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도 꼬리 내렸다…中 소비자 시위에 결국 ‘사과문’

입력 2021.04.21 (19:51) 수정 2021.04.21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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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가 중국 소비자의 기습 시위에 결국 고개를 숙였습니다.

유감을 표한 성명은 어제(20일) 자정 기습적으로 발표됐는데요. 시위가 벌어진 뒤 만 이틀이 지나지도 않은 시점입니다.

"우리는 차주의 문제를 빨리 해결하지 못한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

"해당 차주의 불편을 최대한 보상하기 위해 소유주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성실한 태도로 해결 방법을 찾아 끝까지 책임을 진다는 우리의 약속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다."


특히 테슬라는 이번 일을 처리하기 위해 전담팀까지 만들었다고 밝히면서 "합법적인 상황에서 차주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더 놀라운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정부 관련 부문의 결정에 전적으로 복종할 것이다."

"소비자를 존중하고 법규를 준수하며, 정부 부문의 모든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다. "

여기에 대한 중국 당국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입니다.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테슬라가 이전과 달리 일부 성실하고 겸허한 태도를 보였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기업은 중국의 법규와 시장규칙을 준수하고 소비자 권익을 존중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무엇이 테슬라를 고개 숙이게 만들었나?

테슬라를 고개 숙이게 만든 사건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지난 19일 세계 최대 자동차 전시 행사인 상하이 모터쇼의 테슬라 전시차 구역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 중이던 한 여성이 갑자기 차량 지붕 위로 올라가서는 계속해서 같은 말을 외쳤습니다.

장 씨가 입은 옷에 테슬라 로고와 ‘브레이크가 고장 났다’는 문구가 쓰여있다.  (출처 :  시나과기)장 씨가 입은 옷에 테슬라 로고와 ‘브레이크가 고장 났다’는 문구가 쓰여있다. (출처 : 시나과기)

이 여성은 ‘브레이크가 고장 났다(刹车失灵)’라는 글자와 테슬라 로고가 박힌 흰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습니다.

여성의 목소리에 순식간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촬영을 시작하면서 전시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장 씨가 보안 요원들에 의해 끌려나가는 모습 (출처: 시나과기)장 씨가 보안 요원들에 의해 끌려나가는 모습 (출처: 시나과기)

끝내 여성은 끌려나가 경찰 조사 끝에 어제 (20일) 공공질서 위반 혐의로 행정구류 5일의 처분을 받았는데요.

경찰에 따르면 이 여성은 중국 중부 허난 성에 사는 테슬라 차주 장 씨입니다.

장 씨는 2019년 테슬라 모델 3 차량을 샀는데 지난 2월 아버지가 차량을 운전하던 중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다른 차량 두 대와 충돌하면서 온 가족이 죽을 뻔 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장 씨가 차량 위에  앉아 시위를 하거나 모델을 고용해 시위를 한 모습장 씨가 차량 위에 앉아 시위를 하거나 모델을 고용해 시위를 한 모습

하지만 테슬라측이 이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며 앞서 2번째 시위에 이어 상하이 모터쇼에서 3번째 시위를 벌인 겁니다

■"배후에 누가 있을 것" → "전담팀 꾸려서 최선 다하겠다"

어제까지만 해도 테슬라측의 반응은 오늘 성명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타오린 테슬라 중국 법인 부총재는 한 중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잘 모르겠지만 그녀는 아주 전문적이며, 배후에는 반드시 누군가가 있을 것"이라며 음모론을 제기했었고요.

중국 상하이에 있는 테슬라의 기가팩토리3 외경 (출처: 연합뉴스)중국 상하이에 있는 테슬라의 기가팩토리3 외경 (출처: 연합뉴스)

또 장 씨의 주장과는 달리 사고 당시 장 씨의 아버지가 과속운전을 했고 브레이크와 긴급 제어 장치가 제대로 작동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오히려 장 씨가 독립된 제3기관의 조사에도 응하지 않고 전액 환불과 위자료 등을 요구하고 있어 협상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에도 기저에는 '애국주의'

하지만 하루 사이 확 달라진 테슬라.

이번 일 역시 '중국에서 돈을 벌고 있으면서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면 안 된다'는 정서와 무관해 보이지 않습니다.

앞서 신장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던 나이키, 갭, 아디다스, H&M 등은 '밥을 먹으면서 밥솥을 깨려고 든다'는 비난에 시달리며 불매 운동 등을 실제 겪었습니다.

이번 일도 처음부터 비슷한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중국의 유명 뉴스 포털에서 긴급 온라인 여론 조사를 해봤더니 16만여 명의 응답자 가운데 83.8%가 시위를 한 장 씨를 지지한다고 답했고요.

어제(20일) 신경보에 실린 테슬라 시위 관련 기사 (출처 : 신경보)어제(20일) 신경보에 실린 테슬라 시위 관련 기사 (출처 : 신경보)

여기에 신경보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은 과거 중국 내에서 벌어졌던 테슬라와 고객들 사이의 마찰까지 상세하게 소개했습니다.

장 씨 같은 사례가 하나 둘이 아니라면서 '심상치 않은 중국 내 기류'를 앞다퉈 보도했습니다.

■ 중국 공산당 정법위가 '쐐기'

수세에 몰렸던 테슬라 측에게 쐐기를 박은 건 어젯밤 중국 공산당 정법위원회가 운영하는 SNS 계정에 올라온 논평이었습니다.


"'펑펑라(碰碰拉)'가 도로 위의 '보이지 않는 살인자'가 되었다."

‘펑펑라’는 이리저리 부딪힌다는 뜻을 지닌 ‘碰碰’(펑펑)을 테슬라의 중국 이름인 ‘特斯拉’(터쓰라)에 붙인 신조어입니다.

중국 당국까지 조롱섞인 비판을 쏟아내면서 결국 테슬라는 시위 발생 이틀이 되기도 전에 태세를 전환하게 된 셈입니다.

■결국은 중국 시장·판매 '의식'

중국은 전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특히 테슬라의 지난해 전체 매출 20%가 중국에서 나왔을 정도로 중국은 테슬라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큰 손'입니다.

테슬라의 재빠른 조치는중국 소비자들의 비난과 언론의 뭇매를 견디기에는 중국 시장이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곳이라는 사실을, 동시에 중국은 언제든 비슷한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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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슬라도 꼬리 내렸다…中 소비자 시위에 결국 ‘사과문’
    • 입력 2021-04-21 19:51:52
    • 수정2021-04-21 22:10:29
    취재K

테슬라가 중국 소비자의 기습 시위에 결국 고개를 숙였습니다.

유감을 표한 성명은 어제(20일) 자정 기습적으로 발표됐는데요. 시위가 벌어진 뒤 만 이틀이 지나지도 않은 시점입니다.

"우리는 차주의 문제를 빨리 해결하지 못한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

"해당 차주의 불편을 최대한 보상하기 위해 소유주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성실한 태도로 해결 방법을 찾아 끝까지 책임을 진다는 우리의 약속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다."


특히 테슬라는 이번 일을 처리하기 위해 전담팀까지 만들었다고 밝히면서 "합법적인 상황에서 차주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더 놀라운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정부 관련 부문의 결정에 전적으로 복종할 것이다."

"소비자를 존중하고 법규를 준수하며, 정부 부문의 모든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다. "

여기에 대한 중국 당국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입니다.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테슬라가 이전과 달리 일부 성실하고 겸허한 태도를 보였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기업은 중국의 법규와 시장규칙을 준수하고 소비자 권익을 존중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무엇이 테슬라를 고개 숙이게 만들었나?

테슬라를 고개 숙이게 만든 사건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지난 19일 세계 최대 자동차 전시 행사인 상하이 모터쇼의 테슬라 전시차 구역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 중이던 한 여성이 갑자기 차량 지붕 위로 올라가서는 계속해서 같은 말을 외쳤습니다.

장 씨가 입은 옷에 테슬라 로고와 ‘브레이크가 고장 났다’는 문구가 쓰여있다.  (출처 :  시나과기)
이 여성은 ‘브레이크가 고장 났다(刹车失灵)’라는 글자와 테슬라 로고가 박힌 흰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습니다.

여성의 목소리에 순식간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촬영을 시작하면서 전시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장 씨가 보안 요원들에 의해 끌려나가는 모습 (출처: 시나과기)
끝내 여성은 끌려나가 경찰 조사 끝에 어제 (20일) 공공질서 위반 혐의로 행정구류 5일의 처분을 받았는데요.

경찰에 따르면 이 여성은 중국 중부 허난 성에 사는 테슬라 차주 장 씨입니다.

장 씨는 2019년 테슬라 모델 3 차량을 샀는데 지난 2월 아버지가 차량을 운전하던 중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다른 차량 두 대와 충돌하면서 온 가족이 죽을 뻔 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장 씨가 차량 위에  앉아 시위를 하거나 모델을 고용해 시위를 한 모습
하지만 테슬라측이 이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며 앞서 2번째 시위에 이어 상하이 모터쇼에서 3번째 시위를 벌인 겁니다

■"배후에 누가 있을 것" → "전담팀 꾸려서 최선 다하겠다"

어제까지만 해도 테슬라측의 반응은 오늘 성명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타오린 테슬라 중국 법인 부총재는 한 중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잘 모르겠지만 그녀는 아주 전문적이며, 배후에는 반드시 누군가가 있을 것"이라며 음모론을 제기했었고요.

중국 상하이에 있는 테슬라의 기가팩토리3 외경 (출처: 연합뉴스)
또 장 씨의 주장과는 달리 사고 당시 장 씨의 아버지가 과속운전을 했고 브레이크와 긴급 제어 장치가 제대로 작동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오히려 장 씨가 독립된 제3기관의 조사에도 응하지 않고 전액 환불과 위자료 등을 요구하고 있어 협상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에도 기저에는 '애국주의'

하지만 하루 사이 확 달라진 테슬라.

이번 일 역시 '중국에서 돈을 벌고 있으면서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면 안 된다'는 정서와 무관해 보이지 않습니다.

앞서 신장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던 나이키, 갭, 아디다스, H&M 등은 '밥을 먹으면서 밥솥을 깨려고 든다'는 비난에 시달리며 불매 운동 등을 실제 겪었습니다.

이번 일도 처음부터 비슷한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중국의 유명 뉴스 포털에서 긴급 온라인 여론 조사를 해봤더니 16만여 명의 응답자 가운데 83.8%가 시위를 한 장 씨를 지지한다고 답했고요.

어제(20일) 신경보에 실린 테슬라 시위 관련 기사 (출처 : 신경보)
여기에 신경보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은 과거 중국 내에서 벌어졌던 테슬라와 고객들 사이의 마찰까지 상세하게 소개했습니다.

장 씨 같은 사례가 하나 둘이 아니라면서 '심상치 않은 중국 내 기류'를 앞다퉈 보도했습니다.

■ 중국 공산당 정법위가 '쐐기'

수세에 몰렸던 테슬라 측에게 쐐기를 박은 건 어젯밤 중국 공산당 정법위원회가 운영하는 SNS 계정에 올라온 논평이었습니다.


"'펑펑라(碰碰拉)'가 도로 위의 '보이지 않는 살인자'가 되었다."

‘펑펑라’는 이리저리 부딪힌다는 뜻을 지닌 ‘碰碰’(펑펑)을 테슬라의 중국 이름인 ‘特斯拉’(터쓰라)에 붙인 신조어입니다.

중국 당국까지 조롱섞인 비판을 쏟아내면서 결국 테슬라는 시위 발생 이틀이 되기도 전에 태세를 전환하게 된 셈입니다.

■결국은 중국 시장·판매 '의식'

중국은 전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특히 테슬라의 지난해 전체 매출 20%가 중국에서 나왔을 정도로 중국은 테슬라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큰 손'입니다.

테슬라의 재빠른 조치는중국 소비자들의 비난과 언론의 뭇매를 견디기에는 중국 시장이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곳이라는 사실을, 동시에 중국은 언제든 비슷한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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