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기자들Q] 기사 한 줄 안 쓰고도…인터넷 신문의 ‘영업 비밀’

입력 2021.04.24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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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솔깃한 제안을 합니다. "한 달 5만 5천 원, 1년에 66만 원만 내면 수백만 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창업을 위한 다른 투자 비용은 없습니다. 사업장은 '사는 집'을 등록하면 되고, 직원이 없어도 되며, 재료를 살 필요도, 생산을 위한 설비를 들일 필요도 없습니다.

이런 사업이 가능할까요? 인터넷 신문사는 가능합니다.

무려 1만 개에 육박할 정도로 무서운 기세로 성장 중인 인터넷 신문. 코로나19가 덮친 지난 한 해에도 700여 개가 새로 생겨났습니다. 인터넷신문의 63%는 연 매출이 1억 원 이하인데, 도대체 이 매체들은 어떻게 유지되고 또 왜 끊임없이 계속 생겨나는 걸까요?

■ 언론사 직접 차려봤다... 기사 한 줄도 안 썼는데 '기사 5만 건'이 주르륵.

마음을 먹는 게 어렵지, 과정에 아무런 장애물은 없었습니다. 인터넷신문은 최소한의 요건만 갖추면 쉽게 창간할 수 있습니다.

우편 발송 10여 일 만에 저는 언론사 대표가 되었습니다. <좋은뉴스Q>. 촌스럽지 않은 좀 그럴듯한 이름을 짓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어지간한 제호들은 이미 선점된 상태였습니다.

다음 단계는 홈페이지 만들기. 대행업체를 이용하면 손쉽게 해결됩니다. 홈페이지 개설비 약 15만 원, 월 관리비 5만 5천 원만 내면 알아서 운영해준다고 했습니다. 기사도 자동으로 게재된다고 했습니다. 이 업체와 제휴한 100여 개의 언론사에서 생산한 기사가 공유되는 시스템입니다. 심지어 본인 업체와 1년 계약을 하면, 홈페이지 개설비는 받지 않는 '통 큰' 할인도 있습니다.


비용을 입금하고 3일째. 비어있던 홈페이지가 꽉 채워졌습니다.

저는 기사를 단 한 줄도 쓰지 않았는데, 무려 5만여 건의 기사가 올라와 있었습니다. 코로나 백신 접종 상황부터 오세훈 서울시장의 인터뷰 기사까지. 내용도 알찼습니다. 심지어 홈페이지를 살펴보는 그 시간에도 새로 작성된 기사들이 실시간 등록되는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저는 지난달에 인터넷신문을 만들었는데, 무려 3년 전 기사도 적지 않았습니다. 누가 보면 꽤 오랫동안, 열심히 활동한 매체인 것 같은 착각을 줄 것만 같습니다. '이거 사기 아닌가'... 독자들에 대한 죄책감이 밀려왔습니다. 물론 기사 하단에는 공유된 기사의 출처가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면죄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는 언론사는 이미 시장에 진출한 상태입니다.

패널로 참여한 유현재 서강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이를 두고 "기사를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 쓰는 형상"이며 "심장이 떨릴 만큼 충격적인 산업으로 진화했다"고 평가했습니다.


■ 지자체 예산이 수익모델?... '광고비' 새어나간 세금들

이들은 왜 '그럴듯하게' 홈페이지를 꾸미는 걸까요? 홈페이지마다 어김없이 노출된 '지자체 광고' 배너에 눈길이 갔습니다.

전국 246개 지방자치단체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습니다. 지난 한 해 언론사에 대해 집행한 광고비 내역을 받았습니다. 명단에서 드러난 익숙한 매체 명들... 홈페이지 등록 기사 중 직접 쓴 기사의 비중이 5% 미만인 A 언론사도, 폐간된 상태에서 광고비를 받아 논란이 된 B 언론사도, 지자체의 광고를 받았습니다.

이들은 어떤 방법으로, 또 어떻게 지자체에 접근하고 광고비를 받아 챙겼을까요?

'질문하는 기자들Q' 2회에서는 '돈'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인터넷신문 사업의 실태를 낱낱이 파헤쳤습니다. 홈페이지로만 접해온 인터넷신문의 실체는 무엇인지,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이들에게 지급한 돈은 과연 얼마나 되는지 심층 취재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시장은 급속도로 커가고 있는데 대책은 있는지도 따져 봤습니다.

KBS의 새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질문하는 기자들Q'의 2회는 <"20만 원이면 나도 언론사주"...진화하는 '사이비 언론'>과 <<고성산불 2년, 재난을 대하는 언론의 방식>을 주제로 25일(일) 밤 10시 35분에 KBS1TV에서 방영됩니다.

'질문하는 기자들Q' 2회는 김솔희 KBS 아나운서가 진행하고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엄진아 KBS 기자가 출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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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문하는 기자들Q] 기사 한 줄 안 쓰고도…인터넷 신문의 ‘영업 비밀’
    • 입력 2021-04-24 10:04:10
    취재K
누군가 솔깃한 제안을 합니다. "한 달 5만 5천 원, 1년에 66만 원만 내면 수백만 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창업을 위한 다른 투자 비용은 없습니다. 사업장은 '사는 집'을 등록하면 되고, 직원이 없어도 되며, 재료를 살 필요도, 생산을 위한 설비를 들일 필요도 없습니다.

이런 사업이 가능할까요? 인터넷 신문사는 가능합니다.

무려 1만 개에 육박할 정도로 무서운 기세로 성장 중인 인터넷 신문. 코로나19가 덮친 지난 한 해에도 700여 개가 새로 생겨났습니다. 인터넷신문의 63%는 연 매출이 1억 원 이하인데, 도대체 이 매체들은 어떻게 유지되고 또 왜 끊임없이 계속 생겨나는 걸까요?

■ 언론사 직접 차려봤다... 기사 한 줄도 안 썼는데 '기사 5만 건'이 주르륵.

마음을 먹는 게 어렵지, 과정에 아무런 장애물은 없었습니다. 인터넷신문은 최소한의 요건만 갖추면 쉽게 창간할 수 있습니다.

우편 발송 10여 일 만에 저는 언론사 대표가 되었습니다. <좋은뉴스Q>. 촌스럽지 않은 좀 그럴듯한 이름을 짓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어지간한 제호들은 이미 선점된 상태였습니다.

다음 단계는 홈페이지 만들기. 대행업체를 이용하면 손쉽게 해결됩니다. 홈페이지 개설비 약 15만 원, 월 관리비 5만 5천 원만 내면 알아서 운영해준다고 했습니다. 기사도 자동으로 게재된다고 했습니다. 이 업체와 제휴한 100여 개의 언론사에서 생산한 기사가 공유되는 시스템입니다. 심지어 본인 업체와 1년 계약을 하면, 홈페이지 개설비는 받지 않는 '통 큰' 할인도 있습니다.


비용을 입금하고 3일째. 비어있던 홈페이지가 꽉 채워졌습니다.

저는 기사를 단 한 줄도 쓰지 않았는데, 무려 5만여 건의 기사가 올라와 있었습니다. 코로나 백신 접종 상황부터 오세훈 서울시장의 인터뷰 기사까지. 내용도 알찼습니다. 심지어 홈페이지를 살펴보는 그 시간에도 새로 작성된 기사들이 실시간 등록되는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저는 지난달에 인터넷신문을 만들었는데, 무려 3년 전 기사도 적지 않았습니다. 누가 보면 꽤 오랫동안, 열심히 활동한 매체인 것 같은 착각을 줄 것만 같습니다. '이거 사기 아닌가'... 독자들에 대한 죄책감이 밀려왔습니다. 물론 기사 하단에는 공유된 기사의 출처가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면죄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는 언론사는 이미 시장에 진출한 상태입니다.

패널로 참여한 유현재 서강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이를 두고 "기사를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 쓰는 형상"이며 "심장이 떨릴 만큼 충격적인 산업으로 진화했다"고 평가했습니다.


■ 지자체 예산이 수익모델?... '광고비' 새어나간 세금들

이들은 왜 '그럴듯하게' 홈페이지를 꾸미는 걸까요? 홈페이지마다 어김없이 노출된 '지자체 광고' 배너에 눈길이 갔습니다.

전국 246개 지방자치단체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습니다. 지난 한 해 언론사에 대해 집행한 광고비 내역을 받았습니다. 명단에서 드러난 익숙한 매체 명들... 홈페이지 등록 기사 중 직접 쓴 기사의 비중이 5% 미만인 A 언론사도, 폐간된 상태에서 광고비를 받아 논란이 된 B 언론사도, 지자체의 광고를 받았습니다.

이들은 어떤 방법으로, 또 어떻게 지자체에 접근하고 광고비를 받아 챙겼을까요?

'질문하는 기자들Q' 2회에서는 '돈'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인터넷신문 사업의 실태를 낱낱이 파헤쳤습니다. 홈페이지로만 접해온 인터넷신문의 실체는 무엇인지,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이들에게 지급한 돈은 과연 얼마나 되는지 심층 취재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시장은 급속도로 커가고 있는데 대책은 있는지도 따져 봤습니다.

KBS의 새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질문하는 기자들Q'의 2회는 <"20만 원이면 나도 언론사주"...진화하는 '사이비 언론'>과 <<고성산불 2년, 재난을 대하는 언론의 방식>을 주제로 25일(일) 밤 10시 35분에 KBS1TV에서 방영됩니다.

'질문하는 기자들Q' 2회는 김솔희 KBS 아나운서가 진행하고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엄진아 KBS 기자가 출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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