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더위에 찾아온 불청객 ‘오존’…마스크도 무용지물

입력 2021.04.21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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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1일) 오전부터 내리쬐는 햇살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봄볕이라기보다는 초여름처럼 따갑게 느껴지는데요.

오늘 대전의 낮 최고기온은 29도, 서울과 춘천도 28도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보됐습니다. 예년의 6월 중순에 해당하는 그야말로 초여름 날씨입니다.

일찍 온 여름과 함께 찾아온 불청객이 있습니다. '오존'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 방심하기 쉬운 오존, 그 실체를 이 기사에서 자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

■ '두 얼굴의 오존'…이로운 오존, 해로운 오존이 있다?

우리에게 오존은 꽤 익숙한 단어죠. 지구과학 교과서에서 '오존층'이란 단어로 한 번쯤 접해보셨을 겁니다.

오존층은 대기 상층 약 25~30km 고도에 오존이 다량 분포하는 층을 말합니다. 이 오존은 태양에서 오는 자외선을 흡수해 인간은 물론 생명체가 자외선에 상하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이로운 오존'입니다.

프레온 가스가 오존층을 파괴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전 인류가 힘을 합쳐 프레온 가스 감축에 나선 것도 이러한 오존의 이로운 기능 때문입니다.

오존은 우리가 숨 쉬는 지표 부근에도 존재합니다. 그런데 이 오존은 인간에게 해롭습니다. 오존에 반복 노출되면 폐에 피해를 줄 수 있는데요. 가슴의 통증, 기침, 메스꺼움, 목 자극, 소화 등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각종 질환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기관지염, 심장질환, 폐기종 및 천식을 악화시키고, 폐활량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사람뿐만 아니라 농작물에도 영향을 미쳐 수확량을 줄게 하기도 합니다.

'두 얼굴의 오존'이라 불리는 이유, 아시겠죠? 이 기사에서 다룰 오존은 지표 부근에 존재하는 '해로운 오존'입니다.

■ 지표면 부근의 '해로운 오존'은 왜 생길까?

그렇다면 지표면 부근의 이 '해로운 오존'은 왜 생기는 걸까요?


오존은 질소산화물(NOx)과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등 대기오염물질이 햇빛 속 자외선을 만나 만들어집니다.

자외선이 강하더라도 대기오염물질이 적은 곳이라면 오존이 많이 생성되진 않습니다. 오존 농도가 높은 곳은 대도시와 공업 도시들입니다.

오존의 원인 물질인 질소산화물은 경유차와 석탄화력발전소 등에서,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자동차와 화학 공장, 정유 공장과 같은 산업 시설에서 주로 배출되기 때문입니다.

실제 지난해 발사된 국산 환경위성 '천리안 2B호'가 촬영한 영상을 보겠습니다.

어제(20일) 환경위성 천리안 2B호가 촬영한 한반도 주변 이산화질소 농도(자료 : 국립환경과학원 환경위성센터)어제(20일) 환경위성 천리안 2B호가 촬영한 한반도 주변 이산화질소 농도(자료 : 국립환경과학원 환경위성센터)

올해 첫 오존주의보가 내려졌던 어제(20일) 이산화질소 농도를 관측한 영상인데요. 이산화질소는 경유차 등에서 많이 나오는 질소산화물의 한 종류입니다.

'핫 스폿'이라고 할 만한 지역이 몇 군데 보이실 겁니다. 수도권과 전남 여수·광양 일대, 그리고 부산·울산·경남 지역입니다. 앞서 설명해 드린 것처럼 대도시와 공업 도시들입니다.

■ 지난해보다 한 달 일찍 찾아온 '불청객 오존'…오늘 위험 지역은?

오존은 이렇게 우리 몸에 해로워서 미세먼지처럼 정부에서 예보도 내놓고, 특보도 발표합니다.

어제 경기와 강원 영서, 충청과 전남 일부 지역에 올해 첫 오존주의보가 내려졌는데요. 지난해에는 이들 지역에 5월 하순쯤 첫 오존주의보가 내려졌으니, 올해는 지난해보다 한 달 정도 일찍 불청객 오존이 찾아온 겁니다.

그럼 오늘 오존 예보도 살펴볼까요?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오늘 오존 예보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오늘 오존 예보

경기 남부와 전남은 '매우 나쁨', 그 밖의 전국은 '나쁨' 수준으로 예보됐습니다. 예보를 발표하는 국립환경과학원은 어제(20일)보다 오늘 오존 농도가 더 높겠다고 예보했는데요.

올해 이렇게 오존이 일찍부터 기승을 부린 이유는 앞서 말씀드린 '때 이른 더위' 때문입니다.

오존은 자외선이 강한 여름철 낮에 농도가 높아지는데요. 올해는 4월 하순인데도 초여름처럼 햇살이 강하고 덥다 보니 오존 생성이 활발해진 겁니다.

■ 마스크로도 못 막는 오존…오후에는 야외 활동 삼가야


'미세먼지 예방법 = 마스크 + 공기청정기' 가 마치 공식처럼 자리잡았죠?

입자상태인 미세먼지는 필터로 걸러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오존에도 위의 공식과 같은 예방법이 존재할까요?

안타깝게도 없습니다. 기체 상태인 오존은 마스크를 써도, 공기청정기를 가동해도 걸러지지 않습니다.

다행인 것은 오존의 경우 자외선, 즉 햇빛이 있을 때 만들어진다는 겁니다. 그래서 하루 중 농도 변화를 보면 낮부터 높아지기 시작해 오후 늦게 최고치를 찍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오존의 대기 중 수명은 그리 길지 않아서 저녁 무렵이 되면 대부분 사라집니다.

이 때문에 오존 농도가 높은 날에는 오후에는 되도록 바깥 활동을 하지 않는 게 최선입니다. 환기도 오후 시간대를 피하는 게 좋습니다.

다시 오존의 계절이 시작됐습니다. 희뿌연 미세먼지와 달리 오존은 공기를 흐리게 하지도 않아서 알아 차리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존도 미세먼지와 마찬가지로 우리 몸 곳곳에 스며들어 질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개개인이 오존을 피하는 방법 외에, 근본적으로 오존 농도를 줄이기 위한 정책도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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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른 더위에 찾아온 불청객 ‘오존’…마스크도 무용지물
    • 입력 2021-04-21 13:08:31
    취재K

오늘(21일) 오전부터 내리쬐는 햇살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봄볕이라기보다는 초여름처럼 따갑게 느껴지는데요.

오늘 대전의 낮 최고기온은 29도, 서울과 춘천도 28도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보됐습니다. 예년의 6월 중순에 해당하는 그야말로 초여름 날씨입니다.

일찍 온 여름과 함께 찾아온 불청객이 있습니다. '오존'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 방심하기 쉬운 오존, 그 실체를 이 기사에서 자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

■ '두 얼굴의 오존'…이로운 오존, 해로운 오존이 있다?

우리에게 오존은 꽤 익숙한 단어죠. 지구과학 교과서에서 '오존층'이란 단어로 한 번쯤 접해보셨을 겁니다.

오존층은 대기 상층 약 25~30km 고도에 오존이 다량 분포하는 층을 말합니다. 이 오존은 태양에서 오는 자외선을 흡수해 인간은 물론 생명체가 자외선에 상하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이로운 오존'입니다.

프레온 가스가 오존층을 파괴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전 인류가 힘을 합쳐 프레온 가스 감축에 나선 것도 이러한 오존의 이로운 기능 때문입니다.

오존은 우리가 숨 쉬는 지표 부근에도 존재합니다. 그런데 이 오존은 인간에게 해롭습니다. 오존에 반복 노출되면 폐에 피해를 줄 수 있는데요. 가슴의 통증, 기침, 메스꺼움, 목 자극, 소화 등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각종 질환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기관지염, 심장질환, 폐기종 및 천식을 악화시키고, 폐활량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사람뿐만 아니라 농작물에도 영향을 미쳐 수확량을 줄게 하기도 합니다.

'두 얼굴의 오존'이라 불리는 이유, 아시겠죠? 이 기사에서 다룰 오존은 지표 부근에 존재하는 '해로운 오존'입니다.

■ 지표면 부근의 '해로운 오존'은 왜 생길까?

그렇다면 지표면 부근의 이 '해로운 오존'은 왜 생기는 걸까요?


오존은 질소산화물(NOx)과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등 대기오염물질이 햇빛 속 자외선을 만나 만들어집니다.

자외선이 강하더라도 대기오염물질이 적은 곳이라면 오존이 많이 생성되진 않습니다. 오존 농도가 높은 곳은 대도시와 공업 도시들입니다.

오존의 원인 물질인 질소산화물은 경유차와 석탄화력발전소 등에서,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자동차와 화학 공장, 정유 공장과 같은 산업 시설에서 주로 배출되기 때문입니다.

실제 지난해 발사된 국산 환경위성 '천리안 2B호'가 촬영한 영상을 보겠습니다.

어제(20일) 환경위성 천리안 2B호가 촬영한 한반도 주변 이산화질소 농도(자료 : 국립환경과학원 환경위성센터)
올해 첫 오존주의보가 내려졌던 어제(20일) 이산화질소 농도를 관측한 영상인데요. 이산화질소는 경유차 등에서 많이 나오는 질소산화물의 한 종류입니다.

'핫 스폿'이라고 할 만한 지역이 몇 군데 보이실 겁니다. 수도권과 전남 여수·광양 일대, 그리고 부산·울산·경남 지역입니다. 앞서 설명해 드린 것처럼 대도시와 공업 도시들입니다.

■ 지난해보다 한 달 일찍 찾아온 '불청객 오존'…오늘 위험 지역은?

오존은 이렇게 우리 몸에 해로워서 미세먼지처럼 정부에서 예보도 내놓고, 특보도 발표합니다.

어제 경기와 강원 영서, 충청과 전남 일부 지역에 올해 첫 오존주의보가 내려졌는데요. 지난해에는 이들 지역에 5월 하순쯤 첫 오존주의보가 내려졌으니, 올해는 지난해보다 한 달 정도 일찍 불청객 오존이 찾아온 겁니다.

그럼 오늘 오존 예보도 살펴볼까요?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오늘 오존 예보
경기 남부와 전남은 '매우 나쁨', 그 밖의 전국은 '나쁨' 수준으로 예보됐습니다. 예보를 발표하는 국립환경과학원은 어제(20일)보다 오늘 오존 농도가 더 높겠다고 예보했는데요.

올해 이렇게 오존이 일찍부터 기승을 부린 이유는 앞서 말씀드린 '때 이른 더위' 때문입니다.

오존은 자외선이 강한 여름철 낮에 농도가 높아지는데요. 올해는 4월 하순인데도 초여름처럼 햇살이 강하고 덥다 보니 오존 생성이 활발해진 겁니다.

■ 마스크로도 못 막는 오존…오후에는 야외 활동 삼가야


'미세먼지 예방법 = 마스크 + 공기청정기' 가 마치 공식처럼 자리잡았죠?

입자상태인 미세먼지는 필터로 걸러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오존에도 위의 공식과 같은 예방법이 존재할까요?

안타깝게도 없습니다. 기체 상태인 오존은 마스크를 써도, 공기청정기를 가동해도 걸러지지 않습니다.

다행인 것은 오존의 경우 자외선, 즉 햇빛이 있을 때 만들어진다는 겁니다. 그래서 하루 중 농도 변화를 보면 낮부터 높아지기 시작해 오후 늦게 최고치를 찍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오존의 대기 중 수명은 그리 길지 않아서 저녁 무렵이 되면 대부분 사라집니다.

이 때문에 오존 농도가 높은 날에는 오후에는 되도록 바깥 활동을 하지 않는 게 최선입니다. 환기도 오후 시간대를 피하는 게 좋습니다.

다시 오존의 계절이 시작됐습니다. 희뿌연 미세먼지와 달리 오존은 공기를 흐리게 하지도 않아서 알아 차리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존도 미세먼지와 마찬가지로 우리 몸 곳곳에 스며들어 질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개개인이 오존을 피하는 방법 외에, 근본적으로 오존 농도를 줄이기 위한 정책도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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