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후] ‘철석같이 믿었는데’ 연인 목숨 빼앗고 돈까지…

입력 2021.04.22 (11:48) 수정 2021.04.2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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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38)는 지난 2017년 5월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던 B 씨(37·여)를 알게 되었고, 두 사람은 2019년 6월까지 연인관계로 지냈다.

이후 두 사람은 헤어지기도 했으나 그 뒤로도 수시로 연락하고 만나면서 사실상 연인 관계를 이어오고 있었다.

A 씨는 평소 B 씨에게,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에게 수억 원의 사기를 당했다. 작은 아버지가 영화감독인데 작은 아버지 담당 변호사를 통해 피해금액을 돌려받을 방법을 찾고 있다. 돈을 돌려받거나 작은 아버지가 나를 도와주기만 하면 너는 일을 안 해도 된다”며 그녀에게 경제적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처럼 말을 해왔다.

하지만 A 씨의 이 말은 ‘감언이설’로 모두 거짓말이었다. 그가 말한 ‘작은 아버지 담당 변호사’는 가상의 인물이었고, 작은 아버지로부터 경제적인 도움을 약속받은 적도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A 씨의 집.

B 씨는 대화 도중 A 씨의 거짓말을 모두 알게 된 후,

“너는 빚만 있는 남자다. 아무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A 씨는 격분했고 그 자리에서 B 씨를 살해했다. A 씨는 B 씨의 시신을 내버려둔 채 B 씨의 통장, 카드, 신분증이 들어있던 핸드백을 훔쳐 집을 나왔다.

이어 범행 다음 날 A 씨는 한 쇼핑몰에서 딸에게 줄 43여만 원짜리 장난감을 B 씨의 체크카드로 결제했다. 또 며칠 뒤에는 B 씨의 계좌에서 미리 알고 있던 비밀번호를 이용, 300만 원이 넘는 돈을 인출해 ‘조건 만남’을 한 여성에게 주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이처럼 11월 28일부터 지난해 12월 6일까지 모두 39차례에 걸쳐 B 씨의 계좌에서 모두 3,684만 원을 빼내 개인 채무 변제 등에 사용했다.

수사기관 조사결과 A 씨는 경찰에 체포될 때까지 B 씨의 시신을 18일간 그의 집에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그 사이 실종신고를 받고 B 씨를 찾는 경찰에게 마치 자신이 B 씨인 척 문자를 보내 경찰 수사를 방해하며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살인, 사기, 절도,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됐고,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박상구 부장판사)는 A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람의 생명은 우리 사회의 근본이 되는 가장 존엄한 가치이자 법이 수호하는 최고의 법익일 뿐만 아니라, 침해될 경우 어떠한 방법으로도 피해의 회복이 불가능한 것으로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그 이유를 불문하고 결코 용서될 수 없다”며,

“피고인은 연인 관계에 있었던 피해자로부터 경제적인 처지 등을 비난받자 자존심이 상한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살해한 다음 피해자의 금품을 훔쳐 자신의 채무변제 등에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은 체포될 때까지 18일간 피해자의 시체를 그대로 방치해 두었을 뿐만 아니라 실종신고를 받고 피해자를 찾는 경찰에 피해자의 휴대폰으로 마치 자신이 피해자인 것인 것처럼 문자메시지를 보냄으로써 수사를 방해했다”며,

“또 피해자가 자살한 것처럼 위장하려고 하는 등 자신의 범행을 적극적으로 은폐하려고 하는 등 그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은 순간적으로 화가 나 우발적으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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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후] ‘철석같이 믿었는데’ 연인 목숨 빼앗고 돈까지…
    • 입력 2021-04-22 11:48:02
    • 수정2021-04-22 16:34:21
    취재후·사건후

A 씨(38)는 지난 2017년 5월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던 B 씨(37·여)를 알게 되었고, 두 사람은 2019년 6월까지 연인관계로 지냈다.

이후 두 사람은 헤어지기도 했으나 그 뒤로도 수시로 연락하고 만나면서 사실상 연인 관계를 이어오고 있었다.

A 씨는 평소 B 씨에게,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에게 수억 원의 사기를 당했다. 작은 아버지가 영화감독인데 작은 아버지 담당 변호사를 통해 피해금액을 돌려받을 방법을 찾고 있다. 돈을 돌려받거나 작은 아버지가 나를 도와주기만 하면 너는 일을 안 해도 된다”며 그녀에게 경제적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처럼 말을 해왔다.

하지만 A 씨의 이 말은 ‘감언이설’로 모두 거짓말이었다. 그가 말한 ‘작은 아버지 담당 변호사’는 가상의 인물이었고, 작은 아버지로부터 경제적인 도움을 약속받은 적도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A 씨의 집.

B 씨는 대화 도중 A 씨의 거짓말을 모두 알게 된 후,

“너는 빚만 있는 남자다. 아무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A 씨는 격분했고 그 자리에서 B 씨를 살해했다. A 씨는 B 씨의 시신을 내버려둔 채 B 씨의 통장, 카드, 신분증이 들어있던 핸드백을 훔쳐 집을 나왔다.

이어 범행 다음 날 A 씨는 한 쇼핑몰에서 딸에게 줄 43여만 원짜리 장난감을 B 씨의 체크카드로 결제했다. 또 며칠 뒤에는 B 씨의 계좌에서 미리 알고 있던 비밀번호를 이용, 300만 원이 넘는 돈을 인출해 ‘조건 만남’을 한 여성에게 주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이처럼 11월 28일부터 지난해 12월 6일까지 모두 39차례에 걸쳐 B 씨의 계좌에서 모두 3,684만 원을 빼내 개인 채무 변제 등에 사용했다.

수사기관 조사결과 A 씨는 경찰에 체포될 때까지 B 씨의 시신을 18일간 그의 집에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그 사이 실종신고를 받고 B 씨를 찾는 경찰에게 마치 자신이 B 씨인 척 문자를 보내 경찰 수사를 방해하며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살인, 사기, 절도,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됐고,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박상구 부장판사)는 A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람의 생명은 우리 사회의 근본이 되는 가장 존엄한 가치이자 법이 수호하는 최고의 법익일 뿐만 아니라, 침해될 경우 어떠한 방법으로도 피해의 회복이 불가능한 것으로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그 이유를 불문하고 결코 용서될 수 없다”며,

“피고인은 연인 관계에 있었던 피해자로부터 경제적인 처지 등을 비난받자 자존심이 상한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살해한 다음 피해자의 금품을 훔쳐 자신의 채무변제 등에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은 체포될 때까지 18일간 피해자의 시체를 그대로 방치해 두었을 뿐만 아니라 실종신고를 받고 피해자를 찾는 경찰에 피해자의 휴대폰으로 마치 자신이 피해자인 것인 것처럼 문자메시지를 보냄으로써 수사를 방해했다”며,

“또 피해자가 자살한 것처럼 위장하려고 하는 등 자신의 범행을 적극적으로 은폐하려고 하는 등 그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은 순간적으로 화가 나 우발적으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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