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스마트하지 않은 ‘스마트스틱’…한전 대책은?

입력 2021.04.24 (11:56) 수정 2021.04.24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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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전 노동자들은 한국전력 소속이 아닌, 협력업체 소속입니다. 2년마다 한전이 지역별로 배전설비 운영과 수리 등 공사를 발주하면 협력업체가 입찰해 계약을 맺는 식입니다. 2021년 현재, 배전 협력업체는 모두 471곳입니다.

노동자 건강의 직접적인 책임은 아니지만 한전이 배전 작업을 총괄 관리하기 때문에 사실상 '도급인'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017년 스마트스틱을 도입한 것 역시 한전의 결정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점점 늘어나는 배전 노동자들의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한전의 입장은 무엇일까요?

■위험성 평가해놓고 스마트스틱 경량화 지원은 전무

'스마트스틱'으로 하는 작업이 노동자의 근골격계에 부담을 준다는 사실은 한전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9년, 한전은 대한산업보건협회에 의뢰해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를 실시했는데요.

□대한산업보건협회가 실시한 작업분석 및 작업평가 결과

○작업의 특성상 장시간 서서 작업을 진행시 반복적인 목굽힘(앞/뒤) 자세와 손/손목 사용에 대한 대책이 필요함

-한전의 질의 응답서 중 발췌

유해요인 조사 결과 가운데 "간접활선공법"만 놓고 보면, 머리와 목 부위는 앞뒤로 20도 이상 굽어진 상태로 일하는 비율이 높아 위험조치 수준이 가장 높은 3으로 나타났습니다. 작업 내내 손목의 꺾임과 비틀림, 들림 비율도 67%나 됩니다.

한전은 이 조사 이후 지난해 4월, 내부 안전수칙에 2시간 연속작업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적정 휴게시간을 부여하고, 작업 전후로 손과 목, 허리, 어깨 등을 많이 사용하는 작업자를 위해 유형별 스트레칭을 안내했으며 보조기구(깔창, 피로예방 매트 등)를 활용하여 작업자의 머리와 목 허리 등근골격계에 가해지는 부담을 경감하도록 반영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노조 측은 유해요인 조사가 이뤄진 사실조차 알지 못했고, 안전수칙 개정 여부도 듣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물론 개선안을 알고 있는 사람도, 이를 지키고 있다는 사람도 없습니다.

한전은 2019년 스마트스틱이 도입된 지 2년이 지나고 나서야 규격을 변경해 좀 더 가벼운 것을 쓸 수 있도록 했는데요. 기존 2미터에서 1.5미터 이상으로 규격을 변경했고, 이에 따라 무게도 약 10% 이상 감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 스마트스틱은 배전공사업체에서 자율적으로 구매해서 사용해야 하는 것으로, 한 세트에 2천만 원이 넘습니다. 구매와 관련해서 한전이 지원하고 있는 제도는 없다고 한전은 밝혔습니다.

■근본적인 해법은?

한전은 협력업체에 속해 있는 배전 노동자들의 근골격계 질환 산재 신청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승인률은 어떤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에서 집계한 통계만 있을 뿐입니다. 한전은 스마트스틱을 이용한 공법에 관련한 작업환경 실태조사를 시작했고, 작업 여건 개선을 위해 작업을 돕는 로봇 신기술 개발에 착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배전 노동자들이 원하는 건 간단합니다. 실태 조사와 대책 마련에 있어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겁니다. 배전 노동자의 작업 환경은 단순히 무거운 스마트스틱 하나를 바꾼다고 해서 모두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부족한 인원 수, 휴게 시간 없이 진행되어야 하는 작업량 등도 문제입니다.

고품질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누군가의 희생을 담보한 '활선 공법'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필요합니다. 한전 측도 "활선 작업을 줄이게 되면 휴전작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휴전으로 인한 산업생산 차질, 국민 불편 등 경제적 사회적 손실에 대한 국민적 수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배전 노동자와 한전, 그리고 우리 사회는 전기 이용의 편의성과 전기 노동의 위험성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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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스마트하지 않은 ‘스마트스틱’…한전 대책은?
    • 입력 2021-04-24 11:56:33
    • 수정2021-04-24 11:56:39
    취재후·사건후

배전 노동자들은 한국전력 소속이 아닌, 협력업체 소속입니다. 2년마다 한전이 지역별로 배전설비 운영과 수리 등 공사를 발주하면 협력업체가 입찰해 계약을 맺는 식입니다. 2021년 현재, 배전 협력업체는 모두 471곳입니다.

노동자 건강의 직접적인 책임은 아니지만 한전이 배전 작업을 총괄 관리하기 때문에 사실상 '도급인'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017년 스마트스틱을 도입한 것 역시 한전의 결정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점점 늘어나는 배전 노동자들의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한전의 입장은 무엇일까요?

■위험성 평가해놓고 스마트스틱 경량화 지원은 전무

'스마트스틱'으로 하는 작업이 노동자의 근골격계에 부담을 준다는 사실은 한전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9년, 한전은 대한산업보건협회에 의뢰해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를 실시했는데요.

□대한산업보건협회가 실시한 작업분석 및 작업평가 결과

○작업의 특성상 장시간 서서 작업을 진행시 반복적인 목굽힘(앞/뒤) 자세와 손/손목 사용에 대한 대책이 필요함

-한전의 질의 응답서 중 발췌

유해요인 조사 결과 가운데 "간접활선공법"만 놓고 보면, 머리와 목 부위는 앞뒤로 20도 이상 굽어진 상태로 일하는 비율이 높아 위험조치 수준이 가장 높은 3으로 나타났습니다. 작업 내내 손목의 꺾임과 비틀림, 들림 비율도 67%나 됩니다.

한전은 이 조사 이후 지난해 4월, 내부 안전수칙에 2시간 연속작업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적정 휴게시간을 부여하고, 작업 전후로 손과 목, 허리, 어깨 등을 많이 사용하는 작업자를 위해 유형별 스트레칭을 안내했으며 보조기구(깔창, 피로예방 매트 등)를 활용하여 작업자의 머리와 목 허리 등근골격계에 가해지는 부담을 경감하도록 반영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노조 측은 유해요인 조사가 이뤄진 사실조차 알지 못했고, 안전수칙 개정 여부도 듣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물론 개선안을 알고 있는 사람도, 이를 지키고 있다는 사람도 없습니다.

한전은 2019년 스마트스틱이 도입된 지 2년이 지나고 나서야 규격을 변경해 좀 더 가벼운 것을 쓸 수 있도록 했는데요. 기존 2미터에서 1.5미터 이상으로 규격을 변경했고, 이에 따라 무게도 약 10% 이상 감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 스마트스틱은 배전공사업체에서 자율적으로 구매해서 사용해야 하는 것으로, 한 세트에 2천만 원이 넘습니다. 구매와 관련해서 한전이 지원하고 있는 제도는 없다고 한전은 밝혔습니다.

■근본적인 해법은?

한전은 협력업체에 속해 있는 배전 노동자들의 근골격계 질환 산재 신청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승인률은 어떤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에서 집계한 통계만 있을 뿐입니다. 한전은 스마트스틱을 이용한 공법에 관련한 작업환경 실태조사를 시작했고, 작업 여건 개선을 위해 작업을 돕는 로봇 신기술 개발에 착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배전 노동자들이 원하는 건 간단합니다. 실태 조사와 대책 마련에 있어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겁니다. 배전 노동자의 작업 환경은 단순히 무거운 스마트스틱 하나를 바꾼다고 해서 모두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부족한 인원 수, 휴게 시간 없이 진행되어야 하는 작업량 등도 문제입니다.

고품질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누군가의 희생을 담보한 '활선 공법'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필요합니다. 한전 측도 "활선 작업을 줄이게 되면 휴전작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휴전으로 인한 산업생산 차질, 국민 불편 등 경제적 사회적 손실에 대한 국민적 수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배전 노동자와 한전, 그리고 우리 사회는 전기 이용의 편의성과 전기 노동의 위험성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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