논평까지 개시했습니다.

신화사는 "어느 자동차 업체든 중국 시장에 대한 경외심을 갖고 소비자 감시를 성실히 받아야 한다."며 "원활한 민원 처리 창구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대로 가면 해당 업체는 시장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고 테슬라를 직접 겨냥했습니다.

안 그래도 이번 상하이 모터쇼에서 전시장 규모를 축소해 중국산 모델3과 모델Y만을 선보이고 별도의 기자회견 일정도 잡지 않았던 테슬라 측은 그야말로 수세에 몰린 상황입니다.

앞서 신장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던 나이키, 갭, 아디다스, H&M 등은 '밥을 먹으면서 밥솥을 깨려고 든다'는 비난에 시달리며 불매 운동 등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중국에서 돈을 벌고 있으면서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면 안 된다'는 정서가 이번에는 어떤 결과로 나타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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