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상자에서 먼저 나온 종부세

입력 2021.04.2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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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4.7 재보선 결과를 통해 체감한 것 중 하나는 뜨거운 부동산 민심이었습니다. 집이 있는 사람은 늘어난 세금 때문에, 주택이 없는 사람들은 손에 잡히지 않을 만큼 높아진 집값 때문에, 정부 여당에 대한 불만을 표했습니다.

민주당에서는 한동안 찾기 어려웠던 '종합부동산세 완화 주장'이 등장한 것은 이런 민심을 달래보려는 움직임입니다.

■ 뜨거운 감자 종부세...먼저 나온 '인하론'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민주당내에서는 '1% 세금', '12억 원 상향' 등 종부세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러 의원 사이에서 쏟아졌습니다.


김병욱 의원은 "특히 최근 3년간의 부동산 가격 급등과 이와 맞물린 공시지가 인상으로 인한 종부세 재산세 상승은 가계 소득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종부세 기준을 12억 원으로 상향하는 법안까지 발의했습니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종부세 완화 주장에 대해, 검토하고 있음을 내비쳤습니다.

홍 총리 직무대행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종부세 기준 완화 여부를 묻는 야당 의원에게 "부동산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줘서는 안 된다"면서도 "9억 원이라는 종부세 기준이 11년 전에 설정돼 검토의 여지가 있지 않냐는 지적을 들었다, 짚어보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단, 홍 총리대행은 스스로도 종부세를 내 본적이 없다면서, 아직은 전 국민 가운데 소수만이 내는 세금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 "52만 명이 아닌, 5,200만 명의 나라"

종부에 완화 주장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진성준 의원은 어제(23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극소수의 그야말로 여유가 있는 분들에게만 부과되는 것이 종부세인데 이 종부세 부과 부담 때문에 선거에 졌다, 이렇게 진단하는 것은 잘못 진단하는 것이라며, 집값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부터 먼저 논의해야 하는데 우선순위가 잘못됐다"고 비판했습니다.

소병훈 의원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대한민국은 5,200만의 나라다. 52만의 나라가 아니다."라며 종부세 완화 움직임을 지적했습니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도 어제 아침 출근길에서 "원칙은 쉽게 흔들어버리면 부동산 시장 전체에 잘못된 메시지 줄 수 있다"며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종부세 부담, 진실은?

이처럼 종부세를 놓고 한쪽은 높다고, 한쪽은 낮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실제로 종부세는 얼마나 부과되는 것일까요?

① 국토교통부 자료

종부세와 관련된 자료는 2가지입니다. 먼저 공시가격을 발표하는 국토교통부 자료입니다.


2021년 기준(잠정) 1가구 1주택이라고 가정했을 때 종부세 적용 대상인 공시가격 9억 원 이상 공동주택은 52만 5천 호, 전체의 3.7%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종부세로 인한 심리적 부담은 3.7%보다 더 높을 수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종부세는 개인이 내야 하는 세금이지만 세금을 매기는 대상은 가족이 함께 거주하는 '집의 가격'이 기준입니다. 때문에 종부세를 내는 부담은 한집에 사는 생활 공동체인 가족이 모두 함께 받게 된다는 얘깁니다. 즉 실제 종부세 부담을 이해하려면 부부일 경우 곱하기 2를, 4인 가족이면 곱하기 4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 중저가 아파트를 2채 이상 소유하고 있는 경우 3.7%라는 수치에 빠져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합니다.

민주당 일부 의원 주장처럼 종부세 부과 기준을 12억 원으로 상향하면 종부세 적용 대상은 25.9만 호 정도로 크게 줄어듭니다. 비율로는 1.9% 정도여서 2019년 수준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② 국세청 자료

다음 자료는 실제 종부세를 걷는 국세청 자료를 보는 방법입니다.


민주당 김병욱 의원과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이 조세당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16년 종부세 납부자는 31만 7천명이었습니다. 문재인 정부 첫해에는 37만 6천명으로 소폭 증가에 그쳤는데 2020년(잠정)에는 66만 7천명으로 껑충 뛰었습니다.

납부자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납세액도 크게 늘었습니다. 공시가격 인상으로 2016년 4,256억 원이던 종부세액은 2020년 잠정 기준 1조 8천148억 원까지 4배 이상 뛰어올랐습니다.

문제는 속도?

종부세를 부담하는 이들은 전 국민 가운데 분명 소수지만, 종부세에 대한 불만은 왜 계속 제기되는 것일까요?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속도' 때문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위에서 살펴본 국토부 자료와 국세청 자료를 보면 비교적 완만하던 종부세 대상 주택 수와 종부세액 모두 최근 3년간 급격하게 상승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 팀장은 종부세를 내는 사람들을 만나 상담을 해보면 "고가주택에 과세한다는 정부 정책 자체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거나 거부하는 경우는 오히려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종부세액이 단기간에 너무 빠르게 올라가는 것에 대한 불만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 숨 쉬어가지만, 어려운 고민거리

종부세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자 민주당은 한 숨 고르는 모양새입니다.

최인호 수석부대변인은 어제 민주당 비대위 논의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부동산과 관련해서는 "앞으로 청년 무주택자에 대한 대책, 1주택자에 대한 대책, 투기근절 대책 등 정책 우선순위에 대한 면밀한 설정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을 이뤘다"고만 언급했습니다. 종부세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없었습니다.

민주당 내 핵심 관계자도 KBS와의 통화에서 "무주택자, 생애 첫 주택 구입자들의 (주택 구매)기회 박탈에 대한 보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당정 간 공감대가 있는 사항"이라면서 특히 "LTV, DTI 완화가 최우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종부세 완화는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겁니다.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일은 6월 1일, 한때는 이 기간 내에 종부세법이 완화될 수도 있다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정부 규제 완화, 정부 정책 후퇴라는 비판이 일면서 지금은 다시 신중한 모습입니다.

종부세를 완화하면, 정부와 여당은 그간의 25번의 부동산 대책을 뒤집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재보선에서 확인한 부동산민심을 외면하기도 어렵습니다. 부동산 민심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받아안은 민주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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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도라의 상자에서 먼저 나온 종부세
    • 입력 2021-04-24 07:01:08
    취재K
민주당이 4.7 재보선 결과를 통해 체감한 것 중 하나는 뜨거운 부동산 민심이었습니다. 집이 있는 사람은 늘어난 세금 때문에, 주택이 없는 사람들은 손에 잡히지 않을 만큼 높아진 집값 때문에, 정부 여당에 대한 불만을 표했습니다.

민주당에서는 한동안 찾기 어려웠던 '종합부동산세 완화 주장'이 등장한 것은 이런 민심을 달래보려는 움직임입니다.

■ 뜨거운 감자 종부세...먼저 나온 '인하론'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민주당내에서는 '1% 세금', '12억 원 상향' 등 종부세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러 의원 사이에서 쏟아졌습니다.


김병욱 의원은 "특히 최근 3년간의 부동산 가격 급등과 이와 맞물린 공시지가 인상으로 인한 종부세 재산세 상승은 가계 소득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종부세 기준을 12억 원으로 상향하는 법안까지 발의했습니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종부세 완화 주장에 대해, 검토하고 있음을 내비쳤습니다.

홍 총리 직무대행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종부세 기준 완화 여부를 묻는 야당 의원에게 "부동산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줘서는 안 된다"면서도 "9억 원이라는 종부세 기준이 11년 전에 설정돼 검토의 여지가 있지 않냐는 지적을 들었다, 짚어보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단, 홍 총리대행은 스스로도 종부세를 내 본적이 없다면서, 아직은 전 국민 가운데 소수만이 내는 세금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 "52만 명이 아닌, 5,200만 명의 나라"

종부에 완화 주장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진성준 의원은 어제(23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극소수의 그야말로 여유가 있는 분들에게만 부과되는 것이 종부세인데 이 종부세 부과 부담 때문에 선거에 졌다, 이렇게 진단하는 것은 잘못 진단하는 것이라며, 집값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부터 먼저 논의해야 하는데 우선순위가 잘못됐다"고 비판했습니다.

소병훈 의원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대한민국은 5,200만의 나라다. 52만의 나라가 아니다."라며 종부세 완화 움직임을 지적했습니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도 어제 아침 출근길에서 "원칙은 쉽게 흔들어버리면 부동산 시장 전체에 잘못된 메시지 줄 수 있다"며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종부세 부담, 진실은?

이처럼 종부세를 놓고 한쪽은 높다고, 한쪽은 낮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실제로 종부세는 얼마나 부과되는 것일까요?

① 국토교통부 자료

종부세와 관련된 자료는 2가지입니다. 먼저 공시가격을 발표하는 국토교통부 자료입니다.


2021년 기준(잠정) 1가구 1주택이라고 가정했을 때 종부세 적용 대상인 공시가격 9억 원 이상 공동주택은 52만 5천 호, 전체의 3.7%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종부세로 인한 심리적 부담은 3.7%보다 더 높을 수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종부세는 개인이 내야 하는 세금이지만 세금을 매기는 대상은 가족이 함께 거주하는 '집의 가격'이 기준입니다. 때문에 종부세를 내는 부담은 한집에 사는 생활 공동체인 가족이 모두 함께 받게 된다는 얘깁니다. 즉 실제 종부세 부담을 이해하려면 부부일 경우 곱하기 2를, 4인 가족이면 곱하기 4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 중저가 아파트를 2채 이상 소유하고 있는 경우 3.7%라는 수치에 빠져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합니다.

민주당 일부 의원 주장처럼 종부세 부과 기준을 12억 원으로 상향하면 종부세 적용 대상은 25.9만 호 정도로 크게 줄어듭니다. 비율로는 1.9% 정도여서 2019년 수준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② 국세청 자료

다음 자료는 실제 종부세를 걷는 국세청 자료를 보는 방법입니다.


민주당 김병욱 의원과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이 조세당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16년 종부세 납부자는 31만 7천명이었습니다. 문재인 정부 첫해에는 37만 6천명으로 소폭 증가에 그쳤는데 2020년(잠정)에는 66만 7천명으로 껑충 뛰었습니다.

납부자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납세액도 크게 늘었습니다. 공시가격 인상으로 2016년 4,256억 원이던 종부세액은 2020년 잠정 기준 1조 8천148억 원까지 4배 이상 뛰어올랐습니다.

문제는 속도?

종부세를 부담하는 이들은 전 국민 가운데 분명 소수지만, 종부세에 대한 불만은 왜 계속 제기되는 것일까요?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속도' 때문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위에서 살펴본 국토부 자료와 국세청 자료를 보면 비교적 완만하던 종부세 대상 주택 수와 종부세액 모두 최근 3년간 급격하게 상승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 팀장은 종부세를 내는 사람들을 만나 상담을 해보면 "고가주택에 과세한다는 정부 정책 자체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거나 거부하는 경우는 오히려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종부세액이 단기간에 너무 빠르게 올라가는 것에 대한 불만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 숨 쉬어가지만, 어려운 고민거리

종부세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자 민주당은 한 숨 고르는 모양새입니다.

최인호 수석부대변인은 어제 민주당 비대위 논의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부동산과 관련해서는 "앞으로 청년 무주택자에 대한 대책, 1주택자에 대한 대책, 투기근절 대책 등 정책 우선순위에 대한 면밀한 설정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을 이뤘다"고만 언급했습니다. 종부세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없었습니다.

민주당 내 핵심 관계자도 KBS와의 통화에서 "무주택자, 생애 첫 주택 구입자들의 (주택 구매)기회 박탈에 대한 보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당정 간 공감대가 있는 사항"이라면서 특히 "LTV, DTI 완화가 최우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종부세 완화는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겁니다.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일은 6월 1일, 한때는 이 기간 내에 종부세법이 완화될 수도 있다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정부 규제 완화, 정부 정책 후퇴라는 비판이 일면서 지금은 다시 신중한 모습입니다.

종부세를 완화하면, 정부와 여당은 그간의 25번의 부동산 대책을 뒤집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재보선에서 확인한 부동산민심을 외면하기도 어렵습니다. 부동산 민심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받아안은 민주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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