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현·함바왕’ 재판에 등장한 400억(?)짜리 강화도조약 원본

입력 2021.04.2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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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윤상현 의원 측 요청으로 윤 의원의 경쟁 후보들을 비방하는 허위 진정서와 고소장을 작성하고, 그 대가로 롯데건설이 시공 중인 호텔 건설현장의 임시식당(함바) 운영권 등을 따냈다.'

이른바 '함바왕'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건설현장 식당업자 유상봉 씨가 지난해 7월 KBS와의 인터뷰에서 털어놓은 내용이다. 윤상현 의원 측 요청으로 지난해 총선 때 이른바 '선거공작'을 했다는 고백이었다.

KBS 사회부 취재진은 유상봉 씨 폭로를 하나하나 검증에 들어갔고, 유 씨 부자가 호텔 건설현장의 '함바' 운영권과 백화점 식품 판매 입점권을 따낸 사실 등 다각도의 뒷받침 정황을 확인해 연속 보도한 바 있다.

[연관기사] ‘함바왕’ 유상봉 “윤상현 부탁 받고 선거 공작했다”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494071

KBS의 연속 보도 이후 유상봉 씨 부자와 윤상현 의원, 윤 의원 보좌관, 비방 기사를 작성한 지역 언론사 기자 등 11명이 지난해 10월 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본격적인 재판 일정은 이제야 본궤도에 올랐다. 코로나19 확산, 해당 사건 심리를 맡았던 부장판사의 퇴직 등의 여파로 첫 공판기일이 지난주에야 열렸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주요 공소사실을 정리하고 증거로 신청할 자료들을 제출했는데, 이 과정에서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내용들도 새롭게 드러났다.

‘함바왕’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건설현장 식당업자 유상봉 씨는 지난해 KBS와의 인터뷰에서 윤상현 의원 측 요청으로 경쟁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의 허위 진정서와 고소장을 작성했다고 폭로했다.‘함바왕’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건설현장 식당업자 유상봉 씨는 지난해 KBS와의 인터뷰에서 윤상현 의원 측 요청으로 경쟁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의 허위 진정서와 고소장을 작성했다고 폭로했다.

■ 윤상현 의원에 "강화도조약 원본 매각 도와달라" 요구한 언론사 기자

인천지검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인천 지역 언론사 기자 조 모 씨는 총선이 끝난 뒤 윤상현 의원 측에게 '400~500억 원 상당의 강화도조약 원본을 원본 보유 단체로부터 매입하도록 인천시에 압박을 넣어달라'고 요구했다.

검찰은 조 기자가 윤 의원 경쟁자였던 안상수 후보에 대한 비방 기사를 작성한 대가로 고가의 문화재 매각을 통해 수수료 10%를 챙기려 했다고 판단했다. 물론 강화도조약 원본이 실제 400억 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지는 더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조 씨는 지난해 5월 지인 강 모 씨에게 제안했다. 강화도조약 원본을 인천시가 사들이도록 윤상현 의원에게 잘 말해달라는 취지였다.

강 씨는 조 씨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이후 실제 윤 의원의 국회 사무실을 방문해 강화도조약 원본 매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게 검찰 수사 내용이다.

실제 매각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검찰은 조 씨가 강화도조약 원본 매각에 따른 수수료를 대가로 계산한 만큼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밖에 검찰은 조 씨가 안상수 후보에 대한 비방 기사를 보도한 대가로 이 사건 공범들로부터 천만 원 상당을 받은 혐의도 공개했다.

다만 조 씨를 비롯한 피고인들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조 씨 측은 천만 원을 받은 사실과 강화도조약 원본 매각을 요청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지만, "선거와는 무관한 일이었다"고 부인하고 있다.

■ 국회의원 문자 한 통에 '함바왕 아들' 만난 경기도시공사 사장

재판에서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의 문자메시지도 공개됐다.

KBS는 지난해 연속 보도 당시, 유상봉 씨 폭로를 검증 취재하는 과정에서 윤상현 의원이 정성호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유상봉 씨 아들 이름을 언급하면서 '잘 챙겨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해 전한 바 있다.

윤 의원의 청탁성 전화를 받은 정성호 의원은 평소 친분이 있던 이헌욱 경기도시공사(현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문자메시지가 전달된 이후 유상봉 씨 아들은 이헌욱 사장과 면담을 했다.

유 씨 아들이 실제 이권을 챙긴 부분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지만, 이헌욱 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함바 식당을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경기도시공사 사장을 만날 수 있느냐"는 검찰 질문에 "이전에 한 번도 그런 적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국회의원들끼리 서로가 서로의 민원을 처리해주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 '함바 수주' 연결고리는 윤 의원 언론특보…'함바왕'은 추가 고소장 제출

유상봉 부자의 '함바' 수주 과정에 관여한 윤 의원 측의 또 다른 인물도 새롭게 등장했다.

검찰은 롯데건설이 시공 중인 호텔 관리팀장, 롯데백화점 관계자 등이 유상봉 씨 아들을 만나도록 중간에서 주선해준 사람이 윤상현 의원 언론특보인 정 모 씨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런 사실을 호텔과 백화점 관계자들의 진술로 확인했다고 한다.

그동안 윤 의원 측에서 유상봉 부자와 소통한 핵심 인물은 조 모 보좌관으로 알려졌는데, 함바 수주 과정에서 제3의 인물이 가교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취재진은 재판에서 거론된 윤 의원 언론특보인 정 씨에게 입장을 물었지만, 정 씨는 답변하지 않았다.

한편 이날 재판엔 이번 사건의 최초 폭로자인 유상봉 씨가 건강 악화로 출석하지 않았다. 유상봉 씨는 윤 의원이 사전에 약속했던 함바 식당 등을 제공하지 않았다며 윤 의원을 사기 혐의로 추가 고소했다.

윤 의원 측은 여전히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유상봉 씨 부자를 만난 사실과 그들을 챙겨준 사실 자체는 인정하지만, 선거를 돕는 대가로 이권을 챙겨주겠다는 약속 등은 하지 않았고 선거공작 등은 없었다는 것이다.

취재진은 재판에 출석한 윤 의원에게 정식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윤 의원은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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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상현·함바왕’ 재판에 등장한 400억(?)짜리 강화도조약 원본
    • 입력 2021-04-24 07:01:19
    취재K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윤상현 의원 측 요청으로 윤 의원의 경쟁 후보들을 비방하는 허위 진정서와 고소장을 작성하고, 그 대가로 롯데건설이 시공 중인 호텔 건설현장의 임시식당(함바) 운영권 등을 따냈다.'

이른바 '함바왕'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건설현장 식당업자 유상봉 씨가 지난해 7월 KBS와의 인터뷰에서 털어놓은 내용이다. 윤상현 의원 측 요청으로 지난해 총선 때 이른바 '선거공작'을 했다는 고백이었다.

KBS 사회부 취재진은 유상봉 씨 폭로를 하나하나 검증에 들어갔고, 유 씨 부자가 호텔 건설현장의 '함바' 운영권과 백화점 식품 판매 입점권을 따낸 사실 등 다각도의 뒷받침 정황을 확인해 연속 보도한 바 있다.

[연관기사] ‘함바왕’ 유상봉 “윤상현 부탁 받고 선거 공작했다”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494071

KBS의 연속 보도 이후 유상봉 씨 부자와 윤상현 의원, 윤 의원 보좌관, 비방 기사를 작성한 지역 언론사 기자 등 11명이 지난해 10월 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본격적인 재판 일정은 이제야 본궤도에 올랐다. 코로나19 확산, 해당 사건 심리를 맡았던 부장판사의 퇴직 등의 여파로 첫 공판기일이 지난주에야 열렸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주요 공소사실을 정리하고 증거로 신청할 자료들을 제출했는데, 이 과정에서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내용들도 새롭게 드러났다.

‘함바왕’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건설현장 식당업자 유상봉 씨는 지난해 KBS와의 인터뷰에서 윤상현 의원 측 요청으로 경쟁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의 허위 진정서와 고소장을 작성했다고 폭로했다.
■ 윤상현 의원에 "강화도조약 원본 매각 도와달라" 요구한 언론사 기자

인천지검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인천 지역 언론사 기자 조 모 씨는 총선이 끝난 뒤 윤상현 의원 측에게 '400~500억 원 상당의 강화도조약 원본을 원본 보유 단체로부터 매입하도록 인천시에 압박을 넣어달라'고 요구했다.

검찰은 조 기자가 윤 의원 경쟁자였던 안상수 후보에 대한 비방 기사를 작성한 대가로 고가의 문화재 매각을 통해 수수료 10%를 챙기려 했다고 판단했다. 물론 강화도조약 원본이 실제 400억 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지는 더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조 씨는 지난해 5월 지인 강 모 씨에게 제안했다. 강화도조약 원본을 인천시가 사들이도록 윤상현 의원에게 잘 말해달라는 취지였다.

강 씨는 조 씨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이후 실제 윤 의원의 국회 사무실을 방문해 강화도조약 원본 매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게 검찰 수사 내용이다.

실제 매각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검찰은 조 씨가 강화도조약 원본 매각에 따른 수수료를 대가로 계산한 만큼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밖에 검찰은 조 씨가 안상수 후보에 대한 비방 기사를 보도한 대가로 이 사건 공범들로부터 천만 원 상당을 받은 혐의도 공개했다.

다만 조 씨를 비롯한 피고인들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조 씨 측은 천만 원을 받은 사실과 강화도조약 원본 매각을 요청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지만, "선거와는 무관한 일이었다"고 부인하고 있다.

■ 국회의원 문자 한 통에 '함바왕 아들' 만난 경기도시공사 사장

재판에서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의 문자메시지도 공개됐다.

KBS는 지난해 연속 보도 당시, 유상봉 씨 폭로를 검증 취재하는 과정에서 윤상현 의원이 정성호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유상봉 씨 아들 이름을 언급하면서 '잘 챙겨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해 전한 바 있다.

윤 의원의 청탁성 전화를 받은 정성호 의원은 평소 친분이 있던 이헌욱 경기도시공사(현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문자메시지가 전달된 이후 유상봉 씨 아들은 이헌욱 사장과 면담을 했다.

유 씨 아들이 실제 이권을 챙긴 부분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지만, 이헌욱 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함바 식당을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경기도시공사 사장을 만날 수 있느냐"는 검찰 질문에 "이전에 한 번도 그런 적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국회의원들끼리 서로가 서로의 민원을 처리해주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 '함바 수주' 연결고리는 윤 의원 언론특보…'함바왕'은 추가 고소장 제출

유상봉 부자의 '함바' 수주 과정에 관여한 윤 의원 측의 또 다른 인물도 새롭게 등장했다.

검찰은 롯데건설이 시공 중인 호텔 관리팀장, 롯데백화점 관계자 등이 유상봉 씨 아들을 만나도록 중간에서 주선해준 사람이 윤상현 의원 언론특보인 정 모 씨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런 사실을 호텔과 백화점 관계자들의 진술로 확인했다고 한다.

그동안 윤 의원 측에서 유상봉 부자와 소통한 핵심 인물은 조 모 보좌관으로 알려졌는데, 함바 수주 과정에서 제3의 인물이 가교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취재진은 재판에서 거론된 윤 의원 언론특보인 정 씨에게 입장을 물었지만, 정 씨는 답변하지 않았다.

한편 이날 재판엔 이번 사건의 최초 폭로자인 유상봉 씨가 건강 악화로 출석하지 않았다. 유상봉 씨는 윤 의원이 사전에 약속했던 함바 식당 등을 제공하지 않았다며 윤 의원을 사기 혐의로 추가 고소했다.

윤 의원 측은 여전히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유상봉 씨 부자를 만난 사실과 그들을 챙겨준 사실 자체는 인정하지만, 선거를 돕는 대가로 이권을 챙겨주겠다는 약속 등은 하지 않았고 선거공작 등은 없었다는 것이다.

취재진은 재판에 출석한 윤 의원에게 정식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윤 의원은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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