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눈과 때이른 더위…“뜨거운 지구가 보내는 경고”

입력 2021.04.22 (14:11) 수정 2021.04.2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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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던 미국 뉴욕에 갑자기 폭설이 내렸습니다.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캐나다와 가까운 북동부 내륙에는 최고 10cm 안팎의 눈이 쌓였는데요. 뉴욕 주의 북동부 도시 버펄로에는 5cm의 눈이 관측돼 4월 적설량으로는 관측 이후 가장 많았습니다.

4월에 때아닌 눈이 내리면서 활짝 핀 벚꽃이 ‘눈꽃’으로 변해버린 모습도 보였습니다. 이전까지 고온현상이 계속되면서 일찍 개화한 꽃들이 된서리를 맞은 겁니다.

이번 눈폭풍의 원인은 북극발로 지목되는데요. 북극발 찬 공기가 북미 북동부로 깊숙이 내려오면서 남쪽의 더운 공기와 만나 강한 눈구름을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도 올봄 ‘고온’에서 ‘한파’, 다시 ‘고온’으로?

우리나라 역시 고온에서 한파, 다시 고온으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날씨를 겪고 있습니다. 어제보다 더위의 강도는 누그러졌지만 오늘도 낮 최고기온이 27~28도까지 오르는 등 6월 하순에 해당되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계절을 한달이나 앞서가고 있는 건데요.

불과 1주일 전에는 한파가 몰려왔습니다. 지난 13~14일 중부 내륙과 전북, 경북 일부에 한파주의보가 발효됐고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졌습니다. 봄이 한창인 4월 중순에 한파주의보라니, 처음 있는 일이었는데 서리가 내려 냉해 피해가 컸습니다.


지난달로 거슬러올라가면 상황은 또 달랐습니다. 전국의 평균 기온이 1973년 관측 이후 역대 최고일 정도로 높았는데요. 전 지구적인 상황을 봐도(위 그래프) 진한 붉은색으로 표시된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가 특히 ‘기록적으로 따뜻’했습니다. 북극발 냉기가 잠잠해지고 대신 남쪽에서 뜨거운 공기가 자주 밀려온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올 봄 들어 지금까지 고온에서 한파, 그리고 다시 고온을 오가며 기록이 속출하고 있는데, 자연스럽게 다가올 날씨에 관심이 쏠립니다.

일단 4월의 마지막 주인 다음주에는 기온이 제자리를 찾겠습니다. 하지만 다가오는 5월에는 또 다시 평년보다 더운 날씨가 찾아올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최근 기후위기로 5월 기온은 평년과 비교해 거의 내려간 적이 없을 정도로 계속 치솟고 있는 추세인데요. 5월 더위가 올 여름 극한 폭염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라니냐’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2020년 가장 더웠다


지난 19일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 전 지구 평균 기온이 ‘라니냐’와 ‘코로나19’라는 강력한 변수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적도 동태평양의 수온이 평소보다 낮아지는 ‘라니냐’ 시기에는 통계적으로 서늘한 경향이 나타납니다. 우리나라 역시 추운 겨울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져있는데요.

여기에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이 전 세계 경제를 멈춰버리고 국가 간 이동량을 줄이는 결과를 불러왔습니다. 온실가스 배출량도 자연스럽게 줄었다는 얘기입니다.


그렇지만 지난해 지구의 평균 기온은 산업혁명 이전(1850-1900년)보다 1.2도 상승하면서 2016년, 2019년과 함께 가장 따뜻했던 3개 해에 포함됐습니다.

WMO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더 이상 낭비할 시간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기후는 변하고 있고 이미 사람과 지구 전체에 너무나 많은 비용과 희생을 치르게 하고 있다는 건데요.

기후변화의 재앙으로부터 모든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올해를 ‘행동의 해’로 삼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지구의 날, 세계 정상 모여 탄소 ‘제로’ 논의


오늘은 ‘지구의 날’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발생한 해상 기름 유출 사고를 계기로 1970년에 처음 만들어진 기념일입니다. 지구의 날을 맞아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세계기후정상회의를 소집했습니다.

미국 행정부의 주최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40개국 정상이 참여하는 화상 기후정상회의가 현지시간으로 22일과 23일 이틀간 열립니다.

취임 첫날부터 파리협약 복귀를 선언할 만큼 기후위기에 관심이 많은 바이든 정부는 이번 회의에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러시아 푸틴 대통령도 불러냈습니다. 2030년까지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겠다는 카드를 내밀며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할 것으로 보입니다.


시기의 차이는 있지만 이제 전 세계는 공동으로 이산화탄소 배출 ‘제로’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번 화상 회의에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등을 논의하고 2050년에는 탄소 중립을 이뤄내야 합니다.

■“기후변화가 느리다고요?” 이상기후 빈도, 강도는 증가

기후변화는 기후가 아주 천천히 변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기후의 ‘평년값’은 30년간 관측한 자료의 평균값을 사용하는데요. 그래서 기후변화하면 100년 뒤에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기후변화의 속도는 원래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로 느렸지만 최근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이상기후 현상은 점점 더 주기가 짧아지고 극으로 치닫는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3월 이상고온으로 일찍 꽃망울을 터뜨린 꽃들은 4월 중순 한파로 냉해 피해를 입었습니다. 오락가락하는 기온 속에 생물의 생체시계는 고장나고 생태계 전체가 위협받고 있는데요.

사람도 예외는 아닙니다. ‘평균값’으로 대표되는 기후는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기후변화로 극에서 극을 오가는 날씨, 즉 ‘극값’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면서 피해는 눈덩이처럼 늘고 있습니다. 폭염과 한파, 폭우와 가뭄 같은 극한 기후가 지구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데요.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 사무총장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 사무총장은 “기후 변화가 몰고올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과학은 지구의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5도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전 세계 온실 가스 배출량을 2010년 수준에서 45 % 줄이고 2050년 탄소 순 배출량 제로에 도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틀간 이어지는 세계기후정상회의에 지구의 미래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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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22 14:11:43
    • 수정2021-04-22 16:33:31
    취재K

따뜻하던 미국 뉴욕에 갑자기 폭설이 내렸습니다.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캐나다와 가까운 북동부 내륙에는 최고 10cm 안팎의 눈이 쌓였는데요. 뉴욕 주의 북동부 도시 버펄로에는 5cm의 눈이 관측돼 4월 적설량으로는 관측 이후 가장 많았습니다.

4월에 때아닌 눈이 내리면서 활짝 핀 벚꽃이 ‘눈꽃’으로 변해버린 모습도 보였습니다. 이전까지 고온현상이 계속되면서 일찍 개화한 꽃들이 된서리를 맞은 겁니다.

이번 눈폭풍의 원인은 북극발로 지목되는데요. 북극발 찬 공기가 북미 북동부로 깊숙이 내려오면서 남쪽의 더운 공기와 만나 강한 눈구름을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도 올봄 ‘고온’에서 ‘한파’, 다시 ‘고온’으로?

우리나라 역시 고온에서 한파, 다시 고온으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날씨를 겪고 있습니다. 어제보다 더위의 강도는 누그러졌지만 오늘도 낮 최고기온이 27~28도까지 오르는 등 6월 하순에 해당되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계절을 한달이나 앞서가고 있는 건데요.

불과 1주일 전에는 한파가 몰려왔습니다. 지난 13~14일 중부 내륙과 전북, 경북 일부에 한파주의보가 발효됐고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졌습니다. 봄이 한창인 4월 중순에 한파주의보라니, 처음 있는 일이었는데 서리가 내려 냉해 피해가 컸습니다.


지난달로 거슬러올라가면 상황은 또 달랐습니다. 전국의 평균 기온이 1973년 관측 이후 역대 최고일 정도로 높았는데요. 전 지구적인 상황을 봐도(위 그래프) 진한 붉은색으로 표시된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가 특히 ‘기록적으로 따뜻’했습니다. 북극발 냉기가 잠잠해지고 대신 남쪽에서 뜨거운 공기가 자주 밀려온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올 봄 들어 지금까지 고온에서 한파, 그리고 다시 고온을 오가며 기록이 속출하고 있는데, 자연스럽게 다가올 날씨에 관심이 쏠립니다.

일단 4월의 마지막 주인 다음주에는 기온이 제자리를 찾겠습니다. 하지만 다가오는 5월에는 또 다시 평년보다 더운 날씨가 찾아올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최근 기후위기로 5월 기온은 평년과 비교해 거의 내려간 적이 없을 정도로 계속 치솟고 있는 추세인데요. 5월 더위가 올 여름 극한 폭염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라니냐’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2020년 가장 더웠다


지난 19일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 전 지구 평균 기온이 ‘라니냐’와 ‘코로나19’라는 강력한 변수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적도 동태평양의 수온이 평소보다 낮아지는 ‘라니냐’ 시기에는 통계적으로 서늘한 경향이 나타납니다. 우리나라 역시 추운 겨울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져있는데요.

여기에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이 전 세계 경제를 멈춰버리고 국가 간 이동량을 줄이는 결과를 불러왔습니다. 온실가스 배출량도 자연스럽게 줄었다는 얘기입니다.


그렇지만 지난해 지구의 평균 기온은 산업혁명 이전(1850-1900년)보다 1.2도 상승하면서 2016년, 2019년과 함께 가장 따뜻했던 3개 해에 포함됐습니다.

WMO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더 이상 낭비할 시간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기후는 변하고 있고 이미 사람과 지구 전체에 너무나 많은 비용과 희생을 치르게 하고 있다는 건데요.

기후변화의 재앙으로부터 모든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올해를 ‘행동의 해’로 삼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지구의 날, 세계 정상 모여 탄소 ‘제로’ 논의


오늘은 ‘지구의 날’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발생한 해상 기름 유출 사고를 계기로 1970년에 처음 만들어진 기념일입니다. 지구의 날을 맞아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세계기후정상회의를 소집했습니다.

미국 행정부의 주최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40개국 정상이 참여하는 화상 기후정상회의가 현지시간으로 22일과 23일 이틀간 열립니다.

취임 첫날부터 파리협약 복귀를 선언할 만큼 기후위기에 관심이 많은 바이든 정부는 이번 회의에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러시아 푸틴 대통령도 불러냈습니다. 2030년까지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겠다는 카드를 내밀며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할 것으로 보입니다.


시기의 차이는 있지만 이제 전 세계는 공동으로 이산화탄소 배출 ‘제로’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번 화상 회의에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등을 논의하고 2050년에는 탄소 중립을 이뤄내야 합니다.

■“기후변화가 느리다고요?” 이상기후 빈도, 강도는 증가

기후변화는 기후가 아주 천천히 변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기후의 ‘평년값’은 30년간 관측한 자료의 평균값을 사용하는데요. 그래서 기후변화하면 100년 뒤에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기후변화의 속도는 원래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로 느렸지만 최근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이상기후 현상은 점점 더 주기가 짧아지고 극으로 치닫는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3월 이상고온으로 일찍 꽃망울을 터뜨린 꽃들은 4월 중순 한파로 냉해 피해를 입었습니다. 오락가락하는 기온 속에 생물의 생체시계는 고장나고 생태계 전체가 위협받고 있는데요.

사람도 예외는 아닙니다. ‘평균값’으로 대표되는 기후는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기후변화로 극에서 극을 오가는 날씨, 즉 ‘극값’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면서 피해는 눈덩이처럼 늘고 있습니다. 폭염과 한파, 폭우와 가뭄 같은 극한 기후가 지구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데요.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 사무총장은 “기후 변화가 몰고올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과학은 지구의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5도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전 세계 온실 가스 배출량을 2010년 수준에서 45 % 줄이고 2050년 탄소 순 배출량 제로에 도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틀간 이어지는 세계기후정상회의에 지구의 미래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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